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4 (양장)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절함과 고통으로 끝없이 치닫는 샛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때문에 그 우울함을 맛보지 않으려 방황을 많이 한 책이다...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이니 해방된 직후의 상황과 무엇이 다르랴.. 그 사실이 초반의 읽힘을 더디게 했다..
그래서 3권과 4권의 터울속에 다른 책들을 많이 읽었다..
우울함과 부딪힘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피해보기 위해..
그러나 우리가 역사를 감출 수 없듯이 역시 나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이 생각났지만 즐기고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철저히 1940년대의 벌교사람이 되어서 그들의 삶속에 빠져 들어 가는 나는 그들의 삶을 즐길수가 없었다...
즐긴다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간접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아닌 저릿 저릿 가슴이 메어오는 건 나도 어쩔수가 없었다..
현재 나의 삶이 편하다 못해 넘친다는 생각...
그러나 그 안에서 항상 만족하지 못한다는 생각..
2005년의 기준에 맞춰 그네들의 삶의 질과 비교해볼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런 부끄러움이 드는건 왜일까..
나는 현재 1940년대를 살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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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한바탕 꿈을 꾼 듯 하다...
영화관을 나왔을때 밝은 빛과 변함없는 현실에 잠시 적응을 하지 못한 것처럼 몽롱하다..
오로지 책에 미쳐 책에 관련된 책이 나왔길래 그 호기심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의 느낌이 너무나 확연하고 너무나 다르다... 끝의 느낌을 말하자면 내가 미텐메츠가 되어 그 끔찍한 지하세계를 경험하고 지상으로 불쑥 솟아 내 방에서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 느낌을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며 끄적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다.. 판타지 소설의 후유증일까?
판타지 소설은 퇴마록이 전부인데.. 읽고 난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어딘가 분명 이런 세계가 존재했으리라는 망상..
그러나 너무나 친근하면서도 가슴속에 남모를 우정까지 품고 있는 듯한 초보적인 망상 말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비져 나오지만..
처음과 중간.. 내가 책을 읽는 동안은 이런 느낌이 들거라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제목과 겉표지가 맘에 들어서였다..
책이라면 환장을 하는 내가 책들의 도시에다 꿈까지 꾼다는 제목과 저런 서재를 가지고 싶어할 정도로 소유욕을 끌어 당기는 겉표지..
단순히 그 두가지가 맘에 들어서 샀던 것이다.. 주문할 책이 도착했을때 너무나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 근처 공원에 가서 가을하늘을 보며 할랑 거리는 바람과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펼쳤다...
모든걸 조심스럽게 넘기며 드디어 첫면을 읽고 다음장을 넘겼을때..
맙소사! 새똥이 책에 떨어졌다.. 한참동안 그 떨어진 물체를 보며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게 새 똥이였고 내 신발에 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안 후 얼마나 황당하고 속상하던지.. 닦을 것이 없어 책을 그대로 펼쳐들고 집으로 부린나케 달려가서 조카의 물티슈로 닦았는데도 얼룩이 남고 말았다..
그때부터 김이 팍 새버렸다..(책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새책에 새 똥이 떨어졌을때의 그 허탈감....)
책이 집중이 되자 않고 진부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책과 씨름을 하다 60페이정도 읽고 그러곤 또 진부함에 허덕이다 책을 폈다 접기를 반복하다.. 흥미를 느꼈다 지루했다의 고비를 넘기고 1권을 힘겹게 읽었다.. 그러나 2권 초입부터 절반까지 왜 그리 지루하던지(주인공 미텐메츠가 지하세계를 헤메는 부분들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하루에 읽는 양이 너무 적었다..
그러나 일른 읽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읽다가 후반부에 가서 제어할 수 없는 흥미로움에 순식간에 읽고 말았다....

처음과 중간 끝.. 그 느낌에 생생하기에 나의 놀라움이 더했다..
뭐 초반은 그렇다 치고 중간에 미텐메츠의 헤메임이 너무 음침하고 깊어 지루했었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얼른 읽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짙었던게 사실이였다.. 성질의 급함인가..( 내 성격이 아닌 책의 전개에 대한) 결과가 후련하게 나오지 않아서 질질 끈다는 느낌을 더 부추겼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영역은 내것이듯이.. 책의 서술대로 상상하며 읽었던 부분들은 썩 괜찮았다..(삽화의 영향도 있겠지...)
머릿속에 그림들이 잘 그려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예를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술의 영상은 그득한데 이제 그 영상이 끝났으니 말이다..

