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래빗 시리즈 03 : 다람쥐 넛킨 이야기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 3
베아트릭스 포터 글.그림,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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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올빼미 브라운 할아버지에게 버릇없이 굴다 혼쭐이 난 다람쥐 넛킨 이야기다. 어른에게 버릇없이 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데 다람쥐 넛킨은 해도 해도 버릇없이 굴어서 당할 만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람쥐 넛킨과 그의 형제 트윙클베리와 다람쥐 친구들은 밤이랑 잣이랑 도토리를 주우러 뗏목을 타고 브라운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섬으로 간다. 트윙클베리와 다람쥐 친구들은 브라운 할아버지에게 드릴 생쥐를 가져가서 공손하게 식량을 주워가도 되냐고 여쭌다. 그리고 부지런히 몸을 놀려 해가 진 다음 뗏목에 잔뜩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람쥐 넛킨만은 예외였다.

 

  넛킨은 식량을 줍는 일에도 관심도 없고 브라운 할아버지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도 모자라 괴롭힌다. 나뭇가지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쐐기풀로 할아버지의 코를 간지럽히고 도토리로 구슬치기를 하는 등 브라운 할아버지의 인내심 테스트라도 하는 것 같았다. 다람쥐들은 며칠 동안 할아버지가 좋아할만한 식량을 가져다 드리면서 공손히 자기네들의 식량을 주워갔는데 그럴 때마다 넛킨만 유독 엉뚱하고 버릇없는 행동으로 브라운 할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렸다.

 

  브라운 영감이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른 다람쥐들은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넛킨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브라운 할아버지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못마땅한 얼굴로 넛킨을 쳐다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넛킨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혀 알아차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여섯째 날 브라운 할아버지 머리위로 올라간 넛킨을 참다못해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쥔다. 넛킨을 잡아먹으려고 거꾸로 들어 올리자 놀란 넛킨은 꼬리를 자르고 도망친다. 혹시 숲 속을 지나가다 꼬리가 떨어진 다람쥐를 발견하면 틀림없이 넛킨일 것이다. 꼬리가 떨어진 이런 이유를 알게 된다면 넛킨에게 동정의 눈길만 줄 순 없을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버릇없이 굴어도 후한이 두려워 쉽게 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뉴스에도 보면 아이들을 혼냈다 죽음까지 이르는 소식을 듣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소식들이 들려올 때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예전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어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어른들 앞을 지나는 것이 곤욕이었다. 아버지가 한분한분 인사를  드리고 지나가라고 해서 몇 번의 인사를 거친 다음에야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동네어르신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지금은 차를 타고 마당까지 들어가는 상황이라 그런 인사치레는 필요가 없어져버렸다. 그럼에도 곤욕스러웠던 그때를 떠올리면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었는데, 삭막한 도시 속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레 개인주의가 되어버리는 내 마음이 낯설기만 할 뿐이다.

 

