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을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로 묘사한 이광호의 글은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고 느껴져서
용산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겁도 없이 읽어나가서 그런가 보다 싶기도 한데
누군가 용산에 대해 잘 아는 실거주자 북플러가 있으면 읽어보시고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싶음.
이 책을 읽는 내내 예전에 읽었던 황두진 건축가의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를 떠올렸는데,
건축가를 직업으로 하는 분의 인문학적 소양과
건축을 화두로 서울을 따라가보는 내용이 꽤 재미났기 때문.
이광호의 용산도 그런 느낌의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故 허수경의 ≪너 없이 걸었다≫를 출판한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여서
손에 잡았는데, 대략 난감하였다.
이 책에서 용산참사를 언급한 부분은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데,
거기서 읽은 문장들을 남겨둔다.
.....
사람들은 왜 망루에 오르고 타워크레인에 올라가는가? 혹은 왜 망루에서 불타 죽어가거나 타워크레인 위의 칼날 같은 바람 속에 혼자 서 있어야 할까? 이곳은 말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장소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다만 작은 한식당과 호프집과 복집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던 사람들과, 의식주의 공간을 빼앗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아는 철거민들이었다. 그리고 그날 마지막까지 망루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망루란 무엇인가? 먼 곳을 보기 위해 세우는 벽이 없는 시설, 감시를 하거나 방어를 하거나 조망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설. 벽이 없는 망루 위에 오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더 많은 곳으로부터 노출되고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망루에 오르는 것은 무언가를 걸어야 하는 일이다. 망루 위에서 맞이하는 시간이란 언제 아래로 다시 내려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시간, 바람이 몰려오는 칼날 위에 서 있는 것, 결국은 혼자만의 망루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더 갈 데가 없는 시간이다.(144~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