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 붉은 색 - 좋았던 책!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 1월에 정말 미친 듯이 읽어 보고 싶었는데..^^
동화책 4권을 포함해서 20권을 읽었다.
리뷰가 3권 밖에 밀리지 않은게 기적이다.^^
2월에는 편안한 독서를 해보려 한다.
늘 소망이 되긴 하지만..^^
 
 
 
 

2009년도에 생긴 책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타샤튜더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440.~44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44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443.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462.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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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3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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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길면서도 짧은, 트와일라잇 3부작을 다 읽었다. 곧 4권 번역본과 트와일라잇 DVD이 나온다고 하니 무척 기다려 진다. 하지만 1권을 읽을 때의 설레임으로 4권을 기다리게 되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1권에서 독자들을 흠씬 빨아들였던 로멘스가 2,3권에서 비중이 줄어든 탓이 아닐까 싶다. 책은 여전히 속도감 있게 읽히고 에드워드와 벨라가 책의 중심에 있지만, 1권의 매력이 2,3권에서 발휘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언제까지고 로멘스만 다룰 수 없는 노릇이고, 탄탄한 구성을 이어가려면 전체적인 맥락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을 3권에서는 좀더 포괄적으로 보여주었기에 첫사랑의 설레임처럼 벨라와 에드워드를 바라 볼 수 없었다.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확고하지만, 더 많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에 과정을 견뎌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조금씩 미래를 향해가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에드워드가 돌아옴으로 벨라는 삶에 다시 활기를 얻었다. 절대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새도 있었다. 그러나 벨라가 힘들어할 때 곁에 있어준 제이콥과의 관계가 무척 복잡할 수 밖에 없었다. 제이콥은 전설로 내려오던 늑대인간이 되어 버렸고, 에드워드와 적대적인 관계다. 에드워드를 사랑하고 제이콥이 소중한 친구인 벨라에게 유감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제이콥도 벨라를 사랑하고, 벨라는 에드워드를 떠날 생각이 없기에 그들의 관계는 점점 꼬여만 간다. 이클립스에서 지지부진했던 상황이 바로 이들의 유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관계였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상황보다 더 복잡한 적대적인 관계였기에 아무리 벨라가 중재를 해도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다. 벨라에게 그들이 각각 어떤 의미인지 알아가게 된 두 남자는 조금씩 애해의 폭을 좁혀간다. 하지만 작은 오해만 생겨도 쉽게 멀어졌다 벨라를 통해 사그러드는 상황반복이 답답한 건 사실이었다.

 

  벨라가 인간이 아닌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양쪽 상황을 모두 알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도 했다. 로멘스만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듯 늑대인간의 전설과 에드워드 가족들이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었는지 모두 알게 된다. 뱀파이어가 나타났기에 그동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늑대인간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제이콥을 비롯해 그들의 친구들이 전설의 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 우호적인 관계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에드워드 가족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가는 늑대인간들 사이에 혼란이 찾아온다. 다른 뱀파이어들의 흔적이 나타나고 조만간 그들이 사는 마을에 나타날거라는 앨리스의 예언 때문이었다. 이미 시카고에서 뱀파이어 짓으로 드러나는 살인사건이 수십 건 일어난 가운데, 규칙을 어기려는 뱀파이어들을 처리하러 볼투리 가의 움직임과 벨라와 컬렌 가족을 엄습하는 이상한 불안감이 감지되었다. 왜 벨라가 살고 있는 마을에 다른 뱀파이어들이 몰려 오는지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벨라는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드워드가 제임스를 죽인 덕분에 빅토리아의 원한이 아직도 벨라를 향해 있는 것이다.

 