  다람쥐 넛킨을 통해 어른에게 버릇없이 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지만 비단 하나의 에피소드로 치부해 버리기엔 뭔가 묵직한 것이 남아있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간 늙어서 노인이 될 테고 젊은 사람들과 세대 차이를 겪게 될 터인데 그런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고 나만 생각하는 마음이 협소하게 느껴진다. 너무 무겁게 엮어가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대사회에 팽배해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오늘따라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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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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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령』 상권을 읽은 지 2년 8개월이 지나서야 하권을 꺼내들었다. 보통 상, 하권이 분리되어 있는 책을 읽다 말았을 때는 포기하거나, 다시 처음부터 읽는 게 대부분이다. 나 역시 상권만 읽고 하권을 꺼내들지 못한 책이 여러 권이고, 긴 장편소설을 읽다 중단한 채 여전히 대기 중인 책도 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상권을 다시 읽지 않고, 혹은 읽기를 포기하지 않고 하권을 꺼내들었던 것은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이었기에 가능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전집을 접하면서부터 꼭 2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빨간색 전집도 힘겹게 모았지만 무선으로 된 보급판 전집도 겨우 한질을 완성했다. 출판사에서 기존의 전집이 절판시키고 한정판을 준비하던 시기에 전집을 만난 터라 우여곡절이 많은 책이 되어 버렸다1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독을 하겠노라 마음먹고 보급판 전집을 모았고, 2년 8개월 만에 하권을 꺼내드는데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음에도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한 부분도 있었다. 2독할 때 제대로 읽자는 심정이 어느 정도 내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편안한 마음으로 하권을 꺼내들었음에도 당연하게도 상권의 줄거리가 세세하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줄거리 요약을 다시 읽고 하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스무 명이 넘는 등장인물은 헷갈리기 시작했으며 저자가 만들어놓은 그들 각각의 성정이나 특징들이 온전히 각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랜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은 너무 재미있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은 어렵다는 편견을 나또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집을 마주하기 전까지 매력을 알 길이 도통 없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죄와 벌』도 고등학교 때 읽고 너무 어려워 치를 떨었고, 전집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을 새롭게 보게 되었고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읽는다는 것이 도스또예프스끼가 작품을 쓰게 된 배경과 각각의 사상들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악령』 하권을 읽으면서 잠시 잊었던 도스또예프스끼만의 매력을 되찾게 되었고 총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을 나름 정독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밑바탕이 만들어졌다.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읽던 흐름이 쭉 이어지지 않아 전체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설명할 순 없지만 『악령』은 그야말로 잔인하고 냉정하며 범죄가 가득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 소설의 중심인물인 스따브로긴을 선두로 그와 일당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두 제각각인 5인조의 행동만 지켜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소설의 등장인물이 22명인데 12명이 파멸해 버리는 것만 보더라도 살인과 사건, 자살이 난무했음에도 무덤덤하게 지켜볼 정도였다. 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소설의 양도 그렇지만 수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이 나눈 세세한 대화 사건의 전개 등을 미뤄볼 때 소설의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요약하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작품을 읽는 동안 깨달았다. 또한 이 소설이 굉장히 산만한 소설로 평가되는데 상권과 하권의 긴 공백을 가진 나로써도 하권을 읽으면서 한참을 헤맸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문체에 매료되어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저자의 작품의 매력이 뭐냐고 물으면 존경이라곤 할 수 없는 찌질 한 인물이나 궁핍하고 고난에 찬, 궁지에 몰린 등장인물들이 나옴에도 그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황한 대화와 소소한 일상과 사건들에 눈을 뗄 수 없다는 점이다. 서로의 대화를 정독해도 산만함과 부산스러움, 지나칠 정도로 세세한 묘사 때문에 그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음에도 읽는 순간만큼은 재밌게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속 시원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고 후에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한다든지 자신들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엉뚱한 언변을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도스또예프스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기에 가능하다는 알 수 없는 수긍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옮긴이는 『악령』의 매력을 '주인공과 여타 인물들이 지닌 <마력>에 있다.' 라고 하면서 '그들은 자신을 먹어 치운, 혹은 자신이 집어삼킨 관념들과 함께 자살하거나 살해당한다. 그러니까, 『악령』에서는 관념이라는 마귀를 쫓아 내줄 신이 결코 등장하지 않으며, 마귀와 한 몸이 된 인물들은 그들의 물리적 생이 중단되지 않는 한 <홀림> 혹은 <들림>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비극적인 작품인 『악령』은 등장인물들이 하나하나 파멸해 가는 모습, 그것도 서로에게 살해당하거나 역자의 말대로 자기 반성 없이 '관념들과 함께' 자살해 버리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 내면에 깃든 잔인함과 무작위성을 그대로 드러낸다고도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스따브로긴을 들 수 있다. 역자는 스따브로긴이 이 작품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특징 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오히려 빛을 발하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행동과 타인에게 끼치는 다양한 영향이 너무나 굳건했다.