그 상상의 영역을 되짚어 볼때 참 독특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이 중심이 되어서 돌아가는 도시.. 도처에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서점들과 엄청난 책이 넘쳐나는 곳... 어딜가나 책이 널려있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종족들... 그러나 그런 역현상으로 악덕 출판사들.. 그리고 오래된 책의 엄청난 부가가치 때문에 그 책을 찾아 다니는 책 사냥꾼들..
성공하지 못하면 따라오는 빈곤을 넘어선 죽음까지... 그리고 그 도시보다 더 넓고 무한한 지하세계....
대부시인의 유언을 통해 전대미문의 원고를 들고 그 넓으면서도 위험한 책세상 부흐하임으로 그 작가를 찾아 떠나는 린트부름 요새의 공룡 미텐메츠의 경험담이다...
책이 중심이긴 하지만 인간세계랑 별로 다를게 없다는 씁쓸함이 남기도 했다.. 부와 명성을 쫓는 것들.. 그리고 그런 것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는 행동방식이나 양심들이 인간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씁쓸함이 짓누르기 전에 독특한 책 세상을 만끽하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책의 범위를 넘어서 다양한 책들의 모습은 흥미로웠다... 생명을 앗아가는 책... 살아있는 책..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는 책... 그리고 책이 상하면 그 책을 수리하는 부흐링 족 등등... 새로운 만남들은 천지이고 그에 반면해 구린 부분도 드러나지만 그런 전개속에서 미텐메츠가 찾아나선 작가의 베일이 벗겨지고 그 작가의 운명에 대해 가슴저림도 느낄 것이다..
그런과정 속에서 미텐메츠의 인간미(공룡인데 공룡미인가... ㅡ.ㅡ;;)가 느껴져서 감동과 동질감.. 그리고 가슴저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튼 그렇게 꿈꾸는 도시의 여행은 마쳤다.. 조금씩 현실감이 밀려와 정신이 차려 지지만 가끔 부흐하임이 생각날 것 같다..
마치 내가 여행하고 온 곳처럼... ^^
오늘 밤에는 왠지 부흐하임의 꿈을 꿀 것 같다..
거대한 공룡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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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안다는 것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가 읽은 '나의 미카엘'과 '블랙 박스' 외에 이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절판이였다. 그런데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기에 다음에 사기로 하고 다른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다가 얼마 후 서점에 가보니 이 책이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그때부터 조바심이 났다. 구할 수 없는 책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 그 책이 꽂혀 있는 위치등 며칠을 눈에서 아른거리는 책을 보았다.
그 달에도 너무나 많은 책을 사서 도저히 여유가 없었지만 그 아른거림과 조바심을 견디지 못해 이 책을 샀다. 아모스 오즈의 작품이 많음에도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나의 미카엘'을 읽고 그냥 습관적으로 다른 작품을 찾게 되었는데 그런 열악함이 나의 호기심을 더 부추겼는지도 모르겠다.여튼 이렇게 '아모스 오즈'의 세번째 작품을 탐독하게 되었다.

  '오즈의 이 작품은 하나의 코드code이며, 그의 소설을 읽는 작업은 하나의 해독decode이다' 라는 번역가의 말이 강하게 인지 된다. 만약 '나의 미카엘'을 읽지 않고 이 작품을 먼저 대했더라면 오즈도 참 난해한 작가이며 따분하다라는 틀 속에 다둬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독서의 시기 그리고 한 작가의 작품을 대하게 되는 순서가 중요하면서도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또 들게 하는 작품이였다.

