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아 -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김현우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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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에는 아직 선택되지 못한 책과 작가들이 참 많다. 관심이 있어서, 어느 책에선가 보아서, 다른 사람들의 추천으로 그러모으게 된 책들임에도 다시 나의 관심을 받기란 무척 힘들다. 읽고 싶은 책은 늘어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그 책들을 읽기란 더뎌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간혹 호기심 발동으로 인해 재조명 되는 작가가 있는데, 존 버거가 그랬다. 존 버거의 신간 소설을 한 편 읽은 후, 책장에 숨겨진 그의 책을 꺼냈음은 물론 구입하지 않은 도서들을 샅샅이 찾아 구비했다. 그렇게 책을 갖춰놓고 보니 무척 든든했지만, 읽기가 녹록치 않은 작가라 무척 느린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거기다 존 버거의 글이 넘나드는 장르는 너무나 다양해서, 만날 때마다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것 같다.
 

  <행운아>는 사진가 장 모르와 함께 작업한 영국의 한 시골의사 사샬에 관한 에세이였다. 소재부터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사에 대한 에세이에 왜 사진가가 함께 등장하는지, 어떠한 의사기에 존 버거가 에세이를 쓰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존 버거의 글을 읽어보았다면 내가 가진 의문들이 속 시원히 풀려질 거라 기대하지 않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존 버거는 글에서 그런 내용을 비추긴 했어도, 그것이 이 책을 쓰게 된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또렷이 밝혀주지 않았다. 시골의사 사샬을 통해서 그가 하는 일, 더불어 존 버거가 피력하고자 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해 내고 있을 뿐이었다.

 

  사샬을 보고 있노라면 시골에서 왜 그렇게 고생을 하는지 틀에 박힌 생각이 들기도 하는 의사였다. 시골에서 생활하기엔 꽤 괜찮은 의사였고, 그가 담당하는 사람들만 해도 약 2000명에 이르며 밤에도 쉴 새 없이 불려나가며 피곤함이 그득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사샬은 그런 일상을 즐거워하고 있었다. 산이든 들판이든 서슴지 않고 달려 나가 치료를 하는 그를 보면서, 도시에서 생활했다면 이런 삶을 만끽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그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존 버거의 말마따나 그 지역 사람들이 사샬 덕분에 얼마나 운이 좋은지도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떤 힘든 일이 있던 지간에 사샬은 그곳에서 계속 시골의사로 일을 계속 할 것이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샬은 단순히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그들과 교제하며 의사이기 이전에 이웃으로써 인간관계를 맺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책의 시작에는 그가 치료가 필요한 곳에 달려가서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 나와 있지만, 뒤로 갈수록 치료가 온전한 목적임이 아님을 피력하는 내용이 짙어진다. 그의 직업이 의사이기에 어떻게 사람에게 다가가고 관계를 맺어 가는지, 삶과 죽음의 연속성상에 있는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끊임없이 성찰하게 되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의 시각을 통해 한 단계를 거쳐 독자에게 투영되는 사샬의 모습은 온전히 그의 모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만큼 한 사람의 삶과 내면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도, 의외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수많은 연결고리 앞에서 헤매게 되기 마련이다.

 