  그 일이 아니더라도 벨라에게는 복잡한 일들이 많았다. 졸업과 동시에 뱀파이어가 되겠다는 확신을 에드워드에게 드러냈지만, 에드워드는 그 전에 자신과 결혼을 해야한다고 했다. 벨라는 졸업을 하고 대학교를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자신과 에드워드의 약속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컬렌의 가족은 벨라가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대부분 찬성 했지만, 인간세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에드워드와의 결혼은 어째야 할지, 제이콥과의 서먹함을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이 넘쳐났다. 에드워드를 너무 사랑하기에 내린 결정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빅토리아의 움직임은 긴박하고 위험했다. 빅토리아는 자신이 만든 뱀파이어 무리를 이끌고 다가오고 있었고, 컬렌 가의 재스퍼의 도움으로 그들은 싸움을 준비했다. 군인이었던 재스퍼는 인간세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의 전쟁에서도 싸운 경험이 있기에 다른 뱀파이어를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고 있었다. 빅토리아가 이끄는 무리가 생각보다 많아 도움이 필요한 가운데 늑대인간과 합류를 하게 된다. 벨라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마음이 두 무리의 힘을 합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벨라는 어느 누구도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들이 서로 힘을 합쳐 싸움을 준비한 덕분에 치열하고 위험한 싸움은 무사히 끝났다(제이콥이 다친 것만 빼면). 뱀파이어 무리를 처리한 덕분에 볼투리가의 견제도 견뎌내 그들은 그제야 안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제이콥의 마음을 알게 되고, 자신도 제이콥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벨라는 괴로웠다. 자신은 늘 에드워드를 향하고 있었으므로, 에드워드 외에 다른 사람은 상상할 수 없다. 에드워드와의 결혼을 암시하면서 책은 마치지만, 더이상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볼 수도,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행복할거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벨라는 자신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애쓰고 있었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아직은 십대인 벨라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많은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쓰럽기도 했다.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종결되는 것이 아님을 처절하게 느꼈기에 귀추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을 복잡하게 끌고가는 벨라를 향한 곱지 않은 마음이라고 해도, 그들을 지켜보다 내 마음도 많이 지쳐버린게 사실이다. 구경꾼 노릇만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상황이 악화되니 처음 에드워드를 향했던 애틋함도 사라지고, 순탄하게 흘러갔으면 하는 얄팍한 마음만 드러내고 있다. 벨라와 에드워드는 자신들의 미래를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떼고 있다. 그들의 힘겨운 발걸음이 부디 나은 결말을 낳길 바랄 뿐,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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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만 봐도 수학에 관한 내용이 나올거라 추측할 수 있었다. 어떤 지인은 내가 수학을 무척 싫어하는 것을 알고 이 책을 통해서 수학과 좀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가 들려 왔지만, 내가 직접 읽어보지 않고서 어떠한 의견을 말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이 책을 통해서 수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갖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져 오는 책들은 절반쯤 그 가치를 깍이고 내게 오기 때문에 이 책도 선뜻 손길이 가지 않았다. 약간의 두려움과 거부반응이었을까. 혹시 남들처럼 깊은 감명을 받지 못할까봐 미리 걱정하는 것이었을까. 어느 것에도 무게를 실을 수 없었지만, 이런 걱정들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는 책 임에도 계속 머뭇거렸다.

 

