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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문 - 나의 뱀파이어 연인 ㅣ 트와일라잇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평점 :
요즘 생활이 말이 아니다. 조금씩 삶의 기운을 잃어가는 가운데, 트와일라잇을 만나 생기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고 있다. 트와일라잇을 읽었을 때의 흥분과 영화를 봤을 때의 실망감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웠지만, 도저히 에드워드의 매력에 빠져 나올 수 없었다. 부랴부랴 2,3부를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1부에서의 에드워드를 기대했기에 2부를 읽다 지쳐버리고 말았다. 에드워드는 갑자기 떠나버리고, 홀로 남겨진 벨라의 생활이 썩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읽어버리려 했던 나의 마음은 사라졌고, 100페이정도 읽다가 책을 덮어 버렸다. 그런 멈춤이 에드워드에 대한 환상을 깨어줄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책의 내용에 따라 나의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해 기분이 씁쓸해지고 말았다.
뉴문을 읽는동안 에드워드가 나오지 않아서 기분이 쳐지는 것도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괴롭혔던 것 같다. 완벽한 에드워드를 상상속에 띄워놓다보니 정상적인 생활을 할수 없을 정도로 신세타령이 늘어 버렸다. 외로움에 사무쳐, 최소한 사랑을 할때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지 않냐는 푸념아닌 푸념을 해대고 있다. 에드워드와 벨라처럼 강렬하고 운명적인 만남이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만남을 갈망하게 되는 헛바람은 도무지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존재 때문에 벨라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살 것이라는 것이 괴로워 이별을 한다. 1권에서 그렇게 달콤했던 에드워드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고함으로써 남녀 사이의 빤한 스토리가 전개 되지만, 그런 단계를 밟아 가는 것이 싫었다. 둘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을 해야 했다. 그런 바람이 내게 허영을 부풀려주는 계기가 되더라도 무조건 그들은 함께 해야 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할때마다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벨라의 두고 훌쩍 떠나 버린다. 그들은 이별을 감당할 수 있을까. 벨라는 산 시체가 되어가지만, 몇 달이 흘러도 에드워드에게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 그런 벨라를 위로해 주었던 건, 아버지 친구 아들 제이콥이었다. 에드워드가 벨라 곁을 떠난 사실을 주변 사람들도 모두 알지만, 벨라가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어느 누구도 위로해 줄 수 없는 아픔이자 슬픔이었다.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벨라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데 어떻게 정상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학교와 집, 잠을 잘때조차 벨라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벨라가 제이콥에게 다가가게 된 계기는 에드워드 때문이었다. 그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였다. 벨라는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들린다 믿고,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제이콥을 찾아가는 계기를 만든다.
나 역시 에드워드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벨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 들였듯, 사랑 앞에서 그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제이콥의 변화를 받아들이여 하는 것은 좀 혼란스러웠다. 제이콥으로 인해 희망의 빗줄기를 엿보았던 벨라에게는 제이콥과 에드워드가 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더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자신을 향한 마음 때문이라기 보다, 제이콥을 곁에 두고 하면서도 마음은 에드워드를 향했던 벨라. 그 사실을 알면서도 벨라를 사랑하는 제이콥은 자신의 부족의 전설에 자리한 뱀파이어와 적대적인 관계로 변신하고 만다. 제이콥의 변신으로 1편에서 벨라를 죽이려 했던 제임스의 연인 빅토리아로부터 벨라를 지켜주지만, 에드워드가 비워버린 자리는 결코 벨라에게 이롭지 않았다. 제이콥의 변신도 마음 아프고, 자신을 노리는 뱀파이어, 거기다 에드워드를 그리워 하는 마음은 너무도 처절해서 벨라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이 기특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 놓인 벨라를 에드워드는 도대체 알고 있는 것일까. 벨라의 마음을 읽어가다보니 나조차도 그가 못견디게 그리워 세상에 시련을 다 짊어진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책의 80%이상은 벨라가 에드워드를 그리워하는 일, 제이콥과의 우정과 그의 변신으로 채워지지만 벨라가 한 행동 때문에 상황은 급격히 변한다. 지금껏 에드워드가 나오지 않아 실망하고, 큰 사건없이 흘러가는(제이콥의 변신등 사건이 많았지만) 책의 흐름을 견딘 과정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에드워드가 등장한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에드워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절벽에서 다이빙을 한 모습을 에드워드의 누나 앨리스가 내면으로 보게 되고, 에드워드에게도 소식이 전해진다. 오해를 해 벨라가 죽었다고 생각한 에드워드는 죽을 일이 아니면 찾아가지 않는다는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뱀파이어 가문 '볼투리' 일가를 찾아간다. 그런 에드워드를 막아야 했기에 앨리스와 벨라는 이탈리아로 날아가고 상황은 급변하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벨라처럼 에드워드를 마주하게 될 현실에 가슴이 떨려왔다.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그동안 벨라가 그리워한 마음이 철저히 내면에 박혀 있었으므로 에드워드와 조우를 무척 기다리게 되었다.
에드워드와 벨라는 다시 만났다. 에드워드가 위험에 노출된 그 순간에.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마치 내가 벨라인 것처럼 에드워드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안심 되었다. 무사히 위험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이고, 재회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서 단순하게 상황이 끝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복잡미묘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해도 말이다. 에드워드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달콤했고,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제이콥과의 관계, 벨라가 에드워드와 같은 존재가 되는 여부, 앞으로의 진로들이 얽혀있지만 조금씩 풀어가면 될 것이다. 볼투리 일가와의 약속도 고민거리를 남겨 주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벨라 곁에는 에드워드가 있고, 에드워드는 벨라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고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충분히 알게 되었으므로. 잠시 안정된 상황에 내가 다 진이 빠져 약간의 공황상태지만, 당분간은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만 하면 될 것 같다. 에드워드 같은 남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 나는 절대 벨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 허무하긴 하지만, 책으로만 즐겨야지 절대 현실로 끌어오면 안 될 것 같다. 나의 현실을 더이상 망가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씁쓸함이 밀려온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