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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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초역이라고 하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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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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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만 해도 나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또 한살을 먹었다는 두려움, 이별, 여전히 찾을 수 없는 내 앞길에 대한 막막함으로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에겐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스스로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길이 나를 찾아와 주길 마냥 기다렸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하면 너무 빤한 결말일까? 마법사 앞에 나타난 브리다, 혹은 브리다 앞에 나타난 마법사처럼 나는 새로운 길을 향해 용기 있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금껏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몰랐다.

 

  "일단 길을 발견하게 되면 두려워해선 안 되네. 실수를 감당할 용기도 필요해. 실망과 패배감, 좌절은 신께서 길을 드러내 보이는 데 사용하는 도구일세."

 

  대뜸 "마법을 배우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브리다를 받아들이며 마법사가 그녀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여전히 희망 없이 무작정 새로운 길을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다면, 마법사의 말이 와 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길을 찾아야 두려움을 감추건 드러내건 하지 않겠냐고 타박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 딛고 있던 내게 마법사의 말은 브리다에게 만큼이나 내게도 강렬하게 전해져 왔다. 새로운 길에 들어섰을 때 순식간에 두려움과 떨림에 점령당해 버렸다. 하지만 그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던 일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 어느새 실수할까 전전긍긍하고, 좌절할까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이 단박에 드러나  버린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갓 스무 살이 된 브리다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 나와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다는 마법을 배우려 마법사를 찾고, 태양 전승, 달 전승 등을 배우지만 그것을 행위로만 단정 지을 수 없다. 브리다는 그 과정에서 사랑, 자아, 꿈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 그녀를 보자마자 자신의 반쪽이라고 느끼는 마법사나 그녀를 가르치는 위카는 내 주변에서 끊임없이 용기를 주었던 지인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브리다가 적극적으로 나온 반면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이렇게 늦은 나이에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고 해도, 브리다와 내가 맛본 만족감은 비슷하리라. 브리다는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고, 자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 미지의 세계로 열정적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모두 보여주었다. 그런 브리다를 바라보며 나에게도 무한한 세계가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가다보면 어느 한 순간, 우리 모두는 자신의 소울메이트와 만나고 그를 알아보지."

 

  마법사는 브리다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이 그토록 기다려온 소울메이트라는 것을 알아챈다. 브리다는 마법사의 가르침을 통해 현재의 남자친구가 소울메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사랑에 감수해야 할 위험이란 없어.' 라고 말하는 마법사를 보면서 '둘 이상의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도 있다는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마법사와 위카가 그럴 뻔 했고, 브리다는 그런 위험을 눈치 채지 못했지만 '사랑이 자유라는 것을 언제나 기억할게.'라고 말하는 또 다른 소울메이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깨달음을 얻었을 땐 마법사와 위카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은 뒤였다. 위카에게 일주일에 세 번 타로카드를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바라보라는 과제를 받고 혼란스러워하며 '왜 카드로 미래를 읽으면 안 되는 거죠?' 라고 묻자 '오직 현재만이 우리 삶에 힘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브리다의 배움의 과정을 엿보면서 위카의 그런 대답은 혼란을 더 야기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현재만이 삶에 힘을 미칠 수 있다고 했지만 브리다가 배우고 느끼는 것들은 현재의 모습에서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배움을 통해 '지금 포기하면, 살면서 선택을 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때론 더 모호하고 불투명해지는 것들의 등장이 잦았으나, 그녀가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을 바꾼다는 건, 내면에 존재하는 것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지."

 

  브리다는 자신에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통해 '겉보기에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일련의 수련들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들이 어떠한 것들인지 깨닫기 위해 도전을 했고 용기를 냈으며, 내면에 느껴지는 것들을 표출해냈다. 그것만으로도 이제 막 성인이 된 브리다의 내면에도 충만함이 가득했다. 혼란스럽고 방황할 수도 있는 20대, 자신과 대면하기 싫어 혹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작은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브리다의 과정이 맞지 않는다면 그녀가 찾아내고 깨달은 것들을 보고, 그녀가 만들어낸 결말이 모호하다면 자신은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내 길인지, 옳게 가고 있는 건지, 타인의 뒷등을 보며 가는 건 아닌지 고민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시간이 좀 걸리는 것뿐이지 자신의 때라는 것이 오지 않을 때가 없다는 것을 브리다가 성숙해진 모습을 보며,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며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는 자는 자신뿐이다. 물론 다른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내 삶의 주체는 바로 나다. 그렇기에 용기를 가지고 한걸음씩 내 디뎌 보길 바란다. 조금 더딜 뿐 내가 가는 길이 허튼 길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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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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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에 관심갖게 만들었다. 생존자,1명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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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정원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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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가 와도 스팸이 대부분인 핸드폰으로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타샤 할머니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바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책을 주문하고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초조한 마음으로 배송을 기다리게 되었다. 책이 도착하자 타샤 할머니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겉표지를 보면서 무척 설렜다. 오랜만에 만난 책이라서 그런지 책을 펼쳐들고 조금 읽다, 너무 아까워서 다시 덮었다. 이 책은 타샤 할머니의 그림과 함께 짧은 경구가 실려 있는 책이었다. 타샤 할머니는 '이 책은 이야기 책이 아니다. 특별한 시작이나 끝도 없고 달리 전하고픈 메시지도 없다. 그저 과거와 현재의 추억에서 건져 올린 기쁨의 말만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그림과 잘 어우러진 경구가 마음에 와 닿을 때가 많았다.

