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하룻밤의 지식여행 53
지아우딘 사르다르 지음, 이보나 에이브럼스 그림,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나로 우주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나마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워서 근처에 갈 일이 있어 겸사겸사 방문을 했는데, 역시나 흥미를 끌었던 것은 하나도 없었고 지루했던 기억만 난다. 관심의 차이라 해도 서점을 방문한 것처럼 폴짝거리며 뛰어다닐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주에 관한 다양한 전시가 되어있음에도 담너머 불구경 하듯이 눈도장도 못 찍고 왔으면서 책장에서 빼낸 책이 '카오스'라니. 정신이 혼미해서 책장에서 책을 잘못 꺼냈나 싶을 정도로 나와는 어색한 조우였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섭렵하는 것이(아주 미미한 건드림에 지나지 않는 독서지만.) 즐거운 것임을 앎에도 내가 이런 책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과학에 '과'자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뿐더러(이런 말은 새로운 장르가 나올 때마다 내가 즐겨 들먹이는 말이다.), 과학은 학창시절에 전혀 흥미가 없었던 과목 중 하나였다. 조금씩 일상생활에서도 과학의 흥미로움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고 생각을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런 책을 보면 별 세계를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나와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늘 인정하게 된다.

 

  나 같은 독자를 위해서인지 이 책은 '하룻밤의 지식여행'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었다. 어차피 깊이 들어간다 해도 내가 이해하기는 불가능 하니 가볍게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은 부담이 덜어졌다. 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왜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를 나조차도 알 수 없었으므로, 하룻밤에 어떠한 효과를 볼 수 있는지 가늠해 보기로 했다. 카오스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혼돈이나 무질서 상태라는 기본적인 뜻 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으므로 아무리 '하룻밤의 지식여행'이라고 해도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음에 멍해지고 말았다.

 

  이 책의 구성은 좀 독특했다. 카오스에 관련된 소제목과 간략한 글이 있고, 그 아래 그림이 있다. 대부분 사진에 다른 그림이 따로 그려져 있었는데, 그림 자체가 독특했다. 카오스에 관한 여러 가지를 소개하다 보니 그랬으려니 싶어도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림 안에는 말풍선이 있어 소제목에 대한 설명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이질감이 가득했고, 카오스에 대한 소제목에 합당한 부가설명인지 의심이 가기도 했다. 워낙 아는 것이 없어서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말풍선을 보아도 그것들을 내 머릿속에 들여 놓기란 쉽지 않았다. 카오스 현상이 흥미롭긴 하지만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발견이어서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유명한 과학자들조차 그저 환상적인 이야기로 여겼다고 한다. 카오스 이론은 단순성과 복잡성, 질서와 무작위성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일상 경험을 자연의 법칙과 연결해 준다고 한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으며, 과학자들의 흥미를 끓어 들일 테지만 나 같은 문외한들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다.

 

  너무 많은 지식의 방대함 때문인지 카오스 이론은 쉽게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미미하게나마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했지만,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찾아내거나 어떠한 현상 속에서 발견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 책에서는 카오스 이론은 간단하게 결정론적 계 안에서 비주기적이고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내가 속한 현재에서 카오스 현상과 연결 지을 만한 것들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나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책은 다양한 현상과 파생되는 여러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복잡하고 깊게 설명해 주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 하지만,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음에도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기본적인 지식을 다양하게 나열한 구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체가 지닌 울퉁불퉁함이나 끊어짐, 불규칙성의 정도처럼 달리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속성을 측정하는 방법인 프랙탈부터, 카오스 경제학까지 뻗어 나가는 방대함에 기가 눌릴 지경이었다.

 

