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에서는 전통문화 그림책을 출간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문화를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와 지식이 어우러져 볼 수 있다는 기쁨이 있는 시리즈라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아하는 그림책들이다.

 

그 중 그림이 너무 예뻐 사게 된 '조선 화원의 하루'와 아들이 좋아하는 이순신과 거북선 때문에 사게 된 '바다 전쟁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림책에서 그림의 매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데, 두 그림책 모두 그림의 매력이 충분하다. 도화서 화원의 삶을 다룬 '조선 화원의 하루'는 그림이 매우 깨끗하고 아름답다는 점이 가장 좋았

 

다. 그림을 다룬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라서일까 페이지 마다의 그림들이 너무 예뻐서 꼼꼼히 구석구석까지 살펴보게 되었다.

 

'조선 화원의 하루'가 여성스러운 깔끔함을 가진 그림이었다면 '바다 전쟁 이야기'는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전자가 맑은 수채화의 느낌이라면, 후자는 거친 유화의 느낌이 나 각각의 개성이 묻어났다.

 

두 권 모두 그림작가가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그림들이 있고, 참고 자료가 되는 그림 작품들이 있다.

가령, '조선 화원의 하루'는 13편의 그림 작가의 작품이 있고 그와 비슷한 수의 옛 화가들 작품이 있다. '바다 전쟁 이야기'도 그와 비슷한 수의 그림 작가의 작품이 있고 제승당의 '한산도 대첩'과 같은 역사화가 몇 편 첨부된다.

 

이런 그림들은 글과 조화를 이루며 서사를 이루어가며 때때로 정보를 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아름다운 그림책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선 화원의 하루'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유는 '조선 화원의 하루'의 그림이 단순히 더 예쁘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그 그림들이 갖는 가치가 '바다 전쟁 이야기'보다 높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누가 봐도 김홍도의 '씨름'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예상이되는 다음 그림이지만 그림 작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추가 혹은 변형하여 그림을 그려넣었다.

또한 매 페이지마다의 그림이 각기 다른 상황의 다양한 내용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점은 이 책만으로는 소중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이는 '바다 전쟁 이야기'를 읽으며 느꼈던 사소하지만 지나칠 수는 없었던 불만을 느끼고 나서야 알게 된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바다 전쟁 이야기'도 앞서 말한 제승당에 보관 중인 '한산도 대첩'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두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이 드러나고 그 차이점으로 인해 '조선 화원의 하루'에 더 큰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바다 전쟁 이야기'를 처음 펼쳤을 때의 그림이 주는 남성미에 큰 매력을 느꼈었는데 그래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림의 모티브가 된 '한산도 대첩' 역사화(좌)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듯 보이는 오른쪽의 그림이 못내 아쉬웠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이와 같거나 유사한 - 한 두 사람의 디테일만 바꾼- 그림들이 빈번하게 나와 어느 덧 책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한 전쟁에 대한 그림이 다양한 도화서 화원들의 생활 모습에 비해 다양함이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열 페이지 넘는 작품에 중복되는 작품에 네댓편인 경우에 비해 다양한 작품을 각각 공들여 그린 것이 느껴지는 작품이 빛나는 것은 일반 독자로서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동네의 전통문화 그림책의 그림은 여전히 모두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이 작품들을 하나씩 - 물론 전집을 좋아하지 않아 빠지는 것도 몇 있겠지만 - 사서 읽게 될 것이다.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작품 간의 격차가 느껴질 때, 그것이 전체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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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민음의 시 178
김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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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본적으로 긴 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긴~ 시 중에도 집중력 있게 읽히는 시들도 있지만 나의 산만한 태도는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내가 집중력있게 읽는 긴~~시는 정말 매력 만점! 이라며~~ㅋㅋ

 

김산의 시는 대체로 한 쪽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게 참 맘에 든다. 길어봤자, 2쪽이다. 그 정도는 집중할 수 있다구요!

 

짧은 글 안에 맘껏 말을 가지고 노는 듯한 시들을 느낄 수 있었다.

