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이 가을을 가지고 왔다 문학공간시선 148
이연자 지음 / 한강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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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카페에서 선물받은 시집이다... 예전엔 시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집 선물이 달갑지 않았는데 시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달에 한두권씩 보면서 시의 매력에 빠져가고 있어서 오랜만에 선물받은 시집이 참 반가웠다..

시가 짭다고 해서 시집이 얇다고 해서 시집도 아무때나 읽어지는게 아니다.. 시도 읽어지는 날이 있고 안 읽어지는 날이 있는데 일주일정도의 기간동안 3일정도 집중해서 읽은 것 같다..

마음상태.. 시간의 절묘함에 따라서 읽혀지는 것들의 느낌이 다 다르겠지만 특히 시는 그 변화가 민감한 것 같다.. 어느 순간은 격정적이다가 어느 순간은 정적인 느낌...

그러나 이연자님의 시집은 소박함으로 다가왔다..

일상생활에서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작고 큰 마음들의 드러남이 평범하면서 소박했다...

 

어머니/당신이 가신후/ 이 세상은 눈물 뿐입니다(어머니.3)

 

우리의 우정이/지금은 서툴어도/언젠간 걷다가/ 문득 그리움이 되리 (우리의 우정이 서툴러도 中)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두 시만 예를 들어보더라도 소박함과 진실함 그리고 누구나 마음속 깊이에서 꺼내지 못한 언어를 뱉어내어 주는 단아함까지 그렇게 푸근한 시들이였다..

일상의 부분들의 단절... 끊김 같은 시들도 곱씹어 보면 그냥 그뿐이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길어질 필요도 더 진실될 필요도 없는 사실 그대로의 시들... 그런 시들이였기에 굳이 시라고 구분짓기보다는 일상의 언어... 일상속의 모습이였다라고 생각되어 졌다..

감정의 절제....언어의 절제... 허상과 공상이 어우러지는 그런 시가 아닌 모든것의 풀어짐의 시를 읽게 되었다..

그 풀어짐 속에 나는 한껏 편안해진 시간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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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다빈치 art 11
구로이 센지 지음, 김은주 옮김 / 다빈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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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라는 이름은 클림트의 그림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클림트의 그림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당시에는 인물 중심이던 실레의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림의 적나라함 또한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실레의 거친 붓터치의 몇몇 작품에 관심을 갖긴 했지만 그토록 많은 관심을 기울인건 아니였다...

그러다가 클림트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자꾸 마주치게 되는 실레의 그림들에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고 우연히 실레와 클림트가 같은 해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에곤 실레라는 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무료 포인트가 있어 다른책을 제껴두고 이 책을 샀는데 사놓은지 3개월만에 읽게 되었다..

그 3개월의 시간동안 도통 이 책이 끌리지 않더니 이 책을 읽을때가 되었는지 꺼냊서 읽자마자 이틀만에 읽어버렸다.. 너무 빨리 읽고 그림감상도 빨리해버려서 많은 그림들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였다..

따로 찬찬히 그림들만 다시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이 책을 통해 실레 그림의 적나라함에 대한 편견을 많이 깨트리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말하는 누드가 아닌 예술이라는 표현을 실레의 그림 세계관을 통해 이해하게 된 것이다...

 

화가로서의 실레의 삶은 겨우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어렸을때 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빈 미술 아카데미의 시절부터 따지자면 28살에 사망하기까지 그의 화가 인생은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업적은 참 많은 것들이였다.. 나이에 비해 일찍 성공을 거두었고 초기작품들을 인정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의 솔직한 그림 세계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킨 것이다...

 

성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누이들 틈에서 자라난 영향인지 그의 그림에서 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많다.. 그런 그의 작품이 퇴폐적이거나 음란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다..

늘상 보아왔던 풍만한 여성이나 근육질의 남성이 아닌 대부분 비쩍 마른 몸매의 큰 손을 가진 그러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가진 인물들을 그려낸다.. 처음 그의 이런 작품들을 대했을때 적나라함에 놀라고 왠지 그림속 인물들의 비쩍마름에서 신경질적인 면을 보아 거부감을 느꼈던 것인데 이제는 오히려 풍만한 모습의 여성들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실레가 성의 적나라함을 보여주는 그림만 그렸다고 받아들일수도 있지만.. 그의 세계는 풍성했다.. 자신의 자화상을 비롯해 후기에 많은 대중들로부터 인정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삶의 그림들까지.. 그리고 미성년자 납치라는 오해에서 불러온 24일동안의 감금생활에서 그려낸 그의 그 당시 정신세계를 정확하게 보여주던 작품들까지 짧은 화가로서의 기간동안 그는 많은 것들을 일구어낸 화가였다.. 오직 그림만 그릴줄 알며 세상적인 속물과 융통성 그리고 요령은 부족했지만 그의 독특함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다양하다...

