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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3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이 책이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 졌다고 했는데 3권을 읽고 보니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겠구나 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드라마를 볼때 남녀간의 밀고당김이나 집안의 소소한 이야기가 재미난 것처럼 3권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주축이였다.
보옥이 여자 하인들과 누이들에 둘러 쌓여 있다보니 여성화 되어가는 것도 무시 못할 일이고 그 틈바구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뒷감당을 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보옥과 대옥의 안타까운 사랑이 시초가 되는 모습이 3권에서는 제대로 드러나는 셈인데, 대옥의 성격이 워낙 소심하고 침울하여서 보옥과의 오해와 풀림의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조금씩 짜증이 나기도 했다.
서로의 마음을 숨긴 채(어느 정도는 눈치 채고 있겠지만...) 사랑의 애틋함이라기 보다는 표현이 방식이 올바르게 나오지 않고 늘 다툼, 오해, 우울로 치닫다보니 주변에서도 그 둘을 엮어 주려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옥의 집안의 정황으로 볼때 본인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보다는 조화를 이루기 위해 후일 설보채와 혼인을 시키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 모습으로 볼때 주관적으로 집안을 일으키거나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말에 솔깃하고 미신과 그들의 문화를 무시할 수 없기에 아쉬운 모습들이 간간히 보이기도 했다. 보옥과 희봉이 마술에 씌여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만 보더라도 대가족의 역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보옥의 집이 아직까지는 건재하기에 부의 모습을 다루는 것에서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집안에서 연극을 보는 것만 보더라도, 주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일인 것 같은 가씨 집안의 모습을 보니 하인들을 비롯한 빈부의 격차는 여전히 느껴져 씁쓸함을 감출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 가운데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놀이 문화에서 시詩가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를 외우는 것이 당연하고 그 수많은 시 중에서 어떠한 상황에 적절히 대입 시키냐에 따라 그들의 총명함과 학문의 깊이를 논할 수 있었으니 그 시의 드러남은 낯설면서도 생활화된 모습이 인상 깊었다.
수수께끼를 내는 모습에서도 시처럼 문제를 내고 모든 언어에서 말하기를 시가 들어가지 않을 때가 없었다. 그 시의 대입이 그들에게는 낯설지 않고 당연스러웠기에 중국의 문화에 대해서 또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일상의 자잘함 속에서 학문이 주축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특별한 계층의 특권일 수도 있으나 중국의 시가문학이 일반인들에게도 깊이 파고 들었다는 것은 쉬이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많은 비유가 중국의 학자들과 시의 비유를 들었으니 홍루몽에서 나오는 시와 학자들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것이 그것이다.
그 지나침의 하나였던 것이 주석이였다.
예전에는 주석이 참으로 귀찮은 존재가 되기 일쑤여서 대충 읽을 때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주속을 통해 얻어지는 소소함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기에 주석을 읽는 재미와 주석을 통한 얻음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3권에서는 특별히 드러낼만한 스토리의 변화가 없었고 가씨 집안의 일상사를 다룬 것과 그들이 집안에서 지내면서 행해지는 것들이 세밀하게 나타났기에 좀 더 자질구레함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4권의 내용과 앞으로의 스케일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금씩 가씨 집안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 보여서 벌써부터 나의 소심함에 몸부림 치기도 한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지는 때가 있는 법.
이들과 정이 들까봐 헤어짐을 걱정하는 모습이 그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즐기면서 가씨 집안을 들여다 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