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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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소란스럽거나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재미난 책을 펼쳐든다. 그런 소음과 컨디션을 무시할 수 있는 건 역시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고 갈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무수한 소음과 집중 저하로 점점 짜증이 솟구치려는 찰나 추리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추리소설이라면 지금 나의 기분을 말끔히 씻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 달 지인에게 선물 받은 셜록 홈즈 전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음은 말할 것도 없다. 1권이 비교적 얇아서 부담이 없어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을 꺼내는 내 손길이 가벼웠다.
 

  책장 높은 곳에 자리한 셜록 홈즈 전집을 꺼내고 나니 잠시 힘에 부쳐 헉헉대면서도 고운 자태에 반해 조심스레 책을 읽었다. 드디어 나도 셜록 홈즈에 입문을 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다른 책들을 통해서 셜록 홈즈를 알게 됐고, 추리소설에 매력을 느꼈다. 셜록 홈즈에 궁금증이 솟을 때 적절한 시기에 와준 전집 때문에 약간의 애정을 담아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역시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고, 셜록 홈즈의 활약을 만끽할 수 있었다. 셜록 홈즈 전집 중 첫 번째 책인 <주홍색 연구>는 왓슨과 셜록 홈즈의 만남을 다루고 있었기에 그들의 활약상이 다른 책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첫 만남이어서 그런지 셜록 홈즈와의 만남과 사건 해결들이 왓슨의 회상으로 기록되어 있다.

 

  왓슨 박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지내다 부상을 당하고 피붙이라곤 아무도 없는 영국에 와서 지내게 되었다. 그곳에서 하숙인을 구하다가 우연히 같이 근무했던 스탬포드를 만나고 그로부터 셜록 홈즈를 소개 받는다. 셜록 홈즈도 마침 하숙인을 구하고 있었고, 스탬포드가 다소 괴팍한 데가 있다고 설명을 해줬음에도 홈즈를 만나고 나서 그와 같이 하숙 생활을 하기로 맘먹는다. 그렇게 둘의 하숙생활은 시작 되었고, 왓슨은 셜록 홈즈를 나름대로 파악해 본다. 셜록 홈즈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무척 해박하지만, 교육을 통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점을 지적해 주었음에도 셜록 홈즈는 개의치 않는다. 홈즈는 자신이 하는 일이 탐정 자문이라고 밝히면서 쌓고 있는 지식에 관해 나름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기이한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영국 경찰은 셜록 홈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자신이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어도 결과는 모두 경찰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푸념하면서도 홈즈는 왓슨이 놀랄만한 기민함과 추리로 사건 해결에 일조를 한다.

 

