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컬 매스 - 1퍼센트 남겨두고 멈춘 그대에게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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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봄만 되면 병든 닭처럼 시들시들 해지고 의욕이 사라진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나의 생활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이것저것 계획해 보아도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에 여전히 집에서만 뒹굴 거릴 뿐이다. 차라리 이럴 거면 힘을 불어넣는 책이나 읽자 싶어 꺼낸 책이 앵커 백지연의 『크리티컬 매스』였다. 제목이 낯설었지만 '1퍼센트 남겨두고 멈춘 그대에게'란 문구가 계속 나를 끌어당겼다. 1퍼센트를 남겨뒀다니? 내가 그랬을까? 무엇을? 조금씩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남들은 모두 뛰어가는 것 같은데 나만 걷고 있는 것 같아서, 혹은 나만 주저앉아 있는 것 같아서 두려울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 정말 두려운 것은 내가 도대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5쪽)

 

  책장을 열자마자 프롤로그에서, 그것도 첫 문장이 나를 멈칫하게 만든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고, 자신이 무기력한 상태라면 이 문장이 가슴에 콕 박혀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문장을 보고 바로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보기 싫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자신과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망간다고 해서 더이상 갈 곳도 없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내가 놓쳐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무언가에 끌리듯,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고 이렇게 읽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자리에서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봉착하고 있는 문제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를 지나왔다면 이제는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는가' 일지도 모르겠다. 조정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던 "자기가 노력한 게 스스로를 감동하게 만들 정도가 되어야 그게 정말로 노력하는 것이라고."란 문장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를 감동시키기는커녕 스스로 느끼기에도 노력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는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고, 또 무엇보다 이해하는 것과 삶에 '적용하는 것'은 다르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의 문제점은 늘 그래왔듯이 적용이 부족했으며 순간의 감정을 늘 망각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바빴다는 사실을 깨달아갔다.

 

  저자는 물리학에서 나온 개념인 임계질량의 크리티컬 매스를 우리의 삶에 적용하고 있었다. 크리티컬 매스가 15도라면 15도에 이르러야만 폭발할 수 있는데, 우리는 14도에서 포기해버리거나 그 이하의 온도에서 스스로를 자학하며 밀어내 버린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에겐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서두르면서 답이 없다고, 답을 모르겠노라고 스스로를 들볶지' 말았어야 하는 순간에도 빠른 결과물이 드러나길 바랐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할 때까지 노력하거나, 아예 뛰어넘어 버린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특출난 능력보다도 끊임없는 노력 때문에 현재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물론 타고난 능력이 있으면 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들지는 모르나, 그 기간이 오래간다는 보장은 없다.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삶의 목표가 확실해야, 확실하지 않더라도 부딪히고 시도해 봐야 내가 가고자 하는 크리티컬 매스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내 자신을 구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 동안 내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관대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설렁설렁하게 살고 있는가도.

 

  어쩌면 이 책이 우리에게 명확한 방법을 제시해 주지 않았다고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이 적혀 있더라도 내가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그것 또한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다. 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할 순간이 코앞이어도 자신에게 관대하며,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크리티컬 매스의 순간이 멀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크리티컬 매스로 향하려 하는가. 성공? 명예? 타인의 시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똑같은 이유가 아니라 자기만의 이유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만족일 수도 있고, 소소한 행복이나 반대로 타인을 위해서 크리티컬 매스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도전하는 것. 그것도 하나의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사이 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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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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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렇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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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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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너무 재밌게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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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 무지개 나라 아프리카를 꿈꾸다 문학동네 세계 인물 그림책 7
알랭 세르 지음, 자위 그림, 정지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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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넬슨 만델라란 인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솔직히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했다. 좀 더 관심이 있었다면 평전을 이미 들춰봤겠지만 아직 그럴만한 기회를 갖지 못해 나에게 불쑥 다가온 이 책을 스스럼없이 펼쳐들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아!'하고 감탄사를 터트릴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이 그림책이 충분히 각인될 거란 생각과 함께.
 

