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애
선쉬에 지음, 박영순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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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카페에서 '천년애' 책 받기 이벤트를 할때 그런 질문이 있었다..

'영원한 사랑을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저당 잡히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기발한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준다는 거였다... 공짜책이라면 환장을 한터라 이벤트 응모를 하려 했는데 이 질문에 막상 떠오르는게 없었다.. 그렇게 이벤트 기간이 다 차가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영원한 사랑과 바꿀만한 것이라면? 영원한 생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육신의 생이 다하면 내가 소망하는 그곳.. 천국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그가 없는 천국이라면 그것을 버릴 수 밖에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맨 마지막으로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명단의 젤 끝에 있는 내 아이디를 보고 이것도 가능한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책이 오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그날 다 읽었다...

마지막을 읽고 보니 책을 받기 위해 내가 제시했던 생각대로 여주인공이 영원한 생명을 버렸다는 것을 알고 나서 조금 멍해졌다..

'나와 같은 생각이였네' 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영원한 삶.. 생명... 행복... 보다 소중한 사랑.. 그 사람과의 단 하루를 위해 그것들을 포기했다.. 과연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과 함께 난 아직 혼자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졌다..

마주보는 사랑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하는 사랑도 기억이 가물 가물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내게도 사랑이라는게 찾아올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절절한 사랑얘기 일거라는 이미지를 품게 했다...눈물을 자아내는 그런 사랑일꺼라고 흔하게 보아온 그런 분위기겠지만 오랜만에 접하는거니 즐겁게 읽자고 내 자신을 다독였다...

그러나 아징과 한누어의 안타까운 사랑은 독특해도 많이 봐왔던 사랑이라고 쳐도 그들의 배경이 되는 곳 제8호 전당포의 이야기는 판타지적인 요소와 함께 신비감을 더해주며 인간의 욕망과 삶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미와 함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아징과 한누어의 과거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영원한 삶에서도 무미건조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이 진부해 보였다.. 그들이 보여주는 진부함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걸 철저히 보여주었다... 아징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한누어는 부인과 아들의 행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버리고 저당잡혔다.. 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들은 알기에 전당포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측은하게 여기고 가끔 그 세계의 법을 교묘히 이용해서 도와주지만 인간들 스스로가 자청을 해서 찾아옴으로 그 발길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인간세계의 허상이 있기에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보다는 인간들의 속성을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실재로 작가도 내가 생각했던 주인공들의 사랑보다는 그들의 과거... 그리고 인간의 삶의 존속성에 더 중점을 두어서 쓰고 있었다.. 그래서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에만 초점이 맞추어지고(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두사람의 사랑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한누어가 사랑을 저당잡힌탓도 있지만..) 오히려 한누어와 그의 아내의 사랑에서 더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떠나고 나면 아내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할거라 생각했지만 아내는 좋은 사람들의 제의를 다 거부하고 오로지 한누어를 그리워 함으로써 그게 행복이라 믿고 삶을 마감한다...

 

이 책 제목의 원제는 '제8호 전당포'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 제목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원제로는 이런 뉘앙스를 풍기지 못하겠지만...) 천년애 라는 제목에는 아징과 한누어의 사랑의 중점과 무게의 빈도가 단시간에 읽어 버린 탓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약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한 판타지적인 요소때문에 재미있게 읽은 것 또한 사실이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스탠드 불빛 아래서 꼼짝 않고 읽다 보니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였고 그 세계에 푹 빠져서 잠시 현실감각이 떨어져서 책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판타지적인 요소 때문에 어디에선가 존재할 것 같은 다른 세상의 체험....

잠시 공상의 세계를 펴다 잠이 들었는데 꿈속은 어지러웠다..

그래서 마치 이 책의 내용이 어젯밤 꿈처럼 느껴지는 몽롱함도 있었다...

어젯밤의 꿈이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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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넬라 새벽 두시에 중독되다
고연주 지음 / 맥스미디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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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예배당은 노을이 가득차 있었다..

햇볕이 가장 잘들오오는 곳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라오넬라...

왠지 교회에서 읽기엔 조금 거친게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텅빈 예배당의 중압감... 고요함 때문이였을까..

고요함속에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고 책은 우울했다..

