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포드 이야기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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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포드 이야기 1 - 내 고향 미트포드 - 상
잰 캐론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는다는 것은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루하지 않은 경우에는 순식간에 읽을 수 있지만, 풍경처럼 펼쳐지는 한 마을의 이야기를 읽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다 신부님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면, 읽어보지도 않고 부담을 갖을 수도 있다. 종교를 가지고 있건 없던간에 이러한 요소들은 독자를 끌어들이기에 조금은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팔린 부수로 책을 판단할 수 없지만, 발행되었을 당시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느리고 꾸준하게 입소문이 퍼져서 3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국민소설로까지 지칭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미트포드 마을에서 13년 동안 일 해온 팀 신부는 늘 바빴다. 소도시에서 교회를 맡고 있으면 한가하고 쉴 틈이 많을거라 생각하지만, 지금껏 휴가 한 번 못가져 볼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다. 교구민이 200명 정도 되는 마을이었지만 할 일은 많았다. 신도들을 관리하고, 설교 준비를 하고, 주일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에겐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거기다 자신을 어린 아이 취급하는 비서 에마에 반갑지 않은 방문객 개(바나바)까지 신부의 일상은 빡빡하고 여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신부는 그런 자신의 생활에 불평불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감사하며, 미트포드 마을 사람들을 진심으로 보살폈다. 언제든지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달려갔고, 주님의 뜻에 따르려 애썼으며, 많은 사람들의 영적인 지도자로 존재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활에 만족했고, 그를 지켜보는 것은 별 특징이 없어서 심심할 지경이었다. 그런 팀 신부에게 서서히 변화가 생긴 것은 바나바가 출현하면서 부터였다. 송아지만한 개가 갑자기 출현해 그의 삶에 끼어들더니, 절대 공손하지 않은 까칠한 소년 둘리까지 떠 맡게 되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사람들도 다 제각각이어서 독특한 사람도 많았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많았다.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독신녀 할머니 미스 새디, 더할나위 없이 신부를 챙겨주지만 잔소리가 심한 가정부 퓨니, 팀 신부의 절친한 친구 할과 마지, 엉뚱한 부부 미스 로즈와 엉클 빌리 등 팀 신부의 주변에 사람들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최근 그를 더욱더 들뜨게 만든 사람은 옆 집으로 이사온 매력적인 신시아였다. 60대를 바라보는 노인에 가까운 팀 신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신부는 여러 상황 속에서 마을 사람들을 조율하고, 그들의 삶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따랐다.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면 정말 미온적으로 흘러갔을 소설이지만 사건은 계속 터지고 있었다.
사건들 가운데는 감동적인 것도 있었고, 마음 아프거나 충격적인 내용들도 있었다. 깐깐한 미스 새디가 500만 달러를 기부해 요양원을 지어달라는 사건은 놀라운 사건이었고, 신부의 친구 하피와 막 사랑에 빠진 올리비아가 죽어가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엉뚱하기만 했던 엉클 빌리가 뛰어난 화가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한 사건이었고, 교회의 다락에 숨어든 보석 도둑이 예배 도중에 나와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마을의 유명인사가 된 것은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한 바나바가 납치당했을 때 팀 신부는 망연자실 했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마음 아파 했다. 그 개를 찾기 위해 현상금 모집을 하는 장면은 훈훈했지만, 개를 데리고 있던 마약 밀매범들에게 퓨니의 애인이자 시장 조카인 조조가 총을 맞았을 때는 충격이었다. 그 많은 일들이 미트포트에서 일어났고, 그 외에도 자잘한 일들은 끊이질 않았다. 그러니 신부가 하루라도 맘 편히 지낼 수 있는 날이 있었겠는가. 아무리 신부라지만, 당뇨병 진단까지 받고 점점 몸이 쇠약해져 가는 그도 사람이었기에 조금씩 일상이 버거워 지고 있었다.
그에게는 쉼이 필요했다. 몇 년 전부터 그에게 휴식을 강요하는 친구들과 교인들이 있었지만, 늘 일이 많았기에 쉽게 휴가를 갈 수가 없었다. 당뇨병이 그에게 경고를 주자, 그는 오랫동안 계획했던 여행을 떠난다. 신시아가 그의 곁에 있어 주었고, 바나바도 그에게 돌아왔다. 까칠한 둘리도 점점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기에 그가 떠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어려웠던 일들도 잘 마무리 되고, 미트포트 마을은 여전히 아름답고 포근한 곳이었기에 신부는 잠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더 이상 읽을 얘기가 없었지만, 그 뒤의 마을의 일상을 나름대로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미트포드 마을이 주는 커다란 매력 중의 하나였다. 미트포드 마을은 어느새 친근하게 다가왔고, 그런 편안함과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팀 신부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보여졌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지 않았나 싶다. 미국이라는 문화에 많이 익숙하다고 하지만, 소설로 만나는 느낌은 다른 점도 많았다. 그들의 유머는 한 박자 느린 것 같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언행은 돌려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곳곳에 책의 흐름을 매끄럽지 못하게 하는 갖가지 용어들과 묘사들이 낯설어서 읽기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다 웃음을 터트리는 곳도 많았고, 미트포드 마을에 푹 빠지고 나니 그들이 정말 내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많은 미트포드 마을. 그 마을에서 느꼈던 포근함은 삶의 생생함에서 나왔던 따스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을을 내 주변에 만들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옆집에 사는 이웃에게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미트포드 마을의 따스함을 전해주는 일이 아닐까. 팍팍하기만한 삭막함 속에서 미트포드 마을을 통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한 마을의 이야기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휴식을 원하거나, 삭막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친구여, 기독교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면 당신은 살아가는 내내 매일매일 실망할 겁니다. 당신의 희망은 예수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거지요
(2권 222~22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