  저자도 그런 어려움을 피력하긴 했으나, 글과 사진을 통해서 바라본 사샬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사진이 있었기에 사샬이 어떠한 모습으로 일을 하는지, 어떤 외모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긴 했다. 존 버거의 글과 잘 어울린다 싶을 정도로 꾸며지지 않는 장 모르의 사진은, 사샬을 이해하는 데에 보탬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가 시골의사라는 사실을 확신시켜 주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사진 속의 사샬이나 시골 풍경, 그의 환자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가 의사라는 사실보다 저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삶을 살아가는 헬퍼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의사의 권위적인(환자가 전적으로 의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모습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얽혀 들어가는 모습을 한 사람은 글로, 한 사람은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자는 사샬의 이야기를 하다 더 큰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사샬의 이야기와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좀 난해하긴 해도 마음을 동요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그것이 정확히 무언인지 알지 못하기에 그의 책을 통해 좀더 알아가려 했는데, 이 책의 옮긴이가 명쾌하게 설명해 주어 잠시 멍해지기도 했다. 옮긴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존 버거를 이야기할 때마다 '개인이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감정의 움직임을 사회·경제적인 차원에서 설명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작가' 라고 말한다고 한다. 내가 가진 생각을 또렷이 수면에 올려 보내지 못하고 의뭉스럽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이렇게 단박에 설명하다니. 존 버거의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기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사샬에 대한 이야기 안에도 그런 능력이 어김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런 사샬의 내면과 삶, 그리고 저자의 뜻을 내가 간추린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기에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남기고 있지만, 내가 하고 있는 말들이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조차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지 두껍지 않고, 사진도 많을 뿐더러, 에세이이기에 읽기가 쉬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존 버거의 책이 늘 그렇듯(지금껏 몇 권의 책을 읽어왔지만, 녹록한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쉽게 간과하며 재빠르게 읽어나갈 수 없었다. 작은 책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한 사람의 삶과 일상을 담은 듯 소소한 것 같아도, 내포되어 있는 메시지는 독자를 혼란스럽게도 만들며 생각할 여지를 뭉뚱그려 건네주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이해가 느리거나, 포괄적으로 독서를 하지 못한 나 같은 독자에게 존 버거의 글은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그런 어려움이 나를 끌어당겨 그의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은 책에서 보여준 한 시골의사의 삶을 통해 저자의 또 다른 저력을 맛보았음은 물론, 저자와 같은 시선에서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더라도 자꾸 그가 남긴 메시지를 좇게 된다. 아마 그것 때문에 존 버거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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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7
인고 발터 지음, 유치정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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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에 관한 책을 여러 권 구비해 놓고 읽지 않음에도 새로운 책을 또 구입했다. 책장을 뒤적거리다 'Basic Art Series'를 한 권 꺼내 읽게 되었고, 그 시리즈가 맘에 들어 고흐 책도 구입하게 된 것이다. 고흐에 관한 책이 여러권 있다하더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출판사에 따라 천차만별로 책이 만들어지므로 'Basic Art Series'의 글과 구성이 돋보여 눈길이 갔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만난 고흐는 다른 책에서 만난 고흐와 달랐고, 또 다른 고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마음이 울컥해지고 말았다.
 

  고흐의 그림이라면 거의 대부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순전히 내 눈에 익은 정도로만) 때때로 식상하게 다가오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의 고흐 그림은 조금 달랐다. 이미 눈에 익은 그림에다 어느 시절에 어떤 배경으로 썼는지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대충은 알고 있는 터라, 무언가 다른 울림이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책에 실린 고흐 그림은 적절했고, 저자만의 사료(思料) 가득한 고흐의 생과 그림에 대한 해석은 또 다른 묘미를 던져주고 있었다. 고흐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겨우겨우 시대별로 그림을 나누거나, 몇몇 그림에만 배경을 알고 있던 나에게 꼭 맞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냥 지나쳤던 그림 속의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고흐를 이해하도록, 그가 어떠한 고통 속에서 그림을 그렸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느끼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 밀려오는 저릿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한동안 멍하니 책상 앞에 머물러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보는 것이 이토록 힘이 들고, 자괴감이 들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고흐가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이 책을 대했음에도, 한 사람의 외면을 통해 내면의 깊이를 독자에게 훤히 보이도록 들춰내는 책이었다. 책의 구성은 다른 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흐의 태생부터 삶을 마칠 때까지 격정적인 삶을 살았던 그의 인생과 함께, 그가 그려낸 그림들이 함께 실려 있었다. 고흐를 말할 때, 그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빼 놓을 수 없으므로 고흐의 편지가 실린 대부분의 책들이 많다. 저자도 고흐의 편지를 참고로 그런 글을 썼을 테지만, 원문은 그림 옆의 공백에 짤막하게 실려 있어 저자의 매끄러운 글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고흐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그의 내면이 어떠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쓰인 글은 독자로 하여금 마음을 울리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저자의 글을 통해 고흐를 알아가고 있노라면 내가 바로 곁에서 고흐를 지켜보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아무리 심금을 울리는 글이라고 해도 고흐의 내면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흐가 어떠한 고통 속에서 어떠한 열정을 가지고 살았는지 알아가기엔 충분했다. 글을 통해서, 테오에게 보낸 편지로, 그리고 격정적인 그의 그림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나를 괴롭혔던 것은 내 주변에 이런 인물이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떠한 태도를 취했을 까란 물음이었다.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가능성을 엿보았더라도 불안하고, 어디로 튕겨갈지 모르는 차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외면해 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고흐를 가까이 하기 꺼렸던 가족들과 다른 예술가들, 그리고 아를의 노란 집에서 귀를 잘린 고흐를 나두고 떠난 고갱을 비난할 수 없었다.

