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 라울 따뷔랭
장 자끄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자전거를 배울 때가 생각난다. 동네에 자전거를 가진 오빠들이 둘 뿐이여서 힘들게 배웠었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자전거를 배우기도 하고, 동네에서도 배우기도 했는데 내가 왜 배워야 하는지 이유를 모를 정도로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가르치는 사람도, 가르쳐 주는 사람도 무언의 짜증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자전거 타는 법을 연습했으면 좋았으련만. 나에겐 자전거가 없어 남의 자전거를 얻어 타며 동냥 배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라도 배워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로변에서 자전거를 탈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한적한 시골길을 혼자서 달릴 수는 있다. 힘들었지만 초등학교때 배우지 못했다면 지금도 자전거를 보며 피해버리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 생각하니 잠시 아찔해 진다.

 

  하지만 나보다 더 힘들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라울 따뷔랭이었다. 넘어지고 깨지고 온갖 고생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전거 타는 법을 습득하지 못했다. 그는 생 새롱의 자전거 포 주인이었다. 그가 자전거를 수리하는 실력은 흠 잡을 데 없어 사람들이 자전거를 <따뷔랭>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자전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니. 자신이 가진 명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딱 드러맞는 상황이었다. 그가 자전거를 못탄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럴 수만 있다면 따뷔랭 자신도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전거 위에서 중심이 잡혀지지 않았다. 자전거에 대해서 좀 더 알면 문제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연구하다 보니 자전거에 대해 빠삭하게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빼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었고, 자전거를 잘 고쳤으며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도 얻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아니 라울이 사진사 피구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피구뉴는 최근에 광장 시장 아케이드 아래 사진관을 연 사람이었다. 자전거가 고장 나서 따뷔랭의 가게에 오면서 둘은 친구가 되었다. 마을에서 사진을 잘 찍는 사진사로 알려지면서 사람들도 더이상 사진이라 하지 않고 <피구뉴>라고 했다. 따뷔랭과 피구뉴의 우정은 날로 돈독해져 갔다. 어느날 피구뉴는 따뷔랭에게 자전거 타는 모습을 찍자는 제의를 해왔다. 따뷔랭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거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고백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피구뉴가 도시락을 싸들고 따뷔랭에게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다자고짜 찾아왔다. 빠져나올 구실을 대지 못한 따뷔랭은 어쩔 수 없이 피구뉴를 따라 나섰고, 경사가 험하고 골짜기가 있는 언덕에서 자전거를 탔다. 사진사는 그런 따뷔랭의 모습을 완벽하게 찍었고, 그 일로 인해 따뷔랭은 석달 동안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 따뷔랭의 사진은 해외에서도 대서특빌 될 정도로 무모하지만 잘 찍힌 사진이었다. 피구뉴는 따뷔랭의 사진을 포함해서 사진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따뷔랭은 자신의 사진을 보며 피구뉴에게 '일종의 사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피구뉴의 놀라운 고백이 시작된다.

 