  제목을 보고 연애소설인줄 알았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서 주인공 요엘의 긴 사색뒤에 진부한, 그러면서 은근히 바라게 되는 운명이 터져 나오면서 제목에 딱 맞춰줄거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나의 생각은 빗나가기 시작했고, 중간쯤 부터는 제목을 상기하지 않게 되었다. 하나의 코드이자 해독이라는 말이 딱 맞는게 내가 읽은 세 작품에는 분명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는 여자들이 나온다. 우선 그 여자라는 존재 자체가 코드가 되겠고 그 존재의 깊이가 그리고 삶에 부여하는 공간적 의미가 가장 난해하였던게 '여자를 안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해독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뚜렷한 언질없이 그냥 현상과 사물을 묘사하듯이 아니면 은유속에 담아버리듯이 사건과 추억을 말해가는 문체에서부터 집중력을 요하게 만든다. 잠시 딴 생각이라도 할라치면 내가 무얼 읽고 있는지 잠시 멍하게 만드는게 요엘이 과거와 현실 속에서 끈임없이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과 비슷했다.


  죽은 아내로 인해 비밀 요원직을 관두고 간질을 앓는 딸과 어머니, 그리고 아내 이브리아의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23년동안 해외를 누비며 바쁘게 지냈던 시간들을 집안일로 채운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분명 남아도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도 늘 집안일이 끊임없어서 본문에서처럼 전기를 만드는 시간, 뿌쉬낀처럼 시를 지을 시간조차 없다는 비약으로 항상 바쁘다. 그런 나날들 속에서 늘 생각은 끊이지 않고 삶은 살아지고 있고 또 자신을 찾고 깨달아야 하기 때문에 나도 늘 복잡하고 바쁜 마음이였다. 확실하게 그리고 열정없이 살아지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도내가 만족감을 느끼는 한두가지로도 존재해 갈 수 있다는게 비단 나의 삶만이 아닌것 같다는게 요엘을 통해서 느껴졌다. 오히려 그런 삶 속에서 그 이전의 삶보다 뚜렷한 규칙이 생성되고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만족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 말이다.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 그것 또한 존재가 허무하지 않다는 걸 일깨워 주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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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모 2007-07-2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즈 작품의 번역자로서 늘 두려운 마음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종종 검색합니다만
참 좋은 글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연말 쯤 오즈의 가장 최근 작품인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물론 역자로서 참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되어 아쉬움이 큽니다.
그렇게라도 오즈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기쁨을 앗아가지는 말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안녕반짝 2007-09-1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왜 이제서야 이 댓글을 본 것일까요. 블로그에 너무 무관심했었나 봅니다. 번역자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무한 영광입니다. 아모스 오즈도 정말 제겐 보물같은 존재입니다. 나의 미카엘로 아모스 오즈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 작품으로 인해 팬이 되어버린 결과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지금껏 읽은 세 작품 중에서 이 책이 제일 좋았어요. 최근에 발매된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는 구입해 놓고 아직 읽지 않았는데 신간이 나온다니 너무 너무 기쁩니다. <여자를 안다는 것> 번역 정말 좋았어요. 매끄럽고 막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어요. 신간이 나온다니 너무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여자를 안다는 것>을 번역해 주신 최창모님이 번역한 책이라니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아아.. 너무 좋아요 오즈의 책을 만난다는 것은.. 이렇게 소소한 독자의 가슴에 바람을 일으켜 주셔서 감사해요 그것도 따스하고 뿌듯한 바람을요..^^
 
모래 폭풍이 지날 때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4
캐런 헤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결국, 울어 버리고 말았다.

이 울음은 단순히 슬프고, 가여워서가 아닌 가슴이 저릿저릿 아파 오는 고통이 내게로 전해져 왔기에 터져 나오는 눈물이였다. 그렇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물은 쉽게 말라 버릴 테지만 가슴의 통증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고통은 이렇듯 서서히 잠식 되는가 보다.

지나 갔을거라 생각했던 모래 폭풍이 다시 몰려 올때 처럼, 모래가 모든것을 덮어 버렸던 암담함처럼, 고통은 희망이 되었다가 슬픔이 되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모래는 내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빌리 조와 오클라호마를 떠날 수 없었던 그 모래처럼 그렇게 끈질기게 내게도 들러 붙고 있었다.

