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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사고치다
공성수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을 보고 있자니 살짝 머리가 아파온다. 현재의 나와는 거리가 먼 논술이지만 무시할 수만은 없을 뿐더러 고등학교 때 국어 실기 평가였던 논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논술이라고 하기도 뭣한 글짓기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한시간을 책상 머리에 앉아 백지를 채워갔던 기억은 그다지 유쾌한 추억이 아니다. 책을 좋아하니 그럭저럭 쓰겠지라는 자만은 성적에서 늘 배신감을 안겨주었고, 그러다 보니 논리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늘 피하고만 싶었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상관이 없더라도 이 책을 마주하고 있는 것 자체가 바늘 방석이었다. 맘 편히 보자고 해도 나에게 부족한 것을 파악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만큼 내게는 부족한게 논리적인 사고였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서인지(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이라 그랬는지도...) 책의 초반은 거부감 없이 다가왔다. 논술에 대한 오해를 풀어 주면서 논술의 필요성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대학을 가려면 논술이 필수가 되는 세상이 되었고, 그러한 논술은 하루아침에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었다. part 1에서는 아예 '논술은 사기다'라는 소제목으로 논술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반드지 숙지해야 할 것을 알려주며 긴장을 풀어내고 있었다. 그런 긴장의 풀어짐 속에는 저자의 언어의 독특함이 한몫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독자층이 학생들이라는 것을 감안해서인지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요즘 아이들의 언어에 맞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언어들이 내게는 혼란을 주면서도 긴장을 풀어 주었던 것은 사실이나 자칫 논술의 중요성을 잊어 버리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워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논술을 다루고 있는 책이니 논술에 관한 여러가지를 차례차례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남 속에는 처음의 거부감 없애기 만큼이나 녹록했던 것은 아니었다. part 2에서 부터 part 4까지는 그야말로 실전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헤메었던 것도 사실이다. part 2에서는 글쓰기 즉, 논술을 쓰기에 갖춰야 할 기본상식들과 각 대학에서 제시하는 주제들을 파악하는 방법들을 알려 주고 있었다. 비교적 쉽게 서술하고 있어 내가 읽기에도 무리가 없었지만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논술을 쓰려면 그래도 구첵적인 예시와 실전이 필요할텐데, 도대체 그런 것들은 언제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조금씩 안절부절이 되어 갔다. 그러나 part 3과 part 4를 마주하고 보니 나의 조바심이 차라리 나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7년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명문대학의 수준에만 맞춰서인지 내가 보기에도 녹록치 않은 주제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주제에 대한 예시도 실려 있었지만 내가 소화하기에는 무리일 정도의 글로 채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part3에서 헤메고 있다 part 4로 넘어 갔지만, 산 넘어 산이라더니 part 3보다 더 고난이도의 사고를 요구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어 당황스러웠다. 내가 실전 연습하듯 차근하게 읽어가며 기본 다지기를 한것이 아니라고 해도 논술적인 사고가 하루아침에 갖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논술의 주제는 광범위 했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글쓰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감에 따라 논술을 준비하는 시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의 초반에 저자가 말했듯이 수능이 끝나고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논술학원들의 질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만이라도 각 대학들의 논술 문제를 비교해 본다면 수능이 끝난뒤에 준비해서 될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것이다.
part 3과 part 4를 보면서 느끼게 된 것들이지만 역시 논술도, 대학 입학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할때에 들어가는 대학이 달라진다는 것과, 이왕이면 고등학교 이전부터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전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논술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도 말했듯이 일주일에 두어시간 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에 치중하는 독서가 아닌 균형적인 독서 습관을 들일 때,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부록으로 딸려온 '48주 독서노트'를 참고해도 좋겠지만 내가 봤을때 조금은 어려워 보이는 책들인 건 사실이다. 요즘 학생들의 수준을 알 수 없으니 하는 말이지만, 꼭 부록의 목록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균형적인 독서 습관을 들여간다면 충분히 그 책들도 소화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나도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논술은 하루아침에 잘 써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할 때, 가고 싶어 하는 대학에 조금은 유리하지 않을까. 방법을 알기 전에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지만 방법을 아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이제 열정을 채워 볼지어다.
오타발견
p230. 표
4녕제 -> 4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