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서평을 써주세요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저자의 삶이 엿보인다.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내면이 좀 더 드러난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미셀 투르니에의 '외면일기'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연말의 기운이 스산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글을 쓸 때 나는 작곡을 생각한다. 글은 몸속의 리듬을 언어로 표현해내는 악보이다.(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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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서평을 써주세요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갑작스런 추위로 온 몸이 움츠러든다.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무릎 담요를 덮고, 뜨거운 차를 마셔도 추위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여전히 발이 시리고, 몸이 덜덜 떨려 오는 것은 비단 나 뿐인가. 난롯가에 앉아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지만, 분명 책을 읽다 말고 꾸벅꾸벅 졸 것이기에 추위를 견디며 끄적일 수 밖에 없다. 갑작스런 추위라고 했지만, 겨울이니까 추운거고 이제서야 계절다운 맛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꽁꽁 얼어 버린 내 마음은 무엇으로 녹여 줘야 할까. 봄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고, 자꾸만 움츠러드는 내 마음을 돌보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때 김훈의 책을 만났다. 오랜만에 나온 신간이라 예약판매까지 했으면서, 정작 책에는 손을 못대고 있었다. 편하게 하는 독서에 익숙해진 터라 쉽게 마음을 터놓지 못했다.

 

  처음 그의 문체를 대하던 낯섬을 기억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펼쳐진 수 많은 섬들의 존재에 한참을 헤메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연달아 6권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그의 문체가 식상해졌다.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배치해 놓은 그의 글은 무미건조했고 답답했다. 그래서 한 동안 그의 글을 읽지 않았는데, 답답함이 조금은 가셨을거라는 생각에 다시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기에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글은 가뭄에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듯 팍팍한 내 마음을 더 옥죄고 들어왔다. 추운 겨울날이었고, 내 마음도 스산했고, 무엇보다도 그의 녹록치 않았던 삶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별빛처럼 흩뿌려지던 첫 글, <바다의 기별>이 지나가고 아버지에 관한 글이 나왔다. 첫 시작은 '아버지를 묻던 겨울은 몹시 추웠다' 였다. 그 문장에서 앞에서 멈출 수 밖에 없던 이유는 9년 전, 나의 아버지도 11월의 차가운 땅 속으로 묻혔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어떻게 묻혔는지 장지까지 따라가지는 못했지만(집 근처였음에도 어른들은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그 문장만으로도 그때의 분위기가 그대로 젖어오는 듯 했다(저자에게도 나에게도). 무덤앞에서 아버지의 죽음과 부재를 인정해야 했던 저자는 자상하지도 않고 가정적이지도 않은 또 다른 아버지를 떠올렸다. '한국 현대사의 황무지에 맨몸을 갈았'던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늘 바깥으로 돌던 아버지였지만, 늘 아버지 편을 들었다고 했다. '30년이 지난 무덤가에서' 풍화 되어 버린 슬픔은 '울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저자.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 된다는 것이 가슴 시리게 다가왔다.

 

  아버지의 죽음, 장모의 죽음, 딸아이의 취직, 어머니에 대한 추억등으로 채워진 글들은 그동안 저자가 드러내지 않았던 사적인 내면의 세계였다. 담담하면서도 고루하게 써 내려간 글들을 읽노라면, 나와는 다른 업겁의 세월을 지나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의 희비애락이 조금씩 쌓여간다고는 하지만, 저자와의 공간을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은 일들이 저자의 글 속에서 새롭게 재조명 되기도 했지만, 아직 내겐 풍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슬픔을 말할 때는 진하게 배어나오는 아픔 앞에서 당황하고 말았다. 작은 바늘로 찌른 살갗에서 얘기치 못한 양의 혈액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내 아픔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담담했다. 세월의 깊이를 말하지 않는다면 언제 일어난 일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뎌 보였다.

