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말이야, 요코.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쪽을 골라. 어느 쪽을 골라도 반드시 나중에 후회할 거야. 똑같이 후회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가벼운 쪽이 좋잖아. (514쪽)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큰 결정부터 작은 결정까지 하루에도 선택을 하지 않으며 살아가지 않는 때가 없다. 현재 나의 고민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냐 보내지 않는 것이냐인데 저 글대로라면 내가 해야만 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운 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집에 데리고 있는 것만이 능사인지, 둘째가 태어났을 때 큰 아이에게 짜증을 안 부리고 잘 돌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놀이방에 자리가 있음을 확인했음에도 여전히 망설여지는 이유는 뭘까. 여전히 내 스스로가 선택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아이가 시원하게 어린이집 가고 싶은 여부를 알려주면 좋으련만! 저울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가벼운 쪽을 택해서 과감히 선택하고 싶은 심정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양물감 2015-01-2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똑같이 후회할거라면 가벼운 쪽이 좋지요....
댓글저장
 
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오옷! 또 출간되었구나! 이 책도 얼른 들여야 할텐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1-2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베른의 처녀작이 나왔군요! ^^
댓글저장
 
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의 만화만 보다 처음으로 에세이를 접했다. 그림이 사라지고 글이 좀 많아졌다 뿐이지 마스다 미리의 느낌은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했다. 게다가 여행에 관한 에세이니 부담 없이 편하게 읽혔고 혼자 혹은 누군가와 여행한다는 사실이 내심 부러웠다. 혼자 여행을 해 본 적이 없고 낯선 곳에 가는 걸 두려워하는 나에게 호기심 가득한 마스다 미리의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렜다. 아무렇지 않게 계획해서 선뜻 집을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이 왜 그리 부럽던지. 결국 여행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인데 그 집을 잠시 떠난다는 사실을 나는 늘 두려워했던 것 같다.

  저자 또한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건 아니고 우연한 계기에 전국여행을 하다 여행이 좋아졌다고 한다. 한창 혈기왕성할 때 전국 여행을 꿈꿔 본 적이 있는데 결국 아무데도 가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그런 내가 해외배낭 여행을 꿈꿨던 적도 있으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그 꿈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있다. 다음에 아이가 훌쩍 자라면 함께 가던지 혼자 가보던지 하는, 그런 시간을 잠시 미뤄둔 것뿐이다.

  이 책에 실린 저자가 여행한 곳의 대부분은 일본이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도 잘 모르지만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니 지역과 음식이름, 유례 같은 것들이 내 눈을 찔렀다. 대략적인 위치도 모를뿐더러 음식과 여행지의 특색이 상세히 설명된 곳도 있었지만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여행의 말미에는 여행경비로 얼마가 쓰였는지 알려주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가 적당선인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아 그게 조금 아쉬웠다. 그나마 내내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 친구, 엄마, 남자친구 등과 하는 여행도 있어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 여행이니 참 행복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핀란드로 혼자 떠낸 여행기가 가장 인상 깊었고 나도 언젠가 혼자서 저렇게 여행을 갈 수 있을까란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솟아났다.

  여행하면 자유란 단어가 항상 같이 떠오른다.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떠나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여행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가기 전에 얼마나 자신을 틀에 가두고 타인이 하는 행동과 상식을 따라가려 애쓰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에 대한 생각 자체에 조금은 더 자유스러워진 것 같다. 가고 싶은 곳을 편안하게 가는 것은 여러 가지 배경이 뒷받침이 되어야겠지만 일단 스스로 먹는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계획한 여행도 좋지만 발길 닿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여행. 꼭 먼 곳이 아니더라도 근교부터 그런 여행 같은 나들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Hug! Friends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히스이 고타로 지음, 금정연 옮김, 단바 아키야 사진 / 안테나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게 쉽지 않다. 친구를 사귀는데 성별도 국가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실제로 친구를 사귀어보면 나와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는 전제하에 마음이 통해야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갈수록 얄팍해지는 인간관계에 진부함을 느끼지만 내 스스로 마음을 여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나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음을 주며 친구를 사귀라고 하면 과연 쉬울까? 아마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과 귀차니즘에 의해 금방 포기해 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부끄럽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북극곰과 허스키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였다.