  나를 먼저 사로잡은 것은 그림이었다. 책 표지가 노란색 배경을 하고 있어 유난히 눈에 띈다 싶었는데, 글과 함께 실린 그림들이 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림책을 볼 때 그린이는 거의 잘 보지 않는데, 책을 읽다 말고 뒷장을 펼쳐 그린이 소개를 볼 정도로 무척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40년 동안 어린이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던 그는 아프리카란 땅을, 남아공의 처절한 흑인들의 삶을, 그리고 넬슨 만델라의 일생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에 만든 남아공 국기의 의미처럼 '다양한 주민, 역사, 풍부한 천연자원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은 그림이었다. 글 속의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표정과 색감만으로도 감정과 상황들을 온전히 읽어낼 수 있는 강렬한 그림들이었다.

 

  넬슨 만델라의 어린 시절부터 길고 긴 투옥생활을 끝내고 석방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내가 읽어도 유익할 정도로 알찼다. 그림책을 정독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한데 읽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나에겐 특별한 책이 되어갔다. 초원에서 양떼를 돌보던 롤리랄라라는 영특한 소년이 교육을 받고, 자유를 위해 고향을 떠나고, 도시에서 본 흑인들의 비참한 삶을 지켜보는 과정까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듯 했다. 그러다 1960년,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 격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던 시위대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그는 분노한다. 오래전부터 흑인들의 권익과 자유를 위해 싸워왔던 터라 그때 벌어진 폭력에 대해서는 훨씬 더 비난하고 증오하며 맞서 싸웠다.

 

  하지만 자신의 비폭력인 싸움을 모두에게 납득시키긴 힘들었고, 한 사건으로 인해 그는 수배자 신세가 되어 숨어 지내게 된다. 그러다 1962년 그는 체포되어 5년 형을 선고받지만, 판결과 흑인들의 투쟁을 막으려는 세력에 불만을 품고 일어난 테러 행위에 대한 비난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게 된다. 그가 46세 때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27년의 긴 감옥생활이 시작된다.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은, 끈기 있고 힘들지만 감옥 밖의 흑인들에게 힘이 되는 그의 감옥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힘든 노동도, 가족과의 이별도, 수없는 억압과 제약도 모두 이겨냈다. 단순하게 감옥 안에서의 생활만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끊임없이 남아공의 운명과 인권을 향해 싸웠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해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며 그 길고도 힘든 세월을 견뎌낸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변화를 느끼면서도 여전히 그는 자유롭지 못했다. 가로세로 3미터, 여섯 개의 창살, 깔개 하나, 담요 세 개가 있는 좁은 공간에서 그는 자유를 갈망했고, 인종 차별이 사라지길 원했다. 그 긴 세월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넬슨 만델라의 감옥 생활을 알 수 있도록 정리하고 그 시간을 글로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자주 들 정도로 이 책은 나에게 온전히 한 사람의 인생을 들려주었다.

 

  그가 1만 번의 낮과 1만 번의 밤을 감옥에서 보내고 석방되었을 때 눈물이 맺혔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기구할 수 있다는 것보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이 살아낸 삶으로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뭉클했다. 그는 남아공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증오도 복수심도 없이'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여전히 남아공에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자유를 향한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27년간 그를 가둔 장벽 안에서 그는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의 삶만으로 오롯이 증명된다.

