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장르 작가로 나름  작가로 유명한 닐 게이먼을 알게 된 작품은 <인터월드>이었다. 저자의 이름은 간간히 들어왔는데, 이제야 그의 작품을 읽은 탓에 명성 또한 조금씩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월드>가 그저 그랬다면 다른 작품이 궁금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상력을 한껏 돋구어 준 덕분에 닐 게이먼의 다른 작품을 탐색하고 있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닐 게이먼의 작품 중에서 다음으로 읽을 작품을 고른다고 한다면 이미 많은 독자들이 호평한 작품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뉴베리 상'을 수상한 작품이어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닐 게이먼과 뉴베리 상은 꽤 괜찮은 매치가 되어 나를 찾아왔다.

 

  성장 소설을 무척 좋아해서 닐 게이먼이 어떤 성장 소설을 만들어 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나 범상치 않은 이력답게 그는 성장 소설에도 판타지 요소를 부가시켜 독특한 소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공동묘지로 들어온 갓난아기를 유령들이 키운다는 설정은 소재만으로도 독자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공동묘지로 들어온 갓 난 아이인 만큼 그 아이의 등장 또한 심상치 않았다. 평화롭기만 한 가정에 살인마가 들어와 가족 모두를 살해한다. 다만 천방지축인 갓난아이를 처치하지 못했는데, 그 아이가 바로 공동묘지로 들어온 노바디(nobody, 공동묘지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다.)였다. 공동묘지는 말 그래도 죽은 자들의 세계이므로 살아 있는 아이가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살인마는 아이를 찾아 공동묘지까지 쫓아오고 죽은 자들의 도움으로 노바디는 목숨을 건진다. 노바디의 엄마의 영혼이 그들에게 찾아와 아이를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역시나 죽은 영혼인 오언스 부부가 노바디를 맡겠다고 한다. 그리고 사일러스란 사람이 노바디를 지켜주겠다고 하자 공동묘지 사람들은 회의를 걸쳐 노바디가 공동묘지에 남아있도록 허락한다.

 

  노바디는 혼령들의 사이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묘지 사람 대부분 밤이 되어야만 깨어나고 공동묘지 안에서 활동하지만, 사일러스는 노바디에게 필요한 음식과 그 밖에 것들을 챙겨준다. 노바디는 오언스 부부의 보살핌과 공동묘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세상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게 자란다. 산자와 죽은 자는 같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 없음에도 노바디의 사연 때문에 공동생활을 하게 되었으므로 노바디는 '묘지의 특권'을 부여 받기도 한다. 묘지에는 죽은 자들이 묻혀 있고, 그 가운데는 노바디에게 선생님이 되어 줄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다. 노바디는 여러 가지 수업을 받으면서 사람들 눈앞에서 사라지는 법이나 꿈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들을 배워간다. 노바디가 공동묘지 안에 있을 때는 안전 했기에 그런 수업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노바디는 세상으로 나아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써먹는다. 대부분 다른 유령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노바디는 배워 가고 있었다.

 

  노바디는 어느 정도 성장하자 자신이 어떻게 공동묘지에 오게 됐으며,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사일러스는 속 시원하게 알려 주지 않았고, 종종 자리를 비우며 노바디의 삶의 의욕을 꺾어 놓았다. 노바디에게 공동묘지 친구들이 몇몇 있었지만, 특별한 세상 친구도 한 명 사귀게 된다. 어렸을 때 공동묘지에서 만난 스칼릿이란 여자아이였는데, 10년이 지난 후에 공동묘지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스칼릿과 함께 노바디가 어릴 적에 살았던 집에 살고 있는 프로스트란 사람과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했던 사건을 캐나가기 시작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노바디의 가족을 살해한 살인마 잭이란 사람은 여전히 노바디를 찾고 있었다. 노바디를 처지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로 남아 있었는데 잭의 욕망을 충분히 감지했음에도, 스칼릿과 노바디 앞에 나타난 프로스트의 존재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프로스트는 노바디를 살해했어야 할 장소로 꿰어낸 다음 노바디를 제거 하려고 했다. 그동안 배운 수업으로 위기를 벗어나긴 했지만, 잭이란 존재를 숨기고 오랜 시간 기다려 온 만큼 그도 만만치 않았다. 노바디 자신도 보호해야 하고, 스칼릿까지 지켜야 하는 상황이기에 노바디 혼자는 힘에 부쳤다. 잭의 동료들이 노바디를 쫓고 있었고, 노바디는 공동묘지로 유인해 묘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하나씩 처치해 간다. 가장 위험한 인물인 잭은 슬리어에 의해 제거되고 왜 그들이 노바디를 좇고 있는지 사일러스를 통해 듣게 된다. 인간과 죽은 자들 사이를 오가는 노바디의 존재를 수천 년 전에 예견한 사람들의 조직에서 잭 일당을 보냈고, 잭이 태어나자 일가족을 살해 하려다 실패한 것이다. 사일러스는 노바디를 위협하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는 자들을 제거하러 다녔기에 종종 묘지를 비운 것이었다.