시인 개인적으로 봤을 때 그리 도시적인 사람은 아닌데(아주 온화하게 표현하자면^^) 시는 지금 우리 젊은 사람들에게 더 살랑살랑 다가온다.

 

간결하고, 친근하며, 말의 재미가 있다.

말의 재미는 그의 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 아래의 '이 별의 이별'과 낭송 파일인 '미지의 미지'와 같이 제목에서부터 중의적인 단어들을 중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나의 기호와 닿는다.

 

개인적으로 말놀이를 좋아하고 말의 재미를 주는 글들을 좋아하는데, 김산의 시는 말의 재미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기에 대중의 기호에도 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산의 첫 시집 <키키>를 기다린 사람이 많은데, 그 중 나는 '이 별의 이별'을 옮기고, '미지의 미지'를 acustic cafe의 'long long ago'를 배경 삼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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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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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에서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이 책을 큰 출판사에서 만들어서 보급판으로 싸게 모두에게 읽혔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뭐, 출판사나 김어준씨의 이익은 나완 별 상관없으니까^^

 

난, 욕을 참 싫어한다. 욕을 하지 말라고 쫓아다니면서 훈계해야하는 사람이므로 욕이라면 아주 고개가 절로 도리질쳐진다. 그런데 이 온통 욕인 책의 욕이 싫지 않다. 욕도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구나 싶다. 그게 스스로에게 새롭다. 이젠 나꼼수를 들어도 움찔움찔 놀라기보다는 깔깔대고 같이 웃는다.

 

이 책과 같은 시기에 '달려라 정봉주'를 읽었다. 물론 그 책도 좋다. 더 빨리 읽히고 더 명랑하다. 그런데 난 김어준의 균형감각이 더 좋은 모양이다. 왠지 슬퍼보이기도하고 비장하기도 하고 분통터져하지만 그래도 객관적 논리를 잃지 않는 균형미가 그의 자화자찬이 아니라도 독자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좋았다.

 

좌와 우, 물론 그는 좌이지만 그래도 올바른 형태의 우의 모습을 제시한 것이 특히 좋았다. 균형미의 절정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의 보수는 보수도 아니구나. 그 사람들 참 우스운 사람들이구나 싶은 생각, 속상하게 든다. 정치인이 멋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그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문재인을 사모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람이 아닌, 욕망의 정치를 하는 특히 돈에 대한 욕망을 이루고자하는 사람이 아닌 문재인을 말이다.

 

"내가 하고 싶다."는 없지만, 내가 해야만 한다면, 그렇다면 이기겠다고 실존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64쪽)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보편 준칙을, 담담하게, 자기 없이, 평생 지켜온 사람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의 육화가 필요하다. 문재인이란 플랫폼이 필요하다. (327쪽)

 

아, 그랬구나 우리의 정치가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하는 것이었구나 그래서 그의 말대로 지금 정부의 피로감이 역대 최고인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국민의 불만의 원인을 속 시원히 들려주는 지점이다.

 

우리 국민은 온통 숨은 사실을 찾는 놀이를 하는 사람들같다. 지금 우리 나라는  숨은 사실들을 꼭꼭 숨겨놓고는 술래가 찾으면 찾았다고 되레 고발하고 구속하는 나라이다. 투표를 독려한 사진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잡혀가는 김제동의 기사가 오늘 떴다라만  우린 뭐 안숨기는데 숨긴 줄 알고 혼자 노는 모양이다. 뭐, 또 시작된 진부한 수법이다. 숨기지 말아야할 사람은 숨기고 있고, 되려 숨기지 않은 사람을 숨겼다며 잡아가는 것, 아 식상하다. 지루해!