 

  스따브로긴을 결코 동정할 수도 수긍할 수도 없는 이유는 그가 저지른 악행들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도 내면으로나마 자기성찰과 반성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태연자약하면서도 매몰찬 그의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결코 독자가 분노할만한 결말을 맞이할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책의 말미에 실린 「찌혼의 암자에서」는 편집자의 권유와 압박에 의해 삭제되었는데 스따브로긴의 참회를 다루고 있어 작품을 읽으면서 가졌던 안개 속에 갇힌 스따브로긴의 내면을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부분을 통해 '『악령』에서 수수께끼처럼, 혹은 내적 모순으로 읽히는 여러 부분이 완전히 해독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의 해갈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았지만 상, 하권을 긴 시간에 걸쳐 읽은 탓도 있고 갈수록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을 읽고 무언가를 정리한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결말도 중요하지만 철저히 과정에서 드러나고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기에 그럴 것이다. 고등학교 때 『죄와 벌』을 읽을 때만 해도 저자의 이런 매력을 알 리가 없었고 왜 명작인지 의미부여에만 치우치다보니 오히려 과정에서 더 힘겨워 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접하지 못한 타인에게 어떤 내용인지, 읽고 난 뒤의 나의 느낌이 어떤지 세세하게 전하지 못해도 전혀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독자 자신이 온전히 작품 속에서 과정을 만끽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나처럼 의미부여를 위해 어려운 작품이라는 편견을 가지지 않은 채, 온전히 있는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의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라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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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옹을 찾아 주세요 - 셀레스틴느이야기 1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가브리엘르 벵상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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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어떤 일을 하기 전에 '할게!'라고 말해놓곤 알면서도 지나쳐 버리거나 '안 해도 되겠지.'란 마음으로 대충대충 해버릴 때가 있다. 분명 지켜야 할 약속임에도 지키지 않고 '괜찮겠지.'란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합리화를 시켜버린다. 결코 좋은 태도라고 할 수 없음에도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저자의 이름을 보고 구입한 책이라 그림에 온통 정신이 팔려 곰 에르네스트 아저씨와 생쥐 셀레스틴느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치부하고 말았다. 겨우 같이 산책 나갔다 셀레스틴느가 잃어버린 펭귄 인형 시메옹을 찾아주려고 애쓰는 에르네스트 아저씨가 다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에르네스트 아저씨가 셀레스틴느에게 산책을 가자고 했고, 그 길에 시메옹을 잃어버렸기에 아저씨 탓이라고 시메옹을 찾아달라고 떼쓰는 셀레스틴느가 조금은 무례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셀레스틴느에게 뭐라 하지 않고 다시 날이 밝으면 찾아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다음날 산책 나갔던 길에서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시메옹을 찾긴 했지만 이미 엉망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인형가게에 간다. 인형가게에서 펭귄인형 시메옹을 찾았지만 없자 다른 인형을 사와서 셀레스틴느에게 선물을 준다. 하지만 시메옹을 가장 좋아하는 셀레스틴느는 기운 빠져 하고 그 모습을 보고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좋은 생각이 있다며 시메옹을 그려보라고 한다. 셀레스틴느가 그린 시메옹 인형을 보고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직접 인형을 만들고 친구들을 불러 인형 파티를 열어준다.

 

  아저씨 탓이라고 떼를 부리던 셀레스틴느는 파티 이후로 아저씨의 말씀을 잘 듣게 된다. 대충 다른 인형으로 때우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데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셀레스틴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곰과 생쥐라는 인물 배치도 그렇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를 따듯하게 그리고 있어 아이들을 대할 때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다. 해설을 보면서 이 사실들을 깨닫고 다시 읽게 되었지만 내가 온전히 느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감정 없이 깊이 있게 읽지 않은 독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오랜만에 만난 저자의 그림이 반갑기도 했다. 책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더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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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읽은 책

 

 

19.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20. 제미마 퍼들덕 이야기 - 베아트릭스 포터

 

 

 

 

 

 

 

 

 

 

 

 

 

 

 

21. 안녕 시모키타자와 - 요시모토 바나나

 

 

 

 

 

 

 

 

 

 

 

 

 

 

 

 

22. 샬롯의 거미줄 - E.B. 화이트

 

 

 

 

 

 

 

 

 

 

 

 

 

 

23. 안녕 다정한 사람 - 은희경 외

 

 

 

 

 

 

 

 

 

