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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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미치오 작가의 책은 무조건 구입니다! 신문 기사 보고 바로 달려왔어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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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
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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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의 나는 동심을 기억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이가 드는 것일까. 예전에는 동화책을 봐도 감흥이 없고 어떤 느낌을 내 안에 남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종류의 그림책을 좋아한다는 뚜렷한 기호도 없지만 일단 그림책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오히려 좋은 그림책을 만나면 너무나 마음이 설레고 좋아 비슷한 책을 찾아 헤매곤 한다. 그러던 중 레인 스미스 작가의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란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마음이 동요되는 것을 느꼈다. 뭐랄까. 내가 잊고 있었던 혹은 오래 전에 듣고 잊어버렸던 이야기를 만난 기분이었다.

 

  증조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꼬마가 등장한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떠한 에피소드가 있었으며 할머니를 어떻게 만났는지 직접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장은 짤막하지만 그 안에서 지금껏 보내온 세월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 그림이 압권이다. 모든 이야기가 정원에서 펼쳐지는데 할아버지가 닭을 길렀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닭 모양의 나무가 등장하고 좋아하는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여자아이 형상의 나무가 드러난다. 그 모든 것을 상대하고 있는 것은 꼬마다. 꼬마가 마치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성장하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살아온 삶에서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길고 지루하게 늘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짧은 문장과 그림을 통해서 세월의 사이사이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짐작하게 하면서 알려주지 않은 시간들까지 가늠하게 한다. 그리곤 할아버지에게 많은 손주가 생겼고 증손자도 생겼는데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소개하면서 현재의 할아버지 또한 소개한다. 기억력이 좋으셨지만 지금은 종종 깜빡하시는 할아버지를 이야기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할아버지를 드러낸다. 여전히 정원에서 나무를 다듬고 있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 곁에서 이것저것 빈틈을 메워줄 것만 같은 꼬마.

 

  할아버지가 기억력이 약해져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정원이 모든 걸 기억하고 있을 거란다. 할아버지의 정원은 언제든지 할아버지가 살아온 삶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원에서 할아버지와 꼬마는 행복해 보인다. 할아버지의 정원을 보고 꿈꾸듯 자라날 아이가 보인다. 마지막 그림은 아이가 할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나무를 만드는 모습이다. 아이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한, 할아버지의 정원 안에 할아버지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한, 이 이야기는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더 아름답고 궁금증이 가득한 정원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에겐 조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도란도란 옛 이야기를 들으며 컸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웠다. 자칫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러움이 일어 본질을 가릴 뻔 했지만 정원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것이 꼭 증손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고 조금만이라도 귀를 기울인다면 주변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에, 심지어 가까운 가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혼자 태어나고 혼자 자란 것이 아님을 단순하게 일깨워 준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으며 나보다 먼저 살아온 사람들이 어떠한 시간을 거쳐 이 자리에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것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뿌리를 알고 있으면 현재 위치를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는 생각. 아직도 정원에서 발견해야 할, 그리고 발견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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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먹은 대로 살아요 - 思うとおりに步めばいいのよ (2002)
타샤 튜터 지음, 리처드 브라운 사진, 천양희 옮김 / 종이나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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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지겹지 않다.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어도 타샤 할머니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처음 타샤 할머니를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입소문이 너무 좋아 타샤 할머니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괜히 실망할까봐 조심스럽게 접근했었다. 나의 염려와는 달리 첫 책을 읽고 타샤 할머니에게 단박에 반해버렸다. 그렇게 책을 찾아 읽다 보니 출간 소식을 기다려야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어느새 타샤 할머니 책이 모두 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더 이상 만날 수 있는 책이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서글프던지. 그래서 중복된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타샤 할머니 책이라면 무조건 모으고 읽게 된다.

 

  타샤 할머니 책을 이미 읽은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내용과 사진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타샤 할머니의 삶을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낸 사진작가 리처드 W. 브라운의 사진과 타샤 할머니의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타샤 할머니에게 빠져 있을 때 이 책을 알고 있긴 했지만 중복된 내용일거라 생각하고 구입하지 않았다. 그러다 내게 없는 타샤 할머니 책을 구입하다보니 이 책만 쏙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다. 너무 익숙하고 친숙해서인지 금세 읽어버리고 말았지만 나에게 또 다시 머무는 이 평안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타샤 할머니는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평범함이 발산하는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음을 또 한번 느낀다.