 

이 책의 형식적 모양새도 무척 마음에 들지만 그보다는 김어준의 논리가 매력있다. 그에겐 논리와 동시에 비유를 기가 막히게 하는 재주가 있다. 가령, 유시민을 논하는 부분에서 유시민은 소년 가장이야. 소년 가장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입양되는 거야. 그것도 본인들 재혼 문제가 더 시급한 이혼 가정에. ( 321쪽) 또한 기가 막히게 나열한다. 그 나열에 공감을 아니할 자 어디있겠는가. 이것은 박근혜를 논하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남친 때문에 고민해본 적 없고, 섹스 트러블로 고민해본 적 없고, 결혼 때문에 고민해본 적 없고, 결혼해본 적 없고, 결혼 이후의 애정 문제로 고민해본 적 없고, 이혼할까 고민해본 적 없고, 고부 갈등 겪어본 적도 없고, 시댁과 불화 겪어본 적 없고, 전세금 고민해본 적 없고, 대출 상환 고민해본 적 없고, 급여 문제로 고민해본 적 없고, 내 집 마련 고민해본 적 없고, 자기 취업 고민해본 적 없고, 자식 취업 고민해본 적 없고, 자식 결혼 고민해본 적 없다. 그럼 일반적인 삶의 고민 중 최소 90퍼센트는 해보지 않은 거거든(285쪽)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좌우의 개념에서부터 BBk, 천안함, 삼성, 정치인들까지. 아마 고개를 끄덕이다 목이 아플지도 모를정도로. 혹시 저축은행과 반값 등록금 또는 말뿐인 UAE 원유 ‘우선협상권’  등등이  궁금하면 '달려라 정봉주'를 보면 된다. 그래도 둘 중 한 권이라면 난 이 책을 권한다.

 

그의 말대로 문재인을 잡는 것이 지금 우리의 최대 기회라는 것처럼 김어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우리 시대의 최대 기회일 것이다. 난,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그것이 크게 중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난,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갖고 싶은 국민이다. 그게 전부다.  따라서 다음의 말이 내겐 100% 와닿지는 않지만 나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작가의 마음이라 생각하여 적어본다.

 

 이정희와 노회찬과 심상정과 유시민과 손학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사회 모두가 문재인과 함께 손잡고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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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 개항부터 해방 후까지 역사를 응시한 결정적 그림으로, 마침내 우리 근대를 만나다!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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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근대와 현대에 대해서도 바로 보기를 하여 배운다.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부끄러운 과거인지라 배웠는지 안배웠는지도 모르게 넘어가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마주하지 못하는 교육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역사는 그 어느 때이건 마주 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근대와 현대를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물론 가슴아프고 없었으면 더 좋았을 과거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 견뎌내고 있지 않은가, 지금 이 퇴행하는 순간에도 말이다. 

표지의 소녀는 대한제국 시절 우리나라를 즐겨 그리던 엘리자베스 키스가 그린 덕혜옹주의 벗 민용아의 모습이다. 한복을 곱게 입은 조선의 소녀이건만 우리의 그림과는 조금 색다르게 느껴진다. 당시 서양의 화가들은 이렇게 우리 나라의 풍경, 생활 모습, 사람을 그리곤 했지만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탓인지 굉장히 낯설다. 그래서 왠지 더 슬퍼보이기도 한 것이 그래도 우리를 그린 서양의 화가들은 우리의 모습을 안쓰럽고 다정한 시선으로 보았나보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당시 우리 나라의 모습을 그린 대표적 외국 화가로 위에서 말한 엘리자베스 키스를 중심으로 휴버트 보스, 윌리 세일러, 릴리언 밀러를 꼽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 당시 우리 사회의 특징과 사건들을 설명하였다. 

   

고종 황제가 초상화를 청하게 된 계기가 된 휴버트 보스의 그림 속 주인공인 민상호는 휴버트 보스가 "민상호의 얼굴 생김이 한국 민족을 대표하는 데 부족함이 없고, 학식이 높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그렸다."라고 하여 그렸으나 결국 친일에 앞장서게 되었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한국적인 인물로 보여진 그가 택한 삶이 그랬다는 것이 씁쓸함이 많이 남는다. 