  폐가에서 한 남자가 고통스런 표정으로 죽어 있는 현장을 다녀온 뒤 살인범이 어떠한 인물인지, 그 남자가 어떤 사인으로 죽었는지를 추측해 내지만 주변 사람들은 통 믿지 않는 눈치다. 그러나 살해당한 남자와 동행했던 또 다른 인물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은 다시 미궁 속에 빠진 듯 했다. 그러나 홈즈만의 독특함으로 결국 범인을 잡고 그 범인이 왜 그런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2부에서 상세하게 펼쳐진다.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한 그 이야기 속에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모르몬교도의 대이동 속으로 흘러간다. 그 안에서 행해지는 종교적인 억압과 탄압은 결국 범인인 제퍼슨 호프의 약혼녀와 그녀의 아버지의 목숨을 뺏어갔고, 그로인해 수십 년 동안 복수를 하기 위해 쫓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비극은 2부의 초반부터 예견되었기에 잠시 추리 소설이라는 사실을 잊고,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모르몬교도들에 의해 사막에서 구출된 훗날 제퍼슨의 약혼녀가 되는 소녀와 그녀의 양아버지는 모르몬교의 병폐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목숨을 구출해 주었기에 순종하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들 앞에 나타난 제퍼슨을 모르몬교도들은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도망치다 추격을 당해 그녀의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그의 약혼녀는 억지 결혼을 당하고 얼마 후에 죽고 만다. 그 일을 행한 자들에게 대한 복수심에 불타 수십 년간 그들 뒤를 쫓으며 복수한 이야기는 살해 된 두 남자의 결말로 이어졌지만, 제퍼슨의 비극과 모르몬교의 병폐는 씁쓸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제퍼슨은 두 사람을 살해했기에 죄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그는 오래전부터 앓던 지병이 있었고, 그는 감옥에서 목숨을 잃는다. 비극적인 결말이었지만 제퍼슨은 복수를 했기에 맘 편히 잠들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는 오로지 홈즈만 보였던 시선이 제퍼슨의 과거행적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제퍼슨도 나름 흔적이 남지 않는 범행을 저질렀지만, 홈즈 앞에서는 그의 범행이 낱낱이 밝혀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왓슨의 기록이기에 모르몬교, 제퍼슨의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어서인지 잠시 추리소설의 흐름이 끊겼다가 이어진 점에 대해서 낯설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왓슨과 셜록 홈즈의 만남, 셜록 홈즈의 활약상을 보면서 앞으로 이어질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홈즈를 만나다 보면 전집 마지막을 읽을 때쯤에는 홈즈에 대한 시선과 애정이 상당히 달라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차근차근 셜록 홈즈를 읽어나가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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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5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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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컵라면을 먹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이 시간까지 내가 지금 뭐하나 싶어 잠시 낯선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손에 쥐고 있는 책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초반에는 조금 지지 부지하던 스토리가 흐름을 타더니, 나의 관심을 끌면서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어 늦은 시간을 무릎 쓰고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 왜 그렇게 배가 고픈지. 저녁을 먹고 11시에 계란 두 개를 삶아 먹고, 책을 읽다 보니 또 배가 고파 결국 컵라면을 새벽 2시에 먹고 말았다. 컵라면을 먹고 마저 책을 읽고 나니 그제야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궁금증을 해소 시켰다는 개운함이 밀려와 편히 잠들었는데, 아침이 되니 눈은 안 떠지고 또 배가 고파왔다.
 

  자기 직전에 읽고 잔 책이 여서 그런지 꿈속에 맷과 어슐러가 나온 것 같기도 했다. 비교적 개운하게 눈을 뜨긴 했지만 온 몸이 뻑적지근한 게 어슐러와 농구 한 판이라고 한 것 같은 기분이다(절대 180cm 거구랑 농구할 일이 없지만.). 그러면서도 이제 다 잘 해결 되었으니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16살 청소년들이 겪기에는 좀 무게감 있는 사건들이었던 것 같아 되레 내가 한껏 늙어버린 기분이 든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버린 듯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미완성이고 부서지기 쉬운지 맷의 일화를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막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들에게 그런 모습을 비춰주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잘 이겨낸 맷과 어슐러에게 장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맷이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한 농담을 누군가가 신고해 버려 테러리스트로 몰리게 되었다. 사복 경찰들이 찾아왔고, 아무리 설명해도 맷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어느 누구 하나 변호해 주지 않아 맷은 취조를 당하고 3일 정학까지 당하게 된다. 맷이 한 말들이 분명 농담이라는 것을 다 알았음에도 경찰까지 찾아오자 친구들은 누를 당할까봐 모두 맷을 피해 버린다. 그때 농구부의 주장이자 거구에 못생긴 소녀 어슐러 럭스는 맷이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일이 아주 웃기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지나치다 맷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친구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보았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뉴스와 신문에까지 나오자 어슐러는 맷의 농담이 일파만파 오해된 것에 대해 분노를 터트린다. 맷의 주변의 패거리들은 물론, 교장선생님까지 맷을 변호하기보다 조사 중이라고만 했기에 어슐러가 나서기로 했다. 맷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라기보다 진실 앞에서 피해버리는 사람들이 싫었다. 친구에게 물어 맷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낸 다음 자신이 당시에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증언이 되어 주겠다고 말한다.

