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옥 만세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1월
평점 :
크리스토프 바타이유의 처녀작 ' 다다를 수 없는 나라' 가 너무나 독특한 충격이였다.. 절제되어 있고 공백을 독자가 채워가야 하는 문체... 그 문체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은 어떤 스타일일까 궁금해서 이 책을 구입했다...
그러나 왠걸..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분위기를 예상했다가 뒷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느낌이였다.. 전혀 다른 문체... 전혀 다른 분위기...
그러나 그 변화가 신선함과 성공을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랬다...
15세 소년 조슬랭에 의해 비춰지는 어둡고 소외되고 음침하고 결코 밝음이라곤 없는 세계... 그 세계의 표현은 수다스럽고 산만하고 제목에서처럼 지옥의 언어였다.. 세상을 자기식대로 풀어나가는 그러나 그 안에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조슬랭의 시각... 그리고 내뱉음...
정신분열자 같은 혼란과 소음과 이해할수 없음이 난무했지만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적나라함에 나도 어느새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조슬랭 자체에 빨려드는 것인지 언어의 메타포 향연에 빨려든 것인지 내자신도 혼란스러울 지경이였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조슬랭에 의해 결코 평범하게 그려지지 않는 삶.. 우울함이 그득할 것 같지만 늘 유머를 잃지 않고 있어 조슬랭의 세계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그처럼 대수롭지 않게 묵묵히(조슬랭의 언어는 심히 소란스러웠지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언어에 너무 정신 팔려 있다가 가끔 스토리를 캐내지 못하고 지나치고 나서야 멍해 있을때도 있었다..
언어가 소란스럽다고 조슬랭이 산만하다고 나까지 그래지는 중독성이 있는 세계에 나는 푹 빠져 버린 것이였다...
그런 조슬랭이였기에 조슬랭의 언어로 씌여졌기에 조슬랭의 얘기 말고도 부모님이나 주변 인물들 혹은 연극 스토리들까지 온통 소외되고 불행이 끝이 없는 이야기들이였다...
지옥...지옥 언어.. 정말 지옥을 만나고야마는 조슬랭... 점점 나약해지고 희망의 빛이 새어나오는 미래라곤 없어 보이는 조슬랭의 이야기가 그렇게 사라져 버려서 아쉽고 안타까웠다...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는데.. 마엘만은 꼭 찾아서 열정적인 사랑은 잃어버리지 않길 바랬는데..
조슬랭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조슬랭 답지 않은 타락은 어쩜 당연하고 예정되어 있었다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조슬랭의 내면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의 자유분방함을 이해해가면서 그 다운.. 나름대로의 독특함을 갖추길 소원했다...
어쩜 내가 소망한 것이 조슬랭답지 않다고 전체적 분위기에서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조슬랭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음에 서운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어의 놀람에 한참 친숙함을 느끼지 못했으나 그 시끄러움 속에서도 평소 관심갖지 않았던 못배우고 무능력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언어의 폭력 속에서 그려지는 그와 맞물린 삶...
지옥의 언어.. 언어의 축제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독특함..
그 문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였다..
작가의 변화의 그 완벽함에 신선함을 느꼈고 혼란속에서도 조슬랭을 잃어 버리지 않았던 나의 인내를 보았다...
순식간에 빨려들어 순식간에 읽어 버렸지만 언어의 여운은 오래 남아 자꾸 사색하게 만드는 미련은 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