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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3 (양장) - 바스커빌 가문의 개 ㅣ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평점 :
밤은 깊어가고, 주변은 시끄럽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꺼내기 좋은 책은 역시 추리소설인 것 같다. 책장 꼭대기에 있는 셜록 홈즈를 하나씩 꺼내 읽고 다시 꽂는 일은 최근 들어 또 다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2권까지 무난하게 읽었으므로 3권도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꺼냈다. 어떤 분이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 <바스커빌 가문의 개>가 인상 깊었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있던 터라 약간은 손놀림이 초조했는지도 모르겠다. 홈즈와 왓슨의 행보에 주목하면서 어떠한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했기에 나에게 처해진 상황은 모두 잊은 채 책 속으로 빠져 들었다.
책을 펼쳤을 때 약간의 변화를 감지한 것은 삽화였다. 1, 2권에서는 조금은 선명하지 않은 삽화가 실려 있어 그다지 큰 도움이 못 되었는데, 좀 더 세밀하고 깔끔한 삽화가 그려져 있어 찾아보니 전 권과는 다른 삽화가였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삽화와 비교해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라면 재미인데, 3권에서는 나의 상상력과 삽화가 비교적 잘 맞아 떨어져서 삽화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여전히 셜록 홈즈와 왓슨의 외모는 정착이 안 되어서 낯설었지만 두 사람만은 나의 상상 속에서 키워가고 싶었다. 왓슨은 사건 의뢰인이 남기고 간 지팡이를 통해 홈즈처럼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인지 추리를 하는 식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홈즈의 칭찬 가운데 나름대로 추측하지만, 의뢰인이 등장했을 때는 빗나간 결과에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이한 사건들을 가지고 왔다. 이번에는 오래 전 바스커빌 가문에 내려오는 전설과 관련된 사건이라서 흥미로웠지만 어디에 중점을 둬야할지 약간 헷갈리기도 했다. 바스커빌 가문에 내려오는 전설처럼 흉악한 개가 나타나 사람을 죽였는지, 아니면 다른 존재가 살인을 했는지 단서가 없는 가운데 홈즈는 왓슨을 바스커빌관으로 내려 보낸다.
사건을 의뢰하러 온 모티머 선생은 홈즈와 왓슨에게 고문서 하나를 보여 주었다. 바스커빌 가에 내려오는 전설의 개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못된 일을 저지른 휴고 바스커빌이 어떤 개에 의해 죽임을 당한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바스커빌 가에 내려온 오랜 전설로 치부될 수 있었지만, 최근에 찰스 바스커빌 경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터라 그 전설이 다시 회부되었던 것이다. 찰스 경이 죽음으로써 유일한 상속자인 미국에 살고 있는 헨리 바스커빌 경이 오기로 했는데, 목숨이 위태롭기에 모티머 선생은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온 것이다. 그러나 홈즈는 런던에서 다른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로 직접 헨리 경을 따라가지 않고, 왓슨을 딸려 보낸다. 그러나 헨리 경을 만난 순간부터 의문의 사건들이 발생한다. 헨리 경을 뒤쫓은 마차를 발견하고, 헨리 경의 구두가 없어지고, 당장 떠나라는 경고의 편지가 숙소로 날아온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왓슨이 헨리 경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내심 홈즈가 가지 않은 것이 이상하면서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홈즈는 왓슨에게 보고서로 그 곳에서 알아낸 것들을 전보로 보내달라고 한다.
그렇게 홈즈가 빠진 채 왓슨은 헨리 경과 함께 바스커빌관으로 내려간다. 모티머 선생이 보여준 편지에서는 절대 밤에 집 근처 황무지를 돌아다니지 말라고 경고했었는데, 그런 위험과 런던에서의 자잘한 사건들로 인해 홈즈는 왓슨에게 헨리 경을 절대 혼자 두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모티머 선생은 찰스 경의 시신 근처에서 엄청나게 큰 개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고 진술했으므로 찰스 경의 죽음 뒤에 정말 바스커빌 가문의 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세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은 자꾸 증폭되었다. 홈즈의 충고대로 왓슨은 찰스 경을 혼자 두지 않으며, 주변 인물들을 탐색해 가는데 그 중에 독특한 남매를 발견한다. 박물학자 스태플턴과 그의 여동생 스태플턴 양이었다. 왓슨은 그 남매와 모티머 선생, 그리고 바스커빌관의 하인들을 나름대로 조사한 바들을 홈즈에게 보고서로 올린다. 그곳에서 관찰하고 일어난 사건의 정황은 왓슨의 보고서와 개인적인 일기로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상한 일들은 연이어 일어난다. 왓슨과 홈즈는 전설의 개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황무지에서 들려온 개 울음소리는 많은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며 전설을 믿게 했다.
왓슨은 나름대로 바스커빌관에 머물면서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조금씩 사건의 경위를 밝혀갈 때마다 많은 의문과 궁금증, 긴박감이 넘쳐흘렀다. 거기다 탈옥수가 황무지에 흘러들어 오면서 묘하게 꼬여가는 가운데 왓슨은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황무지에서 홈즈와 비슷한 인물을 보게 된다. 탈옥수가 처남으로 밝혀진 바스커빌 관의 하인의 고백으로 인해 왓슨은 황무지에서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의 은신처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홈즈를 만나게 된다. 몰래 조사를 해야 했던 홈즈는 그간 왓슨이 조사한 것들에 참착하여 나름대로 사건을 풀어가고 있었다. 그가 알아온 정보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헨리 경과 스태플턴양이 사랑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홈즈의 정보는 범인이 누구인지,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범인을 잡기 위해 헨리 경을 밤의 황무지로 불러내야 했던 만큼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는데, 찰스 경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개의 정체가 드러나므로써 바스커빌 가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저주받은 사건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범인은 스스로 자신을 죽음을 자초했고, 그 뒤에 숨겨진 사건의 내막은 모두 홈즈가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기에 홈즈가 자리를 비운 빈자리를 충분히 보상해 준 셈이었다.
왓슨의 시선에서 씌이다 보니 종종 주인공이 홈즈가 아니라 왓슨과 사건의 정황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서도 홈즈가 바스커빌관에 내려가지 않았기에, 다른 계획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지만 내심 서운해 하고 있던 터였다. 따로 황무지에서 조사를 하며 홈즈다운 날카로움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어 주어서 비교적 골고루 중점을 둔 내막을 만날 수 있었다. 홈즈에게 치우쳐 있거나 사건과 왓슨에게 치우쳐 있었다면 독자의 시선도 한 쪽으로 쏠리기 마련인데, 결국에는 그런 쏠림을 막아주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건 홈즈에게 가장 관심이 가며, 그가 펼쳐놓는 논리 정연함과 추리가 명쾌할 뿐이다. 그가 있으면 어떠한 사건도 두렵지 않고, 미궁에 빠질 리 없다는 믿음이 생겨나기에 다른 사건 속의 홈즈가 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