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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평점 :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
흑석동 살던 안희준씨, 아버지의 옛 여친이 유산으로 남긴 거북이를, 아니 거북이를 덥썩 받아서 키우시다뇨. 희준씨가 비록 샥샥이라는 고양이와 함께사는 반려동물 애호가라지만 그 녀석은 인형일뿐이잖아요. 식성도 까다롭고 식비도 많이 들거고 목욕시키기도 벅찰텐데 어디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라도 알아보세요. 아 물론 저의 이런 의견은 다른 독자들에게는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요. 어쨌든 중학교 때 분양 받은 강아지를 잠시 데리고 있은 이후로는 동물이라고는 키우지 않는 차가운 가슴인 걸 양해해주세요.
<아무것도 아닌 것>
보미 어머니 지원씨,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 살려야해요, 당장.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자꾸 수술을 미루는 동안 792그램의 그 아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 있다구요.
<우리 안의 천사>
남우씨, 미지씨. 저는 당신들이 뉴스에 나올 줄 알고, 좌우로 형사들이 서 있고 카메라 셔터소리 요란한 취재진들 앞에 고개를 숙이고 등장할까 마음을 졸였습니다.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요. 하지만 극적인 파국이 언제든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은 쌍둥이 자녀를 키우는 당신들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것으로 보이네요. 아기들 잘 보살펴요. 위험한 곳에 가게 내버려 두면 안되요.
<영영, 여름>
와타나베 리에. 언제나 혼자였던 너에게 메이라는 친구가 생겼네. 그 아이의 국적은 ‘더 데모크라틱 피플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그렇게 읽으면 안 될 것도 같은데 자꾸 남쪽 북쪽이 공기놀이하며 사이좋게 지냈으면 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해. (어 이거 공동경비구역 JSA가 연상되네?) 결국 매희는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너는 혼자 남았지만 언젠가 친구가 돌아올거야. 편지에 그렇게 쓰여있잖아.
<밤의 대관람차>
양선생님, 박과의 과거는 사실 저는 관심이 별로 없구요. 저는 자꾸 단역에 불과한 당신의 남편이 부러워요. 완벽한 룸펜. ‘재취업도, 창업도, 출가도, 자살도 염두에 두지 않는‘, ‘그저, 종일 끼고 뒹굴 수 있는 컴퓨터 한 대와 아내가 채워둔 냉장고 속 먹을거리만 있으면 만족하는‘ 가만이의 삶이 왜 부러울까요.
<서랍 속의 집>
여러분. 일단 급매로 나와서 주변시세보다 싸게 나온 집은 의심하시구요. 네고가 쉽게 되면 그것도 의심해야하구요. 혹시 계약도장을 찍었다면 귀를 꽁꽁 닫고 그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자구요.
<안나>
경의 아드님, 제이미는 영어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함구증의 징후를 보이잖아요. 이 이야기는 경과 안나의 8년만의 재회를 다루고 있지만,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해서 비싼 돈 들여서 아이를 사교육 소장에 내몰고 자모모임을 나가야하며 아이를 통해 부모의 욕망을 성취하려는 이 땅 부모들의 이야기가 가슴아픕니다. 조금 보다 말았지만 <SKY캐슬>이라는 드라마도 한창 인기라던데... 출생의 비밀 래퍼토리가 시작되면서 접었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