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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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문학에 협소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름을 들어봄직한 작가의 신간은 마냥 반갑기만 하다. 아직 저자의 작품을 한 권도 만나지 못했더라도, 신간이 나왔다고 하면 읽고 싶은 욕망이 인다. 오래 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이기호의 소설이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음에도 여태껏 못 만나고 있다가 신간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기존 작품을 읽지 않아 어떠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는 없더라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저자에 대한 소문은 궁금증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책은 그야말로 너무도 순식간에 읽어 버릴 정도의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새 책장을 덮고 있는 내가 낯설 정도로 눈의 피로를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읽힘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뒤에 내 안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건져 오르는 것이 없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며 풀어나가야 할지 그것도 고민되었지만, 내게 와닿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계속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줄거리를 캐내는 것도, 이런 부분이 맘에 들고, 저런 부분이 맘에 들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조차 힘겨웠다. 내가 책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간 시간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과연 나는 책 속의 인물들을 제대로 만나기나 한 것일까?

 

  이 책에는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나'란 인물과 시설에서 만난 '시봉'이다. 그들이 만난 시설이란 곳이 정상적인 사람들이 드나들고, 쾌적한 환경이라고 볼 수 없기에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하지 않았다. 복지사들에게 얻어터지고, 약을 먹지 않을 땐 어질어질 하고, 포장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은 '시설의 기둥들'이란 이름으로 그곳에서 풀려나게 된다. 포장하며 써 넣은 글 덕분에 경찰들이 들이닥쳤고, 갈 곳이 없어진 '나'는 시봉의 집으로 향한다. 시봉의 집엔 그의 여동생과 동거중인 '뿔테안경'이 있었다. 그곳의 분위기도 유쾌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동네 구경을 하며 소일거리를 삼던 그들은 '환자'였고 무언가 좀 많이 부족해 보이는 시설의 기둥들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이 일거리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시설에서의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 시설의 반장 역할을 맡은 '나'가 자신 있었던 것은 복지사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사과를 대신 해주는 것이었다. 그것도 없는 죄까지 만들어가며, 일일이 보고를 하고, 얻어터지는 일상을 보내다 보니 그것이 새로운 일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 일로 인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것은 뿔테안경이었다. 하지만 남이 대신 해주는 사과로 돈벌이가 될 리도 없었고, 사과의 원인이라는 것도 어이가 없는 것들뿐이었다. '나'와 시봉이 첫 고객으로 삼은 것은 동네의 과일가게 주인과 정육점 주인이었다. 무척 친한 사이인 그들을 닦달하다 사이를 더 갈라놓고 말았다. 뿔테안경이 전단지를 만들어 고객을 확보하려 했고, 정식적인 첫 고객은 절름발이 아이가 태어나자 부인과 아이를 떠난 중년 남자였다. 그 남자가 그들에게 부탁한 사과를 부인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다 '뿔테안경'이 어이없는 사과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거기다 '나'는 시봉에게 '죄'를 지은 채, 복지사들에게서 혼자만 도망쳤고, 시봉의 여동생을 향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는 시도에서 책은 끝이 난다.

 

  그 모든 이야기는 현실에서의 그들, 시설생활 가운데서의 그들, 그리고 사과를 위해 만난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 일어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말하는 '죄'의 이유를 듣다보면 얼핏 그럴듯해 보여 혹시 나도 새로운 죄를 짓고 사는 건 아닌지 의아할 정도였다. 정육점 주인에게도 사과의 빌미로 '반찬을 더 집어 먹는다', '공을 높이 올렸다'라는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있었지만, 죄는 지으면 지을수록 더 많아진다는 논리에 자칫하다간 빠질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행동과 일상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시설에서 정상적이지 못했던 시간들과 맞물리면서 현실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시설로 들어온 지도 알지 못하는 '나'는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원장도 찾아가고, 아버지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그 아버지란 존재가 실은 자신과 같은 시설에 있었던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도 '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진실인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지 않아, 김빠지는 결말 앞에서도 의연(?) 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시봉이 격은 일들은 분명 가볍지 않고 시봉의 생사여부를 알 수 없게 흘러가고 있음에도, 독자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이 저자의 익살과 재기 발랄함인지는 몰라도, 등장인물들로 인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느 것에도 무게중심을 두고 싶지 않은 가벼움과(소재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무게가 있음에도)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혜경님은 해설에서 카프카의 <소송>에서의 주인공 요제프 K가 직면했던 상황(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모른 채 죄를 인정하고 자백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했다. '나'와 시봉이 시설에서 그랬고, 다른 원생들도 마찬가지였으며, 사과를 대신 해준다는 명목으로 찾아다닌 사람들에게도 그랬다. 알 수 없는 '죄' 때문에 괴로워했고, 그들은 그 '죄'를 찾아내서 사과를 하고, 상대방이 받아들여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수긍할 수 있는 '죄'인지의 여부는 따지지 않고, 오로지 일방통행으로 행해지는 사과의 오류였다.