 

그런 그가 5년동안 동거해온 발리를 버리고 다른 여성과 결혼한 결단을 내린것이 의아스럽기는 하지만 모델이자 애인이였던 발리와 함께한 시간속에서의 그의 작품과 발리가 떠나버린 후의 작품세계는 현저히 달라졌지만 조금은 성숙해진 실레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분위기의 차이를 굳이 선을 긋고 싶지 않은 흐름이라고 말하고 싶다..

같은해에 친구이자 화가로서의 동반자....

그리고 때로는 스승이기도 했던 클림트의 죽음... 그리고 부인의 죽음 또한 3일뒤의 자신의 죽음까지 온통 죽음의 해였던 1918년을 마지막으로 그의 작품 활동도 끝이 난다...

 

그의 무한한 세계의 작품들을 더이상 만날 수 없었지만 그가 그려낸 세계 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이 생긴다..

자신을 영원한 아니라며 늘 자유를 갈망하던 에곤 실레..

그의 세계로 잠시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의 작품세계에 비해 으외의 평범한 삶을 살다간 실레... 그 짧은 삶의 영향인지 그의 일기나 편지들의 인용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작가의 추측에 의해 씌여진 부분이 많아서 조금은 아쉬웠다... 오히려 독자에게 의문문을 던지는 작가... 그리고 자기의 세계에 몰입하는 실레... 어쩐지 분위기가 들어 맞는 것 같지만.. 그의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감싸며 만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어느새 작가를 따라하고 있는 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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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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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영화화 되었던 터라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다..

영화는 본적이 없지만 재미있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모모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그런 동화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찰리는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렇게 7식구가 살고 있는 가난한 집의 아들이자 손자이다..

늘 굶주림에 허덕이고 추위에 떨며 하루 하루 살아가는 찰리네 가족.. 어린 찰리는 생일날이면 초콜릿을 선물로 받는데 늘 그 초콜릿이 먹고 싶은데 형편상 그럴수가 없는 처지이다.. 자기집 근처에 있는 윌리 윙카의 초콜릿 공장에서 나오는 초콜릿 냄새를 맡으며 살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 초콜릿 공장의 마술사 윌리 윙카가 10년만에 모습을 드러내며 다섯명의 아이들을 뽑아 공장을 견학시켜 주고 평생 먹을 수 있는 초콜릿과사탕을 준다는 광고를 낸다.

그 다섯명의 선발기준은 초콜릿 속에 감춰진 황금빛 초대장을 발견하는 아이가 당첨자이다... 찰리는 그럴 가능성이 없음에도 견학전날 마지막 초대장을 발견하고 견학을 가게 된다..

견학을 하면서 네명의 아이들이 탈락되는 과정과 여행이 흥미진진 하면서도 교훈을 준다.. 마지막으로 찰리만이 남게 되는데 윌리 윙카는 찰리에게 초콜릿 공장을 어린이 되면 맡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가족을 초콜릿 공장으로 이주시킨다...

 

자꾸 영화화 되었다는 사실에 책에서 나온 부분이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영화와 비교해보며 회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아이들을 통해 아이들과 부모에게 주는 교훈과 그리고 마술같은 초콜릿 공장의 세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상상력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잠시 현재의 나를 잊을 수 있었다..

그 상상력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 세계를 꿈꾸며 나의 어린시절을 잠시 돌아보게 되는 것...

왠지 오늘은 검은색의 꿈이 아닌 총천연색의 꿈을 꿀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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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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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쥐스킨트의 신작이 나왔다.. 어떤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는 일... 그리고 반갑게 맞이하고 읽는 시간들... 그 시간들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쥐스킨트의 다른 작품을 최근에 읽기도 했지만 9년만에 신작이라 그런 시간들의 관념을 좀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나 싶다...

 

제목에서 언뜻 비춰지는 로멘스에 '쥐스킨트가' 라는 생각의 물음표를 던졌지만 쥐스킨트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을 생각하다'라는 제목처럼 사랑에 대한 쥐스킨트의 생각을 얘기한 에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단순한 사랑에 관한 감정과 생각들이 아닌 그런것들을 바탕으로 두더라도 문학적인 깊이 그리고 음악과 신화들속의 다양한 예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의 생각들..

그래서 책은 얇지만... 읽는 시간도 그다지 많이 걸리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깊이와 다양함들이 두께와 독서하는 시간에 비해쉽게 사라지는 가벼움이 아니였다..