  피구뉴의 직업은 사진사지만, 그는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 못하는 사진사였다. 중요한 행사나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만한 사진들도 그가 찍으면 평범한 사진이 되었다. 그런 사실을 고백하면서, 따뷔랭이 묘기를 부리던 사진을 찍었던 것은 불행히도 우연이라고 말했다. 사진기를 떨어뜨린 순간 따뷔랭의 사진이 찍혔고 자신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했다. 그 사실을 털어놓은 피구뉴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음 날 여행을 떠났다. 피구뉴의 고백을 듣고 난 따뷔랭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녀석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의 기분은 날이 갈수록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사실도 어떤 식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러부터 두달이 흐른 후, 피구뉴가 돌아왔다. 둘은 서로를 잠시 바라보다 따뷔랭이 먼저 말을 건넸다. 비밀이 하나 있다고, 자신이 할 줄 모르는게 하나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별안간 웃는 따뷔랭을 따라 피구뉴도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둘은 알아 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못했던 따뷔랭과 피구뉴. 그 둘이 만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면에 자리잡고 있었던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드러나게 되었다. 처음엔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이 서툴러 온전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과정이 치유의 시간이 되어 회복하는 결과까지도 낳을 수 있게 되었다. 상뻬의 작품은 글도 글이지만, 글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른 사람의 작품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상뻬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품이 더 좋다. 글과 그림이 일치가 된다고나 할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뻬의 사랑스럽고 사실적인 그림과,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들, 그리고 내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두 사람이 있었기에 분위기에 폭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상뻬의 글과 그림이 좋아 어쩔 줄을 모르며 공간이동을 해 프랑스의 한 마을로 들어갔다온 기분까지 들었다.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상뻬의 작품.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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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잘 되는 나 - 조엘 오스틴
2. 탐서주의자의 책 - 표정훈
3. 사랑하기 때문에 - 기욤 뮈소
4. soli's cartoon grammar - daniel E. Hamlin, 옥문성
5. 지구 끝의 사람들 - 루이스 세풀베다
6. 감상적 킬러의 고백 - 루이스 세풀베다
7.  모비 딕 - 허먼 멜빌
8. 배고픔의 자서전 - 아멜리 노통브
9. 해저 2만리 1 - 쥘 베른
10. 복덕방 - 이태준
 
----------------------------------------10권
 

2월에 읽은 책
 
 
11. 창조적 디자인 경영 - 이병욱
12. 하나님의 휴식 - 마크 부캐넌
13. 힐링 다이어리 - 샌디 그레이슨
14. 조지 뮬러의 기도 - 조지 뮬러
15.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 다케타즈 미노루
 
----------------------------------------5권
 
 
3월에 읽은 책

 

 

16. 몰입 - 황농문

17. 조용한 믿음의 힘 - 토니 던지

18.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 곤살로 모우레

19. 문제아 - 제리 스피넬리

20. 리버보이 - 팀 보울러

21. 해저 2만리 2 - 쥘 베른

22.~23. 아더와 미니모이 3,4 - 뤽 베송

24.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 석영중

25. 스타시커 1 - 팀 보울러

 

--------------------------------------10권

 

 

4월에 읽은 책

 

 

26. 스타시커 2 - 팀 보울러

27. 여름이 준 선물 - 유모토 가즈미

28. 내 생애 최고의 축복 3:16 - 맥스 루케이도

29. 사랑에 관한 연구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30.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에모토 마사루

31.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 리처드 용재 오닐

32. 완득이 - 김려령

33.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 호아킴 데 포사다, 앨런 싱어

34.  바다 바다 바다 - 샤론 크리치

35. 나폴레옹 놀이 - 크리스토프 하인

36. 아르네가 남긴 것 - 지크프리트 렌츠

37. 성과 이성 - 리차드 포스너

38.  귀향 외 -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39. 착한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박경철

40. 안데스의 비밀 - 앤 놀란 클라크

41.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 존 버거

42. 열세살 로즈의 아주 특별한 일년 - 루이자 메이 올컷

 

---------------------------------------------17권

 

 

5월에 읽은 책

 

43. 어린왕자 - 생텍쥐페리

44.~45. 인연 1,2 - 정찬주

46. 최후의 끽연자 - 츠츠이 야스타카

47. 젊음의 탄생 - 이어령

48. 닥터 코페르니쿠스 - 존 반빌

 

--------------------------------------------- 6권

 

 

6월에 읽은 책

 

49. 책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

50.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 존 버거

51. 지킬 박사와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52. 하늘에 있는 나의 집 - 맥스 루케이도

53. 네가 어떠한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  5권

 

 

7월에 읽은 책

 

 

54. 그리운 메이 아줌마 - 신시아 라일런트

55.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

56. 소녀, 소년을 만나다 - 알리 스미스

57. 여행할 권리 - 김연수

58.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59.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60.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 호어스트 에버스

61. 행운아54 - 에프라임 키숀

 

-------------------------------------------- 8권

 

8월에 읽은 책

 

 

62. 사랑이라니, 선영아 - 김연수

63. 스쿼시 - 팀 보울러

64. 아르갈의 향기 - 이시영

 