  두껍지 않은 한 권을 책을 읽었음에도(그림이 더 많았는데도),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내 눈앞에서 스쳐간 기분이다. 내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겉핥기만 했는데도 정작 내가 건져낼 수 있는 것들은 없었다. 워낙 문외한이기도 했거니와 나의 이해력이 느려 카오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다. 카오스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정리하는 식으로 읽어본다면 좋을지는 몰라도, 나처럼 전혀 발을 들여놓지 않은 분야의 책을 꺼낸 사람들은 낭패감을 맛볼 수도 있다. 선호하지 않은 장르라고 해도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 놓는 것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나에게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이런 책은 나보다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 제격이므로, 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지인에게 어서 넘겨주고 무거운 짐을 털어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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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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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츠이치란 작가는 <ZOO>를 통해서 독특함을 인식하게 되었고,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로 저자의 가치를 각인시키게 된 작가다. 분명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작품의 독특함과 완성도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공포보다는 서늘함과 오싹함이 여운으로 남는 작품들이 주류였기에 썩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신간이 나왔다고 하면 관심이 가기 마련이었는데, 여전히 그의 작품을 대할 때는 멈칫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다. 평상시에 내가 생각하지 않는 세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베일>에 실린 첫 번째 단편 '천제요호'가 그랬다. 기이한 이야기였고, 묘한 공감을 끌어내면서도 기억의 연속성을 이어가고 싶지 않은 소설이었다. 소년이었던 야기는 몸이 아파 누워있다가 심심해서 당시 친구들이 즐겨하던 코쿠리 상(초혼술의 일종) 놀이를 한다. 내가 어릴적에 했던 분신사바 놀이가 아마 여기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흡사했다. 분신사바 놀이는 내가 직접 하지는 않고 친구들이 하는 것을 구경했는데, 의식을 잃은 것 같은 친구의 손이 스윽스윽 선을 그으며 이동할때는 정말 오싹했다. 야기는 혼자서 그 놀이를 하는데, 10엔 동전이 이동하면서 글자를 만들어 냈다. 단지 심심해서 시작한 놀이에서 '누구 있어요......?'란 질문을 했는데, 어느새 동전은 '예'에 향해 있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사나에라고 불리는 여자와의 악연은 시작된다.

 

  '천제요호'는 야기가 쿄코라는 여자에게 쓴 편지와 쿄코가 바라본 야기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야기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 두었고, 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상세히 말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에는 사나에가 있었기에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코쿠리상 놀이를 하다 사나에의 예언능력을 맛본 야기는 그녀에게 매혹돼 위험한 약속을 하고 말았다. 사나에의 자신의 아기가 되면 영원한 생명을 준다고 했다. 야기는 그런 삶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사나에와 약속을 하고 만다. 그 이후로 야기에게는 이상한 힘이 생겼다. 상처가 나면 쉽게 나음과 동시에 그곳이 사람의 뼈가 아닌 이상한 무언가로 채워지면서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배고픔을 참을 수 있었으며, 상처가 날때마다 몸은 괴상하게 변해갔고 붕대로 그곳을 숨기다 결국 가출한다. 야기가 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 상태로는 어느곳에도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발길 닿는 곳을 다니다 길가에 쓰러졌는데, 그때 쿄코를 만났다.

 

  쿄코는 야기의 몰골이 무서웠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그런 야기를 돌봐주며 남들이 보는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보아주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자신의 정체를 잘 아는 야기는 쿄코 곁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떠나려 했지만, 안정된 생활이 이어지자 쿄코 곁에서 남들이 사는 인간적인 삶을 갈망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이 다니던 공장의 아들과 그의 친구가 자신의 생명을 빼앗자 쿄코는 그들에게 복수를 하면서 더이상 쿄코 곁에 머물 수가 없게 된다. 사나에에게 이미 영원한 생명을 얻은 야기는 흙 속에 묻혀 있다 깨어난다. 그리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쿄코에게 긴 편지를 남기며 사라진다. 그런 야기를 바라보는 쿄코의 마음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곁에 있고 싶어했던 안타까움과 야기가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겹치면서 많은 감정을 흩뿌려 놓았다. 기이해서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은 세계의 이야기였지만, 인간도 괴물도 아닌 야기가 겪은 일들과 그런 야기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쿄코의 시선은 닿을 수 없는 경계로 치닫고 있었다.