 

  노바디의 독특한 성장기는 닐 게이먼만의 상상력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노바디의 존재와 잭이 속한 조직의 정체성이 미미하게 드러나 그 점이 아쉬웠다. 노바디가 공동묘지에서 살아가는 모습도 흥미로웠고, 세상을 향해 조금씩 발돋움을 하는 것이 공동묘지 사람들과의 헤어짐을 예견한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므로 노바디가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성장기를 통해 노바디의 향후에 대해 어느 정도는 노출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바디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늑대인간도 있고 사일러스 또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노바디를 지켜왔는데, 노바디가 산자와 죽은 자들 사이를 오가는 것만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상세하게 그려주지 못했다. 오랜 세월을 걸쳐 명맥을 이어온 잭의 조직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음 또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 점만 감안한다면 노바디의 독특한 성장기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 주리라 믿는다. 노바디가 공동묘지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지켜볼 수 없지만, 그가 공동묘지에서 보낸 시간들은 노바디의 삶에 충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노바디가 그 밑거름을 발판 삼아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묘지에서 바라본 세상이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느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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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20권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23. 타샤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24.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25. 시계탑 - 전아리
26. 바시르와 왈츠를 - 아리폴먼, 데이비드 플론스키
27. 트와일라잇 - 스테프니 메이어
28.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29. 동정없는 세상 - 박현욱
30.~3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32. 홍길동전 - 허균
33. 이클립스 - 스테프니 메이어
3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35.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 - 칼렙 카
 

-----------------------------------------------------15권

 

 

 

3월에 읽은 책
 
 
36. 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37. 사랑을 말해줘 - 요시다 슈이치
38. 이니시에이션 러브 - 이누이 구루미
39.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40. 스웨터 - 글렌 벡
41.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42.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43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 헤르메스 김
44. 파리의 스노우캣 - 권윤주
45. 태양을 기다리며 - 츠지 히토나리
46.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제이 아셰르
47. 안과 겉 - 알베르 카뮈
48. 백치(상) -도스또예프스끼
49.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놀드 베넷
 
--------------------------------------------------------------14권
 
 

4월에 읽은 책
 
 
 
5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51. 일본 전산 이야기 - 김성호
5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스콧 피츠럴제럴드(노블마인)
53. 옛 소설에 빠지다 - 조혜란

54. 엄마의 은행통장 - 캐스린 포브즈

55. 워렌 버핏과 함께한 점심 식사 - 고수유

56. 굼벵이의 노래 - 황원교

57. 어설픈 경쟁 - 장 자끄 상뻬

58.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

59. 꿈꾸는 토르소맨 - kbs 스페셜 제작팀

5월에 읽은 책

 

 

60. 트와일라잇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61. 아름다운 날들 - 장 자끄 상뻬

62. 개가 남긴 한마디 - 아지즈 네신

63.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 아지즈 네신

64.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 아지즈 네신

65.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데이비드 콜버트

66. 스타트 신드롬 - 김진세

67. 퇴계잡영 - 이황

68. 지로 이야기 1 - 시모무라 고진

69. 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 마이클 셰이본

70. 인터월드 - 닐 게이먼, 마이클 리브스

71.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72.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73.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김혜원

74. 1은 하나 - 타샤 튜더

75.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 샬레인 해리스

76.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 - 샬레인 해리스

77. 강철군화 - 잭 런던

 

------------------------------------------------------18권

 

 

6월에 읽은 책

 

 

78.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 아지즈 네신

79. 세라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0. 세드릭 이야기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81. 왜 미술관에는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8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83.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 돌프 페르로엔

84.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 테리 트루먼

85.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 하코자키 유키에

86. 브레이킹 던 - 스테프니 메이어

87. 퍼펙트 블루 - 미야베 미유키

88. 두 개의 달 위를 걷다 - 샤론 크리치

89.~94. 배터리 1~6 - 아사노 아쓰코

95.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96. 모방범 1 - 미야베 미유키

97. 나의 엄마, 타샤 튜더 - 베서니 튜더

 

----------------------------------------------------------- 20권

 

*붉은색 - 좋았던 책!