 

  고흐가 곁에 있다면 하나의 불덩어리를 안고 있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그림 속에 그의 정서와 상처받은 내면, 열정적인 그림에 대한 욕구는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물론 각자의 시선대로 그림을 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유명한 화가라는 사람들의 인식가운데 그의 그림을 스쳐 버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국내에 고흐 전이 열렸을 때 나만 해도 그랬고, 그림 속의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 그의 삶과 그림을 꿰어 맞춰 보니 고흐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마음 아팠다. 분명 독특한 화법으로 표현한 그의 그림은 인상파 화가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런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 고흐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생전에 팔린 그림은 '붉은 포도밭'이라는 단 한 점의 그림뿐이었다는 사실일까?(그러나 세간의 주장과 달리, 고흐가 살아 있는 동안 팔린 유일한 작품은 아니라고 한다.) 아니면 그의 마지막 작품이 '까마귀가 나는 밀밭' 이라는 사실일까?(이 그림이 그의 가장 완벽한 유작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후에도 열두 점의 작품을 더 그렸다고 한다.) 틀림없을 거라 믿어왔던 소소한 정보가 이렇게 엇나가는 것을 보고, 나는 그를 안다고 말한다는 것이 무리임을 깨달았을 뿐이다.

 

  고흐의 삶을 다시 한 번 재조명 하면서 느꼈던 불안한 발걸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이었던 의미가 가득 담긴 그림,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그의 그림이 점점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내 마음을 더욱 시리게 만들었다. 너무나 외롭고 긴 고통 속에서 혼자 버티다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가 더 오래 생존했더라면 훌륭한 그림을 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을 감히 할 수 조차 없는 기나긴 고독이었다. 불꽃같은 삶이었지만, 과연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해준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 까란 생각에 나의 무관심조차 몸서리치도록 싫어졌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먹먹한 가슴을 어떻게 해야 할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고흐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 속의 고흐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의 삶, 그림, 고독의 무게가 비교적 일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 기억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기에, 이런 마음 아픔이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고흐의 책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아가는 고흐일지라도 정기적으로 그와 만나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고 말거라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왜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지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지지만(처음 그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내가 보아 온 자연을 너무나 흡사하게 묘사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반복된 글 일지라도 그의 내면을 알아가는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어쩌면 그의 삶에 빗대어 나의 내면을 보려는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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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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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를 알게 된 건 다른 책을 통해서였다. 어떤 책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늘 읽어봐야지 염두에 두다 신현림의 시집을 읽다가 또 다시 언급 되는 것을 보고 바로 구입했다. 꼭 읽어보고 싶은 작가여서 그런지 책이 오자마자 바로 읽었음에도 다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얇은 책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었고 거기다 흐름을 놓쳐 버려서 시간이 걸려 버린 것 같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짧은 소설 안에는 결코 간단치 않은 인생의 응축이 담겨있어서인지 헤맸는지도 모른다.
 

  종종 현재 내가 맞이하고 있는 삶과 내가 이미 살아온 나의 과거의 삶에서, 앞으로 평생 마음에 안고 갈 것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그냥 무난하게 흘러온 삶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묻어둔 비밀 같은 것이 없지만, 이 책의 주인공 헨릭은 41년 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기나긴 숙제를 풀어낸다. 41년 전 자신의 곁을 도망치 듯 떠난 단짝 친구 콘라드가 자신의 집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장소 그대로를 꾸미도록 어릴 적 유모 니니에게 지시해 놓고, 콘라드를 기다리며 그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콘라드를 만나서 자신이 회상한 추억들과 그에게 물어야 할 숙제까지 편안하게 대화를 하다 몰아치듯 콘라드를 향해 41년 간 쌓았던 응어리를 풀어낸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헨릭은 사관학교에서 콘라드를 만난다. 그들은 첫 만남부터 마치 일란성 쌍둥이인양 급격히 가까워진다. 헨릭의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라면 자신의 친구라고 콘라드를 동격으로 보아주기도 하지만, 콘라드가 훌륭한 군인이 되지 못할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헨릭과는 반대로 가난한 집에서 성장한 콘라드는 헨릭과 절친한 사이면서도 헨릭의 물질적인 도움을 일체 거절한다. 그러면서도 둘은 영혼을 나눈 것처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는데, 41년 전의 어떤 일이 그들을 갈라놓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재회를 했지만 무언가가 어색했다. 헨릭은 콘라드에게 물을 것이 많아 보였고, 콘라드가 헨릭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헨릭이 41년 전 그날의 일을 들추면서 비밀이 풀리기 시작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고 콘라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떠난다.