 

  두 번째 단편 'A MASKED BALL'은 화장실 낙서로 인해 벌어지는 학교의 기이한 이야기였다. 고등학생인 우에무라는 담배를 피울 장소를 찾다 구석진 화장실 한 칸을 알아낸다.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낙서금지'라는 정자체로 된 낙서를 발견으로 자신 이외에도 네 명의 사람들이 이 곳에 들어와 낙서를 한 것을 알게 된다. 우에무라도 G.U라는 이니셜로 낙서를 남기는데, 그것은 다섯사람이 낙서로 인해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시답잖아 보이던 낙서가 사건이 된 것은 정자체가 남긴 낙서 이후부터였다. 교내 자판기가 적다는 불평을 하자, 정자체로 낙서를 남긴 이는 '이 학교에는 깡통이 너무 많다'란 낙서를 남기고, 교내 자판기 전선이 싹뚝 잘려져 있는 것이 발견된다. 그 일이 일어나자 낙서를 남긴 사람들은 정자체가 한 짓임을 알고 여러가지 의견을 남기지만,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주차를 똑바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생님의 차가 테러를 당하고,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여학생 또한 테러 위기에 처한다. 정자체가 낙서를 남길 때마다 그 일은 터지곤 했는데, 정작 교칙에 위반되는 담배를 피우러 화장실에 들르는 우에무라는 여전히 무사했다. 자꾸 그런 일이 터지자 우에무라는 범인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를 던지는데, 도무지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할 수 없었다. 분명 존재하지 않는 존재일 거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이야기 속에 청소에 관해서 약간 나온 터라 잠시 '청소 아줌마 아니야?'란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화장실에 '낙서 하지 맙시다'란 글을 남겼더니 그 아래 '잡히면 죽는다 - 청소 아줌마'의 낙서가 있었다는 우스갯 소리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에무라가 범인을 유인하다 자신이 목적임을 알았고, 마주친 범인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였으며, 그 할머니가 청소를 한 모습을 본 적도 있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끝내 할머니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고, 사건들이 그렇게 일이 끝나나 싶었지만, 이후에도 화장실 벽에는 정자체로 낙서가 태연히 남아 있었다.

 

  짧은 두 편의 단편을 읽는 동안 저자의 상상력과 소설로 끌어내는 소재에 놀랐지만, 기존 작품에 비해 흡인력이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재도 좋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도 괜찮았는데 완결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정속에서 충분히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해도, 기억에 남는 여운을 주지 못한 것은 기존 작품과 비교했을 때 드는 높은 기대치였는지도 모른다. 달랑 두 권의 작품밖에 읽지 않았지만, 경계를 넘나들며 완성도 높은 글을 써내는 작가로 인식된 터라 너무 많은 기대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제목처럼 베일에 쌓인 이야기를 꺼내 놓긴 했어도, 말 그대로 베일의 휘장만 내려지고 샅샅이 파헤쳐진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흔한 공포를 유도해 독자를 진부하게 만드는 것 보다 기이한 서늘함을 주는 오츠이치의 작품에 여전히 마음이 더 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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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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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무기력감이 밀려올 때면, 나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나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내가 머무르고 있는 이 공간은 어떤 곳인지 무척 생소하게 다가온다. 늘 깊이 있는 생각보다 일상의 진부함에 짓눌려 한 며칠 방황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주기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종교가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나에게 종교가 없었다면 진작 나락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할 때면 현재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이런 생각이 밀려들 때면 나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대답 없는 질문을 또 다시 하게 된다.
 

  분명 이런 생각은 20대 초반에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세상으로 나가려고만 하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호락호락하진 않겠지만 노력과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나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무모한 행동을 몇 가지 하고 난 20대의 초반은 순식간에 지나버려 벌써 서른을 앞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다가오는 것이 때론 두렵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내가 보낸 20대는 여전히 나의 내면에 남아있다. 세세한 감정은 아닐지라도 어렴풋이나마 세상을 향해 품었던 생각들이 날을 세운 채 내면을 맴돌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서모싯 몸의 <면도날>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리노이 주의 시골에서 살고 있던 래리는 젊은 시절의 혼란스러움을 잘 보여주었고, 보통 사람들이 청춘의 과도기쯤으로 여기는 도약을 래리는 온 몸과 마음으로 부딪히고 있었다.

 

  이 책의 배경은 1920년대를 지나 1930년대 까지 아우른다. 전쟁터에서 겪은 일 때문에 래리는 인생의 전환점을 맡는다. 비행기가 좋아 조종사로 전쟁에 참여하지만, 자신을 구하고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린 친구를 보고 심한 혼란에 빠진다. 그 혼란이라는 것이 철저히 주관적이고, 자신과의 싸움이었기에 래리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답답하기만 했다. 죽음을 목격한 사건을 쉽게 간과할 순 없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치열함을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아간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약혼자, 친구, 후견인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래리는 자신이 찾고자 하는 답을 위해 10년 이상을 방황한다. 그것이 방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철저히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므로 독자도 물론 포함된다. 그럼에도 래리는 자신의 내면을 사로잡는 '무엇'을 위해 타인이 말하는 안락한 삶을 좇지 않는다.