 

 

- 아아, 이번달은 리뷰가 한 편도 밀리지 않았다!

이렇게 기쁠 수가..^^

 

미야베 미유키를 발견한 달이었고, 청소년 문학을 열심히 읽어대기도 했다.

너무 소설에만 치우쳐 있어서 조금 그렇긴 하지만

7월에는 좀 더 다양한 책 읽기를 해야겠다.

 

 

 

2009년도에 생긴 책

 

 

425. 거울 나라의 앨리스 - 루이스 캐럴

426. 오즈의 마법사 - L. 프랭크 바움


427.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428. 슬림독 밀리어네어 - 비카스 스와루프

429.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 빌 브라이슨

430. 달나라 도둑 - 김주영

431. 내몸 대청소 - 프레데릭 살드만

432. 톨스토이 단편선 - 톨스토이


433.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434.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김정욱 외


435. 위험한 독서 - 김경욱

436.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칼잡이들의 이야기 - 보르헤스

440. 이방인 - 알베르 카뮈

441.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442. 카오스 - 지아우딘 사르아르

443. 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

462.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 권헌영 외

463. 웨이벌리 - 월터 스콧

464.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465.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466. 자연이라는 개념 - R.G. 콜링우드

467.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 김연수 외

468.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67.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468. 북학의 - 박제가

469. 픽션들 - 보르헤스

470. 알렙 - 보르헤스

471. 2009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472.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 알베르 카뮈

473.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 수잔 패트런

474. 결혼, 여름 - 알베르 카뮈

475.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

476. 구스타프 클림트 - 에바 디 스테파노

477.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정민

478. 메구스타 쿠바 - 이겸

479. 미성년(상) - 도스또예프스끼

480.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481.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482. 태양의 후예 - 알베르 카뮈

483. 칼리굴라 . 오해 - 알베르 카뮈

484. 누구를 위한 인터넷 규제인가 - 이수운

485. 인터넷에 관한 몇가지 진실과 오해 - 최순욱


486. 저작권 오디세이 2009 - 한정훈

487. 무선망 개방 해외에서 길을 묻다 - 김민수

488.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 정재승, 전희주

489. 과학해서 행복한 사람들 - APCTP 기획

490.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 김용철 외

 

491. 영원한 남편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2. 백야 외 - 도스또예프스끼

493.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또예프스기

494. 적지와 왕국 - 알베르 카뮈

495. 이기는 습관 2 - 김진동

496. 클림트 황금빛 비밀 - (주)문화에이치디

497.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498. 생각 없는 생각 - 김홍호

499. 사람을 욺직이는 기술 히든 커뮤니케이션 - 공문선

500. 행복한 죽음 - 알베르 카뮈

501. 페스트 - 알베르 카뮈

502. 작가수첩 3 - 알베르 카뮈

503. 황천의 개 - 후지와라 신야

504. 라틴 소울 - 박창학

505. 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506. 잘가요, 언덕 - 차인표

507.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 단 프린스-휴즈

508. 캐테 콜비츠 - 캐테 콜비츠

509. 당나귀의 지혜 - 앤디 메리필드

510.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 빌 브라이슨

511. 다른 남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512. 네이버 트렌드 연감 2008

513.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514. 숲에게 길을 묻다 - 김용규

515.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516.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517. 빅스위치 - 니콜라스 카

518.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519. 드림위버 - 잭 보웬

520.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52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F. 스콧 피츠제럴드(문학동네)

522. 백치(하) - 도스또예프스끼

523. 메이저리그 경영학 - 제프 엥거스

524.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525.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 아툴 가완디

526.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 리처드 파인만

527. 여행자의 편지 - 박동식

528.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529. 내사랑 카사사기 - 제임스 미키

530.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531.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에릭J. 카셀