 

----------------------------------------------3권

 

 

9월에 읽은 책

 

 

65. 표류 - 스티븐 캘러핸

66.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모리미 토미히코

67. 설탕사원이 회사를 녹인다 - 다키타 유키코

68. 다도 - 이기윤

69.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 - 오기와라 히로시

70. 가슴 뛰는 삶 - 강헌구

71. 숲의 가족 - 아모스 오즈

72. 까트린 이야기 - 빠트릭 모디아노

73. 행복한 사람 탸샤튜더 - 타샤 튜더

74.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 - 장 자끄 상뻬

75. 타샤튜더 나의 정원 - 타샤튜더

 

 

----------------------------------------------- 11권

 

*아직 서평을 쓰지 않은 책 -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타샤튜더 나의 정원

 

 

 

- 9월에 생긴 책은 총 19권이다.

이 중에 내가 구입한 책은 7권이고, 대부분 적립금으로 샀기 때문에 12000원 밖에 안 들었다.

나머지 책들은 이벤트로 받거나, 지인에게 받은 책이다.

읽은 책이 생기는 책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지만, 이번달은 조금이나마 따라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ㅋ

 

9월에는 장 자끄 상뻬와 타샤튜더 할머니 책이 좋았다.

10월에도 이 두 작가를 주시하며 읽어야 겠다.^^

 

 

 

 

2008년도에 생긴 책
 
 
279. 세렌디피티 수집광 - 앤 패디먼
280.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다카하시 겐이치로

281.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팔란티리 2020
282. 톨스토이의 비밀일기 - 톨스토이
283. 목마름 - 맥스 루케이도
284. 설타누나, 나의 멘토가 되어줘 - 설보연
285. 꾸르제뜨 이야기 - 질 파리
286. 악인 - 요시다 슈이치
287. 서진규의 희망 - 서진규
288. 날아라,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 윤무부
289. 영광의 왕과 마주치다 - 제임스 w. 골, 마이클 앤 골
290. 소외 - 루이스 세풀베다
291. 귀향 - 루이스 세풀베다
292. 섬 - 장 그르니에
293. 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
294. 무함마드와 예수, 그리고 이슬람 - 이명권
295. 디지로그 - 이어령
296.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박경철
297. 셰익스피어는 없다 - 버지니아 펠로스
298. 안녕이라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 있어라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299.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알랭 드 보통
 

300. 아이반호 - 월터 스콧
301. 돈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302. 80일간의 세계일주 - 쥘 베른

303.~304. 15소년 표류기 1,2 - 쥘 베른


305. 잡식동물의 딜레마 - 마이클 폴란

306. 잘 풀리는 여자 스타일 - 신영란

307.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 히라노 게이치로

308.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더글러스 애덤스

309.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 다나카 마치

3103. 가스등 이펙트 - 로빈 스턴

311~312. 타임슬립 1,2 - 오기와라 히로시

313.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 도종환

314. 나를 벗겨줘 - 까뜨린느 쥬베르

315.~316. 콜레라 시대의 사랑 1,2 - 가르시아 마르케스

317. 성공미학 - 이지수

318. 국어랑 한자랑 같이 공부해 - 정우상

319.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320. 2008 열린책들 매뉴얼 -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321. 클래식 인생 변주곡 - 윤미숙