 

  헨릭은 41년 전, 자신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 콘라드와 사랑하는 부인에게 기만당한 것을 회상한다. 콘라드가 자신의 곁을 떠나 낯선 이국땅으로 가버렸던 그 날, 콘라드의 숙소에서 자신의 부인 크리스티나와 마주친다. 크리스티나를 소개시켜 준 이가 콘라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상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날 새벽 헨릭은 콘라드와의 사냥에서 기묘한 일을 당한다. 콘라드의 총이 사냥감을 맞추려 한 것이 아니라 콘라드가 자신을 쏘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헨릭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당사자에게 물어보지만, 결국 답을 듣지 못한다. 헨릭은 그 일이 있은 후 콘라드가 떠났다는 것, 그리고 콘라드의 숙소에서 크리스티나를 마주쳤으며, 그녀가 '겁쟁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후, 직접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기만당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헨릭은 콘라드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지만, 크리스티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별채에서 칩거한다. 크리스티나는 도망친 콘라드와 자신을 거부하는 남편의 틈바구니에서 8년 후 죽음을 맞이한다. 콘라드는 감당할 수 없는 내면의 격정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열대 나라로 가버렸지만, 그 고독을 41년간 지내 온 헨릭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응어리를 풀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콘라드가 찾아왔고, 모든 것을 풀어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만큼 콘라드는 하룻밤 사이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내면의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거의 혼잣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신을 괴롭혔던 수십 년간의 이야기는 그렇게 흩뿌려졌지만 콘라드에게서 들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말을 한 순간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헨릭은 많은 애기를 쏟아놓지만 콘라드는 거의 묵묵부답이었다.

 

  41년간을 기다려온 보람(?)도 없이 콘라드에게 제대로 된 대답하나 듣지 못하고 그들의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난다. 그러나 헨릭의 장광설 안에는 인생의 참 뜻이 많은 부분 드러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격정에 쌓여 콘라드를 향해 비난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 동안 쌓인 내면의 울분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깨달음이 내포되어 있었다. 콘라드를 향해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질문(그 때 자신을 쏘려 했던 것인지, 그 사실을 크리스티나가 알고 있었는지)을 던졌지만, 결국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헨릭이 기나긴 열변에 의해 콘라드의 대답이 성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흐른 후라도 결코 쉽게 답변할 수 없었음을(콘라드도 자신의 인생 절반을 의도와는 다르게 살아 왔으므로) 어느 정도 수긍하는 바이다. 노인이 된 그들이 하룻밤에 나눈 대화치고는 가볍지 않았지만, 그만큼 기억 속에 자리한 응어리는 풀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300페이지가 안 되는 짧은 책 안에서 41년 전의 한 사건을 통해 인생의 긴 터널을 맛 본 기분이다. 헨릭은 자신에게 한 질문인지 콘라드에게 한 질문인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살아 온 삶에 대해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일을 겪으며 살아온 것이 헛산 것이 아니라는 자조적인 질문이었다. 그 대답에 대한 답 또한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헨릭과 콘라드 그리고 크리스티나의 삶의 비극은 너무 많은 아픔을 지닌 채 방치되어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하룻밤의 이야기로 그 많은 응어리가 떨쳐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짧은 만남으로 인해 그동안에 품고 있던 상처를 조금은 덜어냈을 거라 생각한다. 삶에서 열정적으로 살았던 한 순간만 떠올려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헨릭의 고백 속에서, 나는 어떠한 응어리를 내려놓지 못하는지, 어떠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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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20권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23. 타샤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24.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25. 시계탑 - 전아리
26. 바시르와 왈츠를 - 아리폴먼, 데이비드 플론스키
27. 트와일라잇 - 스테프니 메이어
28.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29. 동정없는 세상 - 박현욱
30.~3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32. 홍길동전 - 허균
33. 이클립스 - 스테프니 메이어
3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35.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 - 칼렙 카
 