 

  굳이 책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익숙한 사진들이다. 그럼에도 타샤 할머니의 책을 읽을 때마다 감격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책은 반복해서 읽어도 늘 새롭고 재밌다는데 타샤 할머니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딱 그런 기분이다. 곱씹어도 물리지 않고 더 친근하고 안락함이 전해져 오는 이 느낌. 타샤 할머니의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지나온 삶이 남겨진 독자들에게 주는 감동이다. 분명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이렇게 다른 책으로 다시 만나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타샤 할머니가 전해주는 울림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껏 자연과 함께 살아오면서 느낀 소소한 발견, 깨달음이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샤 할머니가 좋아하는 책 구절을 말할 때도 이미 그대로 살아와서인지 깊은 신뢰가 간다. '꿈을 향해 자신있게 나아가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인생의 목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어느새 성공은 당신 손 안에 있을 것이다.' 만약 인생철학이 있다면 미국의 사상가 소로우가 한 이 말이 가장 어울릴 듯 싶다고 말하는 타샤 할머니. 오랜 세월을 '어울릴 듯'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삶의 궤적을 좇기만 해도 이미 이루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어찌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는가. 동기부여까지 아니더라도 타샤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들만 보고 있어도 현재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가장 늦게 내게 왔지만 초기에 출간된 책이어서 그런지 어휘가 조금 어색한 부분이 몇 군데 보였다. 나름 타샤 할머니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색함과 대조적으로 풋풋함이 보이기도 했다. 타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출간된 책이어서 연보에 타샤 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신다. 그러나 그깟 연보가 뭐가 그리 중요하랴. 오래전부터 타샤 할머니는 내 마음속에 늘 함께 있는 걸! 마음이 허할 때, 뭔가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타샤 할머니의 책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힘이 난다. 금요일 저녁, 망망대해 같이 느껴지던 스탠드 불빛 아래서 그렇게 타샤 할머니와 다시 만난 시간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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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연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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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내려가는 고향집.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읽을 책들을 신중하게 골라왔다. 왕복 10시간 정도를 계산하고 책을 여러 권 들고 왔는데 실컷 책을 읽겠다는 포부는 사라진 채 목이 아프도록 잠만 잤다. 머리가 띵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꺼낸 책은 의외로 달게 읽혔다. 배고픔도, 너무 뜨거운 히터 바람도, 눈치 없는 아이의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순식간에 읽어 버렸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읽기에 무척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책 속의 예쁜 찻잔을 보자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 몸부림이 쳐졌지만 내 코끝에 진한 커피향이 남아 있는 듯 해 괜히 내 주변을 킁킁거렸다.

 

  『잔』이란 책은 나에게 굉장히 신선했다. 시럽이 잔뜩 들어간 커피만 먹는 극적인 나의 취향을 비웃듯이 예쁜 찻잔의 향연은 눈을 현혹시켰다. 잔이라곤 여기저기서 받은 머그컵이 전부라 특별히 찻잔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찻잔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특히 받침대까지 있는 찻잔은 뭔가 나에게 오글거리는 느낌이었다. 커피는 잠을 쫓거나 배고픔을 달래거나 깊은 밤의 정적과 고요함을 이기지 못해 마시는 음료로 전부였다. 커피의 텁텁한 맛이 싫을 때면 종종 다기를 꺼내 잎 녹차를 우려 마시는 정도다. 그래서 예쁜 잔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거나 나름대로의 찻잔을 고를 취향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 책에서 다양한 찻잔의 향연만 논했다면 읽는 데에 치중하다 덮어버렸을 것이다. 글보다 찻잔의 일러스트와 사진이 더 많은 책을 보면서 '잔'에는 참 다양한 생각이 담겨있다는, 혹은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잔'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함께 했던 추억,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다양할지 몰라도 평범하지만 자잘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일상처럼 수많은 잔속에 그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잔에 대한 애정, 잔에 얽힌 이야기, 특별하고 평범한 잔들의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잘 얽혀 있었다. '잔'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카페 '제리코'가 있었다.