322. 건강한 생리 - 조연경, 김경숙

323. 카라바조 - 질 랑베르

324. 질문상자 - 다니카와 슌타로

325. 낭만과 모허의 고고학 여행 - 스티븐 버트먼

326. 시각의 의미 - 존 버거

327. 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믿고 싶어 할까 - 마르틴 우르반

328. 테메레르 4 - 나오미 노빅

329.  롤리타 - 블라지미르 나보코프

330. 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 33 - 임두빈

331. 영혼의 순례자 반 고흐 - 캐슬린 에릭슨

332. 외면 - 루이스 세풀베다

333. 스무살 도쿄 - 오쿠다 히데오

334. 종소리 - 신경숙

335. 19세 - 이순원

336.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오영욱

337. 그림에 마음을 놓다 - 이주은 

338.~339. 장외인간 - 이외수

340.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341. 삿뽀로 여인숙 - 하성란

342. 우울한 얼굴의 아이 - 오에 겐자부로

343. 책이여, 안녕 - 오에 겐자부로
344. 부활 - 레프 니꼴라예비치 톨스토이
345. 코코 샤넬 - 앙리 지델

346.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 루이스 세풀베다

347. 꾿빠이, 이상 - 김연수

348. 그늘의 집 - 현월

349. 피는 물보다 진하다 - 아스트리드 트롯찌

350. 우동 한그릇 - 구리 료헤이

351.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352. blessing of the rainbow(무지개 원리) - norbert d.y.cha

385. 새의 선물 - 은희경

386.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전경린

387. 예언의 도시 - 윤애순

388. 숲의 왕 - 김영래

389.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 - 이해경

390. 고래 - 천명관

391. 수상한 식모들 - 박진규

392. 캐비닛 - 김언수

393. 달을 먹다 - 김진규

394. 영화처럼 - 가네시로 가즈키

395. 여수의 사랑 - 한강

 

353.~358. 배터리 1~6 - 아사노 아쓰코

359.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 정끝별 해설

360.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 열차 - 황정은

361. G - 존 버거

362. 가재미 - 문태준

363.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 클레이 서키

364. 밥 딜런 평전 - 마이크 마퀴스


365. 88만원 세대 - 우석훈, 박권일

366.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박준

367.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 오쿠다 히데오

368. 책 읽어주는 여자 - 레몽 장

369. 청년의사 장기려 - 손홍규

370.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 이윤기

 

371. 청혼 - 이응준

372.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 이응준

373. 나를 응원하라 - 조엘 오스틴

374. 하루하루가 이별의 나날 - 알랭 레몽

375. 자유의 감옥 - 미하엘 엔데

376. 색, 샤라쿠 -  김재희

377.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이호준

378. 권정생 - 이원준

379. 슈크림 러브 - 나가시마유

380.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381. 체실 비치에서 - 이언 매큐언

382. 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 - 신정일

383. 밥 딜런 평전 - 밥 딜런

384.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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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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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어떤 책을 즐겨 읽으면, 그 책이 궁금하면서도 살짝 질투가 나 구입하지 못한 책들이 있다. 그렇다고 빌려 볼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사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조금은 애매한 책. 타샤튜더 할머니 책이 그랬다. 책도 여러 권 나와 있고, 여기 저기서 소문도 들리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온라인 서점에서 반값 행사를 하길래 냉큼 구입 했다.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 틈에 살짝 끼어 보고 싶었다. 이 책들이 어떤 내용인지 대충은 들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글 반, 사진 반이라서 금새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 하면서 말이다.

 