 

  동병상련인지, 마음의 착찹함 때문인지 구별하기 힘들었지만 그의 글 속에 깊이 파묻힌 것만은 사실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세계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자의 내면 세계를 탐색하느라 바빴다. 특별한 얘기라기 보다 삶에 녹아드는 일상을 얘기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사람과의 추억에서 벗어나 시와 음악, 기행, 그림에 관한 글들은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저자에게 어떠한 소재가 주어지든지 저자의 문체로 녹여 버리는 다양함을 맛본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읽지 않으면, 보석 같은 문장들을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런 문장에 찬사와 의문을 던지기도 하고, 질투섞인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은 쉽게 내 마음에 박히지 않았다. 저자의 특징이기도 한 애매모호를 가장하여 정곡을 찌르는 문장을 되풀이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특히 그가 <말과 사물>에 대해 강연한 내용은 덕지덕지 붙여놓은 메모지로 가득했다. 모든 것을 흡수하고 싶어 붙은 메모지는 정작 내 마음속을 겉돌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의 글을 다 읽었다고 마음을 놓는 순간 좀 특별한 부록이 펼쳐진다. 분명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만났던 서문들과 수상소감이 실려 있었는데, 무척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나를 훑고만 지나가는 그의 문체가 낯설어, 직접 책을 찾아 대조해 보는 미련한 행동까지 할 정도였다. 미련한 행동이 끝나자 펼쳐진 것은 화가 오치균의 작품들이었다. 화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작품이 궁금했지만, 상상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독자의 마음을 알고 살짝 실어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와 긴 여정을 함께 한 기분이다. 하룻저녁에 읽어버린 책에서 마주한 저자는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새로운 옷을 갈아 입고 다가왔다. 그만큼 다양한 그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비교적 많은 작품을 통해 그와 소통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어느 위치에서 있던지 이런 소통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때마다 토를 달고, 감격하고, 냉소적이라고 무언의 암시를 나도 보낼 수 있게 말이다.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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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물리학 - 탁상 블랙홀에서 양자 텔레포테이션까지 상상 초월 물리학의 세계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꿈꾸는과학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가끔은 내가 속해있지 않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싶은 유혹이 생길 때가 있다. 대상이 어떠한 것이든 그 유혹은 호기심이냐, 갈망이냐에 따라서 이후의 행보는 판이하게 갈릴 것이다. 그랬다. 내가 궁금해 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던 물리학에 '한번 살펴 볼까'하고 호기심을 갖은 것은 객기였다. 문학만 읽다보면 머리가 살짝 이상하게 될 때도 있다. 머리 위에 상상의 세계를 하나 만들어 놓고, 책을 읽어 나가다 내 맘대로 만들어 가는 세계가 지겨울 때 가끔 객기를 부린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지만, 이번에 부린 객기는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한치의 의심없이 '과학'에 '과' 자도 모른다고 자처하는 내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독서를 하다 보면, 관심만으로는 읽기가 벅찬 책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만날 때면 좌절하고 만다. 그래도 책들의 겉표지를 꽤 봐왔다 자신하는 나는(겉표지를 통해 책의 깊이의 농도를 짐작할 수 있다고 잘난체 했던 것이다.) 이 책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씌여져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하지만 너무 허물없이 다가간 나는 흠짓 놀라고 말았다. 분명, 재미나게 풀어내긴 했지만 배경지식도 없고, 물리학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빠져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나마 밤의 과학의 톡특함으로 접근해서 다행이였지, 낮의 과학으로 접근했다면 진즉에 책을 덮어 버렸을 것이다. 밤의 과학을 얕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고나 할까. 생뚱맞긴 하지만, 밤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더 무한하고 광범위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되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 내게 저자는 다루호의 <우주론 입문>을 설명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환상적인 명저이지만, 이공계 전공생들이 읽기에는 너무 문학적이고, 문학 독자들은 우주론 같은 까다로운 주제에는 털끝만큼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우주론 뿐만이 아니라 과학 전체에 털끝만한 관심도 없다고 무릎을 '탁'치며 부담감을 확 떨쳐 버렸다. 어차피 집중 해서 읽는다고 해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으므로, 아예 맘 놓고 편히 읽자는 어처구니 없는 동기부여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도대체 밤의 물리학이 무엇이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첫 번째 의미로 저자는 무대 뒤편에서 남몰래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나이트 사이언스라고 말하고 있다. 잠자리에서 주고 받은 대화가 대단한 과학 이론을 낳기도 하며, 술집에서 나누던 잡담이 시대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면서. 두번째는 문자 그대로 밤의 과학이라고 말했다. 천체 망원경으로 보는 밤하늘의 과학, 우주론을 말한다고. 세번째는 공상, 허구, 소설, 낭만이 얽히고설켜 있는 수상한 측면과 연관된다고. 저자의 설명이 있어서 조금은 수긍이 갔지만,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밤의'까지 라고 생각했다. 아직 '물리학'의 감은 잡히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나의 이런 마음을 간파하고 물리학이 무엇인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물체와 물체 사이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담을 수학과 논리로 설명한다.(꼭! 방정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와 같은 질문들에 답을 하는 학문이라고 했다. 무언가가 감이 잡힐듯말듯 하지만, 저자의 말을 빌려 적은 것들은 서문에 불과했다.