   

  릴리언 밀러의 작품으로는 <한강의 황포돛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 나라의 배 모양이 저러했다는 사실을 서양 화가의 그림을 통해 낯설게 보다 보니 더 잘 보게 되었다. 이런 누렇고 서정적인 배만 보던 사람들이 이양선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놀라움, 두려움은 어떠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해본다.  늘 그렇듯 우리의 뜻과는 무관하게 다른 나라의 힘이 들어오는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개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다음에는 우리 나라 서양 화가들의 작품도 당시의 모습을 나타내는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솔직히 일제의 탄압 속에 살아가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감히 나는 가늠하지 못하겠다. 
   외국인 의사가 기획하고 외국인 화가가 그린 크리스마스 씰 조차도 그림 속에 그려진 산이 높다는 이유로, 일본의 연호가 아닌 서기 연대를 썼다는 이유로 검열당한 사건을 보더라도 참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일로 많은 사람들을 억눌렀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 그 시기를 견뎌낸 모든 분들은 그 이유만으로 충분히 존경스럽다. 감사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우리는 당시를 부끄러운 역사라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저 회피한 채 그 시간을 견뎌온 사람들에게 고마움은 커녕 제대로 된 보상조차 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건 불운의 시대를 요행히 피한 사람들로서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좀 서먹서먹했던 시대와 마주하게 된 점이 가장 기쁘다. 가장 힘들었던 시대조차 웃을 일도 있고 행복한 일도 있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알게된 것도 개인적으로는 의미있다. 작가는 엘리자베스키스의 그림을 많이 제시했는데 이 책 말고도 그녀의 그림을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 몇 권 더 있다. 전시회도 했다는데 난 왜 까맣게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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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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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보다도 이름을 먼저 들었다. 사실, 그랬을 땐 거부감이 먼저 들곤한다. 
어쩌다가 그의 글을 만났다. 한참 후의 일이었다. 까닭없는 거부감을 가진 스스로에게 피식 웃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그를 문학계의 아이돌로 칭하곤 '사려깊은 연인같'다고 표현한 글을 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돌은 모르겠는데 그의 글은 정녕 '사려 깊은 연인같'다는 그 말 밖에는 달리 더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공동체의식 뭐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게 느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안겨준 책의 제목이 별 100개라고 생각한다. '느낌의 공동체'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그의 말처럼 평론집이 아니라 산문집이라니 그렇게 믿기로 하지만 전해받은 느낌은 평론에 버금간다. 사실 평론을 읽다보면 감탄도 하고 공감도 하고 비판도 하고 그와 더불어 머리 깨지는 과정이 행해지지만, 이 책은 앞의 것들은 다 하지만 머리는 다행히 깨지지 않으니 난 이런 류의 책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는.

 책 읽고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참으로 많은 글을 쓰시었다는 생각에 감탄을 안할 수 없다. 아, 부럽다. 나도 읽는 책마다 쓰긴 쓴다만 읽는 양이 그에 비해 한참 모자르니 뭐 쓰는 양이 모자라는 것이야 부러워할 거리도 안되지만 쓰여진 글들이 어쩜 이리 부드러우니, 그 점만은 부럽고 또 부러운 노릇이다. 그는 부드러운 듯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묵직한 검을 쓰는 이 시대가 원하는 검객은 아닐까.

'느낌의 공동체'는 마치 나를 위해 쓴 책인양 싶었다. 좋아하는 시인들을 원한도 신파도 없이 안내해주시더니, 아름다운 시들을 또 얼마나 많이도 알려주시는지, 게다기 시 이야기가 끝나고 소설인가보다 싶으면 마무리는 다시 시를 잊지 않도록 불러주시니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 사실 이렇게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시들을 다정스레 불러서 느낌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준 책들이 언제 있었던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이 책은 특별했다. 시와 시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야말로 내게도 시인에게도 시들에게도 '사려깊은 연인'인 채로 그는 존재했다. 

 이 책을 통해 좋아했던 시인은 더 좋아하게 되었고, 잘 알지 못했던 시인의 시집과 시에는 동그라미와 밑줄의 잔상이 수도 없이 남겨져 있으며, 솔직히 좋아하지 않았던 시인의 시에도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사실, 시인이란 모두 고맙고도 아름다운 사람들이므로. 참고로, 시 외에 소설 몇 편에도 동그라미와 밑줄은 그려져 있지만 어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사이. 작가의 말처럼 미련한 이 독자가 잠이 들기 전에 얼른 시와 소설의 춤을 보아야겠다. 신형철이라는 사람의 춤은 실컷 보고 웃고 느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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