 

  이 소설은 Daum에 일일 연재된 소설이라고 한다. 아무리 인기 있는 작가가 연재를 해도 종이책으로 발간 돼야 읽는 나로서는, 한 번도 연재를 보지 못한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골격만 빼고 새로 다시 썼다고 하니, 그것 또한 비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래저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보다는 '나'와 시봉이 하는 사과의 의미, 시설 안에서의 자아의 잃어버림, 현실에 섞이지 못하는 불순물 같은 존재인 주인공들로 인해 내가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했던 사과의 생뚱맞음처럼 나에게 '죄'를 묻는다는 것과 알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사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에 그것 또한 난처하다. 오히려 '죄'를 더 지으며,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 더 익숙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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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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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생경하지만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이렇듯 무관심하면서도, 가족의 죽음을 목도하게 되면 비로소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조카의 죽음이 그랬다. 10년 전 아버지의 죽음은 어느 정도 가슴에 묻을 수 있었지만, 25살에 삶이 단절 되어 버린 조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힘이 든다. 분명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고, 손을 뻗어 잡아당기면 나를 향해 다가올 것 같은데,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애석하다. 가슴에 묻어도 묻어지지 않는 가족의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 너무나 큰 상실감으로 잠재해 있어, 그 고통을 꺼내는 것조차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꺼낸 것은 김려령의 신작 <우아한 거짓말> 속의 주인공 천지 때문이다. 내일을 준비하던 소녀 천지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천지의 이야기,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도 속 시원히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달라지지 않는 것은 천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고, 남겨진 가족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천지의 죽음의 비밀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기 보다, 여러 장면을 통해서 스스로 알아가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음을 한없이 놔버린 상태로 오로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어나간다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과 독자가 알아야 할 '진실'에서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인 천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떠한 진실이 숨겨져 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을까. 천지와 천지의 주변 이야기를 다 듣고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어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은 무엇인지 뚜렷이 알 수 없었다. 천지가 죽음을 선택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나, 과연 천지가 선택한 죽음의 이면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고,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파악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모두들 진실을 회피하며, 단절되어 버린 천지의 삶과는 무관하게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특히나 천지를 괴롭혔던 화연은 자신이 천지에게 한 행동에 대한 반성을 한다기보다, 천지의 빈자리에 아쉬움을 느낄 뿐이었다. 화연이 괴로워하는 모습, 자신이 한 행동 그대로 친구들에게 받는 모습이 있긴 했으나 그런 모습으로 천지의 죽음에 빗댄 동정심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천지는 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생성될 뿐이었다.

 

  천지에게는 언니 만지, 엄마가 있었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달랑 세 식구였지만 각자의 색깔을 가진 채 무난함을 가장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가족에게 천지의 죽음은 충격 이상의 것일 수밖에 없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내제된 고통의 드러남은, 가족이라는 끈끈함을 느끼기보다 핏줄의 절연을 더 느끼고 있었다. 화연을 비롯한 만지의 친구 미란, 천지의 친구이자 미란의 동생인 미라, 그들의 부모의 얽힘이 서서히 밝혀지지만 그 어느 곳에도 천지의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정확함은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독자가 그 진실을 비켜가게끔 '우아한 거짓말' 속에서 합리화를 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나았다.

 

  천지의 죽음의 원인을 확연히 밝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을까. 천지가 살아온 과정, 거기다 천지의 내면까지 보았음에도 불편한 진실은 도무지 내게 와 닿지 않았다. 천지가 가족들, 친구들에게 남긴 네 개의 실뭉치 속의 편지를 보면서도 왜 그렇게밖에 행동을 할 수 없었는지, 안타까움을 동반한 비난조차 일지 않았다. 남겨진 엄마와 언니를 생각하면 한없이 안쓰러웠지만, 죽음을 맞이할 동안에도 희망의 꿈을 꾼 천지의 고통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아 버렸다. 그런 천지에게 죽을 용기를 내어 살아라는 말이 얼마나 무색할지 짐작조차 못하겠다.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살아라고 한다면 그것만큼 잔인한 것이 어디 있을까. 무엇보다 세상과 단절시켜야 하는 천지 자신이 가장 무섭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 고통을 이해하기보다 원인만 밝혀지길 바랐으니, 나 또한 질실 거부, 책임 회피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저자도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말했다. 천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천지가 경험할 수 있는 삶 속에는 기쁨이 더 많을 거라고 나 또한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는 진부한 말보다 고통을 뛰어넘는 기쁨과 희망도 삶 속에 동시에 내제되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천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결국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며, 이 책을 읽어갈 독자들에게도 건네주고 싶은 말이다. 책 속에서 처절한 고통과 상처를 맛보더라도, 그래도 살아갈 가치가 있노라고 얕은 삶의 경험을 드러내 보이고 싶은 것이다.