532. 생사불명 야사르 - 아지즈 네신

533. 지로 이야기 2 - 시모무라 고진

534. 내 심장을 쏴라 - 김유정

535. 지로 이야기 3 - 시모무라 고진

536.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마비쉬 룩사나 칸

537. 복떡방 이야기 - 정정섭

539.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 - 찰스 리드비터

540. 정체성 - 밀란 쿤데라

541. 하이디 - 요한나 슈피리

542. 피드 - M.T 앤더슨

543. 제비호와 아마존호 - 아서 랜섬

544. 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545.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 케니스 그레이엄

546.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47.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로맹 가리

548. 일식 - 히라노 게이치로(양장)

549. 설득 - 제인 오스틴

550. 모방범 2 - 미야베 미유키

551. 모방범 3- 미야베 미유키

552. 루비 홀러 - 샤론 크리치

553. 쉿, 조용히! - 스콧 더글러스

554.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 이민희

555. 지구 위의 작업실 - 김갑수

556. 도가니 - 공지영

557. 그레이브야드 북 - 닐 게이먼

 

 

현재 소장 책 권수 - 1,04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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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타샤 튜더
베서니 튜더 지음, 강수정 옮김 / 윌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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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은이만 보고 무조건 구입하는 책이 있다. 전작하고 싶은, 혹은 전작하고 있는 작가에 해당되는데 타샤 튜더 할머니도 그 가운데 한 분이다. 이미 웬만한 책은 다 읽은 터라 동화책 발간만 기다리고 있던 차였는데, 타샤 할머니 1주기를 맞아 큰딸 베서니 튜더가 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약구매를 해놓고 기다리니 타샤 할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예쁜 책이 도착했다. 타샤 할머니에 관련된 책이라면 어떤 책이라도 그저 좋아 1주기를 기념한 책이란 것도 잠시 잊어버릴 정도였다. 