처음에 조심스레..점점 솔직해지는 엄마 얘기의 시작이 단아하다 생각했다.. 나라면 우왕좌왕 했을 얘기를 저자는 단아하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단아함은 엄마를 잃어버린 후의 저자의 삶의 흔들림처럼.. 우울함처럼 점점 퇴색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활하지 않는게 의아할 정도의 방황.. 외로움.. 두려움을 차분하게 쓰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그래 그럴 수 밖에 없을거야 라는 세상은 생각보다 거칠고 우울했다.. 늘 그런 편견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라고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세계의 처절함이 우울함을 넘어 짜증까지 나게 했다...

몸이 근질근질하고 엉덩이가 들썩여지고 안절부절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은 짜증...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러나 나의 눈과 손은 더 빠르게 책을 훑터 내려갔다..

그러다가 저자의 이모의 활약(?)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저자의 삶에 나타나는 빈도가 잦아졌다..

조금씩 성숙해져 갈수록 어른들의 참견은 많아졌다..(참견이 있을 당시 저자를 아이라 할 수 있을까?) 이모도 그런 참견이 많은 어른이였으면 차리리 나았을 것을 이모는 나빠져만 갔다.. 아니 원래부터 그런 동생이였는지도 모르겠으나 저자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까지 빼앗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이모를 미워할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저저의 이모를 미워하고 있었다.. 나라도 저자가 골치아픈 조카였겠으나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단계가 있는데 이모는 저자에게 못된 이모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 이모가 자꾸 미워졌다..

나의 미움의 근원도 모른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짜증의 원인을 이모로 돌리고 있었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돌부리에 자꾸 걸리는지.. 아니.. 잘못을 떠나 자신의 선택이 뒤따랐다해도 왜 그렇게 풀리지 않는건지... 도대체 풀림이란 먼지.. 모든걸 뒤죽박죽 만들어 버릴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틀어져버린 마음의 잘못을 탓할 수 잇는 핑계거리에 자꾸 이모를 갖다 붙였다.. 그게 방편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힘들게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한 저자...

그 공간 앞에 안도감이 이어졌다... 이젠 좀더 안정된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겠구나 라는 안도감... 그 안정이 오래가길 진심으로 바랬다...

 

책의 겉표지에 보면 '자전적 성장소설' 이라는 말이있다..

소설이라는 이름 앞에 그렇게 인생이 고달퍼야 했을까...

도저히 10년의 세월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된 삶...

성장소설이라는 포장이 가혹하다...

아니다.. 가혹이라고 이름 붙여진 가운데 정말 그렇게 살아가는 청소년이 많을 것이다.. 그네들의 상처를 어찌 보듬어줄 것인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것일까.. 과연 주위에 그런 청소년을 만나면 색안경을 벗어본적이 있던가...

이기주의.. 나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지나쳐 버리는 것들..

그리고 이렇게 뒤늦게 후회하는 척 하는 아량...

역겹다... 차라리 저자를 통해 그런 삶의 잔상을 잘 구경했노라고 하자.. 그들에게 다가가지도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할바에는..

왠지 뻔뻔함이 내 얼굴을 경직되게 한다...

그리고 나서 라오넬라의 깨진 무릎 짝짝이 스타킹을 신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서있는 나를 보는 듯한 착각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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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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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눈에 띄였다... 우리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그 위험을 한번 체험했는데 어떤 위험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책 제목에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은 몇배 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 책이 위험하다라.. 그 위험이 알고 싶어 호기심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책을 열자마자 책의 희생자들에 대해 나온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읽고가다 차에 치인 전임강사 블루마, 도서관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떨어져 반신마비가 되는 노교수, 손에 닿을듯 말듯한 압살롬 압살롬을 꺼내려다 다리가 부러지고 지하 공공 도서관에서 폐결핵에 걸린 친구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삼켜버린 후 소화불량으로 죽어버린 개.. 이 사건들을 모두다 책의 희생자라 말하고 있었다..

특히 블루마의 죽음은 문학적 죽음이라는.. 문학으로 생을 마감했다라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독특한 관념이 한 독서광이자 애서가인 카를로스 브라우어의 등장을 알리고 있었다..

 

블루마 대신 전임하게 된 강사 앞으로 한권의 책이 배달되어 온다..

수신자는 블루마.. 발신지는 우루과이.. 심하게 훼손된 조셉 콘래드의 '섀도 라인'......

왠지 이 책을 돌려 주어야 겠다라는 사명감에 부에노스아리레스와 우루과이 등지의 여행길에 오른다.. 카를로스 브라우어를 찾아....

