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또는 노동자의 사회에서 삶이 쉬워질수록, 이 사회적 삶을 추진하는 필연성의 충동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필연성의 외적 현상인 고통과 수고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 사회의 위험은, 이 사회가 증가하는 다산성의 풍요에 현혹되고 끝없는 과정의 원만한 기능에 사로잡혀 삶이 더 이상 자신의 무상함을 인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삶의 무상함은 "노동이 끝난 뒤에도계속 존재하는 어떤 영속적 주체 안에서 삶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스스로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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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승리에 따른 피해 중 하나로 ‘고학력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줄어든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때 기회의 문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대학 학위는 이제 (적어도 일부에게는) 학력주의자의 특권과 능력주의 오만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교육만이 불평등의 해답이라 하는 사회적 상승 담론은 부분적으로 비난받는다. 대학 학위가 품격 있는 직업과 사회적 명망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근거로 정치를 하니 민주주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비대졸자의 사회적 기여를 폄하하며 사회의 저학력 구성원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 그리고 노동계급 전체를 대의정부에서 효과적으로 배제한다. 그 결과 정치적 반격을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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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는 이론적으로 노동을 예찬했고 결과적으로 모든 사회를 노동 사회로 변형시켰다. 소원은 동화에서처럼 소원 자체가 좌절되고 실패하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노동의 속박에서 해방되어야 할 것은 노동자 사회다. 그런데 이 노동자사회는 해방을 위해 투쟁할 만한 가치가 있는 더 높은 차원의 더 의미있는 활동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노동의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평등해진 이 사회에는 인간의 다른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치적 귀족이나 영적인 귀족 또는 어떤 다른 계급도 남아 있지 않다. 대통령이나 왕, 수상조차 자신들의 업무를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직업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지식인들 가운데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작업의 관점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고독한 개인들이 있다. 

우리는 지금 노동이 없는 노동자 사회, 즉 인간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활동이 없는 사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것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략)

우리는 마치 하나의 해결책이 있는 양 이 문제를 다루어서는 안 된다.
(중략)
이는 명백히 사유의 문제이다. 사유하지 않음, 즉 경솔하고 무분별하며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하챦고 공허한 ‘진리들‘을 자기만족을 위해 되풀이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뚜렷한 특징처럼 보인다.
.....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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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서부터 늘 주장했어. 성직자나 선동가는 대중의 감정을 수용하고 강화해야 성공한다고, 어쩌면 [소유냐 존재냐] 도 그랬을지 몰라.
우리는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일, 일, 일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을 내, 물건이 넘치도록 많은데도 도무지 행복해하지 않지,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고 인생을 즐길 여유는 사라져만가. 부모님을 그나마 괜찮은 요양원에 보내겠다고,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겠다고 뼈 빠지게 일하지만 정작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하지. 밤마다 가진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도 마음도 다 병들고……. 프롬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보여주었고 사람들은 그의 글을 읽고 충격에 빠졌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어."
- P31

많이 가졌으면서도 기쁘지 아니한가

물질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여행을 ‘경험 자산‘ 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 경험 자산의 가치는 오로지 추억에서만  나오며, 연구 결과로 입증되었듯 시간이 지날수록 점짐 커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기 때문에 물질보다는 체험에 투자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물질적 소유는 세월이 가면 빛을 바래지만 경험 자산을 통해 얻은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 P37

16세기에 코르테스Hernán Cortis 를 위시한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수천 년간 이어진 멕시코 문명을 산산조각 냈다. 이들은 원주민들을학살하고 그들의 문화를 파괴했으며 유럽의 기독교 문화를 강제로이식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멕시코인들이 집단 자살극을 벌이는 방식 등으로 저항한 덕분에 그들의 사회적 성격은 사라지지 않고, 그들이 죽음을 대하던 태도와 의례가 지금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수있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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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항상 여러 가지 구속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오랜 습관으로 인해 사슬의 무게를 더 이상 느끼지 않을 때에만 자신을 자유롭다고 간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만 새로운 사슬에서만 인간은 여전히 구속감을 느낀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

니체에게 자유는 사슬의 무게를 느끼지 않는 구속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한 구속에서 다른 구속으로 옮겨감을 의미한다.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수없이 많다.
생각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열정‘, 다른 삶은 꿈조차 구지못하게 만드는 ‘습관‘, 행동을 끊임없이 제약하는 ‘양심‘, 주어진 것에서 부단히 벗어나려는 일탈의 ‘쾌감‘ 모든 것이 구속이다. 이들은 가장 사소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열정‘, ‘습관‘, ‘양심‘, ‘쾌락‘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자유의 통로라고 할수 있는 이러한 구속을 허투루 볼 수 있단 말인가.
- P89

모든 빛깔을 다 보려고 하면, 우리는 사물을제대로 보지 못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면, 사물을 몇가지 색깔의 이미지로만 감싸야 한다.

"사상가는 자신의 세계와 모든 사물을 존재하는 것보다 더 적은 수의 색깔로 그리며 또한 몇 가지 색을 서로 구분할 수 없는 색맹이다.
이것은 결함만이 아니다. 그들은 이러한 접근과 단순화를 통해 색들의 조화를 사물들 안으로 투입한다. 이러한 조화는 큰 매력을 가질 수 있으며 자연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아마 이것을 통해 인류는 존재를 보는 데서 처음으로 즐거움을 배웠을 것이다. 즉, 이러한존재는 우선 하나 또는 두 가지 색조로 그리고 이를 통해 조화된 형태로 인류에게 제시되었다."
- [아침놀] - P104

새로운 그 무엇을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낡은 것, 이미 알고 있는것, 그리고 누구나 보고 지나쳐온 것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보는 것이 독창적 두뇌의 특징이다. 최초의 발견자는 대체로 저 아주 평범하고 재기도 없는 공상가, - 즉 우연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
- P120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생각을 니체는 ‘사상 중의 사상‘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사상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세계에 대한 단순한 의견일 뿐인 사상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상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사상 중의 사상을 체화시킨다면, 그 사상은 너를 변신시킬 것이다.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서, "내가 정말로 그 일을 몇 번이고 수없이 계속하고 싶은 것인가?" 라는 물음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유고(1981년 봄 ~ 1982년 여름)] - P169

너의 삶을 다시 살기를 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살아라! - P171

이성의 자유에 이른 사람은 지상에서 스스로를 방랑자로 느낄 수밖에 없다.모든 개별적인 것에 너무 강하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변화와 무상함에 대한 기쁨을 가진방랑하는 그 무엇이 그 자신 속에 존재함이 틀림없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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