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을 리뷰해주세요.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여행 1
김혜원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한 달 전,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다녀와서인지 제목만 봐도 마냥 설랬다. 기차는커녕 숙소 앞을 지나다니는 모노레일도 못타고 돌아왔지만, '일본'이라는 제목만 봐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저자가 약 한 달 동안 여행한 일본의 기록은 드로잉으로 채워져 있었다. 직접 찍은 사진도 실려 있지만 대부분 손수 그린 드로잉으로 일본 여행기를 드러내고 있다. 직접 본 것을 생생히 그려내야 하는 힘든 작업임에도 꼼꼼하게 그려나간 드로잉을 보며 '드로잉이기에 대충 그리지 않았을까'란 생각은 쏙 들어가 버렸다.
 

  일본은 크게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 네 개의 섬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한 곳을 훑어보기도 힘들 것 같은데, 저자는 네 개의 섬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왔다. 그것도 기차로 여행을 하고 왔으니 기차 노선을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았다. 오로지 기차로 여행할 수 있는 노선도 부러웠고, 여행할 때마다 하나씩 쌓여가는 경험도 부러웠다. 저자는 JR패스를 구입해 여행을 했는데, JR패스는 방문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에 한하여 판매되는 상품으로서, 표기된 기간 동안 JR(일본국영철도회사)소속의(일부제외) 열차, 버스, 선박을 횟수와 방향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구입할 수 없으니 일정에 따라 7일,14일,21권을 한국 내의 여행사나 대행사를 통해 구입하면 된다고 한다. 부수적인 비용도 많이 들어가겠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JR패스만 구입한다면 마음이 들떠서 당장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후쿠오카부터 시작해 일본 전역을 돌고 도쿄로 돌아오는 기차 여행은 일정과, 여비, 숙박 등등 여러 가지 주변 상황으로 이동하기 바빠 보였다. 아무리 잘 짜인 여행 계획이라고 해도 중간에 변수가 일어나기 마련이니 그럴 때마다 당황스러웠을 텐데도 비교적 상황을 잘 이끌어 갔다(혼자서 한 여행의 묘미인지도). 기차를 놓치기도 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일정이 틀어지고, 야간열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피곤에 절기도 했다. 여행지 곳곳의 특징과 관광기록을 모두 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일정에 쫓기기도 했고, 음식에 관심이 더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행의 묘미에 음식이 빠질 수 없으니 여기저기서 틈틈이 음식을 맛보고 여행을 진행시키는 모습이 소소해 보였다. 하지만 현지인과의 소통이라든가(말이 안통해서였지만) 기차 밖에서의 경험이 적어 여행 자체가 무척 소소해 보이는 것이 아쉽기도 했다.

 

  여행일지는 마치 만화를 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사진이 주류가 아니라 여행자의 내면과 시각을 한 번 거쳐 온 여행을 드로잉으로 재탄생 시켰다. 빽빽한 글과 독자를 홀리듯 황홀한 사진으로 채워진 여행 책이 능숙한 독자에겐 조금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구성이다. 여행 책이라기 보다 카툰을 보는 듯 한 느낌 때문에 기차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했다. 여행 노선을 한눈에 죽 따라가기보다 드로잉 곳곳에 씌인 글씨를 읽기 바빴고, 카툰으로 여행지를 각인시켜야 했기에 힘든 면도 있었다. 거기다 독자에게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카툰 형식이라도 자주 접하지 않는 나로서는 새로운 방식이 적응되지 않았다.

 