  두세 살이 되면 엄마를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북극곰. 북극곰의 주식인 바다표범이 없는, 바다가 얼지 않은 계절에는 쫄쫄 굶어야 한단다. 그렇게 배를 곯고 늘 혼자인 북극곰에게 허스키의 존재는 무엇일까? 아마 오랜 굶주림을 끝내줄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허스키들에게도 당연히 북극곰의 존재는 그러할 테고 북극곰이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북극곰은 허스키에게 포식자의 모습으로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애교를 부리며 친구가 되길 원했다. 허스키도 잠시 당황하다 북극곰과 함께 어울리며 그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며 둘이 친구가 될 수 있나란 의문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그런 북극곰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허스키들. 그리고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치고 입을 맞추고 상대가 허스키란 사실을 잊은 채 대하는 북극곰. 사진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면서 나와 전혀 다른 타인에게 북극곰과 허스키 같은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고민하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면 의심부터 할 것이고 나또한 이런저런 설명이 귀찮아 그냥 나의 일상으로 돌아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위치의 동물들이 이렇게 뒹굴고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정의하고 있던 친구는 형식적이고 허울뿐인 모습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간의 내 삶을 돌아보면서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나에겐 얼마나 있었을까? 그리고 이 책의 말미에 내 인생이 즐거웠냐는 물음에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 전자든 후자든 모든 대답이 미적지근할 것이다. 나에게 일어났던 기적도, 즐거웠던 인생도 내 기억 속에 흐릿하게 각인될 뿐 내 삶의 영향을 미칠 만큼 또렷한 게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일들을 내가 잊었을 수도 있고, 앞으로 그런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북극곰과 허스키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현재 저들이 더 행복한 거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물들도 저렇게 벽을 허물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있느냔 열등감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의 모습, 그들 간의 오간 대화를 인간들이 추상할 수밖에 없지만 그 추상 속에서 싹 뜬 따뜻함과 깨달음은 결코 어색하지 않은 하나의 잔잔한 감동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실수. 이 단어를 떠 올릴때마다 4년 전 입사한 회사에서 생활했던 2년 동안의 시간이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분명 좋은 추억도 많은데 문득문득 지금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실수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일했던 곳에서 떠나 고향으로 돌아와 지금은 주부로 살고 있음에도 그때의 기억은 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나를 낯 뜨겁게 만든다. 여전히 부끄러운 실수라고 해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한 행동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실수라면 과연 내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을까? 이 책 속의 한나가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혼외정사를 한 것도 모자라 범법자를 국외로 도망치게 도와준 일 모두 한 순간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외간 남자를 딸의 집으로 보냈던 아버지의 실수. 그런 외간남자와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 실수.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자신의 삶은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던 실수. 다른 이유로 다가온 사람을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순진했던 실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 저질렀던 그때의 실수는 30년이 훌쩍 지난 뒤 한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한나는 빠듯한 생활의 시골의사 부인에서 존경받는 교사로 재직하고 있고 의사로 성공한 남편, 나름 반듯하게 자라 준 아이들과 어설프고 혼란에 빠져있던 초보주부가 아닌 어엿한 중년의 모습으로 나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부부간의 뜨거운 열정도 없고 장성한 아이들과 끈끈한 유대감은 없지만 현재 주어진 환경과 일에 자긍심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가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가정사가 있다는 말처럼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이는 한나의 가정사도 그다지 완만해 보이지는 않았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속을 몰라 모호할 때가 많은 남편, 잘못된 신앙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아들, 펀드매니저로 성공한 듯 보이지만 늘 타인에게 의존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딸까지 한나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은 늘 있었다.

  1부에서는 한나가 자라온 환경과 결혼생활, 저슨이란 남자와의 잠깐의 외도와 그로 인한 협박과 범법자를 도운 뒤 그간의 불만을 정리하고 가정에 충실하겠다는 다짐 등 1960년대의 한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당시 사회적인 모습도 상세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저슨이란 남자와 저지른 외도와 신혼생활에 대한 불만을 배우자 탓으로 돌리는 모습에 격한 동조를 할 순 없지만 저슨이 좀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었다. 오글거리는 로맨스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추억 속에 담아둘 한때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도 아니지만 숨통을 조여오던 시골 의사 아내라는 위치와 엄마라는 역할에서 잠시나마 해방시켜주었던 게 저슨과의 대화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사회의 혼란을 보여주는 낯선 정치적인 내용과 통쾌하게 웃을 수 없는 유머가 있었지만 그들의 대화 속에서 문학 얘기가 많이 나와 흥미로웠다. 마음이 잘 맞는 이성을 만나면 흥분되고 금방 마음을 빼앗기듯이 한나가 저슨에게 잠시 흔들렸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외도를 한 행동은 그녀의 손을 들어줄 수 없었다. 2부에서는 유부남과의 스캔들 후 실종 된 딸로 인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시점에서 저슨은 한나와의 외도한 내용이 포함된 책을 출판해 그녀를 더 곤경에 빠뜨리고 만다.