 

읽으면서 그 다양함과 넓은 공간의 넘나듬이 조금은 뒷받침 되는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해설을 보니 이 책과 동시에 발간된 '사랑의 추구와 발견'이라는 다른 작가와 함께 쓴 작품의 해설서로 봐도 좋고 단독적인 작품으로 봐도 된다는 말에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다음에 '사랑의 추구와 발견'을 사서 보겠지만 이 책을 읽거나 읽으려고 하는 독자들에게 사랑의 추구와 발견도 같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쥐스킨트도 사랑에 대한 정의니 강요니 하는 것들을 말하고 있지 않지만(서술이라고 해두자...) 늘 우리들도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여려가지 상념들을 나누고 공감해보는 시간이 아니였나 싶다..

그래서 우리도 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꼭 사랑만이 아닌 모든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자유를 맘껏 누리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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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8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8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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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때 나의 독서에 싫증이 나 소설들을 제껴두고 소위 문학을 읽어 보겠다고 도서실을 들락거리며 이름은 수없이 들어 봤음에도 읽어 보지 않은 작품들을 하나씩 섭렵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겨울 방학때 죄와 벌 두권이 걸려 들었는데... 방학전 나의 야침찬 계획은 죄와 벌 외에도 여러권의 책을 읽겠다는 거였다...

그러나 막상 방학이 끝나고 보니 읽은 책이라곤 죄와 벌 달랑 두권.. 그것도 너무 어렵고 지루하고 난해해서 포기하지 않고 다 읽었다는 인내와 끈기에 대한 보상심리 밖에 없었다...

'줄거리는 단순한데 이게 왜 이렇게 길까'라는 의문을 남긴채 나의 독서 수준이 낮다는걸(소위 명작이라고 하는걸 이런 식으로 읽었으니.. 후에 명작이라는 이름보단 나의 느낌에 더 치중하게 되었지만...) 깨달으며 도스또예프스끼는 어려운 작가다라는 낙인을 찍은 후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렇게 도스또예프스끼와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2004년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열린책들에서 나온 18권의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보게 되었다.. 우선 죄와 벌 외에도 이렇게 많은 작품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대단한 분량의 전집을 번역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전집중에 '백야' 라는 단편집이 끌려 읽게 되었는데 그 책으로 인해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하나 하나 읽어가게 되면서 어느새 도스또예프스끼의 열렬한 독자가 되어 버렸다. 너무나도 힘들게 읽었던 고등학교 시절의 죄와 벌... 그리고 도스또예프스끼... 그때는 내가 이렇게 도스또예프스끼에 빠지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한번 읽은 책은 잘 읽지 않는 나의 독서 습관 때문에(굳이 핑계를 대자면 여러권의 책을 읽고 싶어서.. ㅋ 그래서 책을 읽을때 최대한 집중해서 읽으려 노력한다... 책은 한번뿐인 인생과도 같다기에..)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초기작을 읽으면서 죄와 벌을 읽을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전집을 읽어 나가면서 번역이 잘 되어 있음을 느끼고 죄와 벌을 읽을 차례를 설레임으로 기다리기도 했다...

읽고 보니 그 설레임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것과는 판이한 분위기.. 그 안에서 난해하고 지루하기 보단 흥미로우며 다른 생각들을 집어 넣을 틈이 없이 즐겁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만감을 교차 시켰다....

 

 

라스꼴리니꼬프의 끔찍한 살인은 책의 초반에 나온다..

동기도 확실치 않은 살인이 너무 빨리나와 남아있는 방대한 분량을 보며 당황하기도 했다.. (상)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라스꼴리니꼬프는 살인을 저질렀고 살인자 임에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태연한 반응이다라는 것이였다.. 그 부분부터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고 라스꼴리니꼬프의 내면의 행보에 주목하게 되었지만 심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진 것에 비해 행동은 평상시와 별 다를바가 없어 내가 더 안절부절이였다... 마치 내가 살인을 목격하고 살인자를 한명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을 정도였다.. 쓸모없는 인간을 죽였다는 생명 존중 사상 결여의 라스꼴리니꼬프였지만 그 살인을 저질러 놓고도 정작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그리고 한낱 꿈처럼.. 이론처럼 치부해 버리는 그가 의아스러운 반면 나도 점점 라스꼴리니꼬프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어지는 전향이 되어가고 있었다....

훔친 물건도 제대로 모른채 쓰지도 않고 처박아 두는 행동만 보더라도 살인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라스꼴리니꼬프라는 인물에 점점 빠져든다...