  드로잉 방식이 익숙지 않아 일본 철도 여행의 전체적인 면모를 보지 못했다. 드로잉 안에 갇혀 저자가 여행하는 곳의 지리적 위치나 맥락을 살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지도를 살펴보고 이면의 모습을 보려 하지 않았던 좁은 시각도 한 몫 했겠지만, 드로잉 틈바구니에 갇힌 글을 읽기에 전념이 없었다. 여행지의 간략한 특징과 소소한 경험이 곁들어진 여행책임에도 가벼운 훑어보기로 그친 것 같아 책을 덮는 손길이 후련하지 못했다. 타인의 여행에서 내가 누리고자 하는 것을 대리만족하려는 마음으로 여행 책을 보게 되지만, 나의 욕구를 온전히 해소시켜 줄 거라는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경험을 간접경험 삼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켜보는 자의 최대 만족임을 깨달으면서.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드로잉이라서 부담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여행을 좋아하는, 꿈꾸는 모든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일본의 골목길은 크기만 조금 작을 뿐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풍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풍과 서양풍의 공존, 오래된 것을 해치지지 안으면서 근대적으로 도시를 개선하는 모습은 무조건 새로 짓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배워야 할 것 같다. <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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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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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소에 궁금했던 <비밀의 정원>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타샤 할머니의 삽화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보니 타샤 할머니가 이 책에 삽화를 넣은 것은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타샤 할머니가 30만평이나 되는 정원을 가꿨으니 <비밀의 화원>에 묘사된 정원을 그려낼 적임자로 타샤 할머니만한 사람이 없다. 어쩌면 <비밀의 화원>에서 뿜어내는 마법과 생명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은 타샤 할머니가 가꾼 현실에 존재했던 마법의 실재를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열 살 소녀 메리는 전염병으로 인도에서 부모님을 잃는다. 천애 고아가 된 메리는 영국의 요크셔 미셀스와이트의 고모부 집으로 오게 된다. 고모부 집은 무척 넓지만 메리의 처지보다 더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고모부는 만날 수도 없었고, 자신의 비유를 다 맞춰준 하인도 부모도 없는 메리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메리가 제멋대로인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미셀스와이트 장원에서는 자신의 짜증조차도 받아 줄 사람이 없었다. 하녀 마사가 있었지만, 시킨 대로 모든 것을 하거나 메리의 비유를 맞춰주는 것이 아닌 심한 요크셔 사투리로 메리를 나무랐다. 하지만 마사는 메리를 진심으로 대해주었고, 마사의 충고에 따라 뜰에서 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하다 보니 메리의 내면에 긍정적인 힘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메리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고모의 죽음 때문에 고모부가 음울하게 변해 버렸고, 고모가 좋아했던 정원은 10년 동안이나 굳게 닫혀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메리는 그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베일에 싸인 정원을 보고 싶었다. 그러다 정원사 벤 웨더스타프 할아버지의 친구인 붉은가슴울새의 이끌림으로 정원과 정원의 열쇠를 찾게 된다. 그때부터 메리의 일상은 달라진다. 미셀스와이트 장원에서 특별한 일이 없었던 메리는 그 정원에 몰래 들어가 정원을 꾸미기로 한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마사의 동생 디콘과 함께 정원을 가꾼다. 디콘은 동물과 식물에 대해 해박했고, 순수하고 착했다. 황량한 비밀의 정원과 메리의 마음에 따뜻함을 불어 넣어 준 사람이 디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밝고 건강한 아이었다.

 

  디콘과 함께 비밀리에 정원을 가꿔가던 메리는 한 밤 중에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그 울음소리를 따라 가니 병약한 아이가 신경질 적으로 울고 있었다. 그는 바로 동갑내기 사촌 콜린이었고,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히스테리가 심한 아이었다. 메리는 디콘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콜린을 위로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그의 내면을 변화시킨다. 콜린에게도 자신처럼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비밀의 정원에 대해서 털어 놓는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저택에서조차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는 콜린은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 있던 터라 메리의 회유는 달콤하기만 했다. 그때부터 콜린에게도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부터 지워 버리고 메리가 들려준 정원과 디콘에 대해 들으며 자신도 건강해 질 수 있다 생각한다. 그렇게 콜린이 비밀의 정원에 오게 되고 메리, 디콘, 콜린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간다.

 

  콜린은 자신이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을 외면하고 사랑해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미 메리가 경험한 자연과 함께 할 때의 긍정적인 사고와 건강은 콜린에게도 전염되고 있었다. 그때까지 비밀의 정원을 가꾸고 그곳에서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비밀리에 붙여졌다. 세 아이들은 몇몇 어른들이 도움으로 비밀을 지킬 수 있었고, 마침내 콜린은 아버지와 맞닥뜨린다. 방황하던 아버지도 콜린을 위해 돌아오는 길이었고, 콜린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건강함을 보여주고 싶었으니 그 만남이야 말로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리는 셈이었다.

