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가 모든 행위에서 우선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자연적 필요에서 행위하는 자유의지에서 행위하는 상관없이 자기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행위자는 행위하는 한 그 속에서 기쁨을 얻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신의 존재를 원하고,
행위에서 행위자의 존재는 다소 강렬해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쁨이 뒤따른다. 그러므로 자신의 잠재적 자아를 드러내 보이지 못하는 행위는 행위가 아니다.
・단테 - P273

노동 (Labour, Arbeiten): 인간의 생물학적 삶에 상응하는 활동, 인간의 개체보존과종족보존처럼 생존의 필연성을 충족하기 위해 인간에게 부과된 활동의 표현이노동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상에서 생물학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노동의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간의 생명과정도 자연의순환운동의 한 부분인 까닭에 무한히 반복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죽어야만끝나는 노고와 고통‘과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동하는 동물 (aminal laborans):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라는 라틴어 용어 ‘이성적 동물 (animal mationale)에 대비되는 용어로서 인간은 생물학적 필연성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뜻한다. 사람은 노동하는동안에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개체이기보다는 인류라는 종의 일원일 뿐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생존이라는 이해관계만을 가진 사회의 구성원들은 노동의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동물의 종으로 퇴보할 가능성이 크다. - P448

인간의 조건(human condition): 인간이 지구 위에서 실존하는 데 필요한 근본조건을 의미한다. 인간이 지구로부터 탈출하여 화성과 같은 다른 행성에서 살게되면 전혀 다른 조건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처럼 아렌트는 이 개념으로 인간은근본적으로 "조건에 의해 제한된 존재" (conditioned beings, bedingte Wesen)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전통철학이 "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인간을 다른동물과 구별해주는 ‘인간본성‘ (human nature)을 알고자 했다면,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 이라는 개념으로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조건은 우리의 삶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실존조건이다.

작업 (work, Herstellen): 인간의 비자연적 세계성에 상응하는 활동, 작업은 글자그대로 주어진 자연을 변형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인공적인 사물들을 만들고 제작하는 활동이다. 장인과 예술가의 작품처럼 작업의 산물인 인공세계는 인간의유한한 삶을 초월하여 비교적 오랫동안 영속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 P450

행위(action, Handeln):
 ‘보편적 인간‘ (Man)이 아닌 ‘복수의 인간들‘ (men)이 지구상에 살며 세계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상응하는 활동으로서 사물이나 물질의 매개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진다. 행위는 정치적 삶의 필요조건인 ‘다원성‘ (plurality)에 부합하기 때문에 행위는 곧 정치적 행위다. 이런 점에서 아렌드의 ‘행위‘는 이와 유사한 다른 사회학적 범주들, 즉 ‘행동‘
(behaviour), ‘역할 수행‘ (role-playing), ‘업무 수행‘ (doing a job) 등과 구별된다.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인간관계의 그물망 속에서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행위를 통해 새롭게 시작함으로써 인간세계에 참여하는 활동이 바로 ‘행위‘다.
-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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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또는 노동자의 사회에서 삶이 쉬워질수록, 이 사회적 삶을 추진하는 필연성의 충동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필연성의 외적 현상인 고통과 수고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 사회의 위험은, 이 사회가 증가하는 다산성의 풍요에 현혹되고 끝없는 과정의 원만한 기능에 사로잡혀 삶이 더 이상 자신의 무상함을 인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삶의 무상함은 "노동이 끝난 뒤에도계속 존재하는 어떤 영속적 주체 안에서 삶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스스로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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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승리에 따른 피해 중 하나로 ‘고학력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줄어든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때 기회의 문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대학 학위는 이제 (적어도 일부에게는) 학력주의자의 특권과 능력주의 오만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교육만이 불평등의 해답이라 하는 사회적 상승 담론은 부분적으로 비난받는다. 대학 학위가 품격 있는 직업과 사회적 명망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근거로 정치를 하니 민주주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비대졸자의 사회적 기여를 폄하하며 사회의 저학력 구성원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 그리고 노동계급 전체를 대의정부에서 효과적으로 배제한다. 그 결과 정치적 반격을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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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는 이론적으로 노동을 예찬했고 결과적으로 모든 사회를 노동 사회로 변형시켰다. 소원은 동화에서처럼 소원 자체가 좌절되고 실패하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노동의 속박에서 해방되어야 할 것은 노동자 사회다. 그런데 이 노동자사회는 해방을 위해 투쟁할 만한 가치가 있는 더 높은 차원의 더 의미있는 활동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노동의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평등해진 이 사회에는 인간의 다른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치적 귀족이나 영적인 귀족 또는 어떤 다른 계급도 남아 있지 않다. 대통령이나 왕, 수상조차 자신들의 업무를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직업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지식인들 가운데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작업의 관점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고독한 개인들이 있다. 

우리는 지금 노동이 없는 노동자 사회, 즉 인간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활동이 없는 사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것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략)

우리는 마치 하나의 해결책이 있는 양 이 문제를 다루어서는 안 된다.
(중략)
이는 명백히 사유의 문제이다. 사유하지 않음, 즉 경솔하고 무분별하며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하챦고 공허한 ‘진리들‘을 자기만족을 위해 되풀이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뚜렷한 특징처럼 보인다.
.....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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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서부터 늘 주장했어. 성직자나 선동가는 대중의 감정을 수용하고 강화해야 성공한다고, 어쩌면 [소유냐 존재냐] 도 그랬을지 몰라.
우리는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일, 일, 일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을 내, 물건이 넘치도록 많은데도 도무지 행복해하지 않지,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고 인생을 즐길 여유는 사라져만가. 부모님을 그나마 괜찮은 요양원에 보내겠다고,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겠다고 뼈 빠지게 일하지만 정작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하지. 밤마다 가진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도 마음도 다 병들고……. 프롬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보여주었고 사람들은 그의 글을 읽고 충격에 빠졌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어."
- P31

많이 가졌으면서도 기쁘지 아니한가

물질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여행을 ‘경험 자산‘ 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 경험 자산의 가치는 오로지 추억에서만  나오며, 연구 결과로 입증되었듯 시간이 지날수록 점짐 커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기 때문에 물질보다는 체험에 투자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물질적 소유는 세월이 가면 빛을 바래지만 경험 자산을 통해 얻은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 P37

16세기에 코르테스Hernán Cortis 를 위시한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수천 년간 이어진 멕시코 문명을 산산조각 냈다. 이들은 원주민들을학살하고 그들의 문화를 파괴했으며 유럽의 기독교 문화를 강제로이식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멕시코인들이 집단 자살극을 벌이는 방식 등으로 저항한 덕분에 그들의 사회적 성격은 사라지지 않고, 그들이 죽음을 대하던 태도와 의례가 지금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수있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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