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이야기 1>을 리뷰해주세요.
지로 이야기 1 - 세 어머니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부터 이유 없는 짜증이 솟구쳤다. 원인 없는 짜증은 여기저기 화를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내 자신이 무척 한심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오늘도 어두운 얼굴로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었더니, 사람들이 나를 슬금슬금 피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퇴근 길에 서점에 들렀다. 컨디션이 최악일 때는 서점만큼 나를 위로해 주는 곳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역시나 책들을 바라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구경하기 바빴다. 퇴근 길에 <지로 이야기> 1권이 재미있어 다 읽어 버렸는데, 서점에 오니 <지로 이야기> 2권을 사고 싶었다. 다행히 2권이 있어 구입하고 돌아오는 길에 또 읽었는데, 오늘 같이 짜증이 솟구치는 날 나를 위로해 주는 책이 있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꽤 두툼한 책임에도 순식간에 읽었다. 1권의 두께가 600페이지가 넘어 기가 죽을만도 하건만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넉넉한 시간만 있으면 순식간에 읽어 버릴 수 있는 흡인력과 재미만으로 독자를 끌어당기지 않는 매력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지로 이야기>는 국내에 1989년에 번역 되었다가 교육운동사상의 길을 가르키는 교과서 같은 탓이었는지 널리 읽히지 못했다고 한다. 새롭게 출간 될 정도로 재 조명이 된 만큼, 일본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교육운동'의 열풍의 교과서 같은 소설이라고 불리우기도 한 <지로 이야기>는 도대체 어떤 내용들로 채워져 있을까.

 

  <지로 이야기> 1권 '세 어머니'는 성장 소설 냄새가 물씬 났다. 장르를 굳이 나눌 필요 없이 성장소설로도, 시대의 한 자락을 훑었던 책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1권에서는 '재미와 감동에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는 교육철학서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로의 내·외적인 성장에 중점이 맞춰진 이야기에 흠뻑 빠져 들지 않을 수 없었다. 3남 중 둘째로 태어난 지로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초등학교 교지기 집에 양자로 보내졌다. 유독 지로만 유모에게 맡겨진 것이 못마땅했는데 유모 오하마, 낳아준 어머니, 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들어온 새어머니까지 세 어머니와 차례차례 맞물린 삶을 살게 된다. 유모의 집에서는 자유를 누리면서도 본가에 가면 자신을 미워하는 할머니, 어머니가 있어 늘 불편하기만 했다. 어렵사리 아버지 스케의 사랑으로 인해 마음을 붙이게 되지만 어려서부터 떠돌게(?) 되는 지로의 진정한 집은 과연 어디인지 헷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로만 유모네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본가를 오가기도 했지만 외가에서도 짧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낸 터라 지로의 진정한 집은 어디인지 혼란스러웠다. 지로가 방황하고 마음에 상처를 그득 안게 된 것도 어쩌면 정착되지 못한 '집'이라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할머니와 어머니 때문에 본가에는 도저히 정을 붙일 수 없는 지로는 말썽쟁이에 어린아이답지 않은 까칠한 성격을 갖게 된다. 지로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함께 세세한 내면의 묘사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복선을 깔아준다. 그러나 복선은 언제나 유쾌하지만은 않은, 지로만의 외로움과 고독, 분노가 시퍼런 날을 세워 세상을 향해 뿜어낼 준비를 하기 위한 것들뿐이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경험과 어우러지는 사고思考를 떠올려 볼 때, 지로가 어떻게 성장해 갈지 도무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시선이 오히려 당연할 정도였다.