 

  천지의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조카의 죽음과 연결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소설 속의 죽음과 현실의 죽음은 다른 거라고 말하고 싶었고, 그런 식으로 깊이 패인 상처를 다시 헤집어 놓기 싫었다. 그러나 자꾸만 조카의 죽음이 연상되고, 천지 가족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는 많은 과정이 필요치 않았다. 천지의 내면을 보면서도 내가 알 수 없는 고통이 조카의 내면에 그득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 질뿐이다. 그 먹먹함을 천지의 죽음으로 통해 드러내는 것이 너무 싫지만, 이렇게라도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천지에게도 조카에게도 더 이상 내세의 고통이 따라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떠한 진실의 이면이 있던 지간에 남아있는 자는 단서를 잡지 못할 것이며, 입 안으로 진실을 떠 먹여 줘도 흘려버릴 것이라는 데 오는 어리석은 확신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된 진실을 뒤덮으며 살아가고 있는 지, 차마 그 이면을 들추어낼 용기가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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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
아모스 오즈 지음, 정영문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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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책을 읽다 중단하게 되면, 그 이야기는 완성 되지 못한 채 뇌리에 맴돌 때가 있다. 특히나 중간까지 읽다 만 책들보다,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덮어 버린 책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그 이야기를 완성시키지 못한 채 방치하다 완성시켰을 때의 후련함. 그것도 책을 읽는 매력중의 하나라면 하나지만, 강렬한 끌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책들도 만나게 된다. 내가 무척 좋아하고, 국내에 번역된 책을 거의 다 읽은 아모스 오즈의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가 그랬다. 아모스 오즈의 책이었기에 출간 당시 구입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초반의 몇 장을 넘기지 못했다. 포메란스라는 유대인 교사가 독일인들을 피해 숲으로 피신하는 시작은 흥미진진했으나, 몇 번을 시도해도 10페이지를 읽지도 못하고 덮고 말았다. 그러다 아모스 오즈의 새로 번역된 책을 읽으니, 안 읽은 책이 이것뿐이라 이번에는 꼭 완독하고 싶어 첫 장부터 다시 펼쳤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넘기기 힘들었던 책장이 비교적 잘 넘어가고 있었다. 국내에 번역된 아모스 오즈의 마지막 책을 읽어나간다 생각하니, 무척 뿌듯하면서도 즐거웠다. 간간히 번역되었던 책들이 있긴 했지만, 온전한 소설을 만난 건 실로 오랜만이라 책장이 막힘없이 나가는 것에 약간 흥분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애석하게도 오래 가지 않았다.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묘사와 흐름은 점점 미궁으로 나를 끌어당겼고, 급기야 줄거리를 놓쳐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꿈속을 헤매는 듯, 어디서부터 다시 읽어야 다시 갈피를 잡을 수 있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인 채로 뒤로 돌아갈 수도 없었고, 앞으로 나아가도 석연치 않음이 계속 나를 지배했다.

 

  책의 시작이 포메란스가 전쟁을 피해 숲으로 피신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므로, 썩 좋은 배경은 아니었다. 김나지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사였고, 같은 학교에서 독일어를 가르친 그의 부인 스테파는 남편과 같이 도망치지 않고 집에 남아 있었다. 1939년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입했을 때의 배경이라고 해도, 당시의 현실감을 일깨우는 글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긴 하지만,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정치적인 묘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랬기에 그 사이에서 나의 혼란은 거듭될 수밖에 없었고, 중간쯤부터 포메란스와 스테파의 위치는 물론 그들의 내면을 파악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보니 글이 던져주는 몽롱함에 취해 어딘지 모르는 곳의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대고만 있었다.