 

  맷은 그야말로 비참한 상황이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맷이기에 대본 이야기를 하다가 장난삼아 말 한 것인데 테러리스트로 몰린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변호하고 나설 줄 알았던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 경찰까지 자신을 믿어주는 눈치가 아니었다. 맷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정학을 당한 터라 집에서 답변 없는 메일을 친구들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답답함 때문에 미칠 지경이던 맷에게 어슐러의 메일이 도착한다. 어슐러의 메일은 맷에게 구원 같았다. 초등학교 때 같이 학교 다녔지만 얘기를 해 본적도 없었고, 특히나 그녀의 외모가 위압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어슐러가 자신을 변호해 주겠다고 나섰으니 맷으로서는 고마움을 넘어 없던 우정이 샘솟을 정도였다. 어슐러는 교장 선생님을 만나 맷의 무죄를 말했고 어슐러의 행동에 교장 선생님도 놀라는 눈치였다. 아무도 맷을 변호하려 하지 않았기에 어슐러의 등장에 멈칫 하면서도 내심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맷은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학교와 동네를 시끄럽게 했던 그 사건은 잊힌 듯 했다. 그러나 예전의 맷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가장 빨리 깨달은 사람은 맷이었다. 친구들의 태도에 묘하게 경계가 느껴졌고,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어느 누구도 나서주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맷은 예전처럼 썰렁한 농담을 일삼는 일도, 클럽 활동을 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맷은 상처를 받은 것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았던 소년이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다시 복귀했음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았다. 유일하게 어슐러만이 자신을 변호해 주고 나서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어슐러도 맷에게 살갑게 굴지 않아 맷은 우울한 아이로 변해갔다.

 

  어슐러에게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고, 부모님은 고통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상대로 고소를 했다. 그 뒤로 어슐러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악화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학생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돈만 밝히는 가족이라는 오해가 덧입혀진다. 맷은 무엇이 잘못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자신이 즐겨 산책하던 곳에 간다. 그곳은 바위투성이 산이었는데 한 순간 맷은 그 아래로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절제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어슐러였다. 우연히 산책하러 나온 맷을 발견하고 어슐러는 구원의 손길을 펼쳤다. 그리고 맷은 한 순간 품었던 생각을 떨쳐버린 채 어슐러의 손을 잡고 산을 내려온다. 그리고 그 뒤로 둘은 급속도라 가까워진다. 이메일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산책을 하며, 여러 곳을 함께 다닌다. 학교에서는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둘은 개의치 않았다. 농구를 잘하는 소녀지만 거구에다 못생긴데다 늘 무뚝뚝해서 친구가 없는 어슐러와 쾌활하고 평범한 소년 맷이 친구가 되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게 되었으니 어떠한 친구들보다 애틋해 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이 해결 된 것은 아니었다. 분명 맷을 신고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진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맷이 아끼던 개 펌프킨이 납치되는 소동이 일어나고, 어슐러와 함께 개를 찾는데 일조한 둘은 잠깐 있었던 오해를 풀게 되며, 맷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중 또 다시 폭파 신고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추적한 결과 동네에서 인심 사납기로 소문난 목사였고, 그 두 딸이 맷의 대화를 듣고 아빠에게 전해 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목사는 체포 되었고, 부모님은 고소를 철회하고, 모든 일이 해결된 가운데 맷과 어슐러는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듯 녹록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원만하게 해결이 되긴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고등학생인 맷은 인생의 몇 년을 훌쩍 살아 버린 듯 큰 고통의 과정을 맞이했고, 다행히 어슐러를 통해서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외모로 판단하고 모두들 멀리했던 어슐러나 오해로 비롯된 사건에 언론과 폭력, 왕따가 합세해 궁지에 몰렸던 맷, 어른들의 부조를 쉽게 지나칠 수 없다. 학창시절 누구나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른 채 대중을 따라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비슷한 처지였기에 어슐러와 맷이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진실 되게 바라보는 시각을 발견함으로써(주변상황에 굴하지 않고 선뜻 행동에 나선 어슐러가 그랬다.) 그들이 가까워진 만큼 이런 만남이 흔하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건의 단면만 보지 말고 그 안에 저자가 흩뿌려놓은 메시지를 감지하며, 소신껏 삶을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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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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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일요일이 몹시 우울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고, 친구들과 악을 쓰며 놀면서 피하고 싶었던 시기. 흔히 월요병의 전초전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좀 성질이 달랐던 것 같다. 20대 초반에 사춘기가 가장 심했던 나로서는 일요일의 발광(?)이 늘 지나쳤었다. 그런 기억이 이제는 기억의 언저리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그때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게 신앙이 없었다면, 아직도 일요일의 발광을 이어갔을 거라 생각하니 끔찍해졌다. 이제는 일요일을 맞이하는 마음이 그런 마음이 아니기에 잠시 주춤했던 마음을 추스르며 연관 짓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여야 할 정도였다.
 