  파출부로 근근히 생활을 연명해가다 우연히 박사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된 주인공. 47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수학 교수인 박사. 박사가 무한한 애정을 쏟게 되는 주인공의 아들 루트(박사가 머리모양을 보고 지어줬다.). 세 명이 만들어내는 우정과, 수학과 야구 얘기는 딴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박사의 기억력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것과, 박사가 교통사고를 당한 시점인 1975년에 멈춰진 기억력 때문일 것이다. 루트의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사람이 되어 박사를 마주해야 했다. 그런 박사를 감당하지 못해 이미 9명의 파출부가 거쳐 갔지만, 그녀는 박사의 집에서 일하며 매일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거북하지 않았다. 가장 당황스러운 사람은 당사자인 박사였고, 박사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기 보다 박사의 특별함이 싫지 않아서였다. 오히려 박사를 통해 배우는 것, 박사의 수학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안 박사는, 자신이 매일 입는 양복에 수 많은 메모지를 붙여 놓는다. 보통 사람이 알아 먹을 수 있는 메모지는 몇장 되지 않고, 수학에 관한 기괴한 메모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박사가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메모는 '내 기억은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였다. 그만큼 자신이 이상한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별 도움이 안됐다. 박사의 애정을 한껏 받는 루트와 그의 엄마는 모종의 합의를 통해 박사가 자신들을 처음 보는 사람 취급을 해도, 1975년이후로 바뀌어 버린 여러가지에 대해 말할 때(특히 박사가 좋아하는 야구선수 에나쓰에 대해) 조심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박사를 잘 이해하고 따르는 사람은 두 모자母子였으며, 박사도 그들 앞에서 80분의 기억력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루트의 엄마에게 숫자에 관한 기괴한 질문을 하지만(신발사이즈,생일,전화번호 등), 박사에게 그 숫자들은 단순한 수가 아니라 아름다운 수의 나열이었고 규칙이었다. 박사가 수와 수사이의 규칙과 학설에 대해 설명을 하면 듣는 이에게도 이미 아름다운 수의 이야기였다. 루트에게도 언제나 쉽게 수학을 가르쳐 주었고, 나처럼 수학에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루트 엄마도 박사의 가르침(?)을 통해 수에 관한 순수한 관심을 갖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이것이 소설인지 수학에 관한 책인지 잠시 헷갈릴 때도 있었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에 거의 전무하기에 눈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학에 관해 설명해 가는 방식이 다르게 생각되었다. 박사가 설명하는 수식을 그리거나 표시할 때 책의 공간이 좁다는 느낌. 그 느낌은 이미 박사의 설명으로 인해 수의 아름다움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갖는 느낌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표기한 것이지만, 이미 박사를 통해 수에 관한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탓에 글자와 글자 사이에 갇힌 다른 기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거나 수학을 공부해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거부감이 약간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박사가 갖는 수에 관한 사랑은 그 정도로 호소력 있었고, 수에 대한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열정이 있었다. 불행한 사고가 아니었다면을 가장하는 것보다 박사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수에 관한 사랑을 느껴가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꾸 허약해지고, 80분의 기억력이 나아지지 않는 박사를 바라보는 마음은 안타까움이 컸다. 언제까지고 루트와 루트의 엄마와 함께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박사에게 남겨진 삶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기에 막연한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박사에겐 80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새롭지만, 그 새로움에 어느 정도 정착한 세 사람에게 익숙함이 어긋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박사를 돌보고 있는 미망인인 형수와의 미묘한 관계의 궁금증은 한 장의 사진으로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둘의 사이를 짐작할 뿐, 더이상 파고들 수도, 그러지도 않았다. 결국 박사는 요양원으로 들어가고, 그의 곁은 미망인이 지켰다. 루트와 루트의 엄마는 거의 10년의 세월동안 박사를 방문한다. 루트가 어른이 되고 수학 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박사는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박사의 집에서 함께 했던 추억이 있다. 한 번뿐이었던 야구장 관람, 루트가 다쳤던 일, 루트의 생일 파티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자잘한 일상들이 남아있으므로 추억으로 박사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숫자를 바라볼 때, 박사와의 일화가 떠오를 때마다 그 추억은 생명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서문에 염려했던 걱정은 사실로 드러났다. 깊은 감동을 받지 못한 것,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에 대한 후련함. 그 외에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 걱정투성이로 시작되었던 읽기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그렇지만 희미하면서도 끈질긴 여운은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 박사의 집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 드러났던 묘사, 박사의 외모를 상상해 보는 것, 깜깜한 머릿 속에 수의 아름다움을 떠올려 보는 행위는 끊이질 않았다. 박사와 함께 한 세월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요양원을 들어간 이후나, 미망인과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이 아쉽긴 했어도 루트와 루트 엄마처럼 박사를 추억할 거리는 충분하다고 본다. 책을 다 읽어 버린 순간에는 별 감흥이 없어 아무 생각 없이 덮어 버렸지만, 소소한 일상들이 나의 머릿속을 파고 들고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지워지지 않는 여운 때문에 이 작품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셋의 우정을 나 혼자서 지켜보고 싶은 욕심. 그 욕심 때문에 마음을 툭 터놓지 못했다 해도, 조금이나마 여운의 감동을 순간순간 느껴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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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뫼비우스 서재
칼렙 카 지음, 이은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런 소설을 만나면 흥분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책에서 흘러나오는 완벽함. 첫인상은 내게 호의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책을 펼친지 얼마되지 않아 범상치 않음을 예감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은 초반부터 흘러넘쳤고, 험란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과정을 겪게 될거라는 짐작도 어렴풋이 생겨났다. 그 과정은 흥미로울 것이며 독자에게 충분한 재미를 선사해 줄거라는 추측까지 하게 되자, 이 책의 설명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해둔 시간이 무색할 정도였다. 책장을 속도감 있게 넘긴다기 보다 지루할 틈이 없어 꼼꼼히 읽었다. 추리소설을 이렇게 읽어본 적도 없지만, 책에 빠져 있는 시간 동안은 어느 것에도 한눈을 팔 수 없었다. 그만큼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는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가지 사건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된 일이었다. 그 용의자로 인해 밝혀진 사실들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고, 속속들이 드러나는 사실 앞에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이코패스의 형태를 여실이 보여주고 있는 용의자 앞에 두려움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 용의자와 이 책의 용의자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제이핏이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는 존 비첨은 비슷한 조건의 사람만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는 당당함으로 피해자의 처참한 모습을 공개했다. 용의자의 어떠한 흔적도 없어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지고 있었고, 피해자는 늘어가기만 했다. 지금처럼 첨단화된 수사가 이뤄지는 시기도 아닌 19세기말의 뉴욕 맨해튼에서 이 살인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당시 뉴욕 경찰청장으로 있던 시어도르 루스벨트(미국의 26대 대통령)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독특한 팀을 비밀리에 구성한다. 대학시절의 친구인 뉴욕 타임스 기자 존 무어, 정신과의사 크라이즐러를 중심으로 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심리분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또한 내면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일생에서 어떤 순간순간의 경험이 모여 성격을 형성하고 강화시켜 행동으로 발현되는 소위 심리학적 결정론을 따르고자 했다. 