 

  책을 읽는 내내 나조차도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았던 부분은 지로를 유독 미워하고 싫어했던 친 할머니의 독설이 펼쳐질 때였다. 지로가 다른 두 아이들과 다르긴 하지만, 성장배경을 생각해 볼 때 되레 마음을 써주고 귀여워 해줘야 할 마당에 깊은 상처를 넘어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심한 차별을 했다. 1권이 끝나갈 무렵 지로가 큰 깨달음을 얻고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 때에야 할머니의 독선이 누그러지지만, 그 전까지 지로의 할머니를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없었다. 할머니가 아니더라도 엄마의 죽음, 유모와의 이별, 외가에서의 생활, 중학 시험 낙방 등 끊이지 않은 시련들이 있음에도 핍박과 독설은 그칠 줄을 몰랐다. 반면 지로가 크고 작은 일들을 겪고, 여러 사람의 가르침을 통해 성장해 갈 때면 무척 대견스러웠다. 지로의 성장에 따라 나도 조금씩 성장해 가는 기분이었고 지로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결코 순탄하다고 할 수 없는 지로의 성장과정(1권에서는 중학교 1학년까지 모습이 그려진다.)을 지켜보면, 어린아이의 삶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을까 하고 놀라게 된다. 지로만 동떨어진 배경에서 성장한 이유로 올바르게 자랄 수 없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어느 누구에게도 정을 붙일 수 없었던(지로조차도) <지로 이야기>. 그러나 세상에는 지로를 미워하는 사람보다 사랑해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참 많았다. 그들로 인해 삶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깨달음을 포함한 모든 것을 운명의 어쩔 수 없음과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자신을 늘 따라다니던 시련만큼이나 지로를 향한 사랑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어른으로 인해 상처받고, 어른으로 인해 사랑을 받는 모습이 역설적이긴 해도 범상치 않은 그림자는 늘 지로를 따라다녔다.

 

  지로는 날로 날로 성장해 갔다. 한 학년씩 올라갈수록 내면의 성장은 눈에 띄게 발전해 갔다. 때론 아이답게, 때론 어른답게 펼쳐지는 내면의 성장은 주변에 자신을 걱정해주고 사랑으로 훈육시켜주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린 지로가 감당하기에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지로가 삐뚤어지도록 놔두지도 않았다. 형제들과의 우애는 물론 가족 간의 끈끈함을 만든 것도 지로의 영향이 컸고, 학교에서나 두 곳의 외가에서의 입지도 잘 다졌다. 그런 지로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나의 내면의 변화가 수 없이 일어났고, 세상을 향해 막 눈을 뜨기 시작한(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눈을 떴지만.) 10대의 내면은 현재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지로'와 같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기에 드러난 익숙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지로의 성장과 행보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로가 중학교 생활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세상과의 부딪힘이 어떻게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 낼 것인지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지로의 성장을 통해 감동과 재미, 무엇보다 삶의 깨달음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질풍노도의 시기에 허덕이고 있는 청소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검이 사람을 살리려면 먼저 자기부터 죽여야 한단다. 자신을 죽인다는 건 상대방을 죽이기 전에 자신의 나쁜 버릇부터 잘라낸다는 뜻이야. 그렇게 자신을 죽인 사람은 두 번 다시 사람을 죽일 수 없단다.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검은 이제 사람을 살리는 데만 쓰는거야. 57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퇴계잡영 - 이황, 토계마을에서 시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이불을 칭칭 감고 누워 책을 펼쳤다. 빗소리는 감성을 자극시키고 잠이 올 듯 몽롱한 상태에서도 독서가 하고 싶었다. 이런 날에는 감성이 잔뜩 배인 책을 읽으면 제격이라는 생각에 <퇴계잡영>을 꺼냈다. 오랫동안 내 손에 머문 책인데 비해 진도는 그다지 많이 나가지 못했고, 토계마을에서 시를 쓴 이황의 내면으로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어려움이 있는 책이었다. 오늘만큼은 날씨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아 이황의 심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감정 운운하며 책을 펼친 것이다.
 

    이황은 고향인 예안의 온혜를 떠난 뒤로 몇 차례나 가까운 마을로 집을 옮겨가며 살다가 중년 이후에 토계(지금의 도산면 토계동)라는 마을에 정착하여 살면서 자신의 호를 퇴계退溪라고 고쳤다고 한다. 그곳에 머물면서 지은 시집의 이름을 '잡영'이라고 하였는데, '잡영'이란 말은 "생겨나는 일에 따라 읊조리는 것인데, 시의 제목으로 상용된다"라고 했단다. [퇴계잡영]은 즉흥적으로 지어 낸 시들과 사유시思惟時 성격을 띤 연작시들로 묶여져 있다. 자연과 향리의 선배와 제자들, 음미하며 읽는 책, 새로 마련한 보금자리에 대한 느낌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는 시집이다.