  제목이 <일요일들>인 것처럼 다섯 편의 단편에는 '일요일'이라는 공통 시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도쿄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야기의 끝은 늘 민숭민숭 했다. 현재시점이라는 시각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단편 속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색다른 느낌은 별로 없었다. 한 사람의 모습을 지켜볼라치면 어느새 이야기는 끝이 나 있거나, 주인공들의 행태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 왜 그런 행동들을 하면서 독자를 불쾌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추슬렀던 일요일의 발광과 함께 겹쳐지면서 책 속의 이야기는 우울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만 해도 그랬다. <일요일의 운세>에 나오는 다바타는 뭐 하나 제대로 끝내는 일 없이 주변 여자들에게 질질 끌려 다녔다. 말 한마디만 제대로 했더라면 오해를 살 일도, 타박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것이며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자 친구에 의해 상파울루로 떠나게 되는 그에게 형은 행복하냐고 묻자 태양에 대한 비유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책 속의 인물들은 보통 사람들이면서도 조금은 뭔가 색다른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일요일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는 남자, 여자들의 여행에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와 복잡 미묘한 감정들, 부자간의 잊힘에 대한 사연들, 애인에게 폭력에 시달리는 여인까지 인물들만 따져 보자면 결코 밝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 느끼는 것들이 있겠지만, 도심 속에 묻힌 몇몇 사람들의 일요일은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다섯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한 형제의 이야기였다. 배낭을 메고, 굶주리며, 엄마를 찾는 아이들은 늘 등장했다가 도망치듯 사라지곤 했다. 그 아이들의 이야기는 연속성을 띄다 마지막 단편 <일요일들>에서 베일을 벗고 완성된다. 폭력을 휘두르는 애인에게 시달리다 상담소를 찾은 노리코는 그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세월이 흘러 그 아이들 중 형을 만나게 된다. 도쿄를 떠나는 그녀에게 그 형제의 만남은 그녀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 주었다. 거기다 저자는 단편 속의 인물들 사연에 비슷하게 얽혀 들어가게 길을 만들고 있었다. 주인공이 이삿짐 센터에서 일을 했다면, 다른 단편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는 다른 인물이 그려지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같은 인물이 아닐까 하고 책을 들춰보기도 하고, 미묘한 연관성에 저자만의 독특한 구성을 느끼기도 했다. 어쩌면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특별하지도 않고, 평범하다는(헷갈릴 정도로) 이미지를 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맞이하거나, 뇌리 속에 남아 있는 일요일은 뿌연 안개처럼 답답함을 안고 있었다.