  타샤튜더 할머니가 30만 평이라는 대지에 정원을 일군다는 사실이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대단하다는 생각보다 왜 그렇게 고생을 하는지(난 정원을 일군다는 것이 고생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타샤 할머니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과연 혼자서 그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정원을 보기 전에는. 아니 할머니의 일상을 보기 전에는 믿기보다 의심만 해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샤 할머니가 그렇게 즐거워 하며, 만끽하며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19세기 분위기를 좋아해서 온통 옛 것에 취해 사는 할머니, 거대한 정원을 일궈내는 할머니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타샤 할머니의 글을 보면 일관성 있게 써내려 간다거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다. 정원을 꾸미기 위해 책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원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고, 가식이 없었다. 자신의 정원에 대해서만큼은 겸손해 질 수 없다던 타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오랫동안 열정을 지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을 지켰다기 보다는 타샤 할머니는 따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고, 자신만의 방식 대로 살아온 것 뿐이라고 했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따라서 일 년을 겪다 보면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가고, 삶이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원에서는 혼자 보고 있기 아까울 정도의 아름다운 광경이 많았다. 스스로 일궈 낸 정원에서 그런 광경을 보기만 해도 감사함이 절로 나올 것 같은 자연의 경이로움이었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 집, 할머니가 사랑하는 여러 가지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빼고 보게 된다. 그런데 이 할머니. 은근히 감성도 풍부하고, 유머도 있고, 엽기적인 면(부엌에 돌아다니는 쥐를 장작불에 화장했다나 어쨌다나.)도 있다. 그래서 타샤 할머니에게 더 빠져 들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직업을 늘 가정주부라고 말한다는 타샤 할머니는 재주가 많은 분이다. 그림도 잘 그리고, 인형도 만들고, 집안 일은 물론 정원 가꾸기에는 달인이 되어 있다. 거기다 책도 많이 읽어서 일상 속에서 문인들의 명언을 실천하며 느끼고 살고 있었다. 가정주부라고 하면 고달픈 집안일에 삶이 찌들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당당히 외치지 않았던가. '가정주부라서 무식한 게 아닌데. 잼을 저으면서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것을'이라고. 그 글귀아래 포스트 잇을 붙여서 '명언이다'라고 써 놓을 정도로 타샤 할머니 만의 명쾌한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중간중간 얼마나 많은 작가의 말을 인용하던지 살짝 주눅이 들 정도였지만, 그러라고 한 말들이 아닌 걸 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타샤 할머니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집안 곳곳은 할머니의 터전이었다. 넓든, 좁든 맘껏 공간을 누리며 그 공간 안에서는 할머니가 주인이다. 무언가를 다스리려는 것이 아니라 순리에 따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타샤 할머니를 보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즐거워 하는 일을 하며, 자연과 동물들이 어우러진 공간에 살고, 좋아하는 삶의 방식대로(19세기 생활방식) 살아가는 모습. 티 타임을 즐기며 새 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타샤 할머니. 정원을 꾸미는 일에는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너무나 닮고 싶은 삶이었다. 무언가를 이룩해야 겠다 라고 강요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니 어느새 그럴듯 하게 만들어진 자신을 내려다 보는 것. 그것 만큼 보람되고 뿌듯한 것이 있을까. 사시사철로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정원처럼, 타샤 할머니의 삶도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벅차서, 또한 너무 즐거워서 말이다. 정말 독특한 할머니지만 우리 할머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랑스러운 할머니다. 당분간은 타샤 할머니의 정원에서, 삶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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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트린 이야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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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시원한 바람을 쐬며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걷는 산책길이 참으로 신선한 요즘이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낙엽이 떨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불텐데, 내 마음도 허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조그마한 일에도 감상에 빠지고, 많이 외로워 하는 계절이 가을이기에 쓸떼없는 걱정이 일고 있는 것이다. 가을이 오면 꼭 무언가를 추억하게 된다. 나의 미래를 추측해 보는 것보다 지나온 과거에 대한 회한이 더 큰게 사실이다. 회한의 시간을 딛고 서서 나의 미래를 비춰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쩔 땐 너무 깊은 과거여행에 빠져 허우적 댈 때가 있다. 그러나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상속에 살기에 추억도 희미해져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문득, 까트린 처럼 나에게 남아 있는 추억을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내리는 겨울의 뉴욕에서 아빠와의 추억을 꺼낸 까트린. 그녀의 추억을 여행하다 보니 나에게 남은 추억이 무엇인지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지금은 뉴욕에서 발레를 가르치고 있는 까트린은 아빠와의 파리 생활을 추억한다. 발레리나인 엄마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신을 낳았지만, 자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엄마가 먼저 미국으로 떠나버려 아빠와 생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였다. 아빠는 까스트라드 씨와 동업으로 가게를 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물건들을 사들였다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파는, 아빠의 말을 빌리자면 '꾸러미들 속에서 일을 하는 셈'이었다. 엄마가 미국에 계셨기 때문에 까트린과 아빠는 늘 함께 했다. 아빠의 가게의 저울에 올라가 몸무게를 쟀던 일, 안경을 벗고 희미한 세상을 바라보던 일, 까스트라드 씨의 받아쓰기를 싫어했던 일들은 아빠와 함께 한 추억이었다. 특히나 까탈스러웠던 까스트라드 씨에 대한 여러가지 에피소드에 대한 추억은 아빠와 딸이라는 관계가 수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친구처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더욱더 즐거워 보였다.

