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 같은 신념
정철훈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el bosco의 'nirvana'가 흐른다..
'nirvana' 뜻의 몽롱함에... 음악의 몽롱함에 취해 시집을 꺼내 들었다... 평상시에 다른 책에 치여 읽을 엄두를 못 내던 마음만 그득하던 시집이였다....
'nirvana'는 계속 흘러 나왔다.. 음악의 볼륨을 낮춘 후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음악소리에 입에서 머릿속에서 맴맴 돌 것 같던 시가...
의외로 줄줄 읽히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빨아들이듯.. 흡수하듯... 원래의 나를 발견한듯 내 안으로 스며드는 시는... 받아들이는 흡수력 또한 놀라웠다.. 시를 이렇게 빨리 읽으면서도 많은 걸 수긍하고 있는 내가 얼떨떨 했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한 것 같은 감정에 휩싸여 굉장한 속도로 읽어 나갔다... 앉은 자리에서 거기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시집 한권을 읽어본건 처음이다.. 무슨 시집을 그렇게 읽어버릴 수 있냐고 핀잔을 할지 몰라도 시를 읽는 시간은 결코 대충이 아니였다... 시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 맛 또한 찰지고 색다르게 다가오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곱씹음의 시간... 찰지고 색다른 시간이 오늘은 단시간에 왔을 뿐이다...
정철훈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바닥이 드러나는 시'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 생활의 찌듬... 삶의 고통.. 슬픔.. 아픔 등이 묻어나는 그의 시는 벼랑 끝을 달리는 느낌이기도 했다.. 부정할 수 없는 고뇌... 삶의 부분이라는 생각이 더 그런 사고를 앞당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이런 애매모호한 느낌을 단박에 집어내는 시에 대한 평이 있었으니 바로 유성호님의 '귀가하지 않은(못하는), 길바닥의 노래'라는 말... 시인의 시를 콕 찍어 표현했다..
시는 계속 방황을 하고 있고 돌아감과 제자리를 갈망과 동시에 제촉받고 있었다.. 그 안에서 모든것이 다 드러났던 것이다...
어쩜 나도 읽히 아는 나의 생활이기에 가식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채 아닌척 하다 들킨것 마냥 훌렁 훌렁 읽어 제꼈는지도 모르겠다.. 낯설지가 않았기에.. 드러나는 슬픔이였기에...
시인이 맞을까 라는 의문이 들정도의 폭음... 밤샘.. 그러면서도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 그런 상황이 낯설었다.. 시인은 이러 이러 할 것이다 라는 틀속에 고정시켜 놓은 나의 관념이 깨어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나와 같았다... 낯선 시인으로서의 낯섬이 있었다면 익숙한 모습으로의 동일함은 더 날카로웠다.. 나는 이러 이러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고정시켜 놓은 나의 삶이 번번히 깨어지고 있음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오히려 가식을 달리는 건 나였다..
시인은 솔직 했지만 나는 오히려 감추려고만 했다..
그러나 그것만은 동일했다...
슬픔...............
시인과 나... 모두 슬픔을 견디려 발버둥치고 있었다...
짓눌리지 않게... 지배 당하지 않게..
그런 발버둥이 눈물겨우면서도 꾹꾹 밟아 나가는 뽀드득한 발자욱 소리처럼 힘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