 

  내게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는 일요일을 대입시키다 보니 탁 트인 시야로 책을 읽지 못한 것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도 치부해도 될 이야기에 짜증을 많이 보탠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거기다 현실을 피하고 싶어 일삼는 나의 도피성 독서에서, 현실을 드러내는 소설을 만났기에 때문에 불쾌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현대인의 모습을 잘 담아놨다고 해도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은 사람들을 묘사한 것과 동시에, 보편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담고 있다는 이중성을 담고 있어 갈피를 못 잡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의 치열함, 일요일에 대한 기억, 사랑의 얽힘이 빠지지 않고 등장함에도 무엇 하나 기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마음이고, 저자는 독자들에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요일을 다른 의미로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부여에 동조하지 못한 것이 여전히 아쉽지만, 내 나름대로의 일요일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므로 좀 더 풍요로운 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일요일뿐만이 아니라 다른 요일, 한 달, 일 년, 일생을 바라볼 수 있는 꿈을 가진 채 현재에 충실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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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20권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23. 타샤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24.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25. 시계탑 - 전아리
26. 바시르와 왈츠를 - 아리폴먼, 데이비드 플론스키
27. 트와일라잇 - 스테프니 메이어
28.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29. 동정없는 세상 - 박현욱
30.~3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32. 홍길동전 - 허균
33. 이클립스 - 스테프니 메이어
3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35.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 - 칼렙 카
 

-----------------------------------------------------15권

 

 

 

3월에 읽은 책
 
 
36.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37. 사랑을 말해줘 - 요시다 슈이치
38.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39.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40. 스웨터 - 글렌 벡
41.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42.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43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 헤르메스 김
44. 파리의 스노우캣 - 권윤주
45. 태양을 기다리며 - 츠지 히토나리
46.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47. 안과 겉 - 알베르 카뮈
48. 백치(상) -도스또예프스끼
49.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놀드 베넷
 
--------------------------------------------------------------14권
 
 

4월에 읽은 책
 
 
 
5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51. 일본 전산 이야기 - 김성호
5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스콧 피츠럴제럴드(노블마인)
53. 옛 소설에 빠지다 - 조혜란

54. 엄마의 은행통장 - 캐스린 포브즈

55.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 식사 - 고수유

56. 굼벵이의 노래 - 황원교

57. 어설픈 경쟁 - 장 자끄 상뻬

58.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

59. 꿈꾸는 토르소맨 - kbs 스페셜 제작팀

5월에 읽은 책

 

 

60. 트와일라잇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61. 아름다운 날들 - 장 자끄 상뻬

62. 개가 남긴 한마디 - 아지즈 네신

63.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 아지즈 네신

6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65.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데이비드 콜버트

66. 스타트 신드롬 - 김진세

67. 퇴계잡영 - 이황

68. 지로 이야기 1 - 시모무라 고진

69.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마이클 셰이본

70. 인터월드 - 닐 게이먼, 마이클 리브스

71.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72.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73.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김혜원

74. 1은 하나 - 타샤 튜더

75.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 샬레인 해리스

76.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 - 샬레인 해리스

77. 강철군화 - 잭 런던

 

------------------------------------------------------18권

 

 

6월에 읽은 책

 

 

78.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 아지즈 네신

79. 세라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0. 세드릭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1. 왜 미술관에는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8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83.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 돌프 페르로엔

84.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 테리 트루먼

85.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 하코자키 유키에

86. 브레이킹 던 - 스테프니 메이어

87. 퍼펙트 블루 - 미야베 미유키

88.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 샤론 크리치

89.~94. 배터리 1~6 - 아사노 아쓰코

95.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96. 모방범 1 - 미야베 미유키

97. 나의 엄마, 타샤 튜더 - 베서니 튜더

 

----------------------------------------------------------20권

 

 

7월에 읽은 책

 

 

98. 그레이브야드 북 - 닐 게이먼

99. 설득 - 제인 오스틴

100.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101. 정체성 - 밀란 쿤데라

10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103. 쉿, 조용히! - 스콧 더글러스

104. 도가니 - 공지영

105. 닌자 걸스 - 김헤정

106. 르노와르 -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107. 아주 특별한 시 수업 - 샤론 크리치

108. 열린다 성경 - 류모세

 

---------------------------------------------------------11권

 

 

8월에 읽은 책

 

 

109. 면도날 - 서모셋 몸

110. 소송 - 프란츠 카프카

111. 베일 - 오츠이치

112. 카오스 - 지아우딘 사르아르

113. 내 안의 타락천사 - A.M 젠킨스

114. 침대를 타고 달렸어 - 신현림

115.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116.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117.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118. SP - 가네시로 가즈키

119. 생각 - 이어령

120.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121. 행복한 파스타 만들기 - 샤론 크리치

122. 4teen - 이시다 이라

 

---------------------------------------------------------14권

 


 

- 8월의 독서는 후반부에 강했다.

