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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 타이거 8집 - Feel gHood Muzik : the 8th wonder [2CD]
드렁큰 타이거 (Drunken Tiger)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 반갑다! 드렁큰 타이거!!
약 2년 만에 드렁큰 타이거의 새 음반이 발매 되었다. 2년 동안 드렁큰 타이거에게 가장 큰 이슈는 '타샤'와의 결혼이 아닐까 싶다. 아들 조단도 얻었고, 6년간 난치병인 척수염을 앓다 건강도 되찾았으니 타이거 JK의 최근 근황은 이 보다 더 반가울 수 없다. 샤인의 탈퇴로 많이 서운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새로운 음반이 나왔다는 말만 들어도 마냥 즐거울 뿐이다. 이번 음반은 2년 동안 준비한 결과물 치고는 과분한 음반이다. 두 장의 CD가 수록되어 있고, 그만큼 기다려온 팬들에게 충분한 보답이 되리라 생각한다.
잠시 앨범의 겉모습을 살펴보자면, 개인적으로 이렇게 사이즈가 큰 CD를 좋아하지 않는다. CD 정리함에 제대로 들어가지 뿐 아니라 드렁큰 타이거 음반을 주르룩 한꺼번에 꽂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번 앨범 재킷이 무척 독특하다. Feel Hood Side 표지는 멋있는 반면, Feel Good Side는 머리를 빗어주고 싶을 정도다. 강아지 귀 같은 긴 머리도 떼어주고 머리를 묶어 얼굴을 되찾아 주고 싶다. 아무리 좋아하는 래퍼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요?ㅋㅋ(그러나 앨범 커버는 약과다. 앨범 자킷을 봐보라! 음악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Oi Dirty Bastadr를 패러디 했다나?)
# Feel Good Side 들어보자!
어디가 앞면이냐 뒷면이냐를 따지기 전에 'Good'이 들어가 있어서인지 이 CD를 먼저 들어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껏 들어왔던 앨범과는 사뭇 다른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최근에 'Feel Good Music' 란 곡에서 '박사들도 답 못 내린 난치병, 내 희망의 산소탱크 박지성은 뛰고 또 뛴다/ 난 계속 움직여, 뭐라고 말하든 절대 숨기지 않아/ 기적이란 존재의 산 증인 희망은, 절망 끝에 서 있던 나의 은인'이란 가사 때문에 맨유 스폰서 업체에서 듣고, 맨유 친선 경기에 Tiger JK를 초대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Tiger JK가 응할지 박지성과의 만남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만큼 밝고 희망적인 노래로 포문을 열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곡들도 Tiger JK의 그루브는 유지한 채 비교적 밝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음악만 듣고 있어도 괜히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들의 연속이여서 잠시 드렁큰 타이거 음반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축하해!'란 곡은 Tiger JK와 타샤의 아들 조단의 탄생을 축하하는 노래다. 'Feet. 조단' 이라고 되어 있어서 어떻게 갓난아이가 피처링을 했을까 했더니, 태어났을 때의 울음소리와 귀여운 웃음소리가 담겨 있었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표현이 다를 뿐, 음악을 하는 부모니 음악을 통해 아이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싶었으리라. 괜히 듣고만 있어서 흐뭇해지는 곡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 음반이여서 그런지 멜로디가 강한 곡보다는 Tiger JK의 랩으로 주도되는 곡이 대부분이다. <두두두왑바바루>란 곡은 마치 치어리더가 응원하는 피처링으로 시작되는데 노래의 제목을 불러대는 Tiger JK의 목소리가 신나고, 귀에 감기는 곡이다. Tiger JK의 랩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얼마나 자연스럽게 랩을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어 더 정이 가는 음반이다.
타샤와 결혼을 하기 전에도 서로의 음반에 피쳐링을 많이 해 주었는데, 이 음반에서 타샤의 피처링이 비교적 자주 나오는 편이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보다도 여전히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여담이지만 조단이 태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조단의 능력을 기대했던 것처럼 조단이 취미로라도 랩을 하면 어떻게 할지 정말 궁금하다.^^
솔직히 드렁큰 타이거를 무척 좋아하고, 음반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6,7집은 개성이 너무 강해서 접근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두 음반은 드렁큰 타이거 음반 중에서 나의 사랑을 거의 못 받은 음반이여서 8집은 어쩔지 불안해졌다. 8집마저 내 귀에 감기지 못한다면 드렁큰 타이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그런 만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음반을 열었는데 먼저 들은 'Feel Good Side' 가 괜찮아서 안심이 된다.
# Feel hood Side 는 어떨까?
드렁큰 타이거의 6,7집을 사랑해주지 못했다고 고백을 했듯이, 'Feel Good Side' 가 밝은 분위기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Feel hood Side'는 6,7집의 분위기가 강한 음반이었다. 첫 곡인 <Moster>가 강렬하게 포문을 열었는데, 가사가 무척 독특하다. '떡볶이에 고추장을 발라버려/삼겹살에 쌈장을 발라버려' 이런 가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웃긴 가사만큼이나 특이하게 랩을 하고 있다. 독특한 사운드와 많은 피처링이 돋보이며 힙합의 사운드를 가득 담고 있는 음반이다. 예전에는 피처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Tiger JK의 목소리만으로 충분하지만, 샤인이 빠진 만큼 다양한 피처링을 삽입하는 것이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혼자서 읊다보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약간의 지루함을 줄 수 있는데, 실력 있는 힙합인 들의 피처링이 곡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내가 특히 기억하는 피처링은 'T' 음반에서 발견한 바비 킴이었다. 바비 킴이 데뷔하기 전에 목소리를 듣고 무척 독특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바비 킴이 데뷔하자 신기하면서도 놀라웠다. 종종 누가 피처링을 하냐에 따라서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명성보다는(이 음반에는 너무나 유명한 뮤지션이 많이 참여한 관계로) 직접 들어보면서 나름대로 평가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Feel hood Side'에서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만큼 좀 더 강한 힙합음악을 접할 수 있다. 'Feel Good Side' 에서 그렇게 부드럽고 신났던 Tiger JK의 목소리는 때론 분노를 뿜어내기도 하고, 격렬한 래핑으로 그의 능력을 한껏 끌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드렁큰 타이거의 힙합다움을 원했던 팬이라면 이 음반을 더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무게감 있고,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재량을 맘껏 뿜어내고 있으니 진정한 힙합 마니아라면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작업을 했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노력과 정성으로 채워진 음반이라고 칭찬할 수밖에 없다. 'Feel Good Side'에 수록된 곡을 새로운 버전으로 부른 곡들도 보이고, 내가 특히 좋아하는 멜로디가 강한 곡들도 보인다. <Die Legend 2>란 곡이 멜로디가 돋보였는데, 다이나믹 듀오가 피처링을 해주어서 더 반갑고 좋았다.
# 쌩유! Tiger JK!!
이번 앨범은 그동안 의심을 품었던 나의 귀를 착착 감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어서 무척 만족한다. 드렁큰 타이거 1집부터 음악을 들어오며 변화의 굴곡을 함께 해 온 사람으로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국내 힙합 뮤지션 중에서 단연 최고로 꼽는 래퍼이고,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인 만큼 이번 음반은 심혈을 기울여서 작업했음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으므로 팬들과 함께 그런 일들까지 나누며 앞으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음악적인 성숙을 가장 기대하는 것은 당연함으로 그를 지켜보며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