  타샤 할머니의 가족들만큼이나 많은 독자들도 타샤 할머니를 그리워 할 것이다. 그러나 타샤 할머니가 보여준 삶의 방식과 정성들여 가꾼 정원은 독자들에게 깊은 추억으로 남아있기에 그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그런 추억을 덧입혀 주고 다른 시각에서 보아온 타샤 할머니의 큰딸 베서니 튜더의 기록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샤 할머니의 책을 읽어온 독자라면 이 책이 새로운 사실이 많이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했을 것이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과 삶,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다른 책에서 충분히 얘기했지만 그 사실을 앎에도 타샤 할머니의 흔적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껏 타샤 할머니의 삶을 스스로 들려주거나, 타인의 입을 통해서 알아 왔다면 이 책에서는 가장 가까이 있었던 가족이 들려준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다. 타샤 할머니가 중심이었기에 주변의 모든 사물과 사람들은 타샤 할머니를 먼저 거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 반면 큰딸을 통해서 비춰지는 타샤 할머니는 그동안 중점이었던 시선에서 벗어나 지켜보는 대상으로 발견된다. 그런 타샤 할머니를 지켜보는 것과 베서니 튜더를 통해서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베서니 튜더의 추억에서 타샤 할머니를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가 보아왔던 타샤 할머니는 네 아이들의 '엄마'로 등장한다. 그리고 타샤 할머니의 성장과정은 베서니 튜더의 입을 통해 새롭게 재조명되고, 종종 실려 있는 사진을 보며 타샤 할머니에게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받아들였다. 내가 타샤 할머니를 알게 된 것이 비교적 최근이었고, 연세가 많으셨기에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타샤 할머니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지금껏 타샤 할머니에 대해서 알아온 것은 삶의 극히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재에 충실한 타샤 할머니의 모습만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들어온 이야기를 자식의 입장에서 들려주니 타샤 할머니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타샤 할머니의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의 자질을 드러내는 모습까지 자녀의 입장과 가족의 일원으로써 보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웠다. 늘 타샤 할머니의 자녀들은 과연 엄마로써 어떻게 볼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짐작한대로 최고의 엄마로 등장하는 것이 흐뭇했다. 농가에서의 생활을 사랑한 타샤 할머니처럼 아이들도 어린 시절에 늘 함께했던 자연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타샤 할머니는 단순히 자연을 아이들에게 던져 준 것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는 법, 그 안에서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교육이 되었음은 당연했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어 창조적인 놀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아이들과 즐기며 타샤 할머니 개인 취미로도 발전시킬 수 있으니 정말 환상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알 수 없었던 타샤 할머니의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과, 할머니가 남겨 준 많은 것들을 보는 것은 내가 가진 타샤 할머니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식의 입장에서 바라본 타샤 할머니의 시선이 가장 도드라졌다고 할 수 있겠다. 타샤 할머니에 대한 색다른 내용이 없더라도,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 굳혀 있냐는 것만으로도 타샤 할머니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마치 나의 가족을 추억하는 것처럼 타샤 할머니를 추억하고, 타샤 할머니와 아이들이 같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일상을 상상해 보는 것 또한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한 사람의 일상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영향일 미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타샤 할머니를 책으로라도 만난 것에 감사했다. 가끔 타샤 할머니의 정원이 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타샤 할머니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걱정은 접어 두기로 했다. 대신 타샤 할머니가 주었던 무한한 상상력과 삶을 사랑하는 법, 일상을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을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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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란 작가가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을 때도,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모방범>이 많이 읽힐 때도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은 장르를 써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그녀를 알게 된 첫 작품으로 <브레이브 스토리>를 만난 탓이었다. 게임을 알아야만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인지 4권짜리 책임에도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미야베 미유키란 작가는 내게서 묻힌다 생각했는데, 내 손에 들어 온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한 번 그녀를 각인시키게 되었다.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퍼펙트 블루>. 그 작품을 읽고 나니 그제야 미야베 미유키란 작가도, 그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작품을 읽고 싶어 먼저 선택한 것은 <모방범>이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이제껏 악평을 한 독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두꺼운 페이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세트로 주문한 다음 시간을 넉넉히 잡고 책을 펼쳤다. 다른 독자들 말마따나 페이지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빠져 들었고, 드디어 이 작품을 읽는다는 흥분을 느낄 새도 없이 책 속의 분위기에 몰입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를 종종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시 책을 덮고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나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범인이 행하는 모든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그의 마음가짐이 온전히 내게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전례에 없는 지능범이라는 칭찬은 나의 두려움을 배가 시켜 주었고, 어딘가에 그런 범죄가 일어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자 오싹해져 버렸다. 더군다나 밤에 읽어서인지 가족들이 모두 있음에도 바람이 통하라고 열어놓은 현관문을 닫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다. 평상시에 아무렇지 않게 닫아대던 현관문을 큰 용기를 내어 닫으러 갈 정도로 두려움을 현실로 끌어 내 버린 내가 심약한 마음을 가졌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세권의 책. 이제 1권을 읽었을 뿐인데도 온갖 궂은일을 당한 것처럼 지쳐 버린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남은 두 권의 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려움에 차 있다. 보통 이런 추리소설을 만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숨 쉴 겨를 없이 읽어 젖히기 바쁜데, 한 권씩 손에 쥘 때마다 굳은 각오를 해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은 느낌이 사라질까 두려워 쉽게 리뷰를 쓸 수도 없었고, 다음 권으로 손을 뻗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먼저는 남의 이야기인양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을 수 없음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에게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불안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수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와 사건을 구체화 시켜가는 저자의 능력보다 인간의 본성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거침없음에 겁이 났다. 