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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지음, 강주헌 옮김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왕자를 익히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있는지 의아스럽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어보았느냐는 질문에 영화나 연극으로 봤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처럼, 어린왕자도 다른 매체를 통해 익숙한 작품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직접 읽어보지 않고 만나게 되는 어린왕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생각한다. 나 또한 어린왕자가 유명하고 대단하다는 것은 알지만 나에게 와닿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느꼈다. 그건 바로 살가움이였다. 내가 느끼지 못하고 남을 통해서 듣게 되는 어린왕자는 낯설었다.
학창시절에 어린왕자를 읽었지만 기억나는게 별로 없어 어린왕자에 늘 갈급했던게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수 많은 책 중에서 오리지널 삽화가 들어가 있고, 번역가가 익숙한 책을 골랐다. 오리지널 삽화가 기존의 삽화와 크게 다르겠냐는 생각을 했지만,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그림을 처음 볼 뿐더러 스스로 말했듯이 어린왕자를 그릴때마다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어린왕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많은 책들이 그렇다지만 특히 어린왕자는 읽는 나이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어린왕자의 모든 이야기에는 한군데도 놓칠 곳이 없는 것은 물론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대뜸 양을 한마리 그려달라고 했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은 아주 작은 별인데 바오밥나무 싹을 제때 없애 주지 않으면 바오밥나무가 별을 독차지해 버린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시점으로 해서 어린왕자가 살고 있는 별에 관한 이야기, 어린왕자가 지구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린왕자는 사랑하는 장미꽃 한송이를 남겨 둔 채 기나긴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섯 개의 별을 여행 하다가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의 미착륙으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빠진 인간을 만난 것이다.
그러나 어린왕자에게는 인간과의 만남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모든 것들에 흥미를 느끼며 깨달아 가고 있었다. 자신의 장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여우를 길들일 수 없다는 것. 어른들은 숫자에만 익숙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던져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에 질문하기를 좋아했고, 자신의 생각 또한 또렷이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떠나온 별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자신과 함께했던 것들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깨닫는 여행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 어린왕자는 마음이 여렸다. 자신에게 해를 주는 것에도 너무나 관대했기에 어린왕자는 점점 더 연약해져 갔다.
생텍쥐페리는 연약해져 버린 어린왕자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어린왕자를 사랑하게 되고 어린왕자가 느끼는 아픔과 기쁨 슬픔을 모두 느낀터라 어린왕자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어린왕자가 자기의 별에서 조금은 까칠한 장미꽃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 어린왕자를 사막에서 만나거든 자신에게 편지를 달라는 글로 이 책을 끝맺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어린 왕자처럼 홀연히 지중해의 하늘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많은 독자들이 어린왕자와 생텍쥐페리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어린왕자가 떠나왔던 별을 꿈꾸며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그리워 밤하늘을 쳐다보면 어린왕자와 생텍쥐페리가 보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