 

  타샤 할머니는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 많은 그림을 그리고, 자신만의 삶을 추구해 간 듯해도 많은 인물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셨던 타샤 할머니는 종종 그런 작가들을 언급하셨는데, 이 책에 실린 경구들이 그런 흔적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다 그냥 좋아서 무작위로 뽑아낸 글귀가 아닌 타샤 할머니의 삶을 녹여낸 듯 한 글귀들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간다면, 꿈꾸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꿈은 기대하지 않은 순간 일상이 된다."

헨리 데이빗 소로, <월든>

 

  이 글귀만 보더라도 타샤 할머니의 삶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타샤 할머니는 홀로 네 아이를 키우면서 보통 사람이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하면서 동화 작가로,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로, 주부로, 고전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타샤 할머니는 그런 조건에서 꿈을 향해 나아갔고, 그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그런 할머니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교감이 되었다. 그런 만큼 <타샤의 그림 정원>이란 작은 책을 통해 타샤 할머니의 응축된 삶과 타인의 지혜 속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문구도 문구지만, 타샤 할머니의 책에서는 그림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이제 그림을 보면 단박에 타샤 할머니의 그림이란 걸 알아차릴 수 있는데, 아기자기한 그림과 잘 어우러진 글귀들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다소곳한 소녀가 들판에 앉아 있는 그림 옆에는 "나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외따로 떨어진 섬처럼 끝없는 후회와 은밀한 행복을 주는 곳이 있다고."란 글귀가 있는데 그림과 무척 잘 어우러진다. 그 소녀가 은밀한 행복을 느끼며 앉아있는 느낌이 들어, 보고 있는 사람마저 그 행복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의 그림들은 배경은 다르지만 자연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겪을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타샤 할머니의 손을 거쳐 펼쳐지는 그림은 몽환적이고 꿈꾸는 듯 한 느낌이 들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곤 했다. 현재의 나를 잊고 한 없이 맑아지고 깨끗해지는 기분. 또한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찾아낸 귀한 보배 같은 글들을 볼 때면 좀 더 먼 나의 미래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된다. 조금은 두렵고 겁이 나는 미래일지라도,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충고와 깨달음을 통해 조심스레 한 발짝씩 내디딜 수 있다고나 할까. 타샤 할머니의 삶과 그림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독자에게 전해 주고 있었다.

 

  이렇게 타샤 할머니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어서인지, 아직도 타샤 할머니가 버몬트 주의 코기빌에서 분주하게 몸을 놀리며 정원을 가꾸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일곤 한다. 비록 우리 곁에 없을지라도 타샤 할머니의 흔적을 이렇게나마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타샤 할머니의 모든 흔적을 섭렵해도 채워지지 않을 만족감일지라도 꾸준히 동행하며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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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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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작가가 2010년 노벨문학상을 받고 나서야 어떤 작품의 저자가 아닌 오롯한 이름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는 오래전부터 찜하고 있던 책이라서 그의 수상 소식이 마냥 신기했다. 김영하님의 책 속에서 언급되었던 책이라 오랫동안 궁금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먼저 읽게 된 데는 입소문 덕분이었다. 간략한 줄거리를 알고 나서 우울할거라 단정 지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재미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을 읽으며 '판탈레온'이란 인물의 진지함과 저자의 능글맞은 유도에 깔깔대며 읽었다. 나의 웃음은 저자가 깔아놓은 블랙유머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절대 '판탈레온'을 미워할 수도, 저자를 비방할 수도 없는 문학적 해소의 웃음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얼마 전 직속상관이 불법적인 일을 시키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단칼에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는데, 만약 현실이 된다면 그럴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지는 것이 딱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의 상황과 맞물렸다.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는 '천부적인 조직력, 정확하고 엄밀한 질서 의식, 행정 능력'을 인정받아 장군으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바로 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을 이끌어가는 임무였다. 아마존 밀림의 고립된 부대에서 병사들이 인근 마을의 여자들을 겁탈하면서 성욕을 풀어내고 있어 항의가 빗발치고 있었다. 군 당국은 비밀리에 창녀들을 고용해 군사들의 성욕을 풀어주라는 임무를 판탈레온 대위에게 맡긴다. 판탈레온 대위는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하지만 결국 그 임무를 맡고 부인과 어머니를 데리고 그곳으로 떠난다.