 

  내가 경험한 몽롱함과 혼란스러움이 어쩌면 그들에게 닥친 현실의 흔들림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 것은, 포메란스가 양을 치며 시계를 수리하는 모습을 드러낼 때 부터였다. 당시의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그런 결정을 쉬운 것은 아니었을 테지만, 포메란스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것이 스테파를 향한 그리움인지, 삶이 뿌리째 흔들려 버린 상실감 때문인지 알 수 없더라도 그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양을 치며 시계를 수리하다 수학의 난제를 증명함으로써 명성을 얻게 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로인해 명성을 얻게 되지만, 그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쟁 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스테파를 다시 만날 수도 없었다. 그냥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척 삶을 흘려보내고 있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스테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포메란스를 따라가지 않고, 집에 남아 있다 결국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로 건너가 스파이가 된다. 그러나 그녀가 스파이로써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다, 그녀가 당하는 굴욕감,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이한 세계들은 복잡하게 얽혀 포메란스와 동떨어진 삶의 단상을 보여줄 뿐이었다. 그녀가 러시아에서 어떠한 정보를 담당하는지, 또한 그녀 주변에 맴도는 사람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거기다 포메란스와 스테파가 과연 서로를 의식이나 하고 있는지, 서로를 갈구하는지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함이 나의 내면을 가득 채웠다. 결국 그들의 재회가 어떠한 식으로 치닫게 됐는지 알 수 없어, 책을 덮으면서 몹시 민망했다. 그런 흐름 속에 정치적인 상황까지 맞물리다 보니, 나의 혼란은 극을 향해 치닫고 있으면서도 책을 읽는 그 묘한 매력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다 보니 더 혼란스러움이 가중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커피 향과 음악의 소란스러움, 글로 이루어지는 묘한 세계의 뒤엉킴은 내게 색다른 묘미를 안겨주었다. 책 내용이 혼란스러워질수록 내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세계와 뚜렷한 대조를 보이면서도 묘한 엉킴이 내재해 있어, 그 분위기를 느꼈던 시간도 내겐 소중하다. 책을 분위기로 읽었다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 가졌던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아모스 오즈의 책을 섭렵한다는 의미도, 오랫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던 책을 읽어간다는 후련함은 무의미했다. 몽롱함 속으로 나를 불러들였던 아모스 오즈의 세계에 온전히 안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여전히 내게 남아 있다. 한 작가를 작품을 하나씩 섭렵할 때마다 색다른 매력을 던져주는 것, 앞으로 쓰일 책이나, 번역될 책을 기다리는 것. 그 기다림의 즐거움을 이 책이 배가시켜 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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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13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이상했어요. 지나치게 길어진 문장도 보였고요.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 힘들었어요. 특히 엘리샤가 무한의 신비에 집착하고, 음악의 힘을 강조하는 설정이 못마땅했어요.

안녕반짝 2015-12-15 22:22   좋아요 0 | URL
저는 번역을 생각할 틈도 없이(상세히 구별해 낼 능력도 없지만^^) 모호하고 몽롱해서 줄거리조차 잘 기억이 안나요^^
 

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20권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23. 타샤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24.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25. 시계탑 - 전아리
26. 바시르와 왈츠를 - 아리폴먼, 데이비드 플론스키
27. 트와일라잇 - 스테프니 메이어
28.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29. 동정없는 세상 - 박현욱
30.~3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32. 홍길동전 - 허균
33. 이클립스 - 스테프니 메이어
3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35.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 - 칼렙 카
 

-----------------------------------------------------15권

 

 

 

3월에 읽은 책
 
 
36.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37. 사랑을 말해줘 - 요시다 슈이치
38.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39.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40. 스웨터 - 글렌 벡
41.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42.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43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 헤르메스 김
44. 파리의 스노우캣 - 권윤주
45. 태양을 기다리며 - 츠지 히토나리
46.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47. 안과 겉 - 알베르 카뮈
48. 백치(상) -도스또예프스끼
49.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놀드 베넷
 
--------------------------------------------------------------14권
 
 

4월에 읽은 책
 
 
 
5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51. 일본 전산 이야기 - 김성호
5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스콧 피츠럴제럴드(노블마인)
53. 옛 소설에 빠지다 - 조혜란

54. 엄마의 은행통장 - 캐스린 포브즈

55.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 식사 - 고수유

56. 굼벵이의 노래 - 황원교

57. 어설픈 경쟁 - 장 자끄 상뻬

58.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

59. 꿈꾸는 토르소맨 - kbs 스페셜 제작팀

5월에 읽은 책

 

 

60. 트와일라잇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61. 아름다운 날들 - 장 자끄 상뻬

62. 개가 남긴 한마디 - 아지즈 네신

63.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 아지즈 네신

6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65.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데이비드 콜버트

66. 스타트 신드롬 - 김진세

67. 퇴계잡영 - 이황

68. 지로 이야기 1 - 시모무라 고진

69.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마이클 셰이본

70. 인터월드 - 닐 게이먼, 마이클 리브스

71.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72.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73.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김혜원

74. 1은 하나 - 타샤 튜더

75.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 샬레인 해리스

76.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 - 샬레인 해리스

77. 강철군화 - 잭 런던

 

------------------------------------------------------18권

 

 

6월에 읽은 책

 

 