그런 인간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겁이 나고, 그런 사람들을 방치하고 양성해가는 사회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버젓이 현재에도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사건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사건은 공원에 발견된 여자의 오른 팔로 시작된다.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젊은 여자의 오른 팔. 그리고 실종된 가족의 팔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사람들. 누구의 팔인지, 누가 그 팔을 공원에 버렸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악질적인 사건으로 폄하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사건의 끔찍함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자신을 버젓이 드러내는 범인의 행각이다. 목소리 변조를 하긴 했지만, 방송국에 자신의 범죄를 태연히 알려오고, 범죄자의 가족을 유린시키고, 살인을 일삼는 범인. 그에게 분노를 드러내기에 앞서 두려운 감정이 먼저 든 것은 인간의 나약함을 정곡으로 찔러대는 범인의 날카로움 때문이었다. 범죄의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행동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경찰과 언론을 농락하는 그 행위 앞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보통사람들은 혼란스러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앞으로 할 행동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오고 그들을 비웃듯 하나씩 되갚아 주는 범인의 지능은 보통을 넘어섰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에 밀려오는 공포와 어떠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기겁시킬지 모르기에 초조해지는 불안감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범인에 의해 피해 여성의 신분은 밝혀졌다. 3개월 전에 실종된 마리코라는 여성이 피해자였지만, 공원에서 발견된 팔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팔 이외에 따로 발견된 핸드백이 마리코의 것이었는데, 범인은 오른 팔의 주인을 밝히지 않고 끝내 마리코를 유해로 돌려보낸다. 마리코의 엄마는 정신을 놓아 버린 상태고, 마리코의 외할아버지인 요시오만이 힘겨운 싸움을 해가고 있었다.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차려 사건을 맡고 있었지만, 그 사이 피해자는 더 늘어났고 범인의 행각을 추적할 수 없었다. 아주 조금씩 그의 목소리를 녹취한 테이프에서 범인을 형상화 하지만 여전히 미미한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이야기는 잠시 다른 분위기로 넘어간다. 분위기 전환이 되기 전에도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낳고, 수없이 얽혀가고 있었다. 마리코가 유해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그를 쫓는 무리, 그 사건과는 곁길에서 일어났다 하더라도 마리코와 미미하게 연결되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2부에서는 마리코의 살해사건과 관련이 없는 듯 한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를 가장 우울하게 만든 것은 2부에 드러난 이야기였다. 1부의 내용도 결코 가볍고 밝은 내용이라 할 수 없지만, 2부에서 등장한 구리하시 히로미란 인물은 인간의 악함을 어릴 때부터 드러낸 인물이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유년시절은 희화화시킨 시절로 추억하기 바빠진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애틋하게 간직되는 시절이기도 한데, 히로미는 내가 환상을 덧입혀 추억하기 바쁜 유년시절에 이미 악함이 마음속에 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성장과정과 내면을 알아 가면 갈수록 치가 떨려와 그런 인간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어른이 되어 내면에 자리한 악에 지배당해 결국 두 명의 여성을 살해한다. 그 상세한 배경과 적나라함 때문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다. 그 여성들의 죽음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그 이후로 히로미는 어떻게 될지, 이미 시신으로 발견된 그의 이야기를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방대하게 펼쳐지고 있는 모방범은 이제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인데도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할퀴고 갔다. 책 내용 때문에 우울하고 영(靈)이 흔들리는 감정이 일어 며칠 동안 힘들어 하기도 했다. 책 속의 내용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고, 어둠이 내려앉은 시각에 책을 펼치면 나를 엄습하는 두려움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이토록 나약하고 심약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목숨을 잃는다고 생각하면 인간의 내면이 과연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나의 내면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타인에 의해 한순간 묵살당하고 제지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두렵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단순하게 몰입을 이끌어 낸다고 저자를 칭찬할 수 없다. 저자가 그려내 인간의 내면의 바닥을 아직 보지 못했고, 본연의 모습 또한 근처도 가지 못했다. 그 모습이 다음 권에서 펼쳐질 걸 알기에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나는 이렇게 덜덜 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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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6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2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나 완결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6권을 읽기만 하면 모든 이야기가 꿰어 맞춰진다는 흥분 때문에 다음 권을 읽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리뷰를 썼다. 읽은 내용을 정리를 해야만 다음 이야기를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마음도 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6권을 손에 쥐니 1권부터 펼쳐졌던 내용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4권부터 조금씩 진부해지는 흐름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라 굳게 다짐하고 6권을 펼쳤건만, 결말을 읽고 괴로운 비명을 지르며 책장을 '탁' 소리 나도록 덮어 버렸다. 이게 아닌데. 정말 이렇게 책이 끝나버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만 자꾸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옮긴이의 글을 읽어봐도,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을 해 보아도 다음 권이 나온다는 말은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이것이 결말이라는 말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6권의 책을 읽어 온 보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닛타히가시 중학교와 요코테 중학교의 경기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경기로 부상했다. 다쿠미의 실력을 보여 줄 기회를 더 큰 대회에서 만날 거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여서 요코테와의 경기에서라도 다쿠미와 고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 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야기의 진척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의 경기를 기다리며 나 또한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기가 열렸고, 다쿠미와 가도와키의 승부는 물론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은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소설은 멈춰 버렸다. 그리고 다쿠미가 어떤 공을 던졌는지, 가도와키가 어떤 공을 쳤는지 끝끝내 알 수 없게 돼 버렸다.