 

  그렇게 죽어가던 정원은 다시 살아나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생명력이 넘쳐나는 화원이 되었다. 콜린의 엄마가 무척 사랑했고, 죽어갔던 그곳에서 메리와 디콘, 콜린으로 인해 다시 살아났다. 미운 아이였던 메리가 변화하고, 콜린과 콜린의 아버지까지 변화하게 만들었던 것은 비밀의 화원 같은 자연의 힘이었다. 자연 속에서 온 마음을 풀어놓다 보니 마음속의 병이 치유되고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도움을 받다보면 어느 누구라도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사람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비밀의 화원은 내 머릿속에서도 제 모양을 갖춰갔다.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생소한 꽃들과 억센 요크셔 사투리를 보고 있노라면 '번역에 큰 힘을 쏟았구나' 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 섬세한 번역이 없었다면 줄거리 위주로 치우쳤을 테고 독자들에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건강함을 선사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요크셔의 황량한 황무지는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황무지의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이면을 발견하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껴가는 것은 메리뿐만이 아니었다. 도심 속에 갇혀 자연과 마주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미셀스와이트의 장원은 그야말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해갔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내 마음 속에도 수많은 꽃이 피었다 졌고, 내면의 상처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변화를 통해 내 마음이 열리기도 했다. 무언가를 변화시킬 때, 자연에 기대고 타인에게 기대는 것은 나약한 것이 아니라 존재를 찾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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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월드>를 리뷰해주세요.
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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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서울을 올라가는 길. 비가 주룩주룩 내리다 못해 억수같이 쏟아지는 창밖을 보며 책을 꺼내 들었다. 감상에 빠지는 것보다 책을 보는 것이 더 좋기에 비가 쏟아지는 날과 조금은 안 어울리는 내용일지도 모르는 <인터월드>를 집어 들었다. <인터월드>는 그야말로 비가 내리는 창 밖, 서울을 향한 기차 안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 현실을 보면 오히려 더 낯선 곳이 되어 버리는 듯 한 착각이 일 정도로 보이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는 곳의 이야기였다.
 

  종종 심한 길치를 주변에서 보게 된다. 디지털 장애로 인한 길치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 조이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사 중인 자신의 집에서 길을 잃는가 하면, 사회 체험학습 시간에 길을 잃고 헤맨 일은 조이의 운명을 갈라놓고 말았다. 단순한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 다른 세계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조이가 지구에서 길을 자주 잃은 것은 바로 그런 세계에서 공간이동을 하는 능력 때문이라는 사실과 함께 전혀 평범하지 않은 세계로 편입하게 된다.

 

  처음에 조이는 자신이 공간이동을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여러 군데를 방황한다. 순간순간의 위기에 따라 장소 이동을 할 뿐이었는데 그 자체가 공간이동이 되었다. 조이의 그런 능력을 알아채고 우주를 지배하려는 마법의 제국 헥스와 첨단 과학의 제국 바이너리는 조이를 추적한다. 조이가 '워킹'하면서 공간이동을 한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있었지만, 그렇게 헤매다 사회탐구 담당인 디마스 선생님을 만나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자신이 사라진 시점에서 폭포에 빠져 죽었으며 그 소식을 듣던 중 헥스 제국의 마녀 인디고에게 붙잡힌다. 그들은 조이처럼 워킹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연료로 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인터월드에서 파견된 제이로 인해 구출되지만, 자신의 실수 때문에 복귀하던 중 제이는 목숨을 잃고 만다. 조이가 그려준 좌표 덕에 인터월드로 돌아온 조이에게 싸늘한 시선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조이는 제이를 대신할 전사가 되어야 했다. 조이 자신도 제이가 얼마나 뛰어난 전사였는지,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를 알지만 인터월드에서 필요한 재원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신병 기초 훈련 일 단계를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처하고 만다. 자신을 추적한 인디고의 계략에 빠져 동료들만 남겨 놓은 채 인터월드로 복귀한다. 조이는 동료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요청을 하지만 묵살되고 기억이 지워진 채 고향으로 보내진다.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조이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한다. 며칠 동안 기억 상실증에 걸렸던 고등학생의 조이로 돌아와 평범한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다 막내 동생과 비눗방울 놀이를 하던 중 제이의 목숨을 잃게 만든 원인이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머드러프 '휴'를 기억하고 만난다. 분명 자신의 기억은 지워졌는데, 인터월드에서 공부했던 내용과 그곳에서 익혔던 무술들이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휴'를 기억해 낸 조이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혼란에 빠진다.

