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은 그러했다. 무수히 시험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점검하고 또 점검한 것이다. 하지만 좋지 못한 운명을 맞이한 디스커버리 호가 잘 보여 주었듯이 인간의 계획이란 자연의 여신 손에 사정없이 수정당하게 마련이다.
자연이든, 운명이든, 사람이 이 우주 배후에 존재하는 힘들을 무엇이라 부르고 싶어 하든 간에 그 손 앞에 속절없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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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성의 위성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보다 많았다. 게다가 달 천문대가 매년 새 위성들을 발견하여 이제 위성의 숫자는 서른 여섯 개에 이르렀다. 가장 바깥쪽의 위성(목성 XXVII)은 임시 주인으로 삼은 목성으로부터 3040만 킬로미터 떨어진 불안정한 궤도에서 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위성은 목성과 태양의 영원한 줄다리기에서 목성이 얻어 낸 전리품이었다. 목성은 소행성대의 소행성들을잠깐 위성으로 붙들고 있다가 몇백만 년 후 다시 잃어버리곤 했다.
목성의 영원한 소유물은 안쪽의 위성들뿐이었다. 태양은 그들을 목성에게서 결코 빼앗지 못했다. - P174

1945년에 벌써 영국의 한 천문학자는 이 고리들이(토성의 고리) 곧 사라질 운명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중력 때문에 곧 파괴되리라는 것이었다.
이 주장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니, 고리들이 아주 최근, 그러니까 겨우 이삼백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토성의 고리가 인류와 같은 시기에 탄생했다는 묘한 우연을 잠시라도 생각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82

그 빛이 점점 밝아지면서 푸르게 변하더니 태양의 가장자리를 따라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피처럼 새빨간 태양의 빛깔이 금방 그 푸른빛과 대조를 이루었다.

 ‘태양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있는 것 같아.‘ 

보먼은 터무니없는 생각에 혼자 미소를 지었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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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로 와보시오, 착한 양반, "산초가 대답했다.
" 내가 미련퉁이가 아니라면 그대가 말하는 그 통과하고자 한 사람은 살아서 다리를 건널 만한 이유가 있고, 마찬가지로 죽어야 할 이유도 있소. 진실이 그 사람을 구한다면 마찬가지로 거짓이 그 사람을 처형할 것이기 때문이오. 사실이 그러하니 내가 보기엔 나한테 그대를 보낸 그 재판관들에게 이렇게 말하면될 것 같소. 

그자를 처형하는 이유나 그자를 사면하는 이유가 저울에 똑같은 무게로 달리니 그자를 자유롭게 지나가게 하라고 말이오. 
그건 나쁜 짓보다 착한 짓이 늘 칭찬받는 법이기 때문이오.

 이것은 내 이름으로서명해 줄 수도 있소. 내가 서명할 줄 안다면 말이지만, 이는 내 생각으로말한 게 아니라, 내가 이 섬으로 통치하러 오기 전날 밤에 내 주인 되시는 돈키호테 나리께서 주신 많은 교훈들 중 하나인데 그게 문득 내 머리에떠올랐지. 

그건 판단을 내리기가 애매한 경우에는 자비 쪽으로 가서 자비에 호소하라는 교훈이었소. 하느님께서 지금 이 사건에 꼭 들어맞게 내가그것을 기억하기를 원하셨던 게지." - P635

삶에 있어서 모든 것 같은 상태로 지속으로 부질없는 것이다. 오히려 삶은 모두 중심에다 한 점을 놓고 그 주위를 방글방글 도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몸은 여름을 추적하고, 여름은 한여름을 추가을 추적하고 가을은 겨울을 그리고 겨울은 봄을 추적하니 , 이렇게 세월은 멈출 줄 모르는 바퀴를 타고 구르고 또 구른다. 단지 인간의 목숨만이 세월보다 더 가볍게 그 종말을 향해 치닫는다. 인간의 목숨을 제한할  한계가 없는 다른 생애에서가 아니라면 다시 시작해 볼 희망도 없이 말이다. 이 말을 회교도의 철학자인 시대 아메데가 하고 있다. 현생의 가벼움과 불안정성, 그리고 기대되는 내세의 영원한 삶을 이해하게 하는 이 말을, 많은 사람들은 신앙의 빛 없이 자연의 빛으로만 이해해 왔다. - P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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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들도 덕스럽고 사려가 깊으면 그를 따르고 받들고 보호해 주는 사람이 생기니, 부자가 자기를 따르며 아부하는 사람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284

용감한 자가 달아나는 경우는 속임수가 확실할 때이며, 더 나은 기회를 위해 자기 몸을 지키는 것은 신중한 자의 도리이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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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는가, 산초?" 돈키호테가 말했다.
" 빼어난 덕이 있으면 어디에서든 추적을 당하기 마련이라는 걸 말이야. 과거 유명인들 가운데 악의에 찬 중상모략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네. 아니, 한 사람도 없었지.
........
그러니, 산초! 나에 대한 이야기도 훌륭한 사람에 대한 이런 중상들인 게야. 자네가 말한 것보다 더 심한 게 아니라면 말일세." - P81

"왜인지 알아요. 여보? " 테레사가 대꾸했다. 
" 속담에 <너를 덮어 주는자녀를 들추어낸다>라는 말이 있어요. 가난한 사람을 볼 때는 누구나 슬찍 눈으로 훑으며 지나치지만 부자를 볼 때는 시선을 멈추지요. 
그런데 그런 부자가 한때 가난했다면 사람들은 험담과 욕을 해댈 것이며, 더 나쁜건 그 후로도 계속해서 입방아를 찧어 낼 거라는 사실이에요. 그런 인간들이 이 길바닥에는 벌떼처럼 많아요 "

" 이봐, 테레사 "  산초가 말했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아마 평생 들어 보지 못했을 거니까.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내 말이 아니야. 지난번 사순절 때 이 마을에서 설교하신 신부님 말씀이지, 그 신부님은,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이렇게 말씀하셨어. 우리가 지금 눈으로 보고있는 현존하는 사물들은 지나간 사물들 보다 훨씬 잘 그리고 더 강하게 나타나고 존재하여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고 말이야. "
............산초는 계속 말을 이었다.

" 어떤 사람이 잘 단장하고 고급 옷에다 하인들까지 거느린 모습을 보면 순간적으로 그가 비천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할지라도 필연적으로 마음이 움직여 결국 그를 존경하게 되니, 그게 다 그러한 이유에서 나오는 거야. 그 사람의 수치심이 가난에서 나온 것이든 가문에서 나온 것이든 이미 지나간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는 거지.
우리가 눈으로 보는 현재의 것만이 있을 뿐이야. 그리고 신부님은 바로이런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운이 이 사람을 처음에 처해 있던 천박함에서 꺼내어 높이 번창하게 만들면 그는 교양 있는 인물이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게 되거든. 그러니까 옛날부터귀족이었던 사람들과 시빗거리만 생기지 않는다면 - 테레사, 확실히 알아둬 - 그 사람 과거에 대해서 기억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오직 현재 모습에 경의를 표하는 사람만이 있을 거라는 말이야. 물론 시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야. 아무리 번창하는 운이라도 시기하는 사람들한테 걸리면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 P111

그런데 그가 옳았다. 왜냐하면 진실은 가늘어지기는 해도 깨지지 않으며 물 위에 기름이 뜨듯 늘 거짓말 위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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