-----------------------------------------------------15권

 

 

 

3월에 읽은 책
 
 
36.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37. 사랑을 말해줘 - 요시다 슈이치
38.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39.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40. 스웨터 - 글렌 벡
41.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42.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43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 헤르메스 김
44. 파리의 스노우캣 - 권윤주
45. 태양을 기다리며 - 츠지 히토나리
46.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47. 안과 겉 - 알베르 카뮈
48. 백치(상) -도스또예프스끼
49.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놀드 베넷
 
--------------------------------------------------------------14권
 
 

4월에 읽은 책
 
 
 
5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51. 일본 전산 이야기 - 김성호
5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스콧 피츠럴제럴드(노블마인)
53. 옛 소설에 빠지다 - 조혜란

54. 엄마의 은행통장 - 캐스린 포브즈

55.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 식사 - 고수유

56. 굼벵이의 노래 - 황원교

57. 어설픈 경쟁 - 장 자끄 상뻬

58.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

59. 꿈꾸는 토르소맨 - kbs 스페셜 제작팀

5월에 읽은 책

 

 

60. 트와일라잇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61. 아름다운 날들 - 장 자끄 상뻬

62. 개가 남긴 한마디 - 아지즈 네신

63.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 아지즈 네신

6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65.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데이비드 콜버트

66. 스타트 신드롬 - 김진세

67. 퇴계잡영 - 이황

68. 지로 이야기 1 - 시모무라 고진

69.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마이클 셰이본

70. 인터월드 - 닐 게이먼, 마이클 리브스

71.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72.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73.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김혜원

74. 1은 하나 - 타샤 튜더

75.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 샬레인 해리스

76.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 - 샬레인 해리스

77. 강철군화 - 잭 런던

 

------------------------------------------------------18권

 

 

6월에 읽은 책

 

 

78.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 아지즈 네신

79. 세라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0. 세드릭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1. 왜 미술관에는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8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83.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 돌프 페르로엔

84.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 테리 트루먼

85.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 하코자키 유키에

86. 브레이킹 던 - 스테프니 메이어

87. 퍼펙트 블루 - 미야베 미유키

88.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 샤론 크리치

89.~94. 배터리 1~6 - 아사노 아쓰코

95.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96. 모방범 1 - 미야베 미유키

97. 나의 엄마, 타샤 튜더 - 베서니 튜더

 

----------------------------------------------------------20권

 

 

7월에 읽은 책

 

 

98. 그레이브야드 북 - 닐 게이먼

99. 설득 - 제인 오스틴

100.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101. 정체성 - 밀란 쿤데라

10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103. 쉿, 조용히! - 스콧 더글러스

104. 도가니 - 공지영

105. 닌자 걸스 - 김헤정

106. 르노와르 -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107. 아주 특별한 시 수업 - 샤론 크리치

108. 열린다 성경 - 류모세

 

---------------------------------------------------------11권

 

 

8월에 읽은 책

 

 

109. 면도날 - 서모셋 몸

110. 소송 - 프란츠 카프카

111. 베일 - 오츠이치

112. 카오스 - 지아우딘 사르아르

113. 내 안의 타락천사 - A.M 젠킨스

114. 침대를 타고 달렸어 - 신현림

115.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116.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117.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118. SP - 가네시로 가즈키

119. 생각 - 이어령

120.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121. 행복한 파스타 만들기 - 샤론 크리치

122. 4teen - 이시다 이라

 

---------------------------------------------------------14권

 

 

9월에 읽은 책

 

 

123. 일요일들 - 요시다 슈이치

124.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 조이스 캐럴 오츠

125. 주홍색 연구 - 아서 코난 도일

126.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127. 네 사람의 서명 - 아서 코난 도일

128. A가 X에게 - 존 버거

129. 배움 - 김대중

130.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아서 코난 도일

131. 타샤의 ABC - 타샤 튜더

132. HEAL THE WORLD - 국제아동돕기연합UHICU

133.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134. 카라바조 - 질 랑베르

135. 파울로 우첼로 - 엘케 폰 라치프스키

136. 정어리 같은 내인생 - 샤론 크리치

 

-------------------------------------------------------------14권

 

*붉은색 - 좋았던 책

 

 

- 다양한 책 읽기를 하고 싶었으나, 역시 문학에 많이 치우쳤다.