78.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 아지즈 네신

79. 세라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0. 세드릭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1. 왜 미술관에는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8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83.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 돌프 페르로엔

84.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 테리 트루먼

85.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 하코자키 유키에

86. 브레이킹 던 - 스테프니 메이어

87. 퍼펙트 블루 - 미야베 미유키

88.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 샤론 크리치

89.~94. 배터리 1~6 - 아사노 아쓰코

95.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96. 모방범 1 - 미야베 미유키

97. 나의 엄마, 타샤 튜더 - 베서니 튜더

 

----------------------------------------------------------20권

 

 

7월에 읽은 책

 

 

98. 그레이브야드 북 - 닐 게이먼

99. 설득 - 제인 오스틴

100.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101. 정체성 - 밀란 쿤데라

10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103. 쉿, 조용히! - 스콧 더글러스

104. 도가니 - 공지영

105. 닌자 걸스 - 김헤정

106. 르노와르 -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107. 아주 특별한 시 수업 - 샤론 크리치

108. 열린다 성경 - 류모세

 

---------------------------------------------------------11권

 

 

8월에 읽은 책

 

 

109. 면도날 - 서모셋 몸

110. 소송 - 프란츠 카프카

111. 베일 - 오츠이치

112. 카오스 - 지아우딘 사르아르

113. 내 안의 타락천사 - A.M 젠킨스

114. 침대를 타고 달렸어 - 신현림

115.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116.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117.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118. SP - 가네시로 가즈키

119. 생각 - 이어령

120.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121. 행복한 파스타 만들기 - 샤론 크리치

122. 4teen - 이시다 이라

 

---------------------------------------------------------14권

 

9월에 읽은 책

 

 

123. 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

124.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 조이스 캐럴 오츠

125. 주홍색 연구 - 아서 코난 도일

126.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127. 네 사람의 서명 - 아서 코난 도일

128. A가 X에게 - 존 버거

129. 배움 - 김대중

130.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아서 코난 도일

131. 타샤의 ABC - 타샤 튜더

132. HEAL THE WORLD - 국제아동돕기연합UHICU

133.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134. 카라바조 - 질 랑베르

135. 파울로 우첼로 - 엘케 폰 라치프스키

136. 정어리 같은 내인생 - 샤론 크리치

 

-------------------------------------------------------------14권

 

 

10월에 읽은 책

 

 

137. 열정 - 산도르 마라이

138. 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139. 빈센트 반 고흐 - 인고 발터

140. 행운아 - 존 버거, 장 모르

141. 가재미 - 문태준

142. 세계 끝 여자친구 - 김연수

143. 네 번째 빙하기 - 오기와라 히로시

144. 카미유 코로 - 정금희

145. 호박 달빛 - 타샤 튜더

146. 마더 데레사 평전 - 마리안네 잠머

147. 꿈꾸는 다락방 스페셜 에디션 - 이지성

148. 1Q84 1 - 무라카미 하루키

 

------------------------------------------------------------12권

 

11월에 읽은 책

 

 

149. 첫사랑의 이름 - 아모스 오즈

150. 시냇물에 책이 있다 - 안치운

151. 세상의 어린이들 - 이기웅

152. 벨아미 - 모파상

153. 손도끼를 든 아이 - 데이비드 알몬드

154.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 J.M.존 쿳시

155. 1Q84 2 - 무라카미 하루키

156. 그림에 마음을 놓다 - 이주은 

157. 파랑치타가 달려간다 - 박선희

158. 어두워진다는 것 - 나희덕

159.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160. 물결을 스치켜 바람을 스치며 - 아모스 오즈

161.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 김동영

 

---------------------------------------------------------13권

 

*붉은색 - 좋았던 책

*아직 리뷰 쓰지 않은 책 -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

 

 

- 11월은 책을 잘 읽어 나가다, 지난 일주일 동안 거의 읽지 못했다.

20권을 채우려는 계획은 물건너 가버렸다.^^

13권 밖에 읽지 못했는데, 이달에 생긴 책은 44권이다.

간만에 내가 직접 구입한 책도 서너권 눈에 띈다.

인터파크에서 리뷰대회 적립금 10만원을 받아 임꺽정을 구입한 것이 가장 좋다!

디카가 출장가는 바람에 사진을 못 올렸는데, 오늘은 꼭 올리리라!

12월에 어떤 책들을 읽을지 모르겠으나 재미난 독서를 했으면 좋겠다!

