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신용목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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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먼 창




내가 가장 훔치고 싶은 재주는 어둠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저녁의 오래된 기술.

불현듯 네 방 창에 불이 들어와, 어둠의 벽돌 한장이 차갑게 깨져도
허물어지지 않는 밤의 건축술.

검은 물속에 숨어 오래 숨을 참는 사람처럼,

내가 가진 재주는 어둠이 깨진 자리에 정확한 크기로 박히는, 슬픔의 오래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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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야기 해 주세요.‘

첫사랑이라니. 그거 외모 가려가며 찾아오는 어떤
주사제 없는 질병 같은 거 아닌가.
가끔 대책없이 훅 이런 질문을 하는,
더 답없는 순진한 너희들,
북플러 ‘봄날의 언어‘를 갖고 노는 거 맞지?

일방적으로 좋아할 순 있지.
사상의 자유, 마음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 살고 있으니까, 일방향적인 제스처로.

그래서 그게 사귄거에요 어쨌단 거에요?
좀 좀, 여백도 두고 물도 한잔 하자.
첫사랑이라니. 꼭 들어야 겠다고?
그런 거 없다. 성사된 적 없는 역사는
기록되지 않는 법.

다만.
고래를 쫓는 소년이 아저씨가 되어도,
지도를 모으는 소녀는 소녀로 남기를 바라.
마음을 다해.



...
왕수펀 작가는,
혼자서 ≪냉정과 열정사이≫ 청소년 버전을 썼다.
그런데, 이 성장소설, 얼마전 IPTV에서 보다만
대만(?) 드라마랑 느낌이 비슷한데.
그냥 동일국적에서 온 선입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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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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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하자면, 이 책의 제목으로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는 적당치 않다.
이우일의 만화가 삽화로 들어가 있고,
부산국제영화제 탐방기에 주조연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실상 김영하의 영화 칼럼 모음집이기에 그렇다.
이우일의 삽화나 네칸 만화가 재미를 주기도 하나
이런 표제를 읽는다면,
두 작가가 영화라는 소재를 놓고
이렇고 저런 대담을 나눈 걸 책으로 묶었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까.

김영하 본인은 영화 이야기를 하는척 하며
딴 얘기를 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편집자들에게 주의를 받는 장면을 언급하는데,
이런 스타일이 오히려 더 김영하답다.
영화란 것도 결국 우리 생의 어떤 모습을
영상으로 옮겨놓고 보여주는 것일텐데
영화평론가가 쓴 전문 평론이 있다면
입담 좋은 작가가 풀어놓는
자기 사는 이야기에 영화 붙여넣기, 이런 방식의 글도
나쁠 이유가 없다. 그 글이 읽기 편하고
페이지 마다 특유의 통찰력으로
재미를 준다면 말이다.

덧붙여,
이우일 만화가를 잘 모르고
(검색해 보지는 않았지만, 씨네21과 일을 했을 것 같다.
정기구독 할때 이런 느낌의 그림을 자주 접했다.
구독을 그만 둔 지 오래되었고
이사오며 모아둔 그 책들을 몽땅 버려서
확인할 수 없다)
그가 이 책에 기여한 바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삽화에 등장하는 김영하는
김영하라기 보다는 김중혁처럼 생겼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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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살고 있는 스무살들의
늦가을 물결처럼 반짝이는 이야기.
때문에 책을 읽는 너나 나의 그 시절도 그리운, 쌉싸름한.

이백여 페이지 남짓의 책 속에
열아홉편이나 되는 ‘짧은 소설‘이
엄마품에 고개를 박고있는 강아지들 마냥
앙증맞게 자리잡고 있다.

연인의, 친구의, 가족의.
이별 이후인, 여행중인, 비정규의 일상을 사는.
내 곁에 있는 얼굴들,

김금희 작가의 다음 책은, 무엇을 골라 볼까.

그렇게 최선을 다해 서로 따져보다가도 설마 여기서 밤까지 새우겠나 하는 낙관이 들어 후 하고 밤공기를 들이마셔보는, 곧장 차를 찾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또 오리무중의 길들이 자꾸 이어지는 그 밤은, 대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면 얼마의 시간과 거리가 남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산술 불가의 여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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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신장재편판 4 - 첫 시합 능남전 2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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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자에게는
특정 팬층이 형성되어있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삼국지 만큼이나
등장인물의 능력, 타팀 선수와의 비교우위가
아직도 심심찮게 논쟁(?)꺼리가 되는 작품이
슬램덩크가 아닐까.

한 작품에 매니아적으로
등장인물들, 줄거리에 대해 해박하게
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좀 신기한데
나는 그런 열정이나 기억력이 없어서 그렇다.

다시 읽는 슬램덩크, 능남과의 연습경기는
북산이 혹시 이기지 않을까
종료휘슬이 울리는 페이지가 가까워질수록
조심스레 페이지를 넘겼다.
(가끔 결과를 아는 스포츠 경기의 재방송을 볼 때도
다른 결과가 나올거라 엉뚱한 기대를 한다.
손흥민이 때린 슛은 상상속에서는 모두 골이다, 그러니까)

결과는 바뀌지 않고,
강백호는 콧수염의 신발가게 주인에게
30엔에 조던 농구화를 득템하면서
(평화로운 중고나라!)
이야기는 5편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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