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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적들 1 -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이야기
이타 핼버스탬, 주디스 레벤탈 지음, 김명렬 옮김 / 바움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때, 나의 관심은 온통 음악이었다. 어느 날, 수중의 용돈을 탈탈 털어서 새로 나온 팝 컴필레이션 음반을 사가지고 집에 왔다. 뿌듯한 마음에 언니한테 자랑을 했더니, 언니가 흠짓 놀랐다. 나는 당연히 최신 음반을 사와서 놀라나 보다 했더니, 언니가 음반 한장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내가 사온 음반이랑 똑같은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이없어서 웃다가 음반살 때 나한테 말하지 그랬냐고 따지기도 했다. 지금도 언니집에 가면 그 음반이 있는데, 볼때마다 10년 전 그날 일이 떠오르곤 한다. 저자는 아버지에게 선물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 책 한권을 사왔는데, 아버지도 딸에게 주기 위해 똑같은 선물을 사왔다는 이야기를 서문에서 밝혔다. 그 이야기를 읽고 보니 추억이 떠올랐던 것인데, 그런 일들이 우연으로만 치부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짧막한 글들과 여러 사람의 경험이 들어가 있는 사연들로 묶어진 <작은 기적들> 같은 책 말이다. 이 책에는 순간의 찰나로 인해 가족과 만나고, 목숨을 구하는 일들을 기록해 놓았는데 1권을 읽는 내내 힘이 들었다. 내가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득했고, 헤어졌거나, 어쩔 수 없이 떨어져 버린 가족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기이한 방법으로 가족들을 만나는 이야기들은 내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런 애틋함을 느낄 일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기이한 일들을 다 끌어 모아 책으로 엮어 놓았다는 비난 까지 서슴없이 하며, 그들의 심정은 헤어리지도 못한 채, 오만한 시선으로 책 속의 사연들을 읽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누그러질 기세도 없이 만남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가족관에 이루어진 행운, 우연, 기적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식상하게 읽어 나가면서도 종종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연들을 만나곤 했었는데, 이내 잊어 버리고 말았다.
1권을 읽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 2권을 읽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조문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지인의 일이었기 때문인지 2권에 좀 더 마음을 열고 읽었음은 물론, 그 사연들에 푹 빠져서 헤어나올 줄을 몰랐다. 순식간에 읽어 버려서 많은 사연들이 범벅이 되어, 구분할 수 없지만 세상 이야기를 모두 들은 느낌이었다. 결말을 대부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서서히 그 이야기들을 믿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큰둥 했던 처음과는 달리, 그러한 일들이 세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자잘한 에피소드부터, 세월이 많이 흐른 뒤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까지 다양했다. 그 이야기들은 쉽게 씌여진 것 같았지만, 그 사람들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아픔, 추억, 회한, 사랑의 감정들은 글로 이끌어 내기에 부족했다. 저자는 그런 감동을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해 주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 푹 빠져 일원이 되어야만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입구까지만 독자들을 인도했고, 감정을 맛보는 일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였다.
1권에서는 가족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 졌다면, 2권에서는 여성의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놀라운 이야기라는 부제목이 붙여져 있다. 부제목을 보고 어떠한 이야기가 실려 있을지 의아했는데, 1권과 단락의 주제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가족에서 벗어나 좀 더 광범위한 행운과 우연의 일치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이루어진 사랑도 있었고, 가족의 이끔으로 목숨을 건진 이야기, 만남과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나님이 계시다고 인정해야 비로소 인간의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나의 감정 상태가 조금은 달라진 후에 새롭게 다가오긴 했지만, 이 이야기들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현재의 나도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우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자, 과거에 내가 맺었던 사람들과의 우연들을 되짚어 보기도 했고, 기억도 희미한 사람들과의 재회가 일어날 수 있을까란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상이었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 추억쯤은 하나씩 가지고 있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온전히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스쳤던 인연에서부터, 낯선 이들과의 인연의 이야기는 각자가 갖고 있는 느낌들이 달랐다. 하지만 대부분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줬으며, 이끌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서는 피로 맺어진 끈끈함 때문인지 놀라운 방법으로 만나곤 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나일지라도, 순간의 자신을 믿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언가가 마음을 자꾸 어떤 방향으로 이끌거나, 무엇을 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들 때 그런 기적들은 많이 일어났다. 그것을 기적이라고 말해야 할지, 신의 보살핌이라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런 일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나처럼 똑같은 음반을 같은 날 사온다거나, 전쟁 때문에 잃어버린 가족을 아주 우연히 만난 것도 그 안에 포함되었다.
1권과 2권을 너무 다른 태도로 읽었기에 왜 그랬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1권을 읽을 때는 이 책을 순식간에 읽어 버리고 싶은 마음만 있었기에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태도로 억지로 읽어나갔다. 그러다 2권을 읽기 전 지인에게 조문을 다녀왔고, 마음이 조금은 착찹한 시점에서 읽었기에 책의 본질을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책을 읽는 태도만 보더라도 어떠한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서 내용이 확연하게 달라진 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변화를 맛본 사람들이다. 그 변화에는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런 인연으로 인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이 달라졌다. 팍팍했던 마음에 감동과 눈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펼쳐질 미래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살 때에 그러한 기적들을 만나고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그런 상상만으로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설레임으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