 

  그가 아직 나와 함께 숨 쉬며 살아있다는 사실이 감격으로 다가온다.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바쁘다고 버둥대는 하잘것없는 내 삶과 그를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지를 이런 인물들로 인해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어진다. 넬슨 만델라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그림책을 펼쳐 들었던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도 역시나 고마움을 느낀다. 힘들다고,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고 싶었던 순간들마다 넬슨 만델라를 떠올리려 한다. 27년 동안 감옥에 갇혔던 그의 삶보다 어려운 내 삶이 더 평안하다고 감사하려 한다.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희망과 인내, 공동의 자유를 향한 노력은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숨 쉬고 살아가는 것도 그의 노력 때문일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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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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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외국인 친구에게 메신저로 더듬더듬 말을 건넨다. 월요병이 있어 주말이 좋다고. 이 말에는 외국인이라도 공감하는가보다. '하하' 웃어주는 친구를 뒤로하고, 정말 가끔은 그냥 내 맘대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 앞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 할 수 있다면! 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내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바틀비씨는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요즘 말로 '용자'라고 하는데, 그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사람이다.
 

  허먼 멜빌의 유명한 단편에다 보르헤스가 적극 추천을 한 사실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때 밀려오던 감정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기이한 이야기지만 쓸쓸하고 고독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틀비씨가 못 견디게 안타까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올 정도였다. 분명 내가 바틀비씨의 이야기를 전해줄 화자인 변호사라고 해도 바틀비씨가 용납이 안 됐을 것 같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짜증도 나고 화가 나다 그가 쓸쓸하게 감옥에서 죽어갔다는 것에 한탄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가 바틀비씨를 온전히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물음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화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혹은 일했던 필경사들 중에서 바틀비 만이 전기를 쓸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내 두 눈으로 본 것, 그것만이 내가 그에 관해 아는 전부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바틀비는 독특함을 넘어 삶을 통틀어 만날 수 없는 사람의 축에 들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는 독보적인 강렬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오전 오후로 번갈아가며 일을 산만하게 처리하는 직원보다 성실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바틀비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는 단 사흘 만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도통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자잘한 심부름도, 일에 관한 것도 모두 안하겠다니. 화자도 처음엔 바틀비씨를 이러 저리 신경 써 주었지만 점점 모든 것을 거부만 하는 바틀비씨를 참아줄 인내는 금방 바닥나고 말았다.

 

  결국 바틀비씨를 두고 이사를 가야 할 지경으로 그의 태도는 심각해졌다. 필사까지 거부하자 해고를 했음에도 한 발짝도 떠나지 않는 바틀비씨를 어느 누가 용납하고 이해하겠는가. 이상하다 못해 무서워지기까지 한 바틀비씨를 피해 이사를 했을 때는 그쯤에서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건물에서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불가해한 타자' 일 뿐인 바틀비씨로 인해 한바탕 사건이 터지고 만다.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는지 알고 싶었으나 그는 감옥에 끌려가면서도 어떠한 말로도 자신을 옹호하지 않음은 물론 피해만 주는 '불가해한 타자'란 인식만 깊이 심어 줄 뿐이었다.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를 몰아붙이면 잘못을 뉘우치거나 정신을 차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예상을 깨고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음식도 거부한 채 어떠한 말도 없이 그렇게 쓸쓸하게 죽어갔다. 화자는 그가 죽은 뒤 몇 달이지나 진실인지 아닌지 들리는 소문을 얘기하며 의미심장하게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바틀비와 인류를 동시에 놓고 한탄할 정도로 그의 죽음과 삶은 베일에 싸여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바틀비씨 같은 사람을 철저히 외면한 적이 있다고, '안 하는 편을 선택'하고 싶어도 당연한 듯이 하는 편을 선택하며 살았다고, 현재도 바틀비씨 같은 안타까운 삶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나를 향해 외쳐대는 것 같다.

 

  그래서 바틀비씨의 죽음이,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삶이 쓸쓸하다 못해 살을 후벼 파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분명 감당할 수 없음에도 단칼에 잘라버릴 수도 없다는 사실이 착잡하게 다가온다. '필경사 바틀비'의 삶은 그냥 잊어버릴 수도 없는, 지나칠 수도 없는 무언가 걸림돌이 되는 이야기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걸림돌인지는 우리 스스로가 느꼈던 불편함으로 연결해 보면 될 것이다. 그런 불편한 감정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바틀비씨가 아닌 자신을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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