미술책, 아동책도 끼어 있음에도 골고루 읽지 못한 느낌이 든다.^^

당분간은 그냥 내키는 대로 읽고, 11월 중순부터 계획된 독서를 좀 해봐야 겠다.^^

 

 

 

2009년도에 생긴 책

 

 

420.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아드리앵 고에츠


421. 나목 - 박완서

422.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

423.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424. 러시아 사상가 - 이사야 벌린

425. 거울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426. 오즈의 마법사 - L. 프랭크 바움


427.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428. 슬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429.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 빌 브라이슨

430. 달나라 도둑 - 김주영

431. 내몸 대청소 - 프레데릭 살드만

432. 톨스토이 단편선 - 톨스토이


433.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434.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김정욱 외


435. 위험한 독서 - 김경욱

436.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칼잡이들의 이야기 - 보르헤스

440. 이방인 - 알베르 카뮈

441.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442. 파우스트 2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443. 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

462.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 권헌영 외

463. 웨이벌리 - 월터 스콧

464.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465. 돌연변이들 - 로빈 브랜디

466. 자연이라는 개념 - R.G. 콜링우드

467.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 김연수 외

468.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67.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468. 북학의 - 박제가

469. 픽션들 - 보르헤스

470. 알렙 - 보르헤스

471. 2009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472.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 알베르 카뮈

473.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 수잔 패트런

474. 결혼, 여름 - 알베르 카뮈

475.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

476. 구스타프 클림트 - 에바 디 스테파노

477.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478. 메구스타 쿠바 - 이겸

479. 미성년(상) - 도스또예프스끼

480.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481.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482. 태양의 후예 - 알베르 카뮈

483. 칼리굴라 . 오해 - 알베르 카뮈

484. 누구를 위한 인터넷 규제인가 - 이수운

485. 인터넷에 관한 몇가지 진실과 오해 - 최순욱

486. 저작권 오디세이 2009 - 한정훈

487. 무선망 개방 해외에서 길을 묻다 - 김민수

488.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 정재승, 전희주

489.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 APCTP 기획

490.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 김용철 외

 

491.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2. 백야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3.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또예프스기

494. 적지와 왕국 - 알베르 카뮈

495. 이기는 습관 2 - 김진동

496. 클림트 황금빛 비밀 - (주)문화에이치디

497.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498. 생각 없는 생각 - 김홍호

499. 사람을 욺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공문선

500. 행복한 죽음 - 알베르 카뮈

501. 페스트 - 알베르 카뮈

502. 작가수첩 3 - 알베르 카뮈

503. 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504. 라틴 소울 - 박창학

505. 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506. 잘가요, 언덕 - 차인표

507.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 단 프린스-휴즈

508. 캐테 콜비츠 - 캐테 콜비츠

509. 당나귀의 지혜 - 앤디 메리필드

510.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 빌 브라이슨

511. 다른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512.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8

513.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514. 숲에게 길을 묻다 - 김용규

515.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516.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517. 빅스위치 - 니콜라스 카

518.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519. 드림위버 - 잭 보웬

520.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52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문학동네)

522. 전략의 탄생 - 애비너시 딕시트, 배리 네일버프

523. 메이저리그 경영학 - 제프 엥거스

524.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 김주환

525.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 아툴 가완디

526.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 리처드 파인만

527. 여행자의 편지 - 박동식

528.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529. 내사랑 카사사기 - 제임스 미키

530.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531.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에릭J. 카셀

