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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할머니가 들려주는 열두 달 이야기 ㅣ 타샤 튜더 클래식 2
타샤 튜더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 할머니의 코기빌 시리즈를 읽고 나니 다른 동화책도 무척 궁금했다. 현재 출간된 책은 <타샤의 특별한 날> 뿐이라서(코기빌 시리즈보다 먼저 출간 되었지만), 정말 아껴서 읽었다. 동화책은 여러 번 읽는다고 해도 읽는 시간이 굉장히 짧기에 마음을 정돈하며, 가장 읽고 싶은 시간을 골라서 읽을 정도였다. 책도 얇고, 내용도 짧고, 책 읽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12달에 대한 추억을 그림을 통해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어린 소녀가 무릎을 꿇고 할머니를 향해 미소 지으며, "할머니, 엄마가 저만 할 때는 어땠어요? 하고 묻는다. 그렇게 책은 시작되고, 할머니는 '정말이지 즐거운 날이 아주 많았지'라는 대답으로 12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아이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큰 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파티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염소 썰매 경주도 벌이고, 재미난 연극을 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겨울을 보냈다. 2월은 특별한 우체국으로부터 밸런타인데이 카드를 받았다. 아이들도, 인형 가족도 코기 강아지들과 고양이까지 모두 선물을 받았다. 워싱턴 탄생일을 맞이해서 파이를 구워 먹고, 아이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기도 했다. 3월은 나무즙을 모으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했다. 나무즙은 우리가 봄마다 먹는 고로쇠 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그 물을 그냥 마시는데, 여기서는 시럽을 만들어 먹었다.
4월에는 부활절이라는 큰 행사가 있었다. 부활절 달걀로 트리를 만드는 달이 4월이었고, 염소, 송아지, 병아리, 아기 거위들이 나들이를 하거나 놀기에 좋은 달이었다. 5월은 5일제라는 농사가 잘되기를 비는 날이 있었다. 그 날이 되면 아이들은 이웃집 문 앞에 꽃바구니를 가져다 놓았고, 5월제 기둥을 에워싸고 춤을 추기도 했다. 5월제 기둥은 운동회 때 오색실로 꼬아서 만들었던 기둥과 비슷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친근감도 들었다. 정원에 씨앗을 뿌리고, 사과나무 아래서 아이스티와 쿠키를 차려놓고 파티를 열기도 했다. 6월에는 세례요한 축일이 있었다. 그날이 되면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했다. 직접 만들고, 무대 배경도 그리며, 안내문도 칠해서 마차 보관소에서 연극을 했다. 7월에는 독립기념일이 있었고, 아이들은 빈 깡통에 폭죽을 날려서 보냈다. 국기를 내 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소풍을 가기도 했다. 그날 저녁 마을 광장에서는 불꽃놀이가 벌어졌고, 높은 풀밭에 앉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8월에는 '엄마'의 생일을 맞아 밤에 강가로 나가 축하 파티를 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음식을 만들기도 했지만, 가장 근사한 것은 강물에 둥둥 떠가는 생일 케이크를 보는 것이었다. 9월에는 잔치가 열리는 달이었다. 모든 인형들이 총출동 하고, 단추를 돈 삼아 시장을 열기도 했다. 가장 예쁜 꽃과 채소를 가진 사람에게는 상을 주었다. 모두 인형 크기에 맞는 것들이었고, 딱정벌레 경주, 활쏘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10월은 추수를 하는 달이었다. 사과 주스를 짜고, 할로윈 호박등도 만들고, 할로윈 파티는 멋지게 지나갔다. 11월은 추수감사절이 있었다. 친척들이 많이 찾아와 아이들은 헛간에서 잤지만, 연극도 하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었다. 1년 동안 쓸 양초도 만들었다. 12월은 크리스마스가 있기에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이었다. 강림절 달력을 만들기도 하고, 화환에 불을 붙이기도 하고, 성니콜라스 케이크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숲속으로 가 신비로운 아기 구유 행사를 하기도 했다. 성탄절이 되면 예쁜 트리르 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었다.
그렇게 '엄마'의 어렸을 때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12달 동안 특별하지 않은 달이 없었고, 타샤 할머니의 섬세하고 예쁜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생긴다. 책 속의 이야기는 모두 타샤 할머니가 지금까지 해왔고, 자식들과 손자들에게까지 내려온 관습이다. 타샤 할머니의 책들을 통해서 모두 들었던 이야기었지만, 동화책으로 재탄생 되니 마치 환상 속으로 여행한 듯한 착각이 일었다. 글은 짧지만, 그림 속에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고, 공들여 그린 배경들과 그림 속에서 타샤 할머니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의 집과 할머니의 생활 곳곳에 이 모든 흔적들이 남아 있었기에 다시 한 번 타샤 할머니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림으로 표현해도 이렇게 멋지고 좋은데, 그 모든 일이 삶 속에 모두 녹아 있는 타샤 할머니는 어땠을까. 지켜 보는 사람도 이렇게 행복해 지는데, 타샤 할머니는 행복의 주역이었으니 더 기쁜 날들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며 한 달을 살아가고, 일 년을 살아간다면 하루하루가 무의미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 가끔 나의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이 짧은 동화책 한 권으로 앞날의 즐거움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