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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봄을 만끽해야 할 5월 이지만 여름을 향하고 있는 날씨에 섭섭함이 인다.
자꾸만 봄 가을이 짧아져가는 탓에 느껴지는 마음이리라.
그러나 밤이라는 시간대는 잠시 그 모든것을 잊고 서늘함에 나를 맡길 수 있는 것 같다.
바람이 시원한 요즘 같은 때는 마음이 쓸쓸하더라도 자연의 힘을 빌어 잠시나마 고독함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잠깐 나갔다 온 밖의 풍경은 바람에 의해 평안함을 안겨 주었다.
바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낯선 곳에서 머금은 향기를 내뿜는 것이 결코 낯설지 않고, 내게서 퍼져나갈 익숙함이 어떤 이에게도 낯설게만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에 바람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봄바람은 많은 것을 안겨주며 무엇이든지 설레임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봄날, 사랑이 다가온다면 얼마나 가슴이 벅찰까. 그래서 오늘 내가 쏘인 바람을 통해 책 속의 불가능한 사랑을 잠시 가능성으로 바꿔보는 나름대로의 상상을 해보았다.
이 책에서 그들의 사랑을 불가능을 꿈꾼다고 묘사되어 있었다.
단순히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만 생각했던 나는 저자의 상상력의 기발함에 독특함을 느꼈다.
독수리와 익투스의 사랑을 시작으로 나무와 인형의 품을 수 없는 사랑, 담쟁이 덩쿨의 꿈 등을 지나 나비, 시인, 그리고 여자,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에 이르러서는 모호함과 난해함의 극을 보여 주었지만 우리가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없는 것, 생명이라기 보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생각할 수 없는 것들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생명력은 열정으로 그득 차 있었다.
상대방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랑도, 아픔도, 희망도 생기지 않았을 테지만 삶 자체로 받아 들이는 모습은 그들의 전부를 토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어떠한 삶을 살아 왔든지간에 현재 나의 사랑에, 현실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은 그들의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그들이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어떻게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
그건 찰나이기도 했고, 스스로 찾아나선 길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선택과 도약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계기는 달랐지만 아픔과 희열을 맛보는 사랑을 할 때는 늘 비슷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 생명력은 독특했지만 마무리는 무언가가 부족했다.
자연스레 연결되지 못하는 드러남, 급하게 그들의 세계를 마무리지어 버리는 성급함은 현실과 환상속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 아닌, 뚝뚝 끊어져 버리는 느낌이 단락이 끝날때마다 어긋남을 만들어 내었다.
독수리와 익투스의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을때 난데없이 연인이 헤어지고, 대리석 남녀의 만남이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그들은 갑자기 무너져 버리고, 튤슈를 찾아 헤메는 노인은 튤슈에 대해 명확히 말해주지 않았다.
나비, 시인, 그리고 여자에서는 앞에 단편의 교묘한 연결을 무너뜨리는 이질감을 띄고 있었고 이 작품과 교묘하게 맞물리는 듯한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서 모호함을 안겨 주고 있었다.
이렇듯 6편의 단편이 비슷한 분위기로 가는 듯 하다가 결국은 흩어져 버리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독수리와 익투스의 사랑, 참나무와 인형의 고통적이지만 비극적인 안타까움이 깃든 분위기로 갔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조금은 뒤죽박죽이 되는 느낌, 마무리가 늘 아쉬웠는데 마지막 두편의 단편에서 느껴졌던 혼란스러움은 그러한 분위기를 고조시켜가고 처음 느꼈던 독특함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분명 생명의 깃듬을 여기 저기 불어 넣는 것이 숭고하다고까지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 생명이 소중하고 귀하다 생각했는데 일정한 분위기로 가지 못하는 것이 내내 아쉽다.
하지만 사랑은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은 자신을 변화시키며 모든걸 다 바쳐 사랑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는 환희를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 사랑의 대상이 누가 되었든, 그들이 생명이 있건 없건 내 멋대로 그들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랑이 두려워서 상처 받을까봐 안하는 사람보다 상처를 받은 후라도 사랑한 사람이 낫다고 햇듯이 사랑은 분명 특별한 감정과 경험이 될 것이다.
그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고 하나하나가 진귀하기에 어떠한 것에도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없다면 나를 되돌아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