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7
T. S. 엘리엇 지음, 황동규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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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곡들1

겨울 저녁이 통로(通路)마다
비프스테이크 냄새와 함께 자리 잡는다.
여섯 시.
연기 피운 하루들의 타 버린 동강이들.
그리고 지금 돌풍 소나기가
너의 발치의 시든 잎새들과
공터에서 온 신문지의
검댕이 낀 조각들을 싼다.
소나기는 쪼개진 차양(遮陽)과
굴뚝 토관(士管)을 때린다.
그리고 거리 구석에선
외로운 마차 말이 몸에서 김을 내며 발을 구른다.

그리고 다음엔 가로등 램프들의 점등(點燈).

2.
아침은 의식을 회복한다.
일찍 여는 커피 노점으로 몰려가는
흙 묻은 모든 발들이
톱밥 짓이기는 거리로부터
흐미한 김빠진 맥주 냄새를.
(중략)

3.
너는 침대에서 담요를 던지고,
너는 누워, 기다렸다.
너는 졸고, 밤이
네 영혼을 이루는 수많은 천한 이미지들을
드러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중략)
침대가에 앉아, 머리칼을 접었던
종이들을 비틀고
흙 묻은 두 손바닥으로
노란 발바닥들을 꼭 싸잡으며.

4.
그의 영혼은, 도시의 한 블록 뒤로 사라지는,
혹은 네 시 다섯 시 여섯 시에
집요한 발길에 밝히는
하늘을 따라 틈새 없이 뻗어 있다.
(중략)

이들 이미지들은 주위로 웅크리고, 그리고
달라붙은 심상들에 내 마음 끌린다.
어떤 한 없이 순하고
한없이 아파하는 것에 대한 생각.

네 손으로 입을 한 번 흠쳐라, 그리고 웃어라;
세상이 공타에서 땔감을 줍는
눍은 여인들처러 돌고 있다.

p27~33

황무지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무녀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네는 대답했지요. ‘죽고 싶어.‘ "
- 보다 나은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1.죽은 자의 매장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 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르베르거 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및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애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출생은 리투아니아이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중략)

이 움켜잡은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 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인자여,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 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 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아 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중략)

"일 년 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아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아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 하지만 히아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 아름 꾳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께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 하고 눈도 안 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작을 들여다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중략)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스테슨
자네 밀라에 해전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아 필까?
혹시 때아닌 사리가 묘상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닷 파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

p.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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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슬픔, 행복, 아름다움 등 모든 감정은 삼체 문명에서는 있는 힘을 다해 피하고 없애야 할 것이었다. 감정은 개인과 사회를 정신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 이 세계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삼체 세계에서 필요한 정신은 냉정함과 무감각이었다. 지난 200여 차례 문명의 역사가 이 두 가지 정신을 주체로 삼은 문명이 생존 능력이 제일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 P397

" 삼체 문멍에 염증을 느낀 지 오래입니다. 우리의 삶과 정신에는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일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중략)
"물론 잘목된 것은 없습니다. 생존은 다른 모든 것의 전제이니까요. 하지만 원수님, 우리의 삶을 보십시오. 모든 것이 문명의 생존을 위해 존재합니다. 전체 문명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존엄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할 수 없으면 죽어야 합니다. 삼체 사회는 극단적인 억압 정치에 놓어있습니다. 벌률도 유죄 아니면 무죄, 딱 두 가지뿐입니다. 유죄면 사형, 무죄면 석방됩니다. 제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정신생활의 획일화와 메마름입니다. 정신을 허약하게 하는 모든 것이 죄악으로 치부됩니다.
우리는 문학도 예술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향유하는 것도 없습니다.
(중략)

이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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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 P30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만 또는 편견 때문에 우리를 잘못 안다.
심지어 사랑을 받는 것에도 엄청난 편견이 개입되어 있다.
어떤 눈도 우리의 "나"를 완전히 담을 수는 없다.
- P152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함을 찾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함을 통하여 인간 종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자기혐오가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의 보답을 받게 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이 보답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자유라는 이름을 얻을 자격이 있는 유일한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으려고 하거나 자유를 얻으려는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좋은 것을 추구하는 자유이다

