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저 2만리 1 - 개정판 ㅣ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책을 읽다가 다른 책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관심가는 책은 메모해 두었다가 직접 구입해서 읽어본다. 그것을 나는 책 파도타기라고 부르는데, 그것을 통해 좋은 책을 참 많이 만났다. 물론 구입해 놓고 손도 대지 못한 책도 있고, 메모만 해 놓고 만나지 못한 책도 많다. 그러나 나의 책 파도타기에 가속도를 붙여 주는 것은 여러 책에서 많은 언급이 나왔던 책들이다. <해저 2만리> 또한 여러 책에서 자주 언급 되었기에 정말 읽고 싶었고, 너무 궁금해서 읽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아 부랴부랴 구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해저 속으로의 탐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19세기 중엽, 세계의 바다에는 괴물이 나타난다는 목격자들과 함께 배들이 침몰하는 일로 혼란스러움을 맞이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괴물이라고도 하고, 고래라고도 하지만 박물학자 아로낙스 박사는 자세히 조사를 하기 위해 군함을 타고 태평양으로 떠난다. 그러다 일본 근해에서 그 대상을 만났지만 자신이 타고 있던 군함은 침몰하고, 아로낙스 박사와 그의 하인 콩세유, 작살잡이 네드 랜드와 함께 네모 선장이 이끄는 노틸러스 호에 구출 된다. 그러나 구출이라기 보다는 감금상태로 노틸러스 호에서의 생활을 시작 할 수 밖에 없었다. 네모 선장은 육지와는 등진 사람으로 아로낙스 박사 일행과 함께 세계 바다 곳곳을 항해하지만, 그들을 절대로 풀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해양학자인 아로낙스 박사는 연구의 목적으로라도 노틸러스 호에서 여행하는 것을 즐거워 했지만 그도 영영 잠수함에 갇혀서 생을 마감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갈수록 진해진다.
그렇더라도 노틸러스 호를 타고 바다속을 여행하는 일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기상천외한 잠수함부터 그 잠수함이 유지되는 비결, 바다속의 풍부한 자원, 알려지지 않는 미지의 세계의 비밀을 모두 알아간다는 것은 아로낙스 박사 일행이나 나나, 현재의 위치를 잊고서라도 마음을 뺏기기에 급급했다. 특히나 노틸러스 호가 바닷속을 유유히 항해하는 것 부터 식량, 자원을 모두 바다에서 얻어서 생활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 부분에서 쥘 베른을 과학자라고 인정하고 싶었고, 이 책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과학책에 가깝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게 되었다. 쥘 베른의 지식을 내가 양껏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풀어내는 바다속의 이야기와 과학적 지식은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해양 보고서라고 해도 될 만큼의 수 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생물과 해저 모험은 낯설면서도 신비감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아로낙스 박사 일행은 노틸러스 호를 타고 여러 달 동안 세계 바다 속 여행을 한다. 그 여행동안 믿지 못할 일도 많이 겪었고, 노틸러스 호에 대한 세상의 궁금증은 증폭되어 가고, 네드 랜드는 탈출 하고 싶어 안달한다. 더군다나 네모 선장이 누구인지, 그가 왜 육지를 등지고 거대한 잠수함을 이끌며 바다속을 항해 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노틸러스 호를 관찰해보면 그는 다시는 육지로 건너 올 생각이 없다는 듯 철저히 노틸러스 호를 설계했다. 개인 서재, 식량, 압력에도 끄떡하지 않는 잠수함의 구조는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기에 적격할지라도 선장의 마음 속에는 복수심이 깔려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항해는 모험과 난폭함, 권위와 독단적인 성격을 띄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로낙스 박사 일행이 노틸러스 호를 탈출 하면서 보아온 처절한 싸움으로 네모 선장의 그 이후의 행적을 예측하고 싶지 않다. '너는 바다 속 깊은 곳을 거닐어 본 적이 있느냐?' 라는 질문에 대답할 권리가 있는 것은 오직 네모 선장과 자신 뿐이라는 아로낙스 박사의 말처럼 그의 결말을 따르고 싶다. 나 또한 그들과 함께 바다 깊이 여행을 했기에 놀라움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하지만 현재의 나의 삶에 충실하는 것. 그것이 네모 선장에 대한 피상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삶에 어떠한 일이 있었든지 간에 그가 육지생활을 다시 꿈꾸게 만들 수 있는 것. 그것은 나의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사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