532. 생사불명 야사르 - 아지즈 네신

533. 지로 이야기 2 - 시모무라 고진

534. 내 심장을 쏴라 - 김유정

535. 지로 이야기 3 - 시모무라 고진

536.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마비쉬 룩사나 칸

537. 복떡방 이야기 - 정정섭

53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찰스 리드비터

540. 변신이야기 2 - 오비디우스

541. 하이디 - 요한나 슈피리

542. 피드 - M.T 앤더슨

543. 제비호와 아마존호 - 아서 랜섬

544. 백치 (하) - 도스또예프스끼

545.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케니스 그레이엄

546.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47.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548. 일식 - 히라노 게이치로(양장)

549. 루비 홀러 - 샤론 크리치

550. 모방범 2 - 미야베 미유키

551. 모방범 3- 미야베 미유키

 

552. 그 후 - 나쓰케 소세키

553. 파리의 노트르담 2 - 빅토르 위고

554. 고야 - 줄리아노 세라피니

555.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김동영

556. 청춘불패 - 이외수

557. 헉! 아프리카 - 김영희

558.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 - 이면희

559. 요셉과 그 형제들 6 - 토마스 만

560. 요셉과 그 형제들 깊이 읽기 - 장지연

561.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562.~56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차히커를 위한 안내서 1~5) - 더글러스 애덤스

567. 미친 별 아래 집 - 다이앤 애커먼

568. 왕처럼 화내라 - 크리스토프 부르커

569.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조프 롤스

570. 하하 미술관 - 김홍기

571.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572. 플라이트 - 셔먼 알렉시

573. 사진찍기 - 최정호

574. 경제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 - 정승현

575.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 이민희

576. 페트로폴리스 - 아냐 울리니치

577. 카레 소시지 - 우베 팀

578.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579. 지구 위의 작업실 - 김갑수

580. 노란 불빛의 서점 - 루이스 버즈비

581. 공포의 계곡 - 아서 코난 도일

582.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583. 셜록 홈즈의 회상록 - 아서 코난 도일

584. 셜록 홈즈의 귀환 - 아서 코난 도일

585. 홈즈의 마지막 인사 - 아서 코난 도일

586. 셜록 홈즈의 사건집 - 아서 코난 도일

587. 실종자 - 프란츠 카프카

588. 꿈 같은 삶의 기록 - 프란츠 카프카

589.~621. 도쿠가와 이에야스(1~32) - 야마오카 소하치

622. 의뢰인은 죽었다 - 와카다케 나나미

623. 내추럴 셀렉션 - 데이브 프리드먼

624. 도착의 론도 - 오리하라 이치

625. 아일랜드 - 올더스 헉슬리

626. 테라 마들 - 반다나 시바

627. 우주 콘서트 - 태의경

628. 세계 끝 여자친구 - 김연수

629. 유언 - 산도르 마라이

630. 천로역정 - 존 버니언

631. 일의 기쁨과 슬픔 - 알랭 드 보통

632. 행운아 - 존 버거, 장 모르

633.~634.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1~2 - 앤 라이스

635.~636. 뱀파이어 레스타 1~2 - 앤 라이스

637. 8일째 매미 - 가쿠타 미쓰요

638.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박은기 외

639.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에드윈 무어

640. 여기, 우리가 만난 곳 - 존 버거

641. 우리 시대의 화가 - 존 버거

642. 모든 것을 소중히하라 - 존 버거

643. 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644. 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645. 뒤바뀐 딸 -  세락 가족, 반 린 가족, 마크 탭

646. 빈센트 반 고흐 - 인고 발터

647. 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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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 같은 내인생 일공일삼 55
샤론 크리치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집에서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소음이다. 조카들이 넷이나 되다 보니 아무리 조용히 시킨다고 해도 소음은 막을 방도가 없다. TV를 볼 때나 잠 잘 때 외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소음이 나를 괴롭히기에 늘 귀마개를 달고 산다. 그러나 귀마개 틈으로 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조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게 되며, 복도식 아파트라 특히 소음이 심해 늘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어쩔 때는 내가 왜 이곳에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환경에서 독서를 해왔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정도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하소연을 해도 그냥 들어주는 시늉만 할 뿐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레오에게는 왠지 말이 통할 것 같다. 자신의 처지를 통조림 속에 들어있는 정어리 같다고 했으니 레오와 내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았다.
 