 

  약혼녀 이사벨은 그런 래리를 무척 사랑했지만(래리가 그녀를 사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래리가 무언가를 찾아서 여러 곳을 떠돌자 그와 파혼한다. 사랑만으로 래리를 선택하기엔 그녀가 누리고 싶은 것이 많았다. 안락한 삶을 원했던 그녀는 래리의 친구인 그레이와 결혼한다. 후일에 대공황으로 인해 파산해서 외삼촌이 마련해 준 거처에서 지내면서 래리가 말했던 적은 돈으로 생활하는 것을 경험하지만, 그런 그녀라도 래리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둘을 어떤 식으로도 비난하거나 안타까워 할 수 없는 이유는 단지 코드가 안 맞았다는 것으로 정의되었기 때문이다. 래리에 대한 이사벨의 욕망은 때론 질투를 부르고, 그를 소유할 수 없다는 갈망에 불타지만 래리는 이사벨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찾는데 열중 할 뿐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 래리의 수기처럼 엮어지는 <면도날>에서는 저자가 등장인물로 나온다. 저자가 래리와 이사벨, 그레이, 그 외의 수많은 인물들을 알게 된 것은 상류사회에 목숨을 거는 엘리엇을 통해서였다. 래리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많은 사람들도 등장시키고(저자 자신까지), 그가 얽혀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소식을 듣는 만큼 여러 사람의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를 통해 소설을 완성해간다. 그런 과정이 복잡해 보이기도 했는데, 서술적인 느낌과 소설적인 요소를 잊지 않으려는 저자의 역량 덕에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래리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두 가지의 극단적인 느낌으로 나눌 수 없었던 것은 저자의 입을 통해 한 번 걸러진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표현력의 부족함을 종종 토로하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래리의 이야기를 충실히 옮겨 놓는다. 그 안에서 래리는 자신의 소신대로 유럽과 아시아를 누비며 자신이 찾고자 하는 삶과 죽음, 선악, 신 등의 해답을 향해 나아간다.

 

   래리가 소설의 토대에 선 인물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소설을 채워주는 독특한 인물들은 많았다. 미국인이면서 프랑스 상류사회에 진출해서 사교계 파티에 참석하고 유명 인사를 사귀기 좋아하는 엘리엇 템플턴이 그 중 한 사람이다. 엘리엇을 통해서 그의 성품뿐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상류사회는 적나라하게 비춰졌고, 그 안에서 행해지는 가식과 허위의식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보여주었다. 이사벨의 외삼촌이기도 한 엘리엇은 래리와의 결혼을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래리의 행동을 일절 이해하지 못했다. 래리의 행동과 내면을 이해하기란 녹록치 않았으므로 조언자이면서 관찰자이기도 한 저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그럴 생각도 없었으므로). 래리는 주변의 그런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오랜 시간을 떠돌다 인도에 가서 약간의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이 찾고자 한 해답을 위해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수양도 하고 긴 여행도 했지만 인도에서 한 현자를 만나고 자신이 본 환상같은 현실로 인해 세상으로 다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래리의 깨달음을 설명하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여전히 어렵지만 그가 세상을 떠돌며 찾고자 했던 것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수긍이 갔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래리에게 색다른 감정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나의 눈에도 래리는 평범해 보이지 않았고, 융통성이 없어 보여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인의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처럼 래리는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인간 중 하나였음을 인정한다. 자신의 내면의 얘기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내면의 모습이 겉으로 투명하게 드러나는 사람이 래리였다. 모두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살다가 파리에서 반갑고도 어색한 재회를 하지만(래리,그레이,이사벨,소피), 결국 소피만 빼고 셋은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래리와 이사벨 부부의 삶은 완전히 달랐고, 이사벨이 래리에 대한 마음을 어떤 식으로 간직할지도 모른다. 래리의 일대기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진 않지만, 래리가 치열하게 살았던 시기를 옮길 정도로 그의 가치는 충분히 저자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 