2권 353쪽 지은이의 말. 



 

  이 책의 또다른 묘미는 당시의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루스벨트 경찰청장부터 J.P. 모건, 조지프 퓰리처, 폴 켈리등 잘짜여진 구성에 부합하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등장으로 인해 19세기 말 뉴욕의 모습은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생기가 넘치거나 밝은 분위기보다 세상의 온갖 악이 밀집해 있는 모습이었다. 세계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의 비참한 삶과 빈민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뉴욕은 현재의 화려함을 떠올릴 수 없었다.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는 19세기의 뉴욕에 맞닿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용의자는 매음굴에서 몸을 파는 어린 남자아이들을 납치해 처참하게 죽였다. 피해자들의 비슷한 또래와 조건의 남자아이들이라는 것 밖에 증거가 없었고, 왜 죽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루스벨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부탁해 사건을 의뢰했지만, 크라이즐러가 요구한 것들을 아낌없이 지원해주고(후에 루스벨트의 위치를 고려해 사건을 약간 은폐하긴 했지만), 전적으로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무어와 크라이즐러로는 인원이 부족했으므로 루스베트를 통해 소개받은 과학수사팀의 아이잭슨 형사 형제, 뉴욕 최초의 여경이자 무어의 친구인 새러가 사건해결의 중심부에 선다.

 

  그들의 수사는 더뎠다. 아무런 증거도 없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크라이즐러의 통찰력과 리더심은 사건에 조금씩 다가가게 했고, 아이잭슨 형사의 출현으로 미궁에 빠져 있던 사건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용의자를 중심으로 다가간다기 보다 미세한 발견으로부터 조금씩 좁혀가는 양상을 띠었기에 여전히 더딜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9세기 말이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들의 수사는 파격적이었고, 독특했다. 정신과 의사인 크라이즐러의 고견과 여경인 새러, 아이잭슨 형제, 범죄자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크라이즐러의 하인들은 각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들은 루스벨트가 마련해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의견을 모아 하나의 또 다른 가상을 설계해 가면서 조금씩 전진해 갔다. 처음엔 그 방법이 무모해 보이고, 바위에 계란치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의견은 너무 추상적이었고, 이제 막 싹을 틔운 범죄 심리를 이용한 수사관의 등장도 실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추리와 결과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웠고 눈을 뗄 수 없었다. 많은 방법이 실험적이긴 했지만, 훌륭하게 드러맞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사에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 앞에서 용의자를 놓쳐 버리고, 다른 도시에 가서 정보를 알아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렸다. 무엇보다 이 사건 해결을 원치 않는 갱단의 훼방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고,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크라이즐러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 버렸다. 그 상실감으로 수사에서 빠진 그를 대신해 수사를 해야 했던 어려움도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용의자의 실체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요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동료들 덕분에 용의자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남겨놓은 시체는 용의자의 내면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이어서 정신세계를 추측해가고,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한 오라기의 실로 용의자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해 간다. 한꺼번에 두세개의 계단을 밟는 것이 아닌, 한 단계씩 밟고 올라서 정상에 오르는 것처럼 과정 속에 모든 것이 녹아있는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막상 용의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의 실체가 밝혀져도 덤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용의자 존 비첨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그들처럼 독자인 나도 낱낱이 알게 되었고, 그의 성장과정과 내면 세계에 깊은 동정을 느꼈다. '범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는 말을 처절하게 드러낸 인물이 존 비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인은 멈춰져야 했다. 더이상 무고한 아이들이 죽어 나가지 않게 해야 했고, 내면이 뒤틀릴대로 뒤틀려버린 살인자를 더이상 간과할 수 없었다. 수사의 꼭대기 단계에서 존 비첨은 모습을 드러냈고, 크라이즐러는 다시 돌아와 그 현장에서 살인자를 지켜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마음(그가 모습을 드러내도 덤덤할거라는)은 정확했고, 그의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만들어 낸 최악의 면을 지닌 괴물이었다. 그의 최후가 허무하고 씁쓸했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냐는 분노보다 인간이기에 파괴돌 수 있다는 사실을 수긍하게 만들었다. 존 비첨과 비슷한 어린시절을 보낸 크라이즐러와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인간의 내면은 어떠한 환경에 처했냐에 따라 '성격을 형성하고 강화시켜 행동으로 발현된다는 심리학적 결정론'을 뚜렷이 보여준 예였다. 그러므로 존 비첨이 특별하게 뒤틀려버린 인간이 아니라, 보통 사람도 그러한 환경에 처해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모습을 보여 준 셈이다. 심리를 통한 수사가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를 찔러댔다는 것으로 겁에 질려 있었고, 충분한 고통을 맛보았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 내면에 숨어있는 깊은 아픔들이 치유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고통이 뒤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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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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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익숙해 원작을 읽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돈키호테 같은 작품이 그렇고 아마 홍길동전도 그럴 것이다. 여기저기서 익숙하게 들어온 이야기거나 혹은 에피소드가 너무 유명해서 당연히 읽었겠거니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기억을 떠올려보면 원작을 제대로 읽은적이 없다는 사실이 쉽게 밝혀진다.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해왔기에 드는 당연한 착각이다. 그런 작품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돈키호테도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천천히 기회를 만들어가기로 하고, 홍길동전에 먼저 기회를 얻었다.