 

  그냥 평범하게 삶을 이어가야 할지, 인터월드로 돌아가 동료들을 구해야 할지 혼란스런 가운데 또 다시 디마스 선생님을 찾아간다. 디마스 선생님이야말로 조이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분이며, 조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려 줄 분이었다. 선생님은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고, 인터월드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조이는 가족과의 이별을 해야 했다. 엄마에게 모든 것을 설명했지만 이별은 힘들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엄마는 조이를 믿어 주었고, 그렇게 이별을 하고 인터월드로 돌아왔다. '휴'와 함께 동료들을 잃어버린 곳으로 돌아가 우주를 지배하려는 포부를 가진 헥스 제국을 위기에 빠트리고 동료들과 무사히 탈출한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결코 만만치 않은 마녀 인디고 일당과 맞선 장면은 조이가 지구를 떠나 그곳으로 돌아온 의미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신뢰가 없었던 동료들과 믿음을 만들어 갔고, 힘을 합쳤을 때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인터월드로 귀환한 그들은 영웅이 될 거라 생각했다. 헥스 제국의 음모를 저지했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사령관인 올드맨이 자신들에게 큰 상을 줄줄 알았다. 그만큼 그들은 끈끈한 동료애가 넘쳤고, 자신들의 능력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올드맨은 최악의 팀이었다며 너무 자만하다고 되레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팀을 유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그들은 또 다시 새롭게 태어난 듯 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새로운 임무를 맡는 것으로 파란만장한 조이의 '인터월드' 입성入成 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했던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SF와 거리가 먼 나의 독서 취향에 애를 먹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풍부하고 명확했다. 글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그림을 완성시켜가는 것이야말로 독서를 하는 묘미였고, 독특한 소재 속으로 독자를 이끌어준 저자의 역량에 감탄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때로는 무척 쉬울 때도 있고, <인터월드>처럼 힘겨우면서 뿌듯할 때가 있다. <인터월드>가 빛을 보지 못하고 오랫동안 어둠 속에 묻혀 있다 어둠을 나온 순간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인터월드>. 그 세계가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며 읽게 만들어 주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SF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우리가 아는 현실이란 망치에 맞은 거울처럼 쪼개질 수 있다. 그것은 누구에게라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미 그녀에게, 그리고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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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네버랜드 클래식 12
진 웹스터 글 그림,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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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다리 아저씨>를 봤음에도 불구하고(원작과 내용이 다를지라도), 결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의 결말을 들었음에도 왜 기억나지 않는 것일까. 그런 이유로 원작을 꼭 읽고 싶었는데 최근 모으고 싶은 시리즈 중의 하나인 네버랜드 클래식에서 나온 <키다리 아저씨>를 발견하고 바로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분이 오묘해지는 금요일 저녁에 책을 꺼내들었다. 이런 밤에는 제격이라는 생각에 부흥하듯 책은 단숨에 읽혔다.
 

  제루사 애벗(주디)이 고아원 평의원인 한 사람(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대학을 가게 되었다는 사연 이후에는 모두 편지로 채워져 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평의원에게 매달 편지를 써야 하는 주디는 얼핏 보았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고 '키다리 아저씨'라는 애칭을 붙인다. 18년 동안 고아원에서 자란 주디에게 대학 생활은 그야말로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학비와 기숙사비, 거기다 매달 용돈까지 보내주는 키다리 아저씨 덕분에 주디에게 대학은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피붙이 하나 없던 주디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자주 편지를 쓴다. 대학생활의 벅찬 마음, 자신의 생활 보고報告, 하루하루 펼쳐지는 행복감을 키다리 아저씨에게 전해준다. 편지 속에는 주디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책을 읽기 전 해설을 읽은 터라 키다리 아저씨가 누군 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디와 주디의 일상에 종종 나타나면서도 편지로 주디의 마음을 알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저비스)를 훔쳐보는 것은 또 다른 설렘을 안겨 주었다.