 

  열린 결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더 많이 남겨주고, 각자의 생각에 또 다른 모습으로 각인시키는 것이야말로 소설을 쓰는 사람의 보람이 아닐까란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배터리>의 결말 앞에서는 열린 결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쿠미가 소속된 닛타히가시 중학교 야구부는 요코테와의 경기를 무척 진지하게 준비했다. 졸업식이 끝난 후에 열린 만큼, 3년 동안 야구부에서 같이 활동했던 졸업생들에게는 중학교의 마지막 경기이자(가도와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올려보기 조차 힘들었던 요코테 중학교와의 중요한 경기였다. 요코테 중학교는 닛타히가시 중학교의 존재를 모를 정도로 비교도 안 되는 팀이었지만, 다쿠미의 존재로 이미지는 확 바뀐다. 다쿠미의 공을 본 사람이나, 타석에 서 본 사람은 위력을 알기에 꼭 승부를 가르고 싶어 했다.

 

  그 과정은 5권에서부터 진부할 정도로 언급이 되었었다. 요코테의 가도와키 뿐만 아니라 최고의 팀이라 자랑하던 다른 선수들도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다쿠미에 대해 닛타히가시의 야구부에 대해 재조명하게 된다. 가도와키의 승부욕이 다른 선수들을 부추기기도 하고, 질투의 시선을 만들기도 한다. 가도와키의 절친한 친구였던 미즈가키는 가도와키와 다쿠미에 대해 새로운 감정을 품게 된다. 시샘과 승부욕이 범벅된 감정은 폭발하기도 하고, 안 좋은 방식으로 상대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다쿠미와 고에게도 미즈가키의 위험한 행동이 영향을 끼칠 뻔 했지만 나름 잘 이겨낸다. 한편 닛타히가시 야구부는 중요한 경기인 만큼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다. 새로운 주장, 조금씩 보강되는 수비, 각자의 개성이 잘 어울리는 팀워크를 내세워 요코테에게 결코 뒤떨어진 팀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지금껏 다쿠미와 고에게만 의지해 경기를 이기려 해왔다면, 요코테와의 경기를 준비함으로써 야구부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다. 다쿠미와 고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 생긴 어려움을 역으로 이용해 다양한 선수들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이다.

 

  그렇게 두 팀은 많은 준비를 했고, 드디어 그 날이 다가왔다. 다쿠미와 고가 여전히 삐걱대기도 하고, 풀릴 듯 말듯 시원스런 감정의 솟음이 없는 가운데 아주 조금씩 둘은 서로를 알아간다. 그 느낌이 확실하지 않을 때에 두 팀의 경기는 진행된다. 선수들만큼이나 독자인 나도 오래 기다렸기에 그 경기가 무척 긴장되었다. 그러나 다쿠미와 고, 가도와키의 승부는 끝내 가려지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 저자는 쓰기를 멈췄고, 아무리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보아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미트, 돌아간 배트만으로 경기를 가늠하기엔 너무 허무했다. 팽팽한 경기인 만큼 쉽게 써내려갈 수 없을 거라 짐작했지만, 열린 결말이 아니라 그 상황을 저자가 도피해 버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야구에 얽힌 청소년 성장 소설이라고 하지만, 4권부터 매끄러운 흐름은 무너져 버렸고 결말에 와서도 썩 내켜할 수 없었다. 충실한 과정을 보여주었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이야기를 끝내 버린다는 것은 맞설 자신이 없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책을 읽은 지 며칠이 지나고 많은 생각들을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책을 읽고 난 후에 작품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읽기 직전의 느낌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배터리>는 느낌이 바뀌지 않았고,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겨진 결말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왔다. 미쳐 독자에게 그려주지 않은 모습에 많은 가능성을 품고,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었다 해도 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맞아 떨어지는 메시지가 없었다. 성장과정, 야구에 대한 열정, 야구로 인해 삶을 배워가는 아이들이란 메시지는 채 그려내지 못한 결말과 잘 어우러지지 못했다. 그 사실이 아쉬워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내지 못하는 내가 감정에 치우쳐 버렸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과 함께 한 과정 속에 너무 큰 경기로 각인된 경기여서 이렇게 푸념을 해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아이들은 여전히 중학생으로 남아있고, 아이들이 펼쳐낼 가능성과 좌절과 성장과정은 여전히 채워질 수 없다. 책에서 마련해준 결말의 상태를 그대로 짊어질 수밖에 없는 그들에 대한 이미지를 나 또한 변화시킬 수 없음에 망연자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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