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를 쓰다 - 용기를 전해주는 <어떤 하루> 힐링 필사
신준모 지음, 권반짝 캘리그래피 / 프롬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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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필사책이다. 하지만 글씨를 못 쓰는 나는 머뭇거려진다. 저 글귀를 마음에 새겨보겠다는 의미로 펜을 들었다간 낙서를 만들어 버릴 테고 책의 아름다운 자태를 잃게 만들 것 같아서였다. 한번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의 못난 글씨를 책에 남겨놓긴 싫었다. 그래서 일단은 한번 읽어보자 싶어 깊은 밤 책을 꺼냈고 왜 필사책으로 나왔는지 알 것 같아 아껴가며 읽었다.

글씨를 직접 써보는 것과 읽는 것의 차이는 분명 있다. 글로 써보면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되고 내 마음 깊숙이 박히기도 한다. 책의 자태를 잃게 할까봐 직접 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다른 노트를 펴서 필사해 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와 닿는 글이 많았다. 저자가 출간한 두 권의 책에서 골라 이 책에 실었고 필사책으로 만들었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지 않은 나로서는 신중하게 골라낸 이 책이 더없이 고마울 정도로 좋은 글들이 많았다.


인생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138쪽)


힘든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오늘도 잠 넘겼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람들은 말하곤 해요. 하지만 하루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입니다. (190쪽)


  나보다 잘 살고 있는 사람, 형편이 나은 사람, 좋은 것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의기소침해 하고 있는 나에게 툭 던져주는 말 같았다. 내가 보내버린 하루가 단순하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고 쌓여서 미래의 나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런 문장들 앞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되었고 금방 식어버릴 열정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미지근하지만 오래 머물 것 같은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다.


  각박해진 세상만큼이나 무작정 위로만 하는 책들이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사정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위로와 치유만 하는 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위로만이 아닌 내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듯 때론 따끔하게 충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마음이 몽글몽글 풀어져서 감상에 젖어 있다가도 그런 문장을 만나면 정신 차려야지, 지금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문장들에서 진심을 보았다. 책 소개에서 굴곡이 많았다는 저자의 삶을 무시해 버렸다면 어떤 사람의, 좀 감상적이고 예민한 소유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 치부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글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진심이 느껴졌고 타인에 대한 충고보다 자신의 경험을 조근조근 알려주려 하는 기분이 들었다. 깊은 밤 스탠드 아래 펼친 이 책을 통해 지나온 내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것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준비가 완벽해지는 시기란 없으므로 하고픈 것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세요.(168쪽)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와 닿는 문장들이 다를 거라 생각한다. 너무 많이 와 닿는 문장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나 가장 마음을 울린 문장들을 되짚어보면 현재 나의 가장 큰 고민이 드러난다. 나는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버리곤 하는지 하는 생각이 매일 든다. 그래서 저런 문장들 앞에서 멈칫거렸던 것이고 그 문장을 편하게 넘길 수 있는 나를 상상해본다. 일단은 나의 하루가 지나가는 게 아닌 쌓이도록 만들어야겠지? 순간순간이 허투루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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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 (컬러특별판)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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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때문에 읽은 책이었는데 재밌었고 감동적이었다. 특별판도 그냥 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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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고기 - 연어 이야기
고형렬 지음 / 최측의농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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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간되어 나온 책이라고 한다. 시인의 시집을 두어권 갖고 있다. 이 책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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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2-04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인의 시집이 좀 있어요.
연어 ㅡ모천회귀 ㅡ가장 먼저 떠오르고
남대천은 원래 유명해요.
소설에도 자주 나오고요.

2016-02-04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지막 문장에서 심장이 쿵했다. 딱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책에 지나치게 얽매이고 까닭 없이 예민해지고 감상적이어서 소음에 민감하고 타인을 경계하는 경향도 있다. 책을 적당히 읽고 다른 세상도 좀 경험해야 하는데 너무 안일한 게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 눈빛이 맑아진다는 말에도 공감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민 선생님이 옛 글에서 엮으시면서 하신 말씀들이지만 그야 말로 병주고 약주고^^ 책 읽기의 적당함에 대한 정도를 깨달았지만 역시나 책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지금도 책을 펼치고 있는 내모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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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0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은 책을 오래 읽으면 눈이 침침해지고, 잠이 옵니다. 그래서 눈빛도 흐려지고... ㅎㅎㅎ 눈이 먼저 피로를 느끼면, 잠이 슬슬 오게 되요. 완전 마음먹고 밤새서 책 한 권 읽을 때가 있는데, 컨디션이 좋아야만 가능해요. 컨디션 상태가 최상이 아니면 새벽 2시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눈이 피곤합니다. ^^

안녕반짝 2016-02-06 23: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책을 조금만 읽어도 눈이 침침하고 피로해서 못 읽을 때가 허다합니다. 안경을 바꿔도 눈이 흐리멍텅한게 나이가 더 들면 책을 못 읽을까 조바심이 일 정도에요^^
 
돌풍과 소강
장 자끄 상뻬 글.그림, 이원희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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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뻬 할아버지의 책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으면서 그만의 매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익살스러우면서도 세세한 그림들이 좋고 그에 따른 풍자와 뭔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그간 신간이 출간되면 구입해놓고 상뻬 할아버지가 이 그림들을 그리느라 공들였을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읽고 덮어버린다. 가끔 다시 책을 열어볼 때도 있지만 내가 보지 못한 그림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냥 좋다. 그러다 <뉴욕의 상뻬>를 읽게 되었고 작업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등등 부수적인 얘기들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니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하다. 꼬불거리고, 산만하고,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그림들. 그리고 그 아래 쓰인 모호한 글들을 만나는 순간, 순식간에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이 책을 보고 있는 동안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밀려왔다. 저자의 그림과 글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안도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면서 단박에 이해를 할 때도 있고, 무슨 의미인지 몰라 한참을 들여다 볼 때도 있는데 그 아래 쓰인 글을 보면 더 난해해진다. 우리의 정서와 다른 것도 있고 저자의 시선에서 본 역사와 문화가 익숙하지 않기에 그런 것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조차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는 나를 보고 있으면 그간 저자와 함께 한 시간이 꽤 돈독해졌음을 인식하게 된다.


  수다스러움, 익살, 주책, 청승, 유쾌한 기분들이 모두 느껴지는 그림과 글을 보고 있으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아 일탈의 기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양떼의 무리 속에서 빠져나온 두 마리의 양이 다른 길로 걸어가면서 동료에게 ‘나는 너의 자유분방한 정신이 좋아.’라고 말하던 그림처럼 내 기분이 꼭 그랬다. 저자를 통해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처음에는 단지 삽화가 좋아서 저자의 책들을 모았고 그러다 큰 그림으로 보고 싶어서 신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는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들어가려는 매개물로 저자의 책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떤 작가를 좋아하게 되면 오로지 작품으로 만나기를 고집한다. 자칫 사생활이나 작품의 배경들을 알게 되면 내가 생각하는 저자의 이미지가 바뀌는 것 때문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생각이 변하고 있다. <뉴욕의 상뻬>를 읽지 않았더라면 늘 그렇듯이 그의 그림을 휙휙 지나쳤을 것이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작품세계에 많이 투영되듯이 이제는 저자의 삶도 들여다보면서 그에 따른 깊이를 만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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