 

  이 책은 서문을 제외하고 <우주론 여행>, <현대 물리학 여행>, <과학자도 인간일걸> 의 3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정설이 아닌 다양한 준정설, 이단적 가설도 담고 있어 각 절 시작 부분에는 분류기호를 붙였다는 설명에 따라 구분하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같은 문외한에게는 거기서 거기였지만. 하지만 말로만 들어오던 상대성이론, 우주의 폭발 등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분류기호에 따라서 이것이 정설인지, 준성절인지, 가설인지를 구분만 해도 재미났다. 내가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한 의미의 이해일지라도, 저자가 물리학을 재미있어하고 물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도 열정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딱딱할 수 밖에 없는 과학책을 읽는 나에게 어느 정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나 <과학자도 인간인걸>에서는 과학자들의 일상과 연구에 얽힌 에피소드는 흥미로웠다.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사람으로 분류하던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저자의 열정이 물리학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만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도망쳐야 한다. 이 책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것은 내게 벅찬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몇몇 가지를 두서없이 읊어대는 것 밖엔 할 것이 없다. 책의 겉핥기도 하지 못하는 나이기에 무엇을 얻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더욱더 버겁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여전히 나의 관심 밖이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밖(우주)의 세계에 눈길을 줄 수는 있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 눈길은 우주에서 인간이 먼지처럼 여겨지는 작은 존재인 것 처럼, 아주 미미한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언젠가는 관심을 좀 더 키워, 이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을 싹틔울 날을 기다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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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적들]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작은 기적들 1 -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이야기
이타 핼버스탬, 주디스 레벤탈 지음, 김명렬 옮김 / 바움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때, 나의 관심은 온통 음악이었다. 어느 날, 수중의 용돈을 탈탈 털어서 새로 나온 팝 컴필레이션 음반을 사가지고 집에 왔다. 뿌듯한 마음에 언니한테 자랑을 했더니, 언니가 흠짓 놀랐다. 나는 당연히 최신 음반을 사와서 놀라나 보다 했더니, 언니가 음반 한장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내가 사온 음반이랑 똑같은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이없어서 웃다가 음반살 때 나한테 말하지 그랬냐고 따지기도 했다. 지금도 언니집에 가면 그 음반이 있는데, 볼때마다 10년 전 그날 일이 떠오르곤 한다. 저자는 아버지에게 선물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 책 한권을 사왔는데, 아버지도 딸에게 주기 위해 똑같은 선물을 사왔다는 이야기를 서문에서 밝혔다. 그 이야기를 읽고 보니 추억이 떠올랐던 것인데, 그런 일들이 우연으로만 치부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짧막한 글들과 여러 사람의 경험이 들어가 있는 사연들로 묶어진 <작은 기적들> 같은 책 말이다. 이 책에는 순간의 찰나로 인해 가족과 만나고, 목숨을 구하는 일들을 기록해 놓았는데 1권을 읽는 내내 힘이 들었다. 내가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득했고, 헤어졌거나, 어쩔 수 없이 떨어져 버린 가족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기이한 방법으로 가족들을 만나는 이야기들은 내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런 애틋함을 느낄 일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기이한 일들을 다 끌어 모아 책으로 엮어 놓았다는 비난 까지 서슴없이 하며, 그들의 심정은 헤어리지도 못한 채, 오만한 시선으로 책 속의 사연들을 읽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누그러질 기세도 없이 만남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가족관에 이루어진 행운, 우연, 기적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식상하게 읽어 나가면서도 종종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연들을 만나곤 했었는데, 이내 잊어 버리고 말았다.

