호두나무 왼쪽 길로 - 전5권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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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음 속 호두나무,

그 왼쪽 길엔 뭔가 알지 못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 담겼다.

 

경희누나가 내준 숙제는

딸기를 찾는 일.

 

그 과정은 이 좁은 강토를 오토바이로 순례하는 길로 엮인다.

답사기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지만,

마지막 권에서 만난 딸기의 정체는

한국 현대사의 모골이 송연한 원류를 쓰다듬고 있다.

 

내 마음 속 호두나무 왼쪽 길에는...

1987의 대학 시절이 담겼고,

남대문 시장에서의 최루탄 가스와 두려웠던 그 시절...

가장 꽃다운 나이가 그렇게도 짐스러웠던 기억이 남아 있다.

 

시절이 지나고 나면,

그 호두나무는 불타고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 왼쪽길의 추억과 함께...

 

지금도 걷고 있는 나의 '길'은

훗날 역시 그 왼쪽길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조금은 더 뜨겁게 살 일이다.

나이를 생각해 가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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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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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가와 요코의 이야기는 미스터리 같기도 하면서

뭔가 희미한 인간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하긴, 소설 속 인생들은 화끈하고,

뭔가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리 인생은 밍밍하고 미지근하며,

전혀 결말이 예고되지 않고 우연하고 어쩌다 일어난 일들 투성이여서

논리적으로 전혀 설명하기 불가능한 것에 가까우니...

그의 애매한 소설이 어쩌면 삶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임신 캘린더는,

임신이라는 기쁜 일, 로 취급되는 사건에 대하여 계속되는 관찰로 일관된다.

동생이 바라본 임신한 언니는 이상한 사람이다.

 

온갖 데서 다 냄새가 나.

한가지 냄새가 아메바처럼 물컹하게 퍼져 있는데

다른 냄새가 그걸 싸고 팽창하고,

또 다른 냄새가 거기에 녹아들어서, 아아, 끝이 없어.(35)

 

입덧이란 걸 이렇게 냄새의 중첩으로 표현한다.

아, 정말 괴롭겠다.

 

그녀는 지금 신경과 호르몬과 감정이

모두 제멋대로 놀고 잇다.(36)

 

나도 이런 것도 모르고 아내의 임신 기간을 힘겹게 보냈다.

제멋대로인 호르몬과 감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더 성숙하게 대응했을 터인데... 이미 다 지난 일이 되고 말았다.

 

이 소설집에선 '기숙사'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사라진 수학과 학생과 핸드볼부 동생.

그리고 말미의 끈적한 액체.

무엇보다 두팔과 한다리가 없어

쇄골과 턱으로 생활하는 사감 선생님의 신체에 대한 묘사...

 

주인공들은 이야기에서 벗어난 관찰자들일 뿐인데...

 

하긴, 나의 삶도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맹한 관찰로 하루하루 채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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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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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과 쌍둥이...

뒤표지에서 엽기적인 두 건의 살인이 묘사되어 있고,

데드맨, 드래곤플라이 등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가와이 간지의 작이라 믿고 빌려왔는데, 재미는 그럭저럭이다.

 

덴 드 라이언...

사자의 이빨이라는 이름의 민들레.

그리고 민들레의 꽃말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이런 두 가지 모티프로 이야기를 꾸려간다.

 

쌍둥이 딸을 위해 쓴 민담 속 주인공이 한 사람뿐인 이야기...

 

이런 곳에서 해결점을 찾아가는 형사들...

 

에미의 신선한 대학생활 이야기에 얽히는

재미있는 과학적 가설들도 재미있는데,

마지막 부분에 가짜 대학생까지 엮이는데서는 좀 억지스런 부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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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 - 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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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세이초는 1960년대에 많은 장르물을 낸 작가다.

일본에서 비로소 번영을 구가하던 시대의 혜택을 입었다고나 할까.

그의 작품을 별로 읽지 않은 것은,

그만큼 시간이 흐른 작가로 여겨졌기 때문인데,

읽어보면 조금 진부하긴 하지만, 묘사가 긴박하고 실감난다.

 

상권에서 뿌려놓은 악의 씨앗들이

하권에서 발아하면서 뿌리가 엉긴다.

 

다 죽어버렸던 사람들이

주인공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증거들이 드러난다.

그 와중에 사라져버린 다카코와 친구 변호사...

 

도대체 책이 다 끝나가는데,

다카코와 변호사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했더니,

마지막 페이지에 두 이름이 나란하다.

멋진 작품이다.

 

머릿속에 이런 작품을 그려가면서

연재를 한다는 작가의 뇌 구조라는 것은 어떤 걸까, 몹시 궁금해진다.

지금처럼 작가 군단이 있는 시대와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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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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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루이 야츠라...는 남녀를 모두 일컫는 말인데,

아무래도 나쁜 놈들은 남자들을 지칭하는 뉘앙스가 크다.

 

아무튼,

의사 도야는 바람둥이다.

아내와 이혼을 앞두고 있으면서,

아버지의 여자였던 수간호사 도요와 관계를 맺고,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만난 다쓰코의 남편의 '위약'을 만들어 주고,

또 돈이 목적인 연상의 여인 지세에게 매달리지만,

결국 다카코라는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애쓴다.

 

후반으로 가면서는 다쓰코의 남편의 죽음과 다쓰코의 죽음,

그리고 도요의 죽음에까지 관여하게 되면서

다카코와 친해지는 듯한 모습까지도

도야의 몰락을 예견하게 한다.

 

사람의 죽음에 있어서

이렇게 행정적으로 허술할 수가 없었다.

의사를 신뢰하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무책임한 절차였다.(190)

 

그래서 병원에서는 늘 안락사냐 살인이냐가 문제가 된다.

 

범인마다 각기 선호하는 수법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건 범인의 개성이기도 해서

자신이 가장 하기 쉬운 방법을 되풀이한다고 한다.(262)

 

그래서 결국 꼬리를 잡히게 되지만,

병원 내에서 중환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다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좋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같은 여자라서 잘 알아요.

당신은 속고 있어요.

그 여자한테 당신이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난 다 알고 있어요.

부탁이니 그 여자한테 현혹되지 말아요.(332)

 

이런 건 복선일 것이다.

결국 높을 고자를 쓰는 다카코에게 도야는 당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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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9-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적인 이슈나 현실에서 미궁으로 빠진 사건들을 즐겨 다룬 작품들이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추리의 거장들 중 한 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