 

 

 

2009년도에 생긴 책

 

 

 

414. 이야기 속의 독자 - 움베르토 에코

415.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 김연수


416. 디지털 네이티브 - 돈 탭스콧

417. 피테르 브뢰헬 - 로제 마리 하겐, 라이너 하겐

418. 악의 꽃 - ch.보들레르

419.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420.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아드리앵 고에츠


421. 나목 - 박완서

422.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

423.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424. 러시아 사상가 - 이사야 벌린

425. 거울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426. 오즈의 마법사 - L. 프랭크 바움


427.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428. 슬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429.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 빌 브라이슨

430. 달나라 도둑 - 김주영

431. 내몸 대청소 - 프레데릭 살드만

432. 타라스 불바 - 니꼴라이 고골


433.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434.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김정욱 외


435. 위험한 독서 - 김경욱

436.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칼잡이들의 이야기 - 보르헤스

440. 이방인 - 알베르 카뮈

441.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442. 파우스트 2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443. 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

462.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 권헌영 외

463. 웨이벌리 - 월터 스콧

464.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465. 돌연변이들 - 로빈 브랜디

466. 자연이라는 개념 - R.G. 콜링우드

467.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 김연수 외

468.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67.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468. 북학의 - 박제가

469. 픽션들 - 보르헤스

470. 알렙 - 보르헤스

471. 2009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472.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 알베르 카뮈

473.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 수잔 패트런

474. 결혼, 여름 - 알베르 카뮈

475.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

476. 구스타프 클림트 - 에바 디 스테파노

477.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478. 메구스타 쿠바 - 이겸

479. 미성년(상) - 도스또예프스끼

480.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481.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482. 태양의 후예 - 알베르 카뮈

483. 칼리굴라 . 오해 - 알베르 카뮈

484. 누구를 위한 인터넷 규제인가 - 이수운

485. 인터넷에 관한 몇가지 진실과 오해 - 최순욱

486. 저작권 오디세이 2009 - 한정훈

487. 무선망 개방 해외에서 길을 묻다 - 김민수

488.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 정재승, 전희주

489.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 APCTP 기획

490.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 김용철 외

 

491.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2. 백야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3.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또예프스기

494. 적지와 왕국 - 알베르 카뮈

495. 이기는 습관 2 - 김진동

496. 클림트 황금빛 비밀 - (주)문화에이치디

497.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498. 생각 없는 생각 - 김홍호

499. 사람을 욺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공문선

500. 행복한 죽음 - 알베르 카뮈

501. 페스트 - 알베르 카뮈

502. 작가수첩 3 - 알베르 카뮈

503. 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504. 라틴 소울 - 박창학

505. 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506. 잘가요, 언덕 - 차인표

507.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 단 프린스-휴즈

508. 캐테 콜비츠 - 캐테 콜비츠

509. 당나귀의 지혜 - 앤디 메리필드

510.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 빌 브라이슨

511. 다른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512.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8

513.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514. 숲에게 길을 묻다 - 김용규

515.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516.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517. 빅스위치 - 니콜라스 카

518.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519. 드림위버 - 잭 보웬

520.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52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문학동네)

522. 전략의 탄생 - 애비너시 딕시트, 배리 네일버프

523. 메이저리그 경영학 - 제프 엥거스

524.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 김주환

525.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 아툴 가완디

526.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 리처드 파인만

527. 여행자의 편지 - 박동식

528.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529. 내사랑 카사사기 - 제임스 미키

530.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531.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에릭J. 카셀

532. 생사불명 야사르 - 아지즈 네신

533. 지로 이야기 2 - 시모무라 고진

534. 내 심장을 쏴라 - 김유정

535. 지로 이야기 3 - 시모무라 고진

536.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마비쉬 룩사나 칸

537. 복떡방 이야기 - 정정섭

53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찰스 리드비터

540. 변신이야기 2 - 오비디우스

541. 하이디 - 요한나 슈피리

542. 피드 - M.T 앤더슨

543. 제비호와 아마존호 - 아서 랜섬

544. 백치 (하) - 도스또예프스끼

545.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케니스 그레이엄

546.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47.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548. 일식 - 히라노 게이치로(양장)

549. 루비 홀러 - 샤론 크리치

550. 모방범 2 - 미야베 미유키

551. 모방범 3- 미야베 미유키

 

552. 그 후 - 나쓰케 소세키

553. 파리의 노트르담 2 - 빅토르 위고

554. 고야 - 줄리아노 세라피니

555. 자존감 - 이무석

556. 청춘불패 - 이외수

557. 헉! 아프리카 - 김영희

558.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 - 이면희

559. 요셉과 그 형제들 6 - 토마스 만

560. 요셉과 그 형제들 깊이 읽기 - 장지연

561. 검은 빛 - 미우라 시온

562.~56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차히커를 위한 안내서 1~5) - 더글러스 애덤스