 

  1권을 읽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 2권을 읽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조문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지인의 일이었기 때문인지 2권에 좀 더 마음을 열고 읽었음은 물론, 그 사연들에 푹 빠져서 헤어나올 줄을 몰랐다. 순식간에 읽어 버려서 많은 사연들이 범벅이 되어, 구분할 수 없지만 세상 이야기를 모두 들은 느낌이었다. 결말을 대부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서서히 그 이야기들을 믿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큰둥 했던 처음과는 달리, 그러한 일들이 세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자잘한 에피소드부터, 세월이 많이 흐른 뒤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까지 다양했다. 그 이야기들은 쉽게 씌여진 것 같았지만, 그 사람들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아픔, 추억, 회한, 사랑의 감정들은 글로 이끌어 내기에 부족했다. 저자는 그런 감동을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해 주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 푹 빠져 일원이 되어야만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입구까지만 독자들을 인도했고, 감정을 맛보는 일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였다.

 

  1권에서는 가족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 졌다면, 2권에서는 여성의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놀라운 이야기라는 부제목이 붙여져 있다. 부제목을 보고 어떠한 이야기가 실려 있을지 의아했는데, 1권과 단락의 주제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가족에서 벗어나 좀 더 광범위한 행운과 우연의 일치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이루어진 사랑도 있었고, 가족의 이끔으로 목숨을 건진 이야기, 만남과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나님이 계시다고 인정해야 비로소 인간의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나의 감정 상태가 조금은 달라진 후에 새롭게 다가오긴 했지만, 이 이야기들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현재의 나도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우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자, 과거에 내가 맺었던 사람들과의 우연들을 되짚어 보기도 했고, 기억도 희미한 사람들과의 재회가 일어날 수 있을까란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상이었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 추억쯤은 하나씩 가지고 있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온전히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스쳤던 인연에서부터, 낯선 이들과의 인연의 이야기는 각자가 갖고 있는 느낌들이 달랐다. 하지만 대부분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줬으며, 이끌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서는 피로 맺어진 끈끈함 때문인지 놀라운 방법으로 만나곤 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나일지라도, 순간의 자신을 믿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언가가 마음을 자꾸 어떤 방향으로 이끌거나, 무엇을 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들 때 그런 기적들은 많이 일어났다. 그것을 기적이라고 말해야 할지, 신의 보살핌이라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런 일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나처럼 똑같은 음반을 같은 날 사온다거나, 전쟁 때문에 잃어버린 가족을 아주 우연히 만난 것도 그 안에 포함되었다.

 

  1권과 2권을 너무 다른 태도로 읽었기에 왜 그랬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1권을 읽을 때는 이 책을 순식간에 읽어 버리고 싶은 마음만 있었기에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태도로 억지로 읽어나갔다. 그러다 2권을 읽기 전 지인에게 조문을 다녀왔고, 마음이 조금은 착찹한 시점에서 읽었기에 책의 본질을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책을 읽는 태도만 보더라도 어떠한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서 내용이 확연하게 달라진 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변화를 맛본 사람들이다. 그 변화에는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런 인연으로 인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이 달라졌다. 팍팍했던 마음에 감동과 눈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펼쳐질 미래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살 때에 그러한 기적들을 만나고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그런 상상만으로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설레임으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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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짧막한 이야기가 참 많이 들어 있는 책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해 놓았기에, 처음엔 무심했었습니다.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 많은 이야기 중에서 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힐링 다이어리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가족과의 소원한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마음을 담은 격려의 말 한 마디는 어느 순간 예언이 되기도 한다.(작은 기적들 2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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