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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아래아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서울로 휴가를 잡았다..
내한공연 하러 온 공연을 보기 위해 바다와 산... 뭐 그런 곳으로의 휴가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 공연을 위해서 서울에서 휴가를 보내되 그 외에 다른 문화생활도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큰 비중을 둔게 서울에 있는 큰 서점에서 책을 좀 읽고 구경도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는데 첫날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점심을 먹고 간 곳이 서점이였다... 정말 많은 책들과 넒은 매장... 그리고 곳곳마다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보는게 인상적인였는데 나도 그들 틈에 기어서 읽을 책을 고르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선 100페이정도의 얇은 두께가 서점에서 읽기에 안성맞춤이였고.. 책 겉표지에 서평이 나를 이끌었다...
1945년 이후로 독일어권 문학에서 이처럼 훌륭한 책을 본 적이 없다는 말... 왜 그런책이 눈에 띄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과 궁금증이 더해가 나도 바닥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책은 덮고 나서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감흥이 있었다...
자동차 고장으로 낯선 마을에 머물게 된 세일즈맨 트랍스는 옛날에 법조인이 였던 노인의 집에 하룻밤 묵게 된다..
그 노인은 숙박비 대신 같이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그 게음은 같은 법조인이였던 이웃 노인들과 재판을 하는 게임이였다..
그 노인들중에는 판사, 변호사, 검사, 사형집행관을 지냈던 사람들이 유명했던 사람들을 피고로 놓고 재판을 하는 게임이였는데 최고의 형은 역시 사형이였다..
최근 들어서는 트랍스처럼 민박 손님을 놓고 게임을 하는데 그날은 트랍스가 피고였다.. 트랍스는 흔쾌히 피고를 자칭했고 게임은 시작 되었다.. 트랍스는 죄를 인정하고 죄를 솔직히 털어 놓으라는 변호사 노인의 말에 자신은 죄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하다보니 몇년전 죽은 직장 상사의 죽음이 계획적인 살인이였다는 판결과 사형을 언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고의적인 살인이라는 사실을 트랍스는 인정하지 않지만 논리정연한 언변에 그 사실을 인정하고 그런 사실을 알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다시 태어난 것 같다며 그 노인들에게 즐거운게임이였다며 돈독한 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그날 저녁 트랍스는 자살을 하고 만다...
책을 읽으면서 트랍스가 자살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복선이 얼핏 느껴지기도 했는데 결과가 정말 그래서 나도 충격을 받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트랍스의 죽음이 어떤 죽음이였는지 자꾸 생각하게 되었는데 옮긴이의 말처럼 트랍스는 죄책감 때문에 자살을 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을 받을때 트랍스는 부정을 했지만 인간적으로.. 정말 죄를 추궁하는게 아닌.. 양심을 가볍게 해주자 트랍스 자신도 인정하게 되고 홀가분해 하며 새로 태어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마음만으로도 트랍스는 죄를 인정함과 동시에 죄책감이 아닌 양심의 가책을 털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트랍스의 죽음은 죄책감이 아닌 홀가분한 양심의 황홀경에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그 죽음이 트랍스에게는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게임을 주관한 노인들은 트랍스가 좀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자신도 모르는 잘못을 짓지 않도록.. 그런 삶을 바랬을 것이다.. 트랍스 자신은 그 죽음이 비극적이지 않았겠지만...
남겨진 노인들에게는 그의 죽음이 충격적이고 안타깝고 죄책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에 그의 죽음이 충격이였지만..
천천히 곱씹다 보니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안타까웠을 뿐...
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그게 올바른 방법이라 말은 하지 못하지만 두렵고 충격적인 죽임이 그런 식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접근 방법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내가 과연 그런 판결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만약 피고의 자리에 서게 된다면 어떤 잘못이 드러나게 되며 나의 양심은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까..
트랍스의 선택이 이해가 되었지만..
나의 양심의 꿈틀거림에는 아직 해답을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