 

  한나가 위험에 처할수록 책장은 쉼 없이 넘어갔고 벼랑 끝까지 몰린 그녀의 처지가 답답했지만 오히려 더 차분해져갔다. 나름 평탄했던 한 사람의 인생과 가정이 순식간에 무너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안 좋은 일은 동시에 일어난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수많은 일들에도 이상하게 흥분된 분노가 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나가 저지른 과오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아 인과응보라고 냉철하게 말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왜 한나에게 그런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는지, 누군가 한나의 인생을 망치기로 작정한 것만 같아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한나를 온전히 옹호할 수도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무조건 나쁘다고 비방할 수도 없었다. 한나도 한 번의 외도를 저질렀지만(어쨌든 수긍할 수 없는 실수지만) 이후로 가정과 일에 충실했고, 한나가 가장 힘들 때 비겁한 방법으로 그녀 곁을 떠났다 다시 용서를 구한 남편,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나와 인연을 끊었다 잘못을 뉘우친 아들, 유부남과의 떠들썩한 스캔들로도 모자라 낙태, 쇼핑중독, 의존적인 사랑에 찌들어갔지만 그 모든 혼란 속에서 자신의 부족한 면을 인정하고 다시 인생을 시작해보려는 딸까지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았기에 온전히 미워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딸의 실종, 언론의 마녀사냥, 남편과의 이혼과 아들의 절연까지 모자라 직장까지 잃고 베스트프렌드는 암에 걸린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한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차분한 확신이 들었다.

  폭탄처럼 터지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도 한나의 편이 되어주던 아버지와 절친이 있어서 그녀는 견뎠는지도 모른다. 딸의 행방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형사의 등장과 변호사와 함께 저슨의 거짓말과 맞서기로 다짐했을 때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많은 오해가 풀렸고 애타게 찾던 딸의 소식도 들려오고 아들과 남편의 사과도 받고 직장에도 복귀되었지만 예전과 같은 삶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그러기엔 한나와 그의 가족들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깨져버린 믿음 속에서 새롭게 깨달아가는 삶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맛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후회되는 게 뭔지 아니? 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만들지 않았다는 거야. (355쪽)

  한나의 엄마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기 전에 한나에게 쏟아낸 이 말이 한나에게도, 이 소설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한나의 엄마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없고 한나도 결국 중년의 나이에 자신의 결혼생활도 그러했음을 인정하게 되었지만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만들 기회가 이제야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 대가가 너무 가혹하고 잔인해서 한나는 물론이고 보는 이들까지 허망하게 만들긴 했지만 말이다. 한나의 힘들었던 신혼시절 유일하게 이야기가 통했던 마을의 도서관 사서가 ‘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가장 두터운 장벽은 사실 스스로 쌓은 장벽이라고 하잖아요.’ 라고 했던 말이 다시 곱씹어지는 건 한나 스스로도 그런 장벽을 어느 정도 쌓고 살아왔기에 세상과의 장벽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된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금은 식상하게 보이는 소재들이 등장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내가 책의 말미에서 잠시 눈물을 흘릴 정도로 나를 훑고 간 감정의 변화들은 다양했다. 결혼 2년차인 나도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면 배우자 탓을 하기 일쑤였고 아이를 키우고 또 다른 아이를 잉태하고 있어서인지 한나의 장성한 아이들이 전혀 다른 존재인양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지나칠 수도 없었다. 강경할 정도로 배타적이고 한나를 비난하던 아들이 자신을 못 보게 하겠다던 저슨의 협박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에게 자식은, 자식에겐 부모가 무언인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보니 부부가 다정다감하기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양육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늘 느끼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공감하지 못했을 많은 부분들이 느껴져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이제부터라도 어떤 일이든 행복해질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싶다. 결과를 바라기보다 시작부터 행복한 일들. 사실 그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에 잠식되어 나를 가둔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껏 실천하기가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1-23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5쪽 문장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행복하지 않다고 쓸데없이 내 자신을 남의 삶과 비교하고, 불행의 원인을 남 탓 주변 탓으로 돌린 제 자신이 부끄럽군요.

안녕반짝 2015-01-24 06: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적 많았어요.
문학을 통해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하게 돼요.
정말 소중한 건 현재의 나이고, 내 삶의 주인 역시 나이니까요^^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