그 여행길에서 브라우어의 삶의 단면과 블루마와 짧은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브라우어의 책에 대한 열정 열광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놀라움이 짧은 사랑을 압도한다...

인간과 인간의 사랑보다 개인과 책과의 사랑을 다룬 책.. 그 사랑의 과도한 넘침과 도서수집가.. 애서가.. 독서광들의 얘기를 들으며 내가 늘 꿈꾸던 것이지만 이 사람들은 지나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만권 가까이 되는 책을 분류하는 브라우어... 그 공간에서의 에피소드.. 자기식대로 분류하고 도서카드를 만들겠다는 포부속에서 그만 불이 나고 만다...

그 불속에서 지금것 분류해 나갔던 도서카드가 불타버린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이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미 한계에 다다른 브라우어는 그 수많은 책들을 이끌고 우루과이의 남부해변에 집한채를 짓는다.. 그 집의 재료는 다름아닌 그의 책들이였다..

책으로 만들어 졌다는 환상적이 집이 아닌 시멘트 속에 묻혀 버리는 책들이 되고 만다..

그집을 지으면서 책의 배치를 고려하는 브라우어는 이미 그 책들의 삶을 끝내 버린 것이다.. 애증을 넘어선 광기.. 책에게 휩쓸리는 인생... 그러던중 블루마에게세 편지 한통이 날아온다...

섀도라인을 돌려 달라는 것.. 단지 책을 받기 위함이 아닌 브라우어에게 자신의 가치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블루마의 요청에 브라우어는 그 집을 부수어 가기 시작한다.. 섀도라인을 찾기 위해..

그래서 시멘트가 덕지 덕지 묻고 훼손된 책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찾기 위한 노력의 탓으로 이미 폐허가 되어버린 집을 등지고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블루마에게 그 책의 도착이 한발 늦었다는 것을 모른채...

그래서 섀도라인은 다시 돌려줄 수 없게 된다...

 

 

책을 좋아하면서부터 늘 꿈꾸던 것이 있었다.. 방 전체를 책으로 채워보는 것..

물론 내가 다 읽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 틈바구니 속이라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는 꿈을 늘 꾸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브라우어를 비롯한 몇몇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이런 나의 꿈을 뛰어넘어 버린다..

헤아리기조차 힘든 책들.. 경매를 통해 책을 사들이고.. 책에 휩쓸리고 빠져버리는 그들... 광기의 단계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책이 많을때에 생기게 되는 온갖 에피소드(예를 들면 책벌레들.. 정말 어디선가 책들을 갉아먹고 산다..)들을 보며 재미있게 읽었지만 곧 그게 나의 일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들을 독서광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애서가 도서수집가라고 부르는데에는 그들의 책에 대한 지식과 훌륭한 책을 알아보는 눈을 통해 경매로도 책을 구입하는 그들을 보아하니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사이를 자유 자재로 드나들며 책을 논하는 그들앞에서.. 나는 참 작아졌다..

책을 좋아하고 열심히 읽지만 언제부터인지 내게 쥐어지는 책들의 수에 집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처럼 책들을 알아보는 것이아니라 늘 고만고만한 나의 수준을 보며 조금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나는 왜 독서하는가 라는 질문에 즐거워서라고 답하지만.. 그 즐거움 뒤에 내게 남는게 별로 없다는 생각과 나의 독서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 대한 열정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브라우어의 삶...

떠난 후의 그의 삶을 알수 없었지만....

내가 보아온 그의 삶이 꼭 불행하다라고만 생각되어지는 것은 아니다..엉망이 되었더라도 무언가에 그렇게 열정이 쏟아본적이 없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브라우어의 삶을 추적하면서 주인공은 책을 볼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의 삶을 알아가면서도 책에 대한 집착을 떼어버릴 수가 없었다.... 그게 내게 위험한 요소가 된다 하더라도...

 

추리적으로 나아가는 전개.. 그리고 자신을 파괴시켜 가는 열정등을 통해 때론 위트를 맛보며 서정적임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나의 열정에 대해 재조명해보는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시간들이였다..

그리고 책 파도타기를 해보려고 책 속에 나오는 내가 궁금해했던 책들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는데 단 한권도 검색되지 않았다..

존재했을 책들의 부재..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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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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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전에 '미스터 에버릿의 비밀'을 샀을때 덤으로 온 책이였다..