 

  타인의 인생이라고 하기엔 무시할 수 없는 비상함이 느껴지고, 그를 동경하기엔 너무나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나의 내면에는 어떠한 생각이 굳혀지기보다 무수한 생각들이 그냥 흘러 다녔다. 래리처럼 나를 뒤집어 놓는 사건도 없었고(있었다 해도 그 충격을 오래 간직하기엔 나의 내면은 너무 물렁거린다.), 그가 갖는 생각을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해도 래리처럼 행동하고 사고할 순 없을 것임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럼에도 래리의 삶에 약간의 동경이 이는 것은 무엇일까. 어리석을 정도로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에 열정을 건 그의 용기 때문일까. 무엇 때문인지 뚜렷하게 말할 수 없지만, 책을 덮었음에도 래리란 인물은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동안 래리와 몇몇 인물들이 나의 뇌리에서 떠날 것 같지 않다.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라고 했던 우파니샤드처럼 래리가 좇고자 했던 세계를 넘기는 나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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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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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20권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23. 타샤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24.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25. 시계탑 - 전아리
26. 바시르와 왈츠를 - 아리폴먼, 데이비드 플론스키
27. 트와일라잇 - 스테프니 메이어
28.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29. 동정없는 세상 - 박현욱
30.~3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32. 홍길동전 - 허균
33. 이클립스 - 스테프니 메이어
3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35.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 - 칼렙 카
 

-----------------------------------------------------15권

 

 

 

3월에 읽은 책
 
 
36.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37. 사랑을 말해줘 - 요시다 슈이치
38.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39.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40. 스웨터 - 글렌 벡
41.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42.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43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 헤르메스 김
44. 파리의 스노우캣 - 권윤주
45. 태양을 기다리며 - 츠지 히토나리
46.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47. 안과 겉 - 알베르 카뮈
48. 백치(상) -도스또예프스끼
49.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놀드 베넷
 
--------------------------------------------------------------14권
 
 

4월에 읽은 책
 
 
 
5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51. 일본 전산 이야기 - 김성호
5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스콧 피츠럴제럴드(노블마인)
53. 옛 소설에 빠지다 - 조혜란

54. 엄마의 은행통장 - 캐스린 포브즈

55.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 식사 - 고수유

56. 굼벵이의 노래 - 황원교

57. 어설픈 경쟁 - 장 자끄 상뻬

58.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

59. 꿈꾸는 토르소맨 - kbs 스페셜 제작팀

5월에 읽은 책

 

 

60. 트와일라잇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61. 아름다운 날들 - 장 자끄 상뻬

62. 개가 남긴 한마디 - 아지즈 네신

63.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 아지즈 네신

6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65.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데이비드 콜버트

66. 스타트 신드롬 - 김진세

67. 퇴계잡영 - 이황

68. 지로 이야기 1 - 시모무라 고진

69.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마이클 셰이본

70. 인터월드 - 닐 게이먼, 마이클 리브스

71.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72.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73.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김혜원

74. 1은 하나 - 타샤 튜더

75.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 샬레인 해리스

76.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 - 샬레인 해리스

77. 강철군화 - 잭 런던

 

------------------------------------------------------18권

 

 

6월에 읽은 책

 

 

78.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 아지즈 네신

79. 세라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0. 세드릭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1. 왜 미술관에는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8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83.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 돌프 페르로엔

84.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 테리 트루먼

85.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 하코자키 유키에

86. 브레이킹 던 - 스테프니 메이어

87. 퍼펙트 블루 - 미야베 미유키

88.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 샤론 크리치

89.~94. 배터리 1~6 - 아사노 아쓰코

95.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96. 모방범 1 - 미야베 미유키

97. 나의 엄마, 타샤 튜더 - 베서니 튜더

 

----------------------------------------------------------20권

 

 

7월에 읽은 책

 

 

98. 그레이브야드 북 - 닐 게이먼

99. 설득 - 제인 오스틴

100.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101. 정체성 - 밀란 쿤데라

10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103. 쉿, 조용히! - 스콧 더글러스

104. 도가니 - 공지영

105. 닌자 걸스 - 김헤정

106. 르노와르 -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107. 아주 특별한 시 수업 - 샤론 크리치

108. 열린다 성경 - 류모세

 

---------------------------------------------------------11권

 

* 붉은색 - 좋았던 책!!

