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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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ㅣ 드로잉 여행 1
김혜원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한 달 전,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다녀와서인지 제목만 봐도 마냥 설랬다. 기차는커녕 숙소 앞을 지나다니는 모노레일도 못타고 돌아왔지만, '일본'이라는 제목만 봐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저자가 약 한 달 동안 여행한 일본의 기록은 드로잉으로 채워져 있었다. 직접 찍은 사진도 실려 있지만 대부분 손수 그린 드로잉으로 일본 여행기를 드러내고 있다. 직접 본 것을 생생히 그려내야 하는 힘든 작업임에도 꼼꼼하게 그려나간 드로잉을 보며 '드로잉이기에 대충 그리지 않았을까'란 생각은 쏙 들어가 버렸다.
일본은 크게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 네 개의 섬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한 곳을 훑어보기도 힘들 것 같은데, 저자는 네 개의 섬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왔다. 그것도 기차로 여행을 하고 왔으니 기차 노선을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았다. 오로지 기차로 여행할 수 있는 노선도 부러웠고, 여행할 때마다 하나씩 쌓여가는 경험도 부러웠다. 저자는 JR패스를 구입해 여행을 했는데, JR패스는 방문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에 한하여 판매되는 상품으로서, 표기된 기간 동안 JR(일본국영철도회사)소속의(일부제외) 열차, 버스, 선박을 횟수와 방향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구입할 수 없으니 일정에 따라 7일,14일,21권을 한국 내의 여행사나 대행사를 통해 구입하면 된다고 한다. 부수적인 비용도 많이 들어가겠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JR패스만 구입한다면 마음이 들떠서 당장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후쿠오카부터 시작해 일본 전역을 돌고 도쿄로 돌아오는 기차 여행은 일정과, 여비, 숙박 등등 여러 가지 주변 상황으로 이동하기 바빠 보였다. 아무리 잘 짜인 여행 계획이라고 해도 중간에 변수가 일어나기 마련이니 그럴 때마다 당황스러웠을 텐데도 비교적 상황을 잘 이끌어 갔다(혼자서 한 여행의 묘미인지도). 기차를 놓치기도 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일정이 틀어지고, 야간열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피곤에 절기도 했다. 여행지 곳곳의 특징과 관광기록을 모두 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일정에 쫓기기도 했고, 음식에 관심이 더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행의 묘미에 음식이 빠질 수 없으니 여기저기서 틈틈이 음식을 맛보고 여행을 진행시키는 모습이 소소해 보였다. 하지만 현지인과의 소통이라든가(말이 안통해서였지만) 기차 밖에서의 경험이 적어 여행 자체가 무척 소소해 보이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여행일지는 마치 만화를 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사진이 주류가 아니라 여행자의 내면과 시각을 한 번 거쳐 온 여행을 드로잉으로 재탄생 시켰다. 빽빽한 글과 독자를 홀리듯 황홀한 사진으로 채워진 여행 책이 능숙한 독자에겐 조금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구성이다. 여행 책이라기 보다 카툰을 보는 듯 한 느낌 때문에 기차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했다. 여행 노선을 한눈에 죽 따라가기보다 드로잉 곳곳에 씌인 글씨를 읽기 바빴고, 카툰으로 여행지를 각인시켜야 했기에 힘든 면도 있었다. 거기다 독자에게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카툰 형식이라도 자주 접하지 않는 나로서는 새로운 방식이 적응되지 않았다.
드로잉 방식이 익숙지 않아 일본 철도 여행의 전체적인 면모를 보지 못했다. 드로잉 안에 갇혀 저자가 여행하는 곳의 지리적 위치나 맥락을 살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지도를 살펴보고 이면의 모습을 보려 하지 않았던 좁은 시각도 한 몫 했겠지만, 드로잉 틈바구니에 갇힌 글을 읽기에 전념이 없었다. 여행지의 간략한 특징과 소소한 경험이 곁들어진 여행책임에도 가벼운 훑어보기로 그친 것 같아 책을 덮는 손길이 후련하지 못했다. 타인의 여행에서 내가 누리고자 하는 것을 대리만족하려는 마음으로 여행 책을 보게 되지만, 나의 욕구를 온전히 해소시켜 줄 거라는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경험을 간접경험 삼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켜보는 자의 최대 만족임을 깨달으면서.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드로잉이라서 부담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여행을 좋아하는, 꿈꾸는 모든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일본의 골목길은 크기만 조금 작을 뿐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풍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풍과 서양풍의 공존, 오래된 것을 해치지지 안으면서 근대적으로 도시를 개선하는 모습은 무조건 새로 짓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배워야 할 것 같다. <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