  나도 대식구 안에서 자라 레오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하지만, 레오도 나름대로 딱한 면이 있다. 삶에 찌들어 있는 엄마와 아빠, 누나, 남동생 둘만으로도 벅찬데, 거기다 조부모를 비롯한 고모들, 삼촌, 사촌까지 그야말로 조용할 날이 하나도 없었다. 형제들도 각각 성향이 달라 레오와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엄마는 집안일에 찌들어 있고, 아빠는 늘 무언가 불만이었다. 누나 콘텐토는 사춘기라서 그런지 민감했고, 남동생 피에트로는 럭비에 빠져 있었고, 막내 눈치오는 응석받이였다. 거기다 친척들도 늘 바쁘고 소란스러우니 레오가 그런 불평을 할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레오는 학교 연극반에서 맡은 '꼬부랑 할멈' 역할을 연습하면서, 삶에 대해 조금씩 시각을 트여갈 정도로 비교적 밝게 성장해 가고 있었다.

 

  레오는 연극반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통해 아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연극반 선생님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그 역할의 과거를 생각해 보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러나 레오가 맡은 꼬부랑 할멈의 과거에 대해 전혀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그 숙제는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한다. 레오의 여자 친구인 루비는 '당나귀' 역할을 맡았는데, 둘에게는 그 숙제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루비와 함께 자신이 맡은 역할과 다른 아이들이 맡은 역할, 그리고 연극 <룸포포의 베란다>의 미래에 대해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분출해 낸다. 그렇게 과거를 생각하다 자신의 가족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는데, 레오는 아빠에게 어떠한 과거가 있었으며 지금도 불행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빠는 늘 음울했고, 예민했으며,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다락방에서 아빠가 14살 때 쓴 자서전을 발견하게 되고, 아빠도 처음부터 불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서전을 읽으면서 현재의 아빠와 과거의 아빠, 그리고 자신과 가족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아빠의 자서전에서 로자리아 고모에 대한 글과 사진을 발견한 후 그 분이 누구일까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다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 로자리아 고모가 누군지 묻게 되는데, 할머니는 바로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무슨 사연이 있다고 생각한 레오는 다음에 직접 할머니에게 로자리아 고모에 대해서 물을 기회를 만나는데, 로자리아 고모가 아빠와 친했다는 것과 부모와 연락을 끊은 채 집을 나가 여전히 소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머니는 그런 로자리아 고모를 기다리는 눈치였는데, 그런 이야기를 레오에게 털어 놓는 순간 레오가 무슨 일인가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레오는 에피소드가 있을 때마다 그 아래 자신만의 허황된 상상력을 심어 놓는다. 자신이 유명한 과학자가 되는 것, 노벨상을 타는 것, 코치가 되어 팀을 잘 이끄는 것, 로자리아 고모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 등 많은 상상력이 늘 레오의 머릿속을 차지했다. 그런 상상을 읽어 나가다 보면, 나도 어릴 적에 저런 허황된 상상을 한 적이 있다는 생각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레오는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고, 시간에 흐름에 따라 연극에 대한 자리매김도, 가족들에 대한 사랑확인도 나름대로 구축해 갈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썩 흡인력 있게 펼쳐지지 않았지만, 물 흐르듯 적정 수준에서의 분위기를 늘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레오에게 기대했던 '무언가는' 끝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어쩌면 레오의 그런 생각자체만으로도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샤론 크리치의 소설들은 늘 뒷심이 강했기에 어느 정도의 결론이 마련될 거라 생각했다. 로자리아 고모가 돌아온다든가, 레오의 헛된 상상 하나가 실현 되는 것, 아빠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 등 나름대로 순위를 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채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다. 레오가 여전히 성장 중이고, 시간이 좀 더 흘러야 뚜렷한 형상을 드러낼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므로 그런 마무리가 더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열린 결말은 성장소설의 매력이기도 하고, 생각을 틀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왠지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샤론 크리치의 소설은 늘 감동적이고, 웃기고, 메시지가 뚜렷했기에 레오의 이야기가 조금은 심심했는지도 모른다. 레오의 이야기 안에는 이미 충분한 삶의 모습이 녹아 있고, 어른인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가는 모습에서 무언가 서운함을 느꼈나 보다. 그러나 앞으로도 샤론 크리치가 그려내는 성장소설의 세계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며, 신간을 기다리는 묘미를 만끽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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