 

  주디의 편지를 보고 있노라면 한 소녀가 어떻게 성장해 가고, 무슨 생각을 품고 있으며, 자신의 삶을 어떤 식으로 개척해 가고 싶은지를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주디에게는 '키다리 아저씨'가 고마운 분이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고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때론 답장을 요구하기도 하고, 키다리 아저씨의 말을 듣지 않으며, 키다리 아저씨가 퍼부어 주는 사랑에(선물도 포함) 버릇없어 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었으며 여자인 내가 편지를 보고 있어도 주디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주디가 하루하루 성숙해 가는 모습을 지켜본 키다리 아저씨인 저비는 어땠을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이 자연스레 그려질 정도였다.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며, 훌륭한 사람이 되어 꼭 은혜를 갚겠다던 주디. 편지 속에는 자신이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도 늘 포함되어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에게 쓰는 편지지만, 일기장이라도 해도 될 만큼 순수하고 솔직한 주디의 편지는 지금껏 고아로 보낸 우울함이 많이 깃들어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머가 가득하고, 가식이 없으며, 자신의 일상과 함께 수록된 작은 그림들은 너무 귀여워 배꼽을 잡고 웃기도 했다. 물론 대학에 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갖추지 못한 상식과 빈부차이가 심한 친구들 틈에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함이 아닌 자신에 대한 재조명을 하기 위해 키다리 아저씨께 모든 것을 털어 놓는데, 언급만 했다 하면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에게 선물을 보내주곤 했다. 감사히 선물을 받을 때도 있지만, 옳지 않다며 돌려보내면서 단점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자신이 누리는 것에 대해 스스로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순수해서 내 마음이 맑아질 때가 많았다.

 

  시간은 흘러 드디어 주디는 대학을 졸업한다. 자신의 졸업식에 꼭 와주십사 부탁을 했건만 키다리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미 친구 줄리아의 삼촌 저비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못 올만도 했는데 주디는 큰 실망을 한다. 그럼에도 저비가 자신에게 청혼을 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저비이나 그의 청혼을 거절했다며 키다리 아저씨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청혼을 거절한 이유를 알게 된 키다리 아저씨는 자신을 만나러 오라는 전갈을 보내고, 키다리 아저씨가 누군지 알게 된 주디는 큰 행복에 빠진다. 이제야 두 사람의 역할을 한(키다리 아저씨이자 사랑하는 저비 도련님), 한 사람에게 마음을 드러낸 편지를 쓰며 책은 끝을 맺는다.

 

  순식간에 읽었지만 여운은 참 오래 남는 소설이었다. 늘 이런 사랑을 꿈꾸고 있지만, 주디처럼 자신을 알아가고 사랑할 줄 모르는 내가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인생에서 주디의 키다리 아저씨처럼 영원한 지지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 사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닌 다가오도록 괜찮은 나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능력을 모를 때만큼 사랑스러운 모습도 없다고 했으니, 내가 모르는 나의 또 다른 능력에 사로잡힌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은 내면을 가꾸는 것이며 주디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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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지로 이야기 1>  

- 오랜만에 괜찮은 일본 문학을 만났다. 일본 현대 소설과 치여있다 교훈과 감동과 재미를 가미한 성장소설이면서 한 시대를 훑어볼 수 있는 시대소설이라 무척 재미 있게 읽었다. 서평단에서 1권을 보내주었지만, 다음 권을 개인적으로 구입해서 보고 있을 정도로 좋았다!


•  서평단 도서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지로 이야기 1> 

검이 사람을 살리려면 먼저 자기부터 죽여야 한단다. 자신을 죽인다는 건 상대방을 죽이기 전에 자신의 나쁜 버릇부터 잘라낸다는 뜻이야. 그렇게 자신을 죽인 사람은 두 번 다시 사람을 죽일 수 없단다.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검은 이제 사람을 살리는 데만 쓰는거야. 576쪽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지로 이야기 1 - 시모무라 고진 

2. 인터월드 - 닐 게이먼, 마이클 리브스 

3. 꿈꾸는 토르소 맨 - kbs 스페셜 제작팀 

4. 엄마의 은행 통장 -  캐스린 포브즈

5. 아빠 어디 가? - 장 루이 푸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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