 

  판탈레온 대위는 이 임무에 대해 가족에게 비밀로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래서 군인이 아닌 사업가 행세를 하며 군부대에 창녀들을 고용하는데, 후일에는 가족을 제외한 인근 주민들은 그가 하는 사업의 내용을 모두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것이 일급비밀인 척 진지하게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그 진지함이 웃음을 유발한다. 먼저는 너무나 상세하고 장황한 보고서가 그가 이 임무를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특별봉사대(창녀들)를 이용 가능자 수(8,726명) 개인당 월평균 희망 횟수(12회), 개인당 평균 소요 시간(30분)까지 상세히 적고 있다. 그리고 몇 명의 창녀들이 몇 명의 군인의 성욕을 풀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치가 계산되어 있다. 창녀들 고용에 힘을 써줄 인물들에 대한 노골적인 별명 기재도, 여성의 생리기간을 계산하지 못해 수정한 특별봉사대의 필요인원(2,271명)까지 진지하게 쓰고 있으니 어찌 그의 임무를 우습게 볼 수 있겠는가.

 

  거기다 보고서의 말미에는 능청스럽게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길.' 이란 문장을 꼭 남겨 놓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의 보고서를 보고 있노라면 진지함과 성실함,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이 늘 가상하게 느껴진다. 또한 군인들의 성욕이 아마존 지역의 분홍돌고래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직접 자신이 음식을 섭취하고 부인에게 실험까지 한다. 자신의 아내를 '숙녀'라 지칭하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노라고 보고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특별봉사대의 성격을 잊고 그의 임무 방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드디어 첫번째 특별봉사대가 초소에 들어오지만, 특별봉사대에 만족한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고자 인원을 증원하는 일까지 벌이게 된다. 그야말로 판탈레온은 '수국초특'의 임무를 성공시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었다.

 

  말도 안되는 이런 계획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인근에 소문이 퍼진다. 판탈레온이 특별봉사대를 이끌고 있으며,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여자들이 얼마나 애쓰는지 까지 나오는데 정작 판탈레온 대위와 그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아내는 편지로  여동생에게 그곳의 생활을 능글맞게(이 부분에서는 부부가 무척 닮은 것 같다.) 써가고, 판탈레온 대위는 특별봉사대를 이끄는 인물들의 말투까지 흉내 내며 유대감을 형성해 간다. 한편 자기 아내와 딸들을 덮친다고 난리치던 사람들은 매력적인 창녀들이 초소를 드나드는 것을 보고 자기들이 덮칠 여자가 없다고 항의를 해 온다. 인근 부대에서도 특별봉사대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제안이 오고 그야말로 판탈레온 대위는 이 임무를 너무 잘 수행해서 예기치 않은 잡음을 만들어 내는 인물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특별봉사대의 대원이 장교와 결혼해서 발각돼 일자리를 잃게 되자 다시 고용해 달라는 길고 긴 편지를 판탈레온 대위의 아내인 포치타에게 보내고 만다. 그 편지로 인해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된 포치타는 경악을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판탈레온 대위는 특별봉사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명 '미스 브라질'을 애인으로 삼고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포치타는 어린 딸을 데리고 판탈레온 대위 곁을 떠나고, 판탈레온의 삶은 그야말로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만다. 누구보다도 능력 있고 성실하던 그였는데, 이 특별한 임무 때문에 가정을 잃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거기다 '미스 브라질'이 불만을 품은 이키토스 주민들에게 살해되자 그녀가 훌륭한 임무를 잘 수행했다며 장교복을 입고 그녀의 장례식을 화려하게 치러주는 것도 모자라 송덕문까지 읽는다. 그 장례식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임무를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이런 모든 사실을 군 당국에서도 알게 되고 그는 직업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다.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특별봉사대를 해체하고 판탈레온 대위를 제대시키려 한다. 하지만 판탈레온 대위는 끝까지 군에 남기를 원했고, 강등된 채 티티카카 호수에서의 수비대의 하루를 맞는 것으로 끝이 난다. 소설이 정점에 달할수록 그의 운명과 포치타와의 관계가 무척 궁금했는데 소설의 시작처럼 소설의 끝에서도 그를 깨우는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 어찌되었든 그의 곁에 아내가 있다는 사실, 그가 군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안심이 되긴 했으나 이 능글맞은 소설을 마냥 재미난다고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옮긴이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유머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는 정치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그것을 일일이 캐낼 필요가 없는 것은 소설의 많은 사건들과 그에 따른 결과가 그 의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재미나게 읽히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문제점과 난관 속에서도 시종일관 진지한 판탈레온 대위가 소설의 중심에 있듯이 한 동안 그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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