 

마치 내가 라스꼴리니꼬프가 되어 작가의 의중 사이를 오가며 하는 심리전도 흥미로웠고 라스꼴리니꼬프 주위 많은 인물들과 에피소드 그리고 라스꼴리니꼬프를 통해 인간 그 자체.. 이중성의 끝없는 질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살인자임에도 라스꼴리니꼬프는 잔인하고 냉혈한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게 소설 내내 보여주었던 보통 사람과 조금은 다르다라는 인상을 지워가며 오히려 더 솔직한 인간상과 죄에 대한 고뇌보단 양심이라는 것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끝내는 인간의 도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부터가 잘못된 것이지만 주변 사람들과 소냐를 통해 미쳐버릴지도 모를 비양심에 빠지지 않고 죄값을 치르는 아슬함을 보여주었지만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끝내는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켰기 때문에.. 어쩜 그런 이중성은 우리에게도 늘 존재하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의 갈라짐에서 헤메고 있기에 그를 비난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라스꼴리니꼬프는 그런 마음의 갈라짐을 실행했고 나는 간직하고 있었다는 차이일뿐.. 그가 오히려 솔직하다라고 역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늘상 품고 있는 마음이였기에 자신의 죄를 드러내고 싶지 않고 죄값을 치르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라스꼴리니꼬프지만 결국은 헤메임 속에서 어긋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죄값을 치른다는 것.. 어쩜 시간 죽이기 밖에 안되겠지만.. 그냥 시간 죽이기 만을 하지 않으려는 갈림길에 서 있는 라스꼴리니꼬프가 늘 죄를 꺼내지 않으려는 나와 같아.. 혹은 닮아 있어 마음의 병을 같이 안고 나아감이 느껴지니 안쓰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안쓰러움이 자칫하여 자신의 죄를 별거 아니다라는.. 나는 죄를 짓지 않았다라는 강요까지 가버리는 실수를 당연하게 생각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 당연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라스꼴리니꼬프의 이중성을 나에 잣대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잣대를 늘상 생각하다 보니 나도 라스꼴리니꼬프가 될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 그러나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주변인의 도움을 많이 받을 자신이 없었다...(뽀르피리와 소냐의 도움으로 살인죄임에도 8년형밖에 언도 받지 않았던 시대적,인간적 상황...)

라스꼴리니꼬프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수도 있지만 훨씬 나쁜 삶을 살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늘 양심과 부딪히며 죄를 꺼내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지만 라스꼴리니꼬프는 언제든지 나의 상상속의 죄악이 될수 있다는 사실도 배제하지 않을수 없었다..

 

처절하게 바닥까지 내면을 파고드는 저자.. 그리고 친숙하게 이끌려 가는 주인공.. 그 틈에 이젠 나도 합류하여 우린 삼각관계가 되어버렸다.. 어디까지 나를 지킬 수 있을지 나도 모르지만 그 한계를 본터라 나를 솔직하게 그러나 괴롭지 않게 지켜야 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그냥 소설일 뿐이라는 견해가 나와 아주 가까이 있다라는 섬뜩함이 들기도 한다.. 생각의 차이겠지만 라스꼴리니꼬프는 결코 나와 거리가 먼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한순간 무너지면 닿을 수 있는 인물... 그 헤메임의 끝이 오히려 낭만적인 인물일 뿐인 것이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죄와 벌과 지금의 죄와 벌.. 판이하게 틀리지만 그때 제대로 못 읽었기 때문에 다시 제대로 읽을 기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에 제대로 읽으면 되겠지만 미성숙으로 인한 결여니 내 자신을 내가 이끌 수 밖에.. 그 당시에는 절대 흥미롭게 읽을 수 없었던 도스또예프스끼...

당연했다.. 색안경을 끼고 이해하려는 생각보다 오히려 내 스스로가 이해시키려는 경향이 강했으므로.. 그의 내면을 알고 그의 스타일을 알아가니 그가 순식간에 좋아하는 작가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죽음의 집의 기록'을 읽은 후라서 라스꼴리니꼬프의 시베리아 감옥생활이 이해가 쉽게 되었다. 그런 이해와 도스또예프스끼의 작가적 성숙을 보기 위해 전집 초반부터 읽어나가는 것이지만 그런 의도를 경험하고 알아가니 그런 재미 또한 보람차다...

이제 읽어야할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이 9권 남았다.. 얼른 읽어 버리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지만 반면 빨리 읽어버리면 왠지 도스또예프스끼와의 만남이 단절되는 것 같기도 해서 남아 있는 작품을 읽기가 아까워 진다...

아껴서 소중히 읽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랑과 애정이 도스또예프스끼 뿐만이 아닌 모든 것들에게 퍼져 나가길 소망한다..

사랑의 독서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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