초반에는 거의 책을 읽지 못하고, 중순부터 말일까지 계속 읽었다.

그래도 여전히 생기는 책에 못 미치는 읽기지만^^

8월에는 63권의 책이 생겼다.

도쿠가와 이에야스(32권)을 지르는 바람에 책이 확 늘어나 버렸다.

그래도 책장을 들이고 책장 정리를 해서 속이 시원하다.^^

 

 

 

 

2009년도에 생긴 책

 

 

423.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424.  러시아 사상가 - 이사야 벌린

425. 거울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426. 오즈의 마법사 - L. 프랭크 바움


427.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428. 슬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429.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 빌 브라이슨

430. 달나라 도둑 - 김주영

431. 내몸 대청소 - 프레데릭 살드만

432. 톨스토이 단편선 - 톨스토이


433.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434.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김정욱 외


435. 위험한 독서 - 김경욱

436.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칼잡이들의 이야기 - 보르헤스

440. 이방인 - 알베르 카뮈

441.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442. 파우스트 2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443. 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

462.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 권헌영 외

463. 웨이벌리 - 월터 스콧

464.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465.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 조이스 캐럴 오츠

466. 자연이라는 개념 - R.G. 콜링우드

467.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 김연수 외

468.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67.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468. 북학의 - 박제가

469. 픽션들 - 보르헤스

470. 알렙 - 보르헤스

471. 2009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472.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 알베르 카뮈

473.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 수잔 패트런

474. 결혼, 여름 - 알베르 카뮈

475.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

476. 구스타프 클림트 - 에바 디 스테파노

477.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478. 메구스타 쿠바 - 이겸

479. 미성년(상) - 도스또예프스끼

480.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481.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482. 태양의 후예 - 알베르 카뮈

483. 칼리굴라 . 오해 - 알베르 카뮈

484. 누구를 위한 인터넷 규제인가 - 이수운

485. 인터넷에 관한 몇가지 진실과 오해 - 최순욱

486. 저작권 오디세이 2009 - 한정훈

487. 무선망 개방 해외에서 길을 묻다 - 김민수

488.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 정재승, 전희주

489.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 APCTP 기획

490.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 김용철 외

 

491.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2. 백야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3.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또예프스기

494. 적지와 왕국 - 알베르 카뮈

495. 이기는 습관 2 - 김진동

496. 클림트 황금빛 비밀 - (주)문화에이치디

497.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498. 생각 없는 생각 - 김홍호

499. 사람을 욺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공문선

500. 행복한 죽음 - 알베르 카뮈

501. 페스트 - 알베르 카뮈

502. 작가수첩 3 - 알베르 카뮈

503. 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504. 라틴 소울 - 박창학

505. 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506. 잘가요, 언덕 - 차인표

507.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 단 프린스-휴즈

508. 캐테 콜비츠 - 캐테 콜비츠

509. 당나귀의 지혜 - 앤디 메리필드

510.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 빌 브라이슨

511. 다른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512.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8

513.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514. 숲에게 길을 묻다 - 김용규

515.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516.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517. 빅스위치 - 니콜라스 카

518.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519. 드림위버 - 잭 보웬

520.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52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문학동네)

522. 전략의 탄생 - 애비너시 딕시트, 배리 네일버프

523. 메이저리그 경영학 - 제프 엥거스

524.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 김주환

525.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 아툴 가완디

526.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 리처드 파인만

527. 여행자의 편지 - 박동식

528.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529. 내사랑 카사사기 - 제임스 미키

530.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531.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에릭J. 카셀