 

  요즘은 우리의 고전문학을 현대인들이 읽기 쉽게 풀이해 놓은 것이 많아 이 책도 당연히 그런 책이라 생각했다. 한문 원시의 한글 번역 뒤에 산문으로 풀이해 놓아 읽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한글 번역을 읽고 주석을 읽은 다음 산문까지 읽으니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자꾸 흐름이 끊겼다. 주석이 있으니 당연히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꼼꼼히 읽었는데, 한문 원시에 대한 주석이라 이해가 잘 가지 않아 내용 정리는 더 어려웠다. 한참을 방황을 하다 도저히 책 내용이 들어오지 않아 읽는 방법을 바꿨다. 먼저 주석 읽기를 과감히 포기했고(한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주석이었기에), 한글 번역을 읽고 산문만 읽어보았다. 그러나 한글 번역과 산문도 약간 일치가 되지 않고 겉돌아 산문만 따로 읽었다. 산문만 쭉 읽어나갔더니 그제야 내용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읽기의 방법을 바꾸고 읽어가니 당시의 이황의 마음이 느껴졌다. 무조건 읽기에만 급급해서 토시 하나 놓치지 않고 읽으려고 했던 초반의 마음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시 하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힘겨워하던 나의 마음이 풀어지기도 했고, 소소함을 시 가운데 가득 담았던 이황의 내면이 조금씩 내게 다가왔다. 날씨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리하는 시의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나 또한 날씨를 빌어 그의 내면을 바라보고자 했던 마음을 흠뻑 적셔 주었다. 왜 진작 이렇게 읽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토계에서의 생활은 적나라했다. 산문만 따로 읽음으로써 이런 느낌이 들었지만 차근차근 한글 번역을 따로 읽고, 주석도 덧붙여서 읽어나간다면 시의 이면의 것들도 하나씩 채워질 것이다.

 

  [퇴계잡영]이 온전히 들어오게 된 계기는 산문만 따로 읽다 진가를 알게 되었지만, 그 마음 가운데는 이 책을 옮긴 두 분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볼 때마다 옮긴이들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 뜨거운 손길을 느끼지 못한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소소한 일반 독자인 내게는 여전히 그 뜨거움을 안을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주석도 버거웠고, 한글 번역도 이해가 잘 안 갔으니 나의 밑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고전이라  좀 더 가까이 다가와 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런 발굴이 이루어지고, 독자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더 많은 독자들이 고전을 찾고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

 

 

* 오탈자

 

26쪽

주석 4) 돌아기고 -> 돌아가고

 