 

 

 

 

 

24. 퇴계처럼 - 김병일

 

 

 

 

 

 

 

 

 

 

 

 

 

 

 

25. 소설 거절술 - 카밀리앵 루아

 

 

 

 

 

 

 

 

 

 

 

 

 

 

 

26. 토끼의 결혼식 - 가스 윌리엄즈

 

 

 

 

 

 

 

 

 

 

 

 

 

 

27. 바람의 노래를 들어가 - 무라카미 하루키

 

 

 

 

 

 

 

 

 

 

 

 

 

 

 

- 2월에도 역시나 읽고 싶은 책 위주로 느긋하게 독서를 했다. 그러다 보니 1월에 다시 시작했던 도끼옹 전집 읽기가 영 시원찮다. <영원한 남편 외> 다음 책인 <미성년> 상을 읽고 있는데 진도가 안 나간다. 초반에 읽다 어찌나 졸았는지. ㅜㅜ 여튼 출산 전까지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읽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안 읽은 작품들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읽고 두 권을 더 구입했지만 멈춰버린 상태다. 아직 읽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언젠간 또 읽을 날이 있겠지.

 

무엇보다 2월 끝자락의 재발견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었다는 사실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고 그간 가졌던 편견과 오해를 조금 깨고 초기작 위주로 다시 읽으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오늘 중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이 무더기로 올 것 같은데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지! ㅋ

 

3일동안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를 무려 4권이나 읽었다. ㅋ 다음달 리스트에는 온통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작품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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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3 - 플럼 시냇가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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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의 즐거움은 독서이고 단연 『초원의 집』 연작소설로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하루에 한권씩 읽고 리뷰를 쓰면서 마무리하는 일상이 며칠째 이어지다보니 이 소설을 다 읽어버린 뒤에는 무척 허전할 것 같아 걱정이 벌써부터 앞선다. 신기한 것은 책의 내용에 따라 또 나의 기분과 마음가짐에 따라 달리 읽힌다는 점이다. 문학을 읽을 때 그런 감정의 변화가 장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오늘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맞닥뜨린 상황 앞에서 보인 나의 행동에 적이 놀라며, 다시 한번 감정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목도하게 되었다.

 

  오늘은 조금 힘든 하루였다. 아침부터 별일 아닌 일로 남편과 다투었고 화해를 하지 못하고 남편은 잠자리에 든 상태다. 나는 줄곧 책만 읽었지만 무거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은 채 온통 불편한 마음만 삭히고 있었다. 그런 상태다 보니 두 번째 이야기에 비해 훨씬 밝고 따뜻하고 안정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로라네 가족에게 힘든 일이 닥치자 내 마음은 더 무겁게 가라앉아 버렸다.

 

  로라네 가족은 초원의 집을 떠나 미네소타 주까지 이주한다. 그곳에서 타고 온 말과 포장마차와 작은 토굴집과 땅 등을 맞바꾸고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간다. 로라네 가족에게 토굴집은 생전 처음이었지만 초원의 집에서처럼 막연한 불안감은 많이 사그라졌다. 인디언들을 마주해야 할 불안감도 없었고 들짐승들의 출현에 겁먹지 않아도 되었다. 토굴집 근처에는 냇가도 흘렀고 읍내까지도 비교적 가까운 편이었으며 무엇보다 땅이 비옥해 내년 농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로라 아빠는 부지런하고 성실해서 금방 새집을 짓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며 희망찬 미래를 그려나갔다.

 

  무엇보다 로라와 메리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풍요로운 자연과 가족들이 안정되어 가는 느낌이 좋았다. 삭막하지도 않았고 늘 긍정적인 가족애로 어디서든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아빠와 엄마는 서로를 배려했고 아이들에게도 다정다감했다. 그런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로라와 메리, 막내 캐리가 건강하고 착하게 자랄 것임에 늘 안도감이 흘렀다. 한동안은 토굴집에서의 많은 경험담으로 첫 번째 이야기의 따스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로라네 아빠가 통나무집이 아닌 판자로 된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더 깨끗하고 청명한 안락함이 파고들었다. 모든 일은 착착 진행되었다. 아빠는 밀농사를 준비했고 밀을 수확하고 나면 더 풍요로워 질 거라는 기대를 한껏 안고 있었다. 로라와 메리에게도 읍내의 학교에 다니게 되는 큰 변화가 생겼다.