532. 생사불명 야사르 - 아지즈 네신

533. 지로 이야기 2 - 시모무라 고진

534. 내 심장을 쏴라 - 김유정

535. 지로 이야기 3 - 시모무라 고진

536.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마비쉬 룩사나 칸

537. 복떡방 이야기 - 정정섭

53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찰스 리드비터

540. 변신이야기 2 - 오비디우스

541. 하이디 - 요한나 슈피리

542. 피드 - M.T 앤더슨

543. 제비호와 아마존호 - 아서 랜섬

544. 백치 (하) - 도스또예프스끼

545.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케니스 그레이엄

546.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47.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548. 일식 - 히라노 게이치로(양장)

549. 루비 홀러 - 샤론 크리치

550. 모방범 2 - 미야베 미유키

551. 모방범 3- 미야베 미유키

552. 그 후 - 나쓰케 소세키

553. 파리의 노트르담 2 - 빅토르 위고

554. 고야 - 줄리아노 세라피니

555.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김동영

556. 청춘불패 - 이외수

557. 헉! 아프리카 - 김영희

558.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 - 이면희

559. 요셉과 그 형제들 6 - 토마스 만

560. 요셉과 그 형제들 깊이 읽기 - 장지연

561.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562.~56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차히커를 위한 안내서 1~5) - 더글러스 애덤스

567. 미친 별 아래 집 - 다이앤 애커먼

568. 왕처럼 화내라 - 크리스토프 부르커

569.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조프 롤스

570. 하하 미술관 - 김홍기

571.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572. 플라이트 - 셔먼 알렉시

573. 사진찍기 - 최정호

574. 경제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 - 정승현

575.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 이민희

576. 페트로폴리스 - 아냐 울리니치

577. 카레 소시지 - 우베 팀

578.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588.~596. 셜록홈즈 전집 - 아서 코난 도일

597. 실종자 - 프란츠 카프카

598.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에드윈 무어

599.  꿈 같은 삶의 기록 - 프란츠 카프카

600.~632. 도쿠가와 이에야스(1~32) - 야마오카 소하치

633.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634.~635. 뱀파이어 레스타 1~2 - 앤 라이스

