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넓이 창비시선 459
이문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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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회사 반대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십삼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등 뒤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전원을 껐다
이대로 가다 기차를 타면 바다가 나오리라
느리게 날카로워지는 능선에 눈길을 주다가
문득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
이문재 이문재 이문재
부르면 부를수록 낯설어져서 그만두었다
버스는 마주 오는 차를 모두 비켜가며 달렸다
세상의 아침은 세상의 아침에게만 아침이었다
스마트폰을 껐는데도 내가 켜지지 않았다
다들 내보냈는데도 내가 들어오지 않았다
기차를 두어번 갈아타면 항구까지 가리라



별내



땅 이름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듯이

경기도 남양주 별내
그 먼 곳

당신이
내 생에서 떨어지지 않듯이



1인 시위



아마존 정글 속 나비 한마리 날갯짓이
카리브해 연안에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비가 1인 시위 원조라는 생각이 든다

한밤중에 구글어스 들어가 생각느니
어제 오후 턱뼈가 빠질 뻔했던 내 하품은
나비 날갯짓에 견주면 수백배 더 큰 파동이었을 텐데
그간 내가 떠벌린 말들 여기저기 써 갈긴 글들
나비 한마리 날갯짓에 비하면
수천만배 더 거대한 에너지였을 터인데

급상승 급강하 전후좌우 동서남북
구글어스 들어가 생각느니
이런 나비가 너무 많았구나
곳곳에 나비가 너무 많아서 문제였구나
눈짓 손짓 발짓은 물론이거니와
꿈과 희망 주의 주장이 너무 많았구나
나비가 아니고 온통 나비 날갯짓
하루하루 여기저기 1인 시위였구나

1인의 시위만 있고 1인의 삶은 없었구나
1인들의 시위만 있고 1인들의 사회는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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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 - 어렵지 않게 하나씩! 처음 시작하는 제로 웨이스트
케이트 아넬 지음, 배지혜 옮김 / 미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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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 옷이 800억 벌씩 소비된다. 이는 20년 전보다 네 배 많은 양이라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패션에 4계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52계절이 존재한다. 시내 중심가에는 매주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신상품들이 걸린다. 이런 옷들은 보통 값싼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며 오랫동안 입을 수 없도록 디자인된 옷들이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옷을 덜 사는 것이다. 쇼핑 횟수를 한 계절에 한두 번으로 줄일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여러 번 고민하고 정말 필요한 옷들만 산다.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편안한 옷과 신발, 액세서리를 활용해 옷장에 두는 의류의 가짓수를 제한하는 '캡슐 옷장'(계절마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옷만 구분해서 채운 옷장)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들이는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 옷들을 알뜰하게 활용하자는 의미다. 자주 입는 옷을 생각해보고 새 옷과 입던 옷의 개수를 균형있게 유지해보자.(p.164~165)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면 반드시 따라올 수밖에 없는 고민거리다. '어차피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올 텐데 굳이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문득 들 때도 있다. 포장되지 않은 제품을 찾을 수 없거나, 됐다고 미리 말했는데도 음료에 빨대가 꽂혀 나오면 특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상에서 내가 실천한 긍정적인 변화를 되새기고, 제로 웨이스트를 알고 노력하기 전에 내가 쓰레기를 얼마나 많이 버렸었는지 다시 한번 떠올린다.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친구가 새 블라우스나 신발을 샀다고 하면 겉으로는 칭찬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져서 생분해가 안 되겠네. 만드는 사람은 해로운 독성 화학 성분에 노출된 환경에서 블라우스는 만들었겠지. 화학 성분은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그 지역 하수관과 환경도 오염시켰을 거야. 세탁할 때 떨어져 나올 미세섬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라고 생각하게 된다. 서로 다른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어 입어 근질근질해도 무작정 화를 내거나 가르치려고 하지는 말자. 상대방의 기분만 상하게 할 뿐이다. 대신 스스로 좋은 본보기가 되자.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운영되는 브랜드의 옷이나 중고 옷을 멋지게 소화해서 '윗도리가 참 예쁘다. 어디에서 샀어?'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으면 좋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설명해준다. 단, 일장연설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제로 웨이스트 원칙을 지키다 보면 완벽주의로 빠지기 쉽다. 좌절하거나 고민이 될 때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변화에 집중하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된다. 꼭 완벽해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p.149~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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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21-10-0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식을 못해서 가끔 포장 주문을 하고 다 먹고 난후 버릴때마다 정말 죄의식을 가져요.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괴롭더라고요. 그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 주변에서 불편한 모습을 하니 뭐라 말하기도 힘들더라고요.
 
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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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이 죄없는 확신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변호를 기꺼이 맡겠다고 결심했다. 법정에 출석하여 원고인 고등학생들에게 재판에 참석할 수 없는 피츠제럴드를 대신하여 '졸라 재미없는 소설'이라는 원고의 터무니없는 논고에 항변하고, 동시에 이 모든 것은 원고인 고등학생 독자의 악의나 무지 때문이 아니라 1920년대와 2000년대라는 팔십 년의 격차, 한국어와 영어의 어쩔 수 없는 다름 때문이라고 변론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변론은 결국 새로운 번역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친 김에 바로 번역에 착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번역의 속도는 언제나 창작의 속도보다 느렸다. 내가 최종 결정권자인 내 소설은 누구의 재가도 필요 없이 그저 내 상상력의 속도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데 반해, 번역은 이미 저세상 사람인 작가의 의도를 가늠하고, 문맥을 살피고, 사전을 뒤지며, 그러고서도 못내 미심쩍어 다시 앞뒤를 살피는 일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창작이 전차부대라면 번역은 지뢰제거반이었다. 전진한다고 전진이 아니며 제거했다고 제거가 아니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도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뇌관을 제거한 후에도 다른 뇌관이 남아 있을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번역은 한쪽으로 치워두고 내 소설의 창작에만 마음을 쓰게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 고등학생들(이제는 아마 사회인이 되었을)에게 좀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번역으로 이 소설을 읽혀야 한다는 부채감이 남아 있었다.(p.229)

* 보통 '옮긴이의 말'은 잘 읽지 않는다. 대개의 세계문학은 번역된 본문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소진하기 때문이다. 북플 유저라면 누구나 다 읽었을 것만 같은 『위대한 개츠비』를 이제서야 읽었다. 옮긴이가 김영하라는 이유로 문학동네판을 손에 잡았다. 김영하를 제법 읽어서 그런지 역자 후기에도 음성지원이 된다. 소설을 반쯤 읽었을 때 영화도 보았다. 영화를 본 게 소설감상에 도움이 되었는지, 방해가 되었는지는 판단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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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의 언어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그 쇳물 쓰지 마라 (리커버)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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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서 20대 철강업체 직원 용광로에 빠져 숨져

7일 새벽 2시께 충남 당진군 석문면 한 철강업체에서 이 회사 노동자 김모(29)씨가 작업 도중 5m 높이의 용광로 속에 빠져 숨졌다.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용광로에 고철을 넣어 쇳물에 녹이는 작업을 하던 중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
용광로에는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겨 있어 김씨의 시신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 09. 07.

_______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그 쇳물 쓰지 마라>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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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1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시 사건을 찾아보고 시를 읽으니까 참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 느껴지네요 ㅜㅜ
 

내린다는 말보다
온다는 말이 좋다

너도 눈처럼
마냥 오기만 하여라

<눈이 오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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