문학위주로 읽는 나이기에 가끔 현실감이 떨어지거나 정말 의욕상실일때 읽으려고 아껴둔 책이였다.. 제목은 참 많이 들어봤는데 이런 책들의 특성상 책을 읽고 난 여운이 오래 가지 않을 것과 왠만한자극에도 끄떡않을 두꺼운 마음의 문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채 별 생각없이 읽었다..

역시나 같은 패턴으로 시작하는 서론이였다.. 주인공의 어려운 상황들.. 그리고 도저히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 날의 연속들.. 궁지로 몰고 있었다.. 이제 뭔가가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좀더 엉뚱하게(?)흘러가고 있었다...

 

폰더씨는 절망의 상태에서 자동차 사고를 내고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그는 해리 트루먼, 솔로몬 왕, 콜럼버스, 안네 프랑크, 에이브럼 링컨, 가브리엘, 체임벌린등 과거속의 인물들과의 환상여행을 하게 된다..

그들은 모두 폰더씨처럼 중요하고 어려운 순간에 직면해 있었다.. 트루먼은 포츠담 회담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였고 안네 프랑크는 전쟁속에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고 체임벌린은 남북전쟁에서 위험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었다... 체임벌린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너무나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런 인물들이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을때 왜 폰더씨와 만났을까...

그런 의문부터 마지막까지 폰더씨에게 주는 교훈을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먼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의 생활의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위기들... 그 결과의 후가 아닌 가장 혼란스럽고 어려울때 폰더씨는 그들과 직면한다는 사실이 폰더씨의 현실이 비극적이고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었다..

자칫 절망에 빠져 자아비판으로 가다보면 상황들이 나에게만 불리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폰더씨도 그러했지만 폰더씨가 만난 인물들은 같은 상황임에도 자신들만의 신념이 있었다...

 

거창할거라 생각한 그네들의 신념은 우리가 언제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였다.. 실천을 하냐 안하냐에서 결과의 차이가 나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하다는거.. 그러나 훨씬 열정적인 삶을 일궈 나간다는 데에서부터 간격이 벌어지고 있었다.. 용서하는 마음.. 꿈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마음등 늘상 우리가 생활하면서 마음으로 품고 갈망하는 것들이였다.. 꺼내지 못하고 하루 하루를 죽여가고 있을때 그들은 더 큰 확신에 믿음을 싣고 자신들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위대하고 완벽한 것이 아닌 열정으로 채워 나가는 인생.. 내겐 그런 노력이 없었다...

과거에 얽매이고 도무지 꿈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채(꿈이나 있을까?)이끼가 잔뜩끼어 버린돌.. 그게 나였다..

폰더씨도 그러하다는 자기비판의 끝에서 위대한 인물들과의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지만 그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점검해보며 돌아보고 있었다.. 특히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게티스버그 전투에서의 체임벌린과의 만남에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평범한 개인이 미국 역사를 바꿀 수 있었던 것처럼 나 자신은 물론이고 더 큰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아 발견.. 체임벌린의 신화가 더 크게 와 닿았던게 자신의 평범함과 체임벌린의 평범함이 별차이가 없었음에도 신념의 차이에서오는 행동에 따른 결과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돌격하라!'라는 이 말한마디에 위기에서 벗어나고 신념을 굳힐 수 있었던 체임벌린의 용기와 의지에 나 또한 숙연해졌다..

도대체나라는 평범한 인간은 무엇인가.. 평범함을 가장해 늘 스스로를 판단해 버리고 차단해 버리는 나만의 신념...  평범함을 역이용하는 낮은 용기와 높은 절망.. 늘 그안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서의 인물들의 생활의 일부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한순간에 그들의 위대함이 만들어진게 아니라는거.. 나와 같은 조건의 하루 하루를 살았다는 거... 다만 그 안에서의 꾸준함과 자기만의 깨달음으로 미래를 설계하며 전진했다는 사실이 늘 멈춰버리기만 하는 나의 의지에 용기를 주었다..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 그러면 더 가치있는 미래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게 심어주었다..

왜 그걸 몰랐겠는가..

현재의 소중함을 모르듯 미래까지 좀먹고 있었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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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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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질을 책의 양이 뛰어 넘은건 아니다..