 

 

8월에 읽은 책

 

 

109. 면도날 - 서모셋 몸

110. 소송 - 프란츠 카프카

 

 

 

- 7월에 생긴 책은 총 43권이었다.

내가 구입한 책은 4권 뿐이었고, 읽은 책은 11권이다.

늘 읽는 책보다 생기는 책이 많으니 쌓일 수 밖에 없다.

윽, 언제쯤 읽은 책이 더 많을지....

 

7월에는 그다지 많은 독서를 하지 못했다.

서평은 밀리지 않았지만, 많은 책들을 밀리게 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독서였다.

8월에는 덥다고 많이 읽지 못할 턴데, 조금 염려가 된다.

그래도 힘내서 소신껏 읽어야지!

 

 

 

 

2009년도에 생긴 책

 

424.  러시아 사상가 - 이사야 벌린

425. 거울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426. 오즈의 마법사 - L. 프랭크 바움


427.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428. 슬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429.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 빌 브라이슨

430. 달나라 도둑 - 김주영

431. 내몸 대청소 - 프레데릭 살드만

432. 톨스토이 단편선 - 톨스토이


433.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434.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김정욱 외


435. 위험한 독서 - 김경욱

436.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칼잡이들의 이야기 - 보르헤스

440. 이방인 - 알베르 카뮈

441.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442. 파우스트 2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443. 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

462.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 권헌영 외

463. 웨이벌리 - 월터 스콧

464.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465.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466. 자연이라는 개념 - R.G. 콜링우드

467.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 김연수 외

468.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67.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468. 북학의 - 박제가

469. 픽션들 - 보르헤스

470. 알렙 - 보르헤스

471. 2009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472.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 알베르 카뮈

473.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 수잔 패트런

474. 결혼, 여름 - 알베르 카뮈

475.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

476. 구스타프 클림트 - 에바 디 스테파노

477.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478. 메구스타 쿠바 - 이겸

479. 미성년(상) - 도스또예프스끼

480.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481.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482. 태양의 후예 - 알베르 카뮈

483. 칼리굴라 . 오해 - 알베르 카뮈

484. 누구를 위한 인터넷 규제인가 - 이수운

485. 인터넷에 관한 몇가지 진실과 오해 - 최순욱

 

소장 책 권 수 - 1083권

 

 

486. 저작권 오디세이 2009 - 한정훈

487. 무선망 개방 해외에서 길을 묻다 - 김민수

488.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 정재승, 전희주

489.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 APCTP 기획

490.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 김용철 외

 

491.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2. 백야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3.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또예프스기

494. 적지와 왕국 - 알베르 카뮈

495. 이기는 습관 2 - 김진동

496. 클림트 황금빛 비밀 - (주)문화에이치디

497.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498. 생각 없는 생각 - 김홍호

499. 사람을 욺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공문선

500. 행복한 죽음 - 알베르 카뮈

501. 페스트 - 알베르 카뮈

502. 작가수첩 3 - 알베르 카뮈

503. 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504. 라틴 소울 - 박창학

505. 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506. 잘가요, 언덕 - 차인표

507.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 단 프린스-휴즈

508. 캐테 콜비츠 - 캐테 콜비츠

509. 당나귀의 지혜 - 앤디 메리필드

510.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 빌 브라이슨

511. 다른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512.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8

513.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514. 숲에게 길을 묻다 - 김용규

515.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516.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517. 빅스위치 - 니콜라스 카

518.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519. 드림위버 - 잭 보웬

520.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52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문학동네)

522. 백치(하) - 도스또예프스끼

523. 메이저리그 경영학 - 제프 엥거스

524. 청소년을 위한 자유로운 글쓰기 - 김주환

525.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 아툴 가완디

526.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 리처드 파인만

527. 여행자의 편지 - 박동식

528.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529. 내사랑 카사사기 - 제임스 미키

530.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531.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에릭J. 카셀

