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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사원이 회사를 녹인다 ㅣ 북핀업 3
다키타 유키코 지음, 정선우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은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서 어찌나 눈치가 보였는지 모른다. 모든것이 평상시와 다를바 없었는데, 누군가 나를 고깝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신경이 씌였다. 순식간에 읽어 버린 책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설탕사원이라는 개념도 생소했지만, 설마 저 사원이 나겠어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가다 발등이 찍혀 버렸다. 처음엔 설탕사원과 나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신세대 사원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오래전부터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나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자만심 안에는 이미 설탕사원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 사실을 나만 몰랐을 뿐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약 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교육비용은 일인당 1억원이 넘고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기간도 매우 길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기업은 약 2년정도가 걸린다고. 그러나 이 책의 추천사 첫머리에는 국내 중소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30퍼센트가 1년이 되지 않아 이직을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꿋꿋하게 일하는 사원들도 많겠지만, 힘들게 교육을 시켜놓았더니 이직을 해버린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기업이든 취업자든 간에 인력에 쏟는 비용, 시간, 노력이 아까웠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과 사원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설탕사원들을 기업의 입장에서만 보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원들만 보더라도 기업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깔려 있다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저자는 설탕사원이란 '호경기를 향유한 부모','내신 중심의 학교교육','IT기술의 발전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족','능력주의에 따른 이직 지망'이 어우러져 생겨난 괴상한 존재라고 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점들이 어우러지다 보니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와 능력만을 생각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사라져 버렸다. 이 책들에 나온 설탕사원들의 모습은 비슷비슷했다. 기본적인 면들이 결여되었기에 괴상한 존재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설마 이 정도까지 일줄은 몰랐다며 놀랠 틈도 없이 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솟아나고 있었다.
저자가 크게 나눠놓은 설탕사원은 다섯분류다. 그들의 존재여부에 대해 대충은 감이 잡힐지도 모르지만, 세세하게 그 사원들을 만나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의존형과 자기존중형 설탕사원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남다른 시선을 보내지 않고 모른체 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리즌 브레이크형, 원룸 캐퍼시티형, 사생활 연장형 설탕사원들을 만나다 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철이 없다는 선을 넘어서 이런 사원들이 진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원들 모습에서 나의 존재를 엿볼 수 있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설탕사원의 유형이었다. 신입사원들에 중점이 맞춰 졌기에 나는 포함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차라리 신입사원들은 철딱서니가 없어서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사회물이 들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포함되는 부분이 많았다. 메뉴얼에 없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는 프리즌 브레이크형, 일보다 사생활이 더 중했던 사생활 연장형은 나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저자는 사회보험 노무사, 사원교육등을 담당하고 있는 위치에서 이 책을 썼다. 여러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쓴 일화들이 대부분이지만 기업의 입장이 더 짙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원들이 늘어간다면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곤역스러울 것이다. 그러한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보자는 뜻으로 이 책을 썼지만, 사원들의 변화만을 꿰하기 보다는 기업과의 상호작용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기업이고, 건강한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사원의 몫이다. 천방지축 설탕사원이 날뛰고, 예전의 방법을 고수하는 기업이 건재한다면 앞으로의 문제점은 더 늘어날 것이다. 개개인의 성향과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잘 어우러 질 때, 설탕사원이 줄어들고 기업의 발전을 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나는 설탕사원이 아닌가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왕 내가 하는 일을 즐겁게, 재미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설탕사원이 되어서 회사를 녹여먹는 사원이 아닌, 회사에 녹아드는 사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