567. 미친 별 아래 집 - 다이앤 애커먼

568. 왕처럼 화내라 - 크리스토프 부르커

569.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조프 롤스

570. 하하 미술관 - 김홍기

571.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572. 플라이트 - 셔먼 알렉시

573. 사진찍기 - 최정호

574. 경제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 - 정승현

575.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 이민희

576. 페트로폴리스 - 아냐 울리니치

577. 카레 소시지 - 우베 팀

578.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579. 지구 위의 작업실 - 김갑수

580. 노란 불빛의 서점 - 루이스 버즈비

581. 공포의 계곡 - 아서 코난 도일

582.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583. 셜록 홈즈의 회상록 - 아서 코난 도일

584. 셜록 홈즈의 귀환 - 아서 코난 도일

585. 홈즈의 마지막 인사 - 아서 코난 도일

586. 셜록 홈즈의 사건집 - 아서 코난 도일

587. 실종자 - 프란츠 카프카

588. 꿈 같은 삶의 기록 - 프란츠 카프카

589.~621. 도쿠가와 이에야스(1~32) - 야마오카 소하치

622. 의뢰인은 죽었다 - 와카다케 나나미

623. 내추럴 셀렉션 - 데이브 프리드먼

624.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

625. 아일랜드 - 올더스 헉슬리

626. 테라 마들 - 반다나 시바

627. 우주 콘서트 - 태의경

628.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 이용대

629. 유언 - 산도르 마라이

630. 천로역정 - 존 버니언

631. 일의 기쁨과 슬픔 - 알랭 드 보통

632. 행복한 글 감옥 - 조정래

633.~634.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1~2 - 앤 라이스

635.~636. 뱀파이어 레스타 1~2 - 앤 라이스

637. 8일째 매미 - 가쿠타 미쓰요

638.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박은기 외

639.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에드윈 무어

640. 여기, 우리가 만난 곳 - 존 버거

641. 우리 시대의 화가 - 존 버거

642. 모든 것을 소중히하라 - 존 버거

643. 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644. 얼굴의 심리학 - 폴 에크먼

645. 창가의 토토 - 구로나야기 테츠코

646. 공무도하 - 김훈

647. 런던을 속삭여 줄게 - 정혜윤

648.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임혜지

649. 만엔원년의 풋볼 - 오에 겐자부로

650.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 박민규 외

651. 바람을 만드는 소년 - 폴 플라이쉬만

652.~653. 단 한번의 시선 1,2 - 할런 코벤

654. 달콤한 호두과자 - 크리스티나 진(가제본)

655. 오, 마이 걸 - 엘리스 브로치(가제본)

656. 뒤바뀐 딸 -  세락 가족, 반 린 가족, 마크 탭

657. 그저 좋은 사람 - 줌파 라히리

658. 악의 추억 - 이정명

659.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 피터 매시니스

660. 전망 좋은 방 - E.M 포스터

661.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 하는 곳 - E.M 포스터

662. 기나긴 여행 - E.M 포스터

663.~664. 시간 여행자의 아내 1,2 - 오드리 니페네거

665.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666. 레드 예리코 작전 - 조슈아 몰

667.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668. 좋은 이별 - 김형경

669.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 리브 울만

670. 디자인 풀 컴퍼니 - 마티 뉴마이어

671. 젋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

672.~681. 임꺽정 1~10 - 홍명희

682. 마음을 얻는 기술 - 레일 라운즈

683.~685. 미드나이터스 1,2,3 - 스콧 웨스터펠드

686. 나의 참 위로되신 하나님 - 한나 위톨 스미스

687. 시소의 감정 - 김지녀

688. 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689. 사과는 잘해요 - 이기호

690.~691. 길 위에서 1,2 - 잭 케루악

692.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 헤르만 헤세

 

 

소장 책 - 1241권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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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어딘가로 떠나기 좋은 날씨를 만나도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20대 초반, 박준의 <on the road>를 읽고 열병처럼 앓았던 여행에 대한 갈망은 몇 년 사이 흔적도 없이 사그라졌다. 현실이 여의치 않고, 돈이 없고, 젊지 않다는 것이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나이는 생각하기에 따라 젊고 늙음이 달라진다.) 마음에 열정이 없다. 그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여행에 관한 책 한 권만 읽어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내 마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때로는 여행 책을 만나면 <on the road>를 읽었던 때처럼 열병을 앓을까봐 겁을 먹고 피했던 적이 있었으나, 그런 걱정마저 희미해 질 정도로 무언가 마음에서 쑥 빠져나간 기분이다.
 