 

  까트린의 아빠는 일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조금은 어수룩한데가 있었다. 하지만 까트린의 아빠로써는 언제나 다정다감 했기에 까뜨린의 기억 속에서도 아빠가 푸근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껏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엄마와의 추억보다, 파리에서 아빠와 살았던 어린 시절이 대부분이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발레 학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온 일. 발레학원에서 사귄 친구의 집에 초대받지 않은 상태로 아빠와 갔던 일. 그곳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벅참으로 다가왔다. 나열한 추억들이 보통 아빠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소한 에피소드임에도 가슴을 찌릿하게 만드는 것은 까트린과 아빠 사이에 보이지 않았던 사랑 때문이었다.

 

  까트린은 여전히 자기가 살았던 빠리 10구의 거리에는 아버지와 산보하는 소녀가 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기억을 떠오리면 떠올릴 수록 아빠의 말이 생생히 들리는 것 같다고. 그만큼 강렬하게 남아있는 빠리에서의 아빠와의 추억이 지금의 까트린을 만드는데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엄마가 발레리나였기에 자연스레 발레를 하게 되었고, 자신의 딸도 발레를 하는 내림 가운데 아빠와의 추억이 영향을 끼쳤을 지도 모른다. 여전히 어수룩한 아빠 곁에는,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자주 놓는 엄마가 계신다. 어린 시절 까트린을 바라보았던 것처럼 이제는 까트린이 그런 아빠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뻬의 그림에 반해 헌책방에서 데려온 책이었다. 낯선 프랑스 말들에 겉돌기도 했고, 중간 중간 매끄럽지 않은 어휘들에 고개를 갸웃 거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까트린과 아빠와의 빠리 생활을 들춰보고 나니 괜시리 마음이 흐뭇해졌다. 세월이 흘러서도 그런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고, 마치 나의 어린시절인냥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듯한 단편적인 기억들이었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추억들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지자 마음이 허해질까 걱정 되었던 요즘, 까트린 이야기를 통해 스산한 마음을 달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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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가족
아모스 오즈 지음, 박미영 옮김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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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부하러 간 독서실에 책을 들고 간 것 부터가 잘못이지만, 쉬는 시간에 짬짬히 읽고 싶었다. 잠깐 본다는 것이 그만 다 읽어 버리고 말았지만, 컴컴한 독서실에서 이 책을 읽고 나왔을 때는 동굴에서 나온 기분이었다. 실제로 책에서 동굴이 나오기도 했지만, 환상적인 요소가 가미된 책을 고요한 장소에서 읽고 나니 책 속으로 빨려 들었다가 헤어 나온 기분이었다. 저자가 밑바탕을 그려준 세계에 나의 상상력을 덧대어 맘껏 뛰놀다온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이라면 너무 뛰어 놀아 조금은 몸이 피곤한 기분까지 든다.

 

  가끔 소설을 왜 읽냐는 질문을 받는다. 당연히 재미 있어서라고 대답하지만, 좀 더 공감을 주기 위해서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예를 말해준다. 소설을 읽다보면 내 머리 위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펼쳐진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그 공간 안에 저자의 글을 바탕으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오로지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며, 그 세계는 저자가 그려내는 것과 다른 세계일지라도 내가 만든 독창적인 세계이므로 어느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재미라 할 수 있다. 책에 따라 화려하고 빽빽한 세계가 그려지기도 하고,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인 세계가 그려지기도 한다. 그 재미에 한번 빠지다 보면 소설을 읽는 묘미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이 책은 어둠이 주로 존재하는 세계였지만,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며 공간을 채워가는 재미에 푹 빠져 즐겁게 읽은 책에 속했다.