147쪽

고운 빛을 가리우고 별마저 닭은 달빛 때문에 -> 밝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타트 신드롬 - 행복한 시작을 위한 심리학
김진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지난 달 말에 8년 정도 지내왔던 사무실을 뒤로 하고 새로운 공간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다른 지점과 합쳐서 이사를 하는 거라 공간도 좁아지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좀 더 깔끔한 건물로 간다는 장점은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조바심을 불러 일으켰다. 내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안주하길 원했기 때문에 새로 바뀐 환경에 약간의 적대감까지 생겼다. 정신없이 보름 정도가 지나니 조금씩 틀이 잡히긴 했지만 안락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저자는 이런 적응기를 '스타트 신드롬'이라 불렀다. 내 경우는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출발의 시작점에서 갖게 된 갖가지 감정들도 스타트 신드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새로운 공간에서 그 동안에 해 왔던 일들을 하면서 모든 것에서 새롭게 적응을 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출발점에 서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쓴 책 <스타트 신드롬>은 이런 소소한 일들부터 삶을 좌지우지 하는 큰일들까지 그 안에 감추어진 두려움, 걱정, 고민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이 책에서 크게 성격, 사랑, 관계, 일에 대해 시작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저자가 살면서 만난, 상담실을 찾아와 함께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충고 해주며 비슷한 일을 겪거나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사연들이 많았다. 볼펜의 행방을 조교에게 물어봐야 하는 교수,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은행원,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 신드롬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인 저자에게 상담을 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일례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다른 나라 사람 얘기처럼 들려 구경하듯 지켜보았다. 이런 사연들이 있으니 상담실을 찾는 거라고, 나는 찾을 일이 없다고 고개를 한껏 쳐들며 기웃거리기 바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대부분 나와 상관없는 스타트 신드롬을 가진 사람들이었는데, 종종 내가 내면 깊숙이 숨겨놓은 어둠을 곤란하단 듯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드러냈겠지만, 그런 내용이 나오자 나도 방심할 수 없었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상담했다는 것 자체가 숨기려는 나보다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는 사례 중심이었고, 충고와 위로가 곁들어 있지만 마음에 많이 와 닿는 얘기는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사례가 나오면 어떤 해결책을 던져주는지 관심을 높였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 맞는 말이기도 했거니와 자라온 성장과정의 영향을 많이 보는 것이 탐착치 않았다.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들이민 것은 사실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위로의 말들이 많아서 조금은 서운했다. 어쩌면 상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타인에게 말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치유가 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상담자든, 이 책의 저자든)이 있을 테니 내가 숨기고 있는 스타트 신드롬에 관심을 기울여 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가 인정하고 있지 않을 뿐, 일상에서 수많은 스타트 신드롬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 약해 보이지 않으려, 보통 사람다워 보이려 무던히 애쓰다 보니 지금까지 숨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연들을 보면서 나와 상관없는, 나와 아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자기 내면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조급해하며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마음보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도움을 청하고 해결책을 강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 딸과 함께 읽는 미셸 오바마 이야기
데이비드 콜버트 지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08년 8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 끝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2009년 1월, 미국에 제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기 전부터 돌풍을 일으켰던 버락 오바마의 인기는 국내까지 번졌다. 한두 권 발행되던 그에 관한 책은 부지기수로 출간되었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책들 가운데는 미셸 오바마에 관한 책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큼이나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는 미셸 오바마의 삶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였다.
 

  미셸 오바마를 좀 더 특별한 시선으로 보게 된 계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저서를 훑어보던 중, 미셸 오바마의 지혜를 칭찬하는 대목에서였다.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는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아내에게 묻는다.' 는 말에 미셸 오바마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졌다. 먼저 읽게 된 책은 '딸과 함께 읽는 미셸 오바마 이야기'라는 부제목이 붙은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이었다. 내가 알고자 하는 미셸 오바마의 책에서 약간 시선이 벗어날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삶이 녹아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미셸 오바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된 것 만큼 미셸 오바마도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된 것도 역사적인 일이다. 그런 만큼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떠한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프린스턴 대학교, 하버드 로스쿨을 나올 정도로 명석한 그녀는 끈질긴 노력파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달려가는 의지를 지녔고, 그 가운데서도 어떤 일을 해야 즐거운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지만,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부모님의 교육열에 한껏 보답하며 성장했다. 그녀의 조상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적지 않은 분량으로 미국 역사 한 자락을 더듬어 갔고,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라는 다소 불편한 수식어가 왜 불편하지 않은지를 알려 주기도 했다.

 