532. 생사불명 야사르 - 아지즈 네신

533. 지로 이야기 2 - 시모무라 고진

534. 내 심장을 쏴라 - 김유정

535. 지로 이야기 3 - 시모무라 고진

536.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마비쉬 룩사나 칸

537. 복떡방 이야기 - 정정섭

53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찰스 리드비터

540. 변신이야기 2 - 오비디우스

541. 하이디 - 요한나 슈피리

542. 피드 - M.T 앤더슨

543. 제비호와 아마존호 - 아서 랜섬

544.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545.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케니스 그레이엄

546.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47.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548. 일식 - 히라노 게이치로(양장)

549. 루비 홀러 - 샤론 크리치

550. 모방범 2 - 미야베 미유키

551. 모방범 3- 미야베 미유키

552. 그 후 - 나쓰케 소세키

553. 파리의 노트르담 2 - 빅토르 위고

554. 면도날 - 서모싯 몸

555.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김동영

556. 청춘불패 - 이외수

557. 헉! 아프리카 - 김영희

558.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 - 이면희

559. 요셉과 그 형제들 6 - 토마스 만

560. 요셉과 그 형제들 깊이 읽기 - 장지연

561.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562.~566.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차히커를 위한 안내서 1~5) - 더글러스 애덤스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에드윈 무어

567. 미친 별 아래 집 - 다이앤 애커먼

568. 왕처럼 화내라 - 크리스토프 부르커

569.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조프 롤스

570. 하하 미술관 - 김홍기

571.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572. 플라이트 - 셔먼 알렉시

573.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574. 고야 - 줄리아노 세라피니

575. 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576. 지구 위의 작업실 - 김갑수

577. 베일 - 오츠이치

578. 경제학의 탈을 쓴 자본주의 - 정승현

579. 카오스 - 지아우딘 사르아르

580. 내 안의 타락천사 - A.M 젠킨스

581.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 이민희

582. 페트로폴리스 - 아냐 울리니치

583. 카레 소시지 - 우베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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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다 성경 : 성전 이야기 - 성경의 비밀을 푸는 성전 이야기 열린다 성경
류모세 지음, 권혁승 감수 / 두란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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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을 기준으로 볼 때 내게 쏟아지는 책의 양은 엄청나다. 늘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양의 책들이 생기고, 그 가운데서 나의 선택을 받는 책은 갈수록 줄어들어 간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독서의 보람을 갖게 만드는 책들이 있으니, 그런 책을 만나면 흥분하게 된다. 때로는 그런 책들을 만나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가장 반가운 책들은 시기적절하게 나를 찾아온 책들이다. 적절하게 나에게 찾아와도 놓치고 있는 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열린다 성경>은 때 맞춰 내게 너무나 잘 와준 책이다.
 