 

  홍길동전의 몇몇 에피소드가 기억이 나긴 했지만, 앞뒤 상황은 늘 뒤죽박죽이었다. 특히나 홍길동이 도둑이 되어서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일부분의 내용만 알고 있는 무지였고, 어디가서 제대로 읽었다고 말도 못할 부끄러움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야 겠다는 각오(?)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고전소설이기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어렵게 옮기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순간에 불과했다. 김탁환님이 풀어쓴 내용은 어렵지 않았고, 그동안에 몰랐던 홍길동을 알아간다는 성취감에 들떠 책장은 가볍게 넘어갔다. 거기다 백범영 화백의 그림은 상상력을 덧대주었고, 홍길동전이 묶인 책의 가치를 돋구어 주었다.

 

  홍길동의 아버지가 범상치 않은 꿈을 꾸고 난 후, '군자를 낳으리라'는 생각에 부인을 취하려 했지만 부인이 군상의 됨됨이를 들먹이며 거부한 일은 누구나 알것이다. 몸종 춘섬과 잠자리를 하여 길동을 낳고, 길동이 너무 총명하자 애첩이 시기를 하여 목숨을 위태롭게 한 사건도 알 것이다. 그 길로 집을 나서 도적떼의 두목이 되는 과정까지 익숙할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세세함과 그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호기심이 일었다. 너무 많은 부분을 알기에, 혹은 고전이기에 낯선 부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길동의 태몽부터 그의 삶과 행적의 많은 부분은 신화적인 요소가 짙었다. 힘이 장사같고, 요술을 부리며, 왕이 되는 일등은 길동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사시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길동을 통해 전하려는 메세지는 곳곳에 깔려 있어 편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시선을 분산시켜 주기도 했다.

 

  홍길동의 활약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활빈당의 두목이 되어 부패한 자, 탐관오리, 뇌물거래를 하는 자들만 골라서 약탈하는 부분일 것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을 건들이지 않는 사실의 바탕에는 사회의 혼란함을 내외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승려들의 부패척결부터 시작해 전국방방곡곡에 자신의 분신을 보내 활동하게 함으로써, 길동은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길동을 대처하는 왕이나 신하들은 소극적이었고 융통성이 없었다. 길동의 소식이 왕에게 전해졌을 때, 처음에는 분노했을지라도 그런 길동을 활용할 줄 알았다. 길동이 혼란을 주기는 했지만, 나라 정비를 위해서는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도 신하도 길동의 약점을 찔러 잡아들이기에만 급급했고, 길동은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자신의 뜻을 피력하는데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자신을 골치거리로만 생각하는 나라를 떠나 자신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는 기염(?)을 토하기까지 한다.

 

  새로운 땅 율도에서 신분의 격차도 부정부패도 없이 평안한 삶을 마친 길동. 자식된 도리도 뒤늦게나마 하게 되었고, 율도로 오는 과정이 험란하고 길었다 할지라도 그곳에서 길동은 행복했다. 길동이 정착한 율도는 많은 이들이 갈망한 유토피아였다. 홍길동이란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지만, 그 외에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홍길동전. 길동의 행적을 좇다보면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리만족케 해주는 묘미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완판과 경판의 '홍길동전'이 실려 있는데, 두 판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읽는 묘미도 나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홍길동전을 제대로 읽었다는 후련함 때문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홍길동전을 계기로 미디어로 인해 너무나 익숙한 작품들을 원작을 찾아서 읽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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