636.~637.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 1~2 - 앤 라이스

638. 일의 기쁨과 슬픔 - 알랭 드 보통

639.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박은기 외

640. 나목 - 박완서

641.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

642. 돌연변이들 - 로빈 브랜디

643. 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644. 8일째 매미 - 가쿠타 미쓰요

645. 지구 위의 작업실 - 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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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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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몹시 불더니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져 버렸다. 낮에는 그다지 큰 차이를 못 느꼈는데 해가 떨어지고 나니 일교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더운 날씨를 힘겨워하는 나로서는 잘 된 일이지만, 왠지 여름다운 여름을 맞이하지 못하고 보내 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급변할지 몰라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의 날씨가 무척 좋다. 이불을 포근히 덮으며 잘 수 있고, 풀벌레 소리 들으며 깊은 밤에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가을 향기가 나는 이 시기에 가장 읽기 좋은 장르를 맘껏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수필, 시, 산문 등은 내가 맞이하고 있는 현재를 한껏 느끼기에는 그만이기에 더 설레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장르별로 분류를 했는데, 위에서 말한 장르의 책이 꽤 많은 것에 놀랐다. 소설을 좋아하기에 대부분 전집이나 시리즈가 즐비한 책장에서도 가을에 읽기 좋은 책들이 많아 괜히 뿌듯했다. 그 가운데서 내 입맛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가 있으니, 잠시 책장에 쌓인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압박감을 잊을 수 있다. 그 책들 중에 간택될 가능성이 높은 책은 수필인데, 고(故)장영희 교수님 책은 0순위로 봐도 무관할 정도로 최근에 매력에 빠진 저자이다. 한 작가가 좋으면 책을 모으면서 쭉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제 한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전작하고 싶은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나 같은 독자에게도 읽을 기회를 주어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많은 감정들을 꼼꼼히 짚어주며 위로해주는 그녀의 글. 이 책도 입소문만 들어도 읽고 싶을 정도로 칭찬이 끊이질 않아 무척 궁금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미루는 내게 말하듯, 그녀는 서문에서 "못한다고 아예 시작도 안하고, 잘 못한다고 중간에서 포기했다면 지금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라고 말했다. 철저히 나를 향한 말인 것 같아 순간적으로 든 부끄러움도 잠시 제쳐두었건만 한없이 자신감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언제쯤 나는 무언가를 해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던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얼른 그 마음을 접어 버리고, " '글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글들은 바로 나다. 발가벗고 대중 앞에 선 나다." 고 말한 그녀의 '나' 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살아갈 기적 살아온 기적>에서 그녀의 내면의 많은 부분을 보았지만, 이곳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니 '발가벗고 대중 앞에 선 나다'고 말했던 그녀의 말이 왜 그렇게 가슴 아프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고 덤덤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란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두드러졌던 점은 자신의 불편한 다리와 아버지 이야기였다. 다른 책에서 본 것처럼 일상 이야기, 학교 이야기, 학생들 이야기도 많았지만 내가 말한 두 이야기가 특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미 불편한 몸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그런 불편함을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편안함에 놀랐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켜 버려 당황스러웠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당했던 온갖 오해와 수모들을 알아가고 있노라면, '나도 저 중에 한 사람이었다'는 부끄러움 보다 정신을 놓기 일쑤였다.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읽었지?'라고 반문하게 되는 적나라함. 그 안에는 '나는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에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꼬물꼬물 올라왔다. 만약 지나가는 사람 중 몸도 불편하고 옷도 허름한데, 그 사람이 박사에다 교수라면 나의 시선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단박에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겉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보통 사람의 실수임에도, 내면을 보지 않으려는 마음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로 인해 알아 버렸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글들은 참 마음이 찡했다. 특히 영어교과서 공동 집필을 하시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 마무리 작업을 했던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나 평범한 딸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 같아 많은 공감이 갔다. 그녀의 아버지가 어떠한 분인지 몰랐던 나에게는 그 분의 업적을 알게 된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그늘이 어떠한 것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이름보다 장왕록 교수의 딸로 불려도 행복했던 그녀였기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많이 그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런 아버지 곁에서 편히 있겠지만, 그녀를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저 그곳에서도 이 글 속의 그녀 모습 그대로 지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의 많은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어도 역시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을 드러내는 그들 앞에서는 숙연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늘 내 자신의 눈을 기준삼아 세상을 바라보곤 하지만 그런 기준을 무너뜨려주는 것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고, 주변 사람들과 얽혀 들어갈 때에 식견을 넓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발가벗고 대중 앞에 선 자신의 이야기는 많았다. 자신이 하게 된 실수, 잘못된 시선으로 인한 오해, 일에 대한 회의감, 누구나 갖게 되는 보편적인 마음들을 하나하나 드러냈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나라면 절대 저렇게 고백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만큼 치부가 많은 나이고, 숨기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기에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왕좌왕 할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글을 읽고만 있어도 나의 마음이 정화된 느낌이 들었다. 더러운 생각과 찌꺼기들이 모두 빠져나간 듯 한 기분이 들면서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나의 내면을 에워쌌다. 허상된 것에 대한 희망을 주기보다 현재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갈 힘을 주는 그녀의 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부터 그녀의 글이 읽을게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되지만, 어느 정도 찾아 읽다가 없으면 그녀가 번역해 놓은 소설, 그녀의 아버지가 번역해 놓은 소설까지 찾아 읽어 보려 한다. 번역을 하실 때 '독자가 얼마나 무서운데'의 원칙을 철칙으로 여기셨다는 선친이셨기에, 또 그런 아버지에게 배웠기에 번역한 책도 맘 놓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무서운 독자'가 아닌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 재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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