  올 7월은 내가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한지 꼭 5년이 되는 달이다. 24살 때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한 번도 주일을 어겨본 적이 없지만, 부끄럽게도 성경 일독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강박관념으로 자리 잡아 즐겁게 읽을 수가 없었다. 읽으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던 이유는 성경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도 있었고, 너무나 낯설었기에 흥미를 붙일 수 없었다. 세상의 책들이 더 재미있었고, 신앙서적도 그다지 큰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 신앙으로 인한 영적인 힘듦이 찾아왔다. 나의 신앙은 바닥으로 내려갔고, 가족과 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함으로 신앙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성경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이렇게 강력한 기분이 든 적이 없었기에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성경을 읽어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읽다만 구약을 기점으로 신약과 번갈아 가면서 성경읽기를 시작했다. 구약을 읽어야 할 곳은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멈춘다는 레위기였고, 신약은 마태복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당연히 레위기는 많이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고, 그에 상응하듯 마태복음을 줄기차게 읽어나갔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성경을 이렇게 읽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재미나게 읽었다. 성경을 읽는 시간은 대부분 잠들기 전인 무척 피로하고 고단한 깊은 밤이었는데도 성경만 펼치면 그런 피로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져 들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복음서를 읽어나가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성경 속에 나오는 어휘들이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는데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협소함이 존재했다. 그러다 혹시 성경사전이 있을까 싶어 검색해 보니, 여러 종류의 사전이 출간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권을 선택해 구입해서 성경을 읽으니 그냥 읽을 때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늘 성경을 멀리하던 내가 이런 식으로 성경을 읽어가자 너무나 신기했다. 재미있기도 했거니와 그동안 들음으로 내 안에 존재한 말씀들이 하나씩 생기를 되찾는 기분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열린다 성경>이 내게로 왔으니 '시기적절하다'란 말이 어찌 적합하지 않겠는가.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어도 무언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거리감이 느껴지곤 했는데 <열린다 성경>으로 완전함을 얻은 듯, 착각이 일기도 했다. 내가 마주하게 된 책은 <열린다 성경> 시리즈 가운데서 '성전 이야기'였다. 성경에 나오는 성전을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는데, 이렇게 많은 의미와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지 이 책을 마주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책을 잡자마자 순식간에 절반 정도를 읽어 버렸고, 신앙생활을 하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어 당장 구입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성경을 알아 가는데 필요한 책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성전에 관한 비밀을 속 시원히 풀어주었다. 개인적으로 닥친 힘듦이 아니었다면 성경을 읽지 않았을 것이고, 성경을 읽지 않은 채 이 책을 만났더라면 성전에 관한 이야기를 이토록 즐겁고 신비하게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책 한권을 만나게 할 때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다는 것을 느껴 이제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성경에는 '성전'에 관해서 무척 많이 언급 되지만, 내가 최근에 읽은 복음서와 레위기에서는 특히나 많은 성전들이 언급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언뜻 스쳐 버렸던 구절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음은 물론, 충분한 설명을 통해 의미를 알고 나자 성경 구절 이면의 세계가 보이는 것 같았다. 거기다 성경에서 만나는 '성전'은 막연하게 어떠한 형태를 띠지 않고 머릿속에 자리 잡기 마련이었는데, 헤롯 성전의 내부와 외부를 그림으로 만나면서 구체적인 성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성경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성전이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성경 말씀들이 꿰어 맞춰지고, 모호한 의미로 남아있거나 이해가 되지 않았던 하나님의 말씀에 많은 이해가 따랐다. 그렇게 자리한 성전을 시작으로 성전의 비밀을 알아가다 보니,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가 성전 곳곳을 누비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성전에서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삶이라면 하나님의 영광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성경말씀과 성전 그림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 세계를 현실감 있게 끌어내고 있었다.

 

  그런 현실감 가운데서도 성전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알고 나자 나의 입에서는 연일 감탄이 떠나질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이토록 귀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고, 단어 하나에도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성경에서 그 구절을 대할 때마다 갖게 되는 의문을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물어볼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답답함을 일시에 해소시켜 주었다. 예를 들자면 안식일에 많은 병자를 고치고, 말씀을 선포하신 예수님을 향해 잘못을 따지던 바리새인들의 속사정(?)이 그랬다. 예수님은 그런 바리새인들에게 여러 비유를 들어 안식일에 병자를 구한 행동과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곡식을 먹은 제자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늘 석연치 않은 껄끄러움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비밀을 풀어주었다. 안식일법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은 힐렐 학파와 샴마이 학파의 존재를 내세워 그 당시의 상황에 이해를 도왔다. 또한 솔로몬을 통해 성전을 짓게 하신 하나님의 숨은 뜻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다윗에게 다윗의 집, 즉 왕조를 계승시키기 위해 솔로몬에게 성전을 완성하게 했다는 설명은 늘 스쳐버렸던 의문을 시원스레 풀어주었다. 이처럼 자주 들어왔거나, 알지 못했던 성전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신비하며 즐겁게 펼쳐졌다.

 

  예배를 드리면서도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나에게 필요한 말씀만 받다 보니, 달콤한 말씀만 좇게 된 것이 사실이다. 성경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지 못하고, 앞뒤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성경을 대하고 하나님 말씀을 들었으니 조각난 지식들이 나의 내면에 자리 잡은 것은 당연했다. 그런 지식들의 자리맞춤은 성경을 읽을 때에 완성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껏 방치했었다. 성경은 하나님 나라의 기록임과 동시에 이스라엘 역사이므로 그 시대의 배경을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늘 간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무관심을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성경의 비밀을 알려주고, 하나님 나라와 이스라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열린다 성경> 시리즈다. 한 권의 책으로 성경에 대해 무척 많은 것을 알게 된 기분이다. 성경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성경과 함께 꿰어 맞춰야만 이해가 빠르고 숨은 의미를 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성경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다면, <열린다 성경> 시리즈와 함께 즐거운 성경읽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재미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테니, 이보다 더 적절한 만남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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