 

  로라와 메리는 학교를 좋아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을 보면서 빈부격차와 다양한 환경의 친구들의 영향을 받게 됨을 알고 잠시 로라네 가족의 현 상태를 잊고 있기도 했다. 로라와 메리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아이들이었음에도 촌뜨기라 놀림 받고 부자 아이의 시샘을 받기도 하는 등 보통 아이들이 겪을 만한 일들도 경험하게 된다. 오래 지속될 것 같았던 그런 평범하고 평화로운 나날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고 로라네 가족에게 고난이 닥친다. 로라의 아빠는 밀을 수확하면 집을 지을 때 외상으로 가져온 자재 값도 치르고 말도 구입하고 이것저것 풍성하게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밀 수확을 앞두고 거대한 메뚜기 때를 만나고 모든 것이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다.

 

  내 마음이 무거웠던 터라 로라네 가족에게 닥친 불행 앞에서 나의 기분은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로라네 가족이 너무 안타까워 지켜보기도 힘들었고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로라네 가족은 언제나 꿋꿋하고 용기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드러났다. 로라네 아빠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멀리 동부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났고 남은 가족들은 그런 아빠를 애틋하게 기다리며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고 있었다. 밀농사를 망쳤지만 다음에는 잘 될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가족들이 하나 되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서 어떤 힘든 일도 견뎌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그런 로라네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그들이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한 것도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고 감사해할 줄 아는 가족을 보면서 얼마나 검소하게 사는지 실감을 못했던 것 같다. 느닷없이 내가 눈물을 흘렸던 곳은 크리스마스에 교회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로라네 가족은 조금 안정이 되면서 교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크리스마스 때 받은 선물들이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보고 그만 눈물이 나버렸다. 그들의 생활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머플러, 숄, 외투, 모피 케이프가 모두 로라네 가족에게 선물로 들어왔다. 그 선물들은 목사님이 동부에 있는 교회 신자들에게 받아온 선물들이었는데 선물을 받고 너무 기뻐하는 로라네 가족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던 것이다.

 

  남편과의 사소한 다툼도 다툼이었지만 요즘 나의 마음은 굉장히 팍팍했다. 풍요롭지 않은 나의 처지에 조금은 기운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마침 오늘 들은 설교말씀이 생각났고 로라네 가족의 소박한 기쁨과 마주하고 보니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내게 주어진 것들이 결코 부족하거나 불행한 것들이 아님에도 감사해 하지 않고 징징대고 있었다. 로라네 가족이 기뻐하는 모습, 낯모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담긴 선물과 마음 씀씀이 앞에서, 그들보다 더 풍요로우면서도 감사하지 못한 나의 강퍅한 마음이 겹쳐져 눈물을 쏟아내자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 남편과의 사소한 다툼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았고, 이 추운 겨울에 어디선가 타인의 도움을 바라고 있을 사람들이 생각났다. 엉뚱하다면 엉뚱할 수 있는 나의 이런 감정의 기울임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데서 오는 안도감도 함께 일었다.

 

  로라네 가족을 보면서 마음 졸이기도 하고 함께 기뻐하며 때론 낙담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는 날이었다. 종종 누군가 왜 그렇게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책이 재밌어서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예기치 않은 내면의 치유와 맞닥뜨리기 때문에 책을 읽는 이유도 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온 사람들을 만나면서 용기를 얻고, 무엇보다 달라진 게 없을지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이 나에게 꼭 그런 날이다. 성실하게 삶을 살아온 로라네 가족의 이야기가 있기에 어느 곳에서 또 다른 치유와 용기를 받을지 모른다. 그런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 반면 내 마음의 평화가 내려와 이 밤이 무척 풍요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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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1-05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엣권도 즐겁게 읽으셨겠지요?
아무쪼록 날마다 즐거운 삶
지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