  몸이 좋지 않으셨던 아버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의 교육만큼은 늘 앞서가던 어머니, 최고의 조언자이자 선의의 경쟁자인 오빠. 그 틈에서 그녀는 반듯하고 조금은 고집스레 자신의 길을 닦아갔다. 늘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존중해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그 시절에 획기적이었던 공립 고등학교의 선택과 다소 높은 목표인 아이비리그를 꿈꿀 수 있었다. 그녀는 가고 싶은 길을 정확히 알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노력을 했고 방법을 늘 탐구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인성, 끈기, 가치관이 나왔고 그것만 지켜보더라도 무언가를 끌어낼 수 있는 용기가 샘솟곤 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명석한 두뇌를 지녔다는 이점에 편견을 뒤집어쓰려고 해도 가정환경, 그 시절 미국 내에서의 흑인의 위치를 생각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결코 어긋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녀의 노력과 갖춰진 능력은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드러난다. 그녀는 높은 연봉과 사회적 지위를 채워주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려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한 끝에,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면서 보람된 일을 찾아 나선 그녀의 용기에 감탄할 뿐이었다. 시기적절하게 길을 잘 선택한 것 같은 그녀는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점'과 어디에나 있는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기에 얻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참 쉬우면서 어려운 지침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기에 그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야 왜 '딸과 함께 읽는'이라는 부제목이 붙었는지 조금 이해할 것 같다. 같은 여성으로써 미셸 오바마가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떤 모습으로 삶을 향해 나아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조차도 그녀의 삶을 보고 있으니 노력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자신 스스로와 잘 지내는 미셸 오바마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고 멋졌다. 앞으로도 그런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
아지즈 네신 지음, 이종균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다가 좋으면 전작을 탐독하고 싶어진다. 요 며칠간 아지즈 네신이 그랬다. 우연히 그의 책을 접하게 되었고 내리 세 권을 읽었다.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제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아지즈 네신의 작품은 여전히 매력이 넘쳐 그의 작품을 주목하게 된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도 <개가 남긴 한마디>와 마찬가지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간되었다. 두 권 모두 어른이 읽어도 무방한 내용들로 채워졌지만 <개가 남긴 한마디>보다 풍자가 약하다. <개가 남긴 한마디>는 풍자가 진해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실에 놀랐던 반면,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는 교훈적인 요소가 많았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 흡수하기 좋은 다양한 내용들이 채워져 있었다.
 

  풍자와 익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가 남긴 한마디>를 읽었다면 좀 심심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다름에 색다른 매력을 느꼈고, 거리낌 없이 장르를 넘나드는 저자의 역량을 만끽하는 것이 좋았다. 눈높이를 맞춰 써내려간 글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작은 미물의 존재를 각인시켜 주기도 했다. 읽기만으로 저자의 의도를 단박에 간파하는 것보다, 읽는 과정과 읽고 난 후에도 의미를 음미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다. 읽는 그대로 인지시키기 바쁜 책들이 많은 가운데 이런 책을 오랜만에 만나니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자꾸 멈춰졌다. 무언가 아쉬웠고, 그대로 지나쳐버리면 안될 것 같아 머뭇거리는 시간이 잦아졌다.

 

  <어느 무화과 씨의 꿈>,<모래성과 아이들>,<멋진 것과 옳은 것> 이 비교적 서정적으로 씌였고, 인생과 일상에서의 소소한 기쁨과 희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간 읽어왔던 아지즈 네신의 작품과 확연히 다른 필체에 놀라움을 더하면서도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다는 시각을 키워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반면 <양들의 제국>,<당나귀는 당나귀답게>,<미친 사람들, 탈출하다>,<기우제와 관절염>등은 세속적인 권력과 편견, 잘못됨을 꼬집는 작품이었다. 평범한 내용이 아님에도 <개가 남긴 한마디>보다 훨씬 더 얌전하고(?) 안정된 문체 덕에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감성적인 다른 작품들로 그런 어두운 면을 감추고 싶어 쉽게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교적 다양한 분위기의 단편들이 실려 있어서 여러 가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저자의 다른 작품을 읽은 터라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작품을 만났다면, 이 책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한군데로 그러모은 느낌이었다. 번역의 차이인지 대상의 차이인지 몰라도 글의 느낌은 <개가 남긴 한마디>와 확연히 달랐다. 교훈적이고, 절제되고, 차분한 문체가 도드라졌다. 그렇지만 저자의 상상력과 엉뚱함과 풍자의 매력은 여실 없이 드러났고, 다른 작품에서 만끽하지 못한 섬세한 면도 맛볼 수 있었기에 비교 자체만으로는 저자의 글에 대한 매력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었다.

 

  아지즈 네신 책을 몇 권 탐독하면서 한 작가의 첫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삶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거나 운명적이라는 데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작품이라고 해도 독자 각자의 느낌이 다른데, 그 작가의 여러 작품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택되어 지는 작품들은 어떨 것인가. 아지즈 네신의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을 읽고, 별 감흥을 얻지 못해 그의 작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 아지즈 네신과 만날 기회가 만들어졌고,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 그런 일련의 흐름들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책의 풍요 속에서 괜찮은 책과 전작을 하고 싶은 작가를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지즈 네신과의 재회는 나름 성공적으로 생각하므로 그런 발견을 늦추고 싶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