아름다움에 관한 주관적 이론은 기분 좋게도 관찰자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어버리므로

."연인들은 사랑 없이 의심을 하는 것보다는 틀려도 사랑을 하는 모험을 더 좋아한다

통제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하여 얻은 행복, 이성적으로 노력에서 어떤 일들을 성취한 뒤에 찾아오는 행복은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내가 클로이와 함께 얻은 행복은 깊은 철학적 숙고 뒤에 나온 것도 아니고 개인적 성취의 결과도 아니었다

칸트 이론의 핵심은 도덕성이란 어떤 행동을 수행하는 동기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예상되는 보답에 관계 없이 사랑을 할 때에만, 사랑을 주기 위햔 목적으로 사랑을 줄 때에만 도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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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2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전화기가 아니라 스마트폰, 카카오톡이 고문 도구죠. 누군가가 연락해주고 확인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면 자꾸 스마트폰과 카톡을 매일 확인하게 돼죠.. ^^;;
 

갑자기 머릿속에 두 단어가 떠올랐다. ‘저격수(Sniper)‘와 ‘농장주(Farmer)‘.
과학의 경계학자들은 토론할 때 ‘SF‘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SF은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의 약자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두 단어의 영문 약자였다.

‘저격수 가설‘ 은 저격수가 과녁에 10센티미터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놓았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 과녁의 평면에 2차원 지능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들 중 과학자가 자신의 우주를 관찰한 결과 ‘우주에는 10센티미터마다 구멍이 하나씩 있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다. 그들은 저격수가 잠깐 흥에 겨워 아무렇게나 한 행위를 자신들 우주의 절대적인 규칙으로 본 것이다. - P37

‘농장주 가설‘은 공포스러운 색채를 띤다. 한 농장에 칠면조 무리가 있다. 농장주는 매일 오전 11시에 그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칠면조 중의 과학자가 이 현상을 꾸준히 관찰한 결과 1년여 동안 예외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매일 오전 11시에는 먹이가 있다‘는 위대항 법칙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고 추수감사절 새벽에 칠면조들에게 이 법칙을 발견 했다고 생각하고는 추수감사절 새벽에 칠면조들에게 이 법칙을 공표한다. 그러나 그날은 오전 11시가 되어도 먹이다 나타나2ㅣ 않고 농장주가 들어와 그들을 모두 다 잡아 죽인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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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고통이 주어진다는 것은 고통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 전제되어 있는데 외면해버리고 맙니다. - P24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다해 상처를 보듬고 감싸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보석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중략)
풀잎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눈 오는 날에는 눈송이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눈비 그치면 햇살에도 상처가 있습니다.상처 많은 햇살이 더 맑고, 상처 많은 꽃잎이 더 향기롭습니다.
소나무의 송진의 향을 내뿜으려면 몸에 상처가 나아 합니다. - P37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은 찾아지지 않습니다.고통 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성공이라는 글자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수없이 작은 실패가 개미처럼 많이 기어다닙니다. - P47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만드시 일찍 이룰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찍 핀 꽃이 튼튼한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얼마만큼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견디며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중략)
어쩌면 지금 당신은 대패질을 할 때가 아니라 대팻날을 갈아야 할 때인지 모릅니다. 어쩌면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우리의 인생 전체일 수 있습니다 - P81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만드시 일찍 이룰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찍 핀 꽃이 튼튼한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얼마만큼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견디며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중략)
어쩌면 지금 당신은 대패질을 할 때가 아니라 대팻날을 갈아야 할 때인지 모릅니다. 어쩌면 대팻날을 가는 시간이 우리의 인생 전체일 수 있습니다 - P81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됩니다. 세살세는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 P93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없이 비워버린다.
(중략)
욕심은 버려아 채워집니다. 욕심은 욕심으로 채울 수 없습니다. 욕심을 채우면 만족을 얻는 게 아니라 불안과 초조, 두려움과 무거움을 얻을 뿐입니다.
(중략)
무엇을 얻음으로써 행복해진다면 그것을 잃음으로써 불행해지고 맙니다. 버리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버리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연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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