가끔 양에 집착해 책을 사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이 그랬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같은 작가의 '인더풀'까지 준다는 거였다.. 제목은 많이 들어봐서 어떤 책일까 궁금은 했지만 구입목록에 우선순위를 둔건 아니였는데 조건이 너무 좋아(요즘 책들의 유혹이란..^^)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싸다고 무조건 사냐는 핀잔도 들렸지만 그래도 도저히 내가 구입한 가격에 두권의 책값이 나오지 않아 구입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배송이 되어 내 손에 쥐고도 이거 혹시 허접한 책이 아닐까 하는 쓰잘떼기 없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 얇은 케이스에 두권이 같이 들어있는게 우선 마음에 들었다..(오옷! 책의 인상착의에만 집착을..)

유쾌한 책이라는 광고문구가 그득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늦은밤이였고 그날따라 책한줄 못읽은데다 피로까지 겹쳐 이 책을 읽기에는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유쾌하게 해줄거라는 기대하에..

 

첫이야기는 뾰족한 것만 보면 기겁을 하는 야쿠자의 얘기였는데 약간의 욕과 거친면들이 나와 인상이 찌뿌려졌다.. 펴자마자 이런 내용이라니... 일본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했는데 막 생기고 있었다...

깊은 밤의 독서는 하루를 마감하는 의미도 있어.. 아무리 유쾌하더라도 이런 내용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조금 읽고 책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런 증상을 가지고 있다 라는 소문은 별로 듣지 못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이라부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책에서 나온 증상의 진위여부를 논하였던 것은 책을 읽으면서 내마음속을  들켜버린 것처럼 엄습해오는 뜨끔함 때문이였다..

내가 감추고 있던 것들을 이라부와 환자들은 나누고 있었기에 그들이 부러운반면 나는 움츠렸다 폈다를 번복하고 있었다..

특히 장인이자 병원장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는 다쓰로의 얘기는 가장 유쾌하면서도 통쾌하며 뜨끔했던게 늘 내가 가지고 있는 충동적인 결과의 진행여부의 상상을 통해 무언가를 일으키고 싶다는 본능의 공감 때문이였다..

조금은 거창한 말이 되었지만 예를 들면 기우뚱한 물건을 넘어뜨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결과를 상상하면서도 실행은 한번도 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과 가발을 벗기고 싶어하면서 결과를 상상하는 다쓰로와 동질감을 느끼면서 이런게 나만 있는게 아니구나 라는 안심과 함게 엉뚱한 이라부의 치료와 마유미의 주사가 못내 아쉬웠다..

도저히 의사라 할 수없는 이라부의 낙천적인면과 천진난만함.. 상식을 깨는 생각과 행동들 앞에 스스로 자신들을 찾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이 처음에 야쿠자의 이야기를 통해 느꼈던 불쾌함과 싸이코틱한면들이 인간미로 바뀌고 있었다... 늘 닫고 있었던 그럴 수 없다라는 것들을 하나씩 깨줌으로써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저히 진지함이란 없는 의사 이라부 앞에서 말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서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각과 행동들이 이라부 앞에서 눈깜짝할사이에 고쳐졌다면 오히려 더 황당했을 이라부의 괴상한 치료에 마음을 여는 환자들을 보며 관심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상식적인 관심을 깨는 이라부였지만 그 상식을 깨는 관심덕에 좀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지 않았나 싶다... 이라부는 치료와 관심이 아닌 환자의 상황을 오히려 즐기며 당황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런 부조화 속에서 솟아나는 환자들의 편안한 마음들이 우선은 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고 싶었다...

새로운 환자들이 나오고 이라부를 만나는 과정의 패턴은 비슷해 식상했지만 환자 개개인에 대한 즐김의 방향이 달랐던 이라부 덕에 경계심이 웃음으로 바뀌기도 했다..

 

특이한 정신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역시나 특이한 증상들의 환자들.. 내 상상의 언저리나 존재할 것 같은 일들을 끄집어 내 독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저자의 재치에 나도 항복해 버린 것이다..

처음 이라부와 만나 스스로를 찾아가던 환자들처럼 한권의 책을 읽으며 책을 펼치고 덮는 순간의 감정이 파노라마처럼 바뀌어 마치 이라부에게 치료를 받은 느낌이였다..-마유미의 독특한 주사는 없었지만 ㅋ...- 이러한 나의 감정의 변화만 보더라도 이라부의 전문이 병원이름처럼 종합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의사로 보지도 않았던 마음의 얄팍한 변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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