 

  머릿속에 한 마을을 그려 보길 바란다. 마을 주변에는 산과 숲, 바람과 구름 뿐이다. 근처에 다른 마을은 없고, 깊은 계곡에 자리한 마을에는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울 것 같은 분위기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동물들의 소리가 없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을 비롯해서, 작은 벌레가 나무를 갉아 먹는 소리조차 나지 않은 이상한 마을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동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눈으로 볼 수 없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이나 동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조각으로 유추할 뿐이었다. 어른들에게 동물에 대한 이야기나, 왜 마을에서 동물들이 사라졌는지에 대해 얘기를 꺼내면 모두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곤 마을 근처의 숲으로 가지 말라고 했다. 밤의 귀신 네히가 숲을 지나 마을까지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밤이면 마을은 색깔을 잃어 갔다. 네히가 동물들을 잡아 갔다 생각한 어른들은 동물들이 사라진 날을 잊고 싶었고,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몇몇 아이들은 숲으로 가서 동물들을 찾아 오고 싶었다. 어른들이 감추려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호기심은 팽배해 갈 수 밖에 없었다.

 

  마티와 마야는 숲의 궁금증을 품은 아이들이었다. 어른들이 말해주지 않았기에 직접 숲으로 가서 어른들이 감추려 하는 것을 알려고 했다. 숲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모두들 숲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이상하게 변해갔다. 같은 반 친구인 니미가 그랬고, 재봉사 솔리나의 남편 기놈이 그랬다. 숲을 다녀 온 후 이상한 행동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았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그들을 자동적으로 피했다. 마티와 마야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숲에 가기로 한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모험을 강행한다. 숲은 어두웠다. 정적이 감돌았고, 빽빽히 들어찬 나무들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숲은 아이들에게 태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숲을 헤메다 아이들은 정원을 발견한다. 그 정원에는 온갖 동물들이 있었고, 모두 순했다. 처음으로 동물을 보게 된 아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남자가 밤마다 어둠을 내리는 네히였고, 동물들이 이 곳에 모여 있는 이유와 자신이 숲에서 살게 된 이유를 아이들에게 털어 놓는다.

 

  네히는 보통 사람하고 다르다고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해 동물들의 언어를 배웠다고 했다. 숲으로 들어올 때 동물들을 억지로 데려온 것이 아니라 동물들이 따라온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받은 학대만큼 동물들이 인간들에게 받은 학대에 대해서도 불신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겐 네히와 비슷한 사람이 니미였다. 니미는 숲을 다녀온 후에 소리지르는 병에 걸려 사람들이 모두 피했다. 마티와 마야는 그런 니미를 숲의 동굴에서 만났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니미는 숲보다 자신을 미워하는 아이들 속에 있을 때, 어른들이 손가락질 할때가 더 무섭다고 했다. 네히가 숲으로 들어간 근본적인 이유도 사람들 틈 속에서 살아갈 수 없었기에 동물들과 숲으로 가버린 것이다. 어른들은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아이들에게 숨기려고 했고, 무엇이 잘못 됐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옮긴이도 말했지만, 이 책에서 독자에게 던져주는 메세지가 많다. 니미의 경우만 보더라도 자신과 다르다고 외면해 버린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었다. 네히 또한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이 있으면 괴롭히지 말라고, 그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싫다고 계속해서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 하라고 말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서로간의 막힘 때문에 네히와 마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사정을 마티와 마야가 알았기에 막혀있던 세계의 소통의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암시를 하며 책은 끝을 맺는다. 

 

  아모스 오즈의 책을 몇 권 접해 본 사람이라면, <숲의 가족>이 조금 낯설 수도 있겠다.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써내려간 기존의 소설들과는 달리 환상적인 요소가 가미된 우화이기 때문이다. 묘사가 뛰어난 문장들도 색달랐다. 머리속에 상상의 나래를 충분히 펼칠 수 있었던 잔잔한 문체는 아름다웠다. 책을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겉표지를 살피며 '아모스 오즈 책 맞나'를 연발 할 만큼 색다른 책이었다. 나름대로 구축해 놓은 아모스 오즈의 작품 스타일을 깨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이 짧은 우화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메세지를 찾아 나서길 바란다. 매개자를 통해서라도 막혀 있던 곳에서 빠져나와 어울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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