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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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책을 덮으며 그의 연보를 다시 확인한다.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지 이틀 후면 만 4년이 된다, 벌써.

그와 그가 꾸렸던 밴드의 열혈매니아는 아니었으나,
그의 음악들은 나와 친구들이 자라 어른이라 불리울 만한
나이가 되기까지,
늘 주변을 맴돌던 어떤 기운이었고,
우리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밝혔던 생각들은
‘사이다‘처럼 청량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

아직은 음악이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나누어줄 게 많은 사람이
허망하게 떠난 것이 안타깝지만.

저자 강헌이 말했듯이
나는 아직은 그의 명복을 빌지는 않고 싶다.

나는 결코 그의 명복을 빌지 않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그는 여전히 나와 같이 살아갈 것이므로,
우리가 그를 호명하고 그의 음악이 가진 감동을 나누는 한
그는 여전히 살아 숨 쉴 것이므로.

그는 개인 및 개인의 자유,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만이 인생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 사람이며,
자신이 가진 모든 무기를 동원해
그것을 위협하고 훼손하는 모든 적과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고자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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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8-10-2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정말 정말 빠릅니다... 저녁에 뉴스룸 보다가 알았는데 순간 멍해졌네요.

봄날의 언어 2018-10-26 11:30   좋아요 0 | URL
뉴스에도 나왔나 보네요. 요즘 바빠서 잘 보질 못했었는데... 살아서 할 일들이 많고, 응원하는 이들이 많은 선한 사람들이 더 빨리 떠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울프 노트 문학과지성 시인선 509
정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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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水菊



잉크가 마르는 동안 나는 사랑했네
부끄럼 없이 꺾은 꽃봉오리 한 채의 수줍음과
그 千의 얼굴을
한 꽃의 일평생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설임
열 길 물속
다 들켜버린 마음
나 사랑하는 동안 시들고 비틀린
열매 없는 창백한 입술들이여
똑같은 꽃은
두 번 다시 피지 않는 것을;

이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었으나
세상은 언제나 완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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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 생물학자 장수철 교수가 국어학자 이재성 교수에게 1:1 진화생물학 수업을 하다
장수철.이재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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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표지는 몇 가지 정보를 담고 있는데,

제목이나 부제가 주는 호기심 때문이거나, (읽어 보고싶다!)
이미 읽어본 저자의 다른 저서이거나 (반갑소!)
때로는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고르기도 한다.

이 책의 경우는 제목, 더 정확히는 부제 때문에 집어든 책.
‘생물학자 장수철 교수가 국어학자 이재성 교수에게
1:1 진화생물학 수업을 하다‘
이런 부제의 제목에 혹해서 책을 고른 사람의 다수는
국어학자 교수님 입장에 감정이입을 한 상태라 봐도 되려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소감.
아주 명쾌하다고 했던 진화론, 진화생물학은
명쾌함과 오묘함과 모호함의 경계를 마구 넘나들고
독자의 무지에 그 원인이 있겠지만
어떤 진화론 관련 책을 읽더라도
무난히 개념이나 용어를 이해할 수 있을거라는
장수철 교수의 말이 상당부분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진화론의 탄생과 역사, 기본 개념,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 책들은 계속 꺼내서 읽고
다른 비슷한 책들과 비교해가며 읽고,
리처드 도킨스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도 찾아 읽고,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고 덧붙임.
장수철 교수가 수업을 하고
이재성 교수가 수업을 듣기는 하지만
공동저자 이재성 교수의 역할이 너무 적다. 국어학자임을 내세울 필요도
딱히 없어보이기도 하고.
부제에 ˝낚여˝ 책을 고른 자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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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층 나무 집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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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왜 많이 읽힐까 싶어
1시간 만에 휘리릭 읽어본 책.
그렇게 인기를 끌 만한 거 같지 않은데,
내가 동심을 잃었나?
작가들이 초심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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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아니고 ‘알바노동자’입니다 - ‘최저임금 1만원’을 외친 사회운동가 권문석을 기억하다
오준호 지음, 사회운동가 고 권문석 추모사업회 기획 / 박종철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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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치르고 두어 군데에 지원서를 넣어두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며
처음으로 ‘알바생‘이 된 곳은
다니던 학교근처의 주유소였다.

꽤 오래전 일이라 이제는 흐릿하지만
당시 기억에 의존하면, 주유소를 여럿 운영하던 사장이
문어발식으로 주유소를 늘린 탓에
경영은 어려워졌고,
나와 내 친구 둘은 처음으로 스스로 노동하여 번
두달치의 임금 중 한달치 정도를 떼이고 말았다.
지금 같으면, 고용노동부든 주유소 본사든 어디든
체불된 임금을 받으려 노력했겠지만,
세상공부에 들어간 밑천 쯤으로 여기고
원하던 학교의 합격통보를 받고
차츰 잊혀진 기억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 남은 것은 셀프주유소에서
아주 능숙하고 멋지게 ‘총질‘을 한다는 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능력 하나. )

다음 기억. 제법 상권이 발달한 국립대 앞 노래방
시급 1500원에 저녁식사로 컵라면 하나 제공.
바야흐로 노래방의 시대에 투입된 현장.

카운터에서 시간을 넣어주고,
놀다간 방의 마이크와 탬버린을 정리하고
음주가무의 흔적, 종종 만취음주가무의 현장을 수습하고
받았던 돈.
그 전과 후로 십여개 정도의 알바를 했고
가장 단기간에 관둔 일이었지만,
컵라면 하나 웃돈을 내어 제공한다며
‘알바노동자‘에게 생색을 냈던 사장 내외가 기억에 남는
노래방.

. . .
권문석,

대학시절부터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알아주는 이 얼마없는 진보적 노동운동에 헌신한 인물.
급성 심장마비로 죽기 전날까지
알바노조 대변인으로서 최저시급 1만원이,
왜 당연히 우리나라 알바노동자들이 받아야만 함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사람.
때로 그 자신의 완벽주의가 동료활동가에게 상처를 주어
제법 일상의 안티들과 공생했던
신화와 같이 미화될 리 없어서 더욱
인간적이었던 인물.

그와 같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갖가지 반대논리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의 개념이 한국사회에서
조금씩 자리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가 서른 다섯이하는 안타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노란색 표지의 이 책이 세상에 나와
이 새벽에 공연히
‘알바였던‘ 추억을 끄집어 내본다.
인간 권문석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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