  이렇게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면서도 공교롭게 내가 꺼내 든 책은 여행 책이었다. 독자들 사이에서 괜찮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던 책이었고, 넉 달 전에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이었다. 이 책을 선물 받았을 때는 휴가철인 여름이었으나, 정작 그 때는 꺼내지도 못하고 쌀쌀한 바람이 이는 11월에 꺼내 든 것이 나조차도 의아했다. 밤마다 찾아오는 마음의 공허를 달랠 길이 없었고, 그러다 문득 이 책을 꺼내들었는데 의외로 술술 읽혀 늦은 밤까지 읽어버린 것이다. 책 읽기가 힘들었는지, 마음의 공허가 힘들었는지 아침에 깨어 거울을 보니 입이 지어있었다. 그 낯섦이 저자가 매일 밤 바라봐야 했던 낯선 천장만 하겠냐만,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없었던 저자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피곤이 몰린 육체, 공허의 바람의 부는 마음, 자동으로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 사이에서 비로소 '나를 알게 될 거야' 라고 말한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저자가 230일 동안 미국을 횡단했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쉽게 읽어버리고, 너무 쉽게 무시해 버린 만남이었다. 저자가 여행을 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 글을 쓰며, 사진을 찍고, 외로움을 달랬을 지 낱낱이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저자가 이 여행을 하게 된 시발점이 썩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겠지만, 낯선 곳을 여행한 자의 고뇌를 같은 언어로 듣기가 싫었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이입이 유용했고, 글로 드러낸 의미 이외의 것들을 추이해 갈수도 있었다.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은 읽는 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므로, 저자의 감정이 내게 전해져 오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여행을 통해 찾으려 했던 무언가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봄직한 것들, 거기다 여행을 통해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었기에 피하고 싶었노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도대체 왜? 타인의 여행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을까? 왜 나는 타인의 내면을 통해 내 자신에게 이토록 초라한 자신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차라리 부러움이었으면 좋겠다. 어떠한 이유가 됐든 자신이 꿈꾸던 곳을 여행하는 행함, 외로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더라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시간, 두려움을 그대로 드러냈던 순간들이 부러웠다고 고백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게는 그런 용기가 없는데 당신은 해냈다는 질투어린 시선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진부한 시선으로 저자의 여행기를 훑으면서 이런저런 푸념을 섞어가며 읽는 나를 보고 있자니 무척 한심했다. 공감할 수 없다면 가만이라도 있을 것이지, 여행을 하면서 저 시간을 견뎌내는 동안 얼마나 깊은 외로움과 두려움이 엄습했냐는 위로는 못 던져줄 망정, 무모했다고 제 3자의 동조를 얻어내려 했다. 진부하지 않냐고, 가볍지 않냐고, 무언가 남는 게 없다며 타인을 설득해서라도 내 감정을 강요하고 싶었다. 왜 이런 편협한 생각들밖에 할 수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두려움을 드러내기 싫어 못난 방어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몹시 두려웠다. 타인이 낯선 곳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기 힘들 정도였다. 내 안에 꼭꼭 감추어두었던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만난 탓이었다.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것이 분명 녹록하진 않다. 거기다 저자의 여행기를 통해서 내가 만남 두려움만 내제된 것이 아니었음에도 난 그것만 보고 있었다.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더 또렷하게 보게 되며, 여행을 통해서 무언가를 보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깨닫는 부분은 내게도 적지 않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내가 그곳에 던져졌다 하더라도 외로움과 두려움에 못 이겨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울었을 거라는 데에 확신하면서도, 저자에게 따뜻한 마음 한 번 비추질 못했다. 오로지 한 권의 책에 실린 전체적인 느낌을 두루뭉술하게 파악하길 원했고, 대리만족을 시켜주기만 바랐다. 그러나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경험이 쌓아갈 때마다, 통장 잔고가 얄팍해 질 때마다 최선을 다해 견디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라면 저런 평정을 유지하기도 힘들었을 거라고, 나약한 내면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한 풀 꺾인 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저자가 여행한 곳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낯섦이 가득하다. 미국이란 나라를 가보지 못하고, 동경하지 않는다는 이유와는 좀 다른 것이었다. 아마도 나의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과 내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여전히 귀를 기울이지 못한 탓이리라. 그러나 저자를 따라 수많은 곳을 여행하며, 그가 드러낸 다양한 부르짖음에 마음이 많이 누그러든 것은 사실이다. 낯선 땅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좋은 사람을 만나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절망까지 거부감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저자의 여행이 끝나갈 때쯤, 그가 뱉어낸 수많은 의미들을 많은 부분 수용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내 안에 온전히 녹아들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 주변을 겉도는 이 느낌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당신의 글 때문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노라고 이렇게 진부하게 늘어뜨려 놓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당신처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없더라도, 일상에서도 할 수 있는 무수한 여행을 가르쳐 주었기에 꼭 낯선 곳을 향한 동경을 하지 않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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