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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ㅣ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6
알레산드라 프레골렌트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5월
평점 :
여러권의 '세계 미술관 기행' 시리즈 중에서 '고흐 박물관'을 읽은 적이 있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접근해가는 고흐의 작품들이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다른 책들도 탐을 내고 있었는데, 내 손에 쥐어진 두번째 책은 '루브르 박물관'이였다.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유명한 박물관이였기에, 엄청난 작품을 소장하고 있기에, 어떻게 구성을 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 보려면 7박 8일은 걸린다는 둥 속설이 많아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을 둘러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설레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루브르의 화려함과 방대함에 기가 눌려 무조건적인 호기심으로 다가온 것만은 아니였다. 세계의 유명 그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미술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의 거대함이 자리잡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가보지 않아 탁상공론 밖에 못하지만 그런 면들에 갇혀 작품들을 편견으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그 전에 읽은 '고흐 박물관'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 구성이라는 것도 있지만, 개인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과 역사와 방대함을 자랑하는 박물관이라는 다른점도 있었다. 그래서 비교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흐 박물관을 보는 시선과 루브르 박물관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흐 박물관은 늘 가보기를 소망한 곳이였고 내게 익숙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접근 방식이 신선했다. 그러나 루브르 박물관에 관해서는 사전지식이 없었고, 약간의 편견도 가지고 있었기에 출발부터 달랐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애정과, 지식,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달라짐을 확실하게 느끼는 시각의 다양화를 느낀 계기가 아니였나 싶다.
평소에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제대로 알고 보는 것은 아니기에 주관적인 시각에 따라 그림이 달리보일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 셈이다. 그랬기에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들이 낯설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인상파 화가들 덕분이여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은 19세기의 그림들에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초반에 실린 그림들은 종교와 신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15세기의 그림들이 주류였다. 그 가운데 다른 미술책들을 통해서 본 그림들도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설명이 있어야 감상할 수 있는 그림들이여서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다가 낯선 화가들이 계속 등장하니 동떨어진 느낌은 더해갈 수 밖에 없었다. 광범위한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 작품들 중에서 과연 어떤 작품들을 담고 있을까 궁금증이 일었던게 사실인 만큼 약간의 기대도 하고 있었다. 그 많은 작품들을 정해진 지면내에 모두 싣는다는게 불가능한 만큼 신중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들을 모두 감상하고 나니 루브르의 일부부만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일부분도 띄엄띄엄 거쳐온 느낌이 들어 루브를 온전히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지면에 싣는 작품들을 좀 더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방종한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의 눈에만 보기 좋은 그림을 좇는 경향이 있었지만 박물관의 깊은 역사에 따라가지 못했던 부족함도 동시에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설명이 뒤따르는 그림 보다는 내 마음에 먼저 와 닿고 내가 느낀 후에 듣는 설명을 좋아하는지라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에서는 나만의 스타일에 맞는 그림을 만나기가 힘들었다. '고흐 박물관'을 읽을 때는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을 조금씩 알고 있어서인지 똑같은 레퍼토리에서 벗어난 시각이 신선했었다. 그러나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그림, 낯선화가와 절제된 설명은 동떨어짐을 강조할 뿐이였다. 온전히 작품들만 감상하지 못하고 작품의 폭넓음과 자유스러운 구성에만 치우쳤던 건 사실이나 루브르 박물관과 동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책에 그림이 실려 있었다 할지라도 세세한 설명이 불가능했을 테고, 간략한 설명만으로도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 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건 짧은 시간에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 작품을 어느정도 알려고 했던 나의 욕심일 수도 있다. 그 욕심에서 비롯된 마음은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함을 유도했으리라.
우리가 미술관을 돌아볼때 심미안을 기르기 위해 작품을 보는 것보다 관광지로써 보는 곳도 많을 것이다. 루브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는 미술관이다. 루브르의 명성 때문에 혹은 관광의 휩쓸림으로 갔다 하더라도 순수하게 작품을 바라보기를 소망한다. 있는 그대로를 느껴 주기를 갈망 하는 것, 그것이 루브르 박물관 여행을 하고 난 후의 나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