 

  '자신을 '백마담'이라고 불러 달라는 여사장의 도도한 매력과 짙고 신 그 커피맛에 반해' 거의 매일 살다시피 한 카페 제리코. 그곳에서 다양한 잔들만큼이나 다양하고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감 있게 흘러나왔다. 카페 이름과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자가 잠시 머물렀던 외국 카페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커피맛과 사람들에 반해 드나들게 된 그곳은 내 주변에 그런 카페가 없다는 것이 질투 날 정도로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곳을 드나든 사람들이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 사이의 애정이 더 돋보였다. 잔과 커피의 향연만이 아닌 인간미가 묻어나는 그곳.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드나들지만 좀 멀리 사는 친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곳. 결국 그 카페가 사라져 버린 것이 너무너무 아쉬웠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도 카페 제리코는 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잔에 대한 애정이 생겨났다. 알지 못해서건 관심이 없어서건 잘 알지 못하던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이 또 있을까. 일례로 예쁜 잔을 봐도 그냥 눈대중으로 보고 지나치던 잔들을 굉장히 애정 어린 눈으로 살피다 조심히 바닥을 뒤집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컵 바닥의 스탬프를 통해 컵의 브랜드 생산연도, 제품 생산 번호 등을 알 수 있다는데 자세히 모르면서도 아는 척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것이 무엇이건 잠시나마 삶을 벗어던질 수 있다면 일탈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보다 큰 위로가 있을까.'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본 듯 소소하지만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졌던 이 책을 통해 잠시 일탈을 한 기분이 든다. 그 일탈은 위험한 짜릿함이 아니라 현재를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쉼으로 느껴졌다.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애정을 드러내고 타인에게도 권할 수 있다는 것. 진정성을 담아 전달할 때 마음을 열지 않은 사람에게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예쁜 잔을 하나 사고 싶다는 열망이 인다. 평소의 나라면 상상할 수 없는 꽃무늬가 잔뜩 있는 호리호리한 잔이면 더 좋겠다. 새로 생긴 이야기를 그 잔에 담다보면 나에게도 다양한 잔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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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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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지나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이 가득 차 있는 집. 굳이 애서가들이 아니더라도 푸근한 느낌 때문에 한번쯤은 꿈꿔볼만한 집. 나 역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집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집을 절대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낭패감이 밀려왔다. 이 책의 의도대로 책이 인테리어의 한 영역이거나 전부인 집을 보여주는 데는 충실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이런 집을 구경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그 사실이 못 견디게 좌절감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다.


 


  거실, 서재, 작업실, 부엌, 식당, 침실 등등 집안의 구석구석에 책과 함께하는 공간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지만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친근함, 안락함, 소박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으로만' 인테리어를 하는 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간, 다른 가구, 액세서리 등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책도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장식으로서의 책'을 여실히 보여주었지만 대부분 디자이너들의 집이라던가 유명인의 서재를 보여주면서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정제됨이 끝내 무너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혹여나 이 책처럼 비슷하게 꾸며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펼쳐들었다면 금세 포기하게 될 것이다. 반면 이런 집도 있다는 사실을 즐기려는 목적이라면 눈이 호강할 것이다. 내가 생각한 책 인테리어의 방향에서 벗어나 절망감만 들었지만 오히려 나의 투박하고 소박한 서재가 더 정겹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여건이 되어서 이런 집을 꾸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장식으로서의 집보다 책과 함께 24시간 함께할 수 있는 포근한 집이 더 좋다. 너저분하더라도 딱 봐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 한 컷의 사진이 없어 아쉬웠다. 


 


  다양한 책에 관한 글이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상상했던 공간이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인데 왜 현실을 보면 더 암담해졌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도 저렇게 꾸미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약이 올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도 똑같이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나마 분위기를 내고 싶은 거실이 있어 가구점을 찾아가보려고 한다. 비슷한 가구를 구해와도 한정된 공간 때문에 답답해질지 모르지만 나만의 안락한 서재를 꾸미기로 다짐했다. 내 취향에 맞게 책과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준 책 같아 다시 한번 내 서재를 둘러보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실현가능성 없음에 너무 좌절하지 않으려고 한다. 간절히 소망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현실에 부딪혀 소망을 접지만 앞으로 내게 주어질 시간 속까지 소망을 접은 것은 아니다. 언젠간, 내게도 그런 시간이 올 것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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