모래가 온 집안을 뒤덮는 광경과 자신의 목에도 귀에도 이불 속에서도 모래와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던 빌리 조의 모습을 보며 모래가 내 입안에 서걱서걱 씹히는 느낌,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모래에서 도망칠 수 없는 현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처절한 바닥의 비극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처절함이 가슴 아픈 것이 아니라 그, 처절함을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모습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솔직하게 드러내는 빌리 조의 모습이 가슴 아팠다.

자신의 실수로 엄마와 남동생을 잃었다 생각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함에도 그 모든 현실을 유순하게 받아들이기에 마음의 아픔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한 채 현실을 비판했더라면 그려려니 이해했을 텐데 너무나 여리고 여린 빌리 조의 모습에 내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가 무척 힘들었을 터인데 꿋꿋이 버티어 나가는 빌리 조의 모습이 마냥 슬펐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빌리 조가 내 뱉는 불평도, 모래에서, 가난에서 벗어나겠다고 나선 가출도, 왜 그리 슬펐던 것일까. 그 울림을 받아 줄 사람이 없었기에 그랬던게 아니였을까. 그 울림의 대상이 나라고 생각했기에, 빌리 조를 다독여 줄 사람이 이젠 생겼다고 생각 했기에 그랬던게 아닐까.

그 어린 마음이 처연하고 대견스럽다.

좌절하고 우울해하고 어긋나 버려도 누구 하나 타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가 희망이 되고 정면돌파 하는 모습은 나 또한 빌리 조를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늘 모래와 가난과 외로움의 틈바구니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빌리 조였지만 결코 어린이다운 좌절을 보여 주지 않았기에 빌리 조의 이면의 슬픔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엄마와 남동생의 죽음으로 아빠가 자신을 돌보아 주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만을 언급해도, 친구들이 자신의 망가진 손을 쳐다봐도 그 아픔을 드러내되 징징거리거나 구차하게 굴지 않았다. 단지 조금 속상해 했을 뿐.

그래서 더 가슴 아픈 것이다.

 

비가 오지 않는 땅, 농작물이 자랄 수 없는 땅에서 그 땅을 일구며 살아야 하는 빌리 조의 아빠며, 오클라호마 사람들이며, 공황에 빠져 버린 미국인들까지 온 나라는 가난과 아픔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으로 조금씩 공황을 빠져 나오지만 그 빠져나옴은 고통과 맞섰을 때라는 것을 모두들 느꼈을 것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가출을 했던 조가 다시 돌아왔던 때처럼, 결코 모래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모래 폭풍을 향해 전진할 때 비로소 폭풍을 잠잠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처럼 말이다. 그럴 때에 희망의 비는 내릴 것이고, 모래를 잠잠히 만들어 줄 것이며, 농작물의 싹을 틔워 삶에 가능성을 증가시켜 줄 것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빌리 조는 그 한가운데서 고통을 당하고 헤쳐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과정이 너무 처연하고 가슴 아파서 작가마져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고쳐서 쓰고 싶을 정도였다고 하니 모래 폭풍 속에서 고통을 당하는 것은 빌리 조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고쳐 쓰고 싶었던 작가, 그 작가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는 나 같은 독자들의 마음 속에는 숨겨져 있는 고통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빌리 조를 보며 눈물짓고 모래 폭풍 속의 암울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 희망이 빌리 조에겐 엄마에 대한 그리움, 피아노에 대한 열망이 되어 서서히 피어 나고 있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도 힘겨운 시간이였다.

그러나 빌리 조는 모래 폭풍의 지나옴을 경험했다.

그 경험의 산물은 많았지만 그 중에서 희망만 건져 내기로 했다.

그 희망이 내게도 닿는다면 기꺼이 품에 안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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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랭보 - 클로드 장콜라
 
 
 
- 저번달에 이벤트 책으로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 또 책을 신청하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비싼 책이였고 또한 랭보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신청하고 만 것이지요..
두권에 48000원, 페이지 수는 천페이지입니다.
 
두꺼운 책만 무지 좋아하는 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신청하기 위해 리뷰를 60편이상을 올렸다죠..^^
여튼.. 책을 받고 보니 뿌듯한 건 사실입니다.
 
아아... 이젠 랭보에 빠져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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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5-0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으시고 좋은 리뷰 남겨주세요.

안녕반짝 2007-05-14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저도 랭보가 너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