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신경이라곤 1도 없는 소녀는 농구가 아닌 배구에 꽂혀서 응원하다 눈물을 쏟는 일이 숱했다. 고려증권이 해산되던 날의 오열을 어찌 잊으랴? 어른이 되어서도 현대캐피탈 배구 경기를 보려고 병조퇴를 썼는데 스포츠 뉴스에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당황한 경험도 있다. 4년마다 열리는 하계, 동계 올림픽은 육아의 시름을 잊게 하는 마약과도 같았다. 도핑 검사는 내가 해야 할 판. 하지만 이번 올림픽만큼은 좀 시들하게 보지 않았나 싶다. 물론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많이 본 것 같고 우리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다이빙과 높이 뛰기에는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좀 시들했다. 일본이라 그런가, 코로나 때문인가 싶었지만 폐막식이 열릴 즈음 생각해 보니 그건 시차가 같아서 낮엔 육아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 대단한 육아를 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에 아이들을 동반하는 수준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 알라디너라면 책! 아니겠는가? 다행히 우리 집 아이들은 책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첫째는 원격 수업의 심심함을 책으로 견디었으며 둘째는 책은 싫어도 도서관은 좋아하는 아이이다. 그러다보니 육아의 장소로 도서관이나 서점, 북카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집에는 이 곳 저 곳에서 빌린 책들이 발에 채이고 책택배 상자 풀어보는 재미가 다른 집보다는 자주 벌어진다. 얼마 전 주문한 책들이 한꺼번에 도착하는 바람에 그날 올린 책 택배 사진에는 '이삿짐'이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금도 7살 아들은 엄마 옆에서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을 마시며 틀린그림찾기 책을 고심하며 열독하고 있다. 그 틈에 이렇게 나도 책을 읽다말고 '기회는 찬스여!'하며 페이퍼를 하나 올릴 여유가 생겼다. 책을 읽기는 쉬우나 읽은 책을 정리하기란 손목의 건강과 더불어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손목은 파스가 담당하고 있으니 지금이 그 시간이다. 그리하여 정리하는 '최근의 책'이다. (뭔 도입이 이렇게 길어?)
#1. 한줄평
내게 딱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준 책
여행지에서는 편지를 씁시다. 뒤늦게 소환하는 편지보다는 그게 낫겠지요?

나 왜 이렇게까지 에밀리아에게 공감하는 거지?
아동이나 청소년을 고려하고 쓴 것이 아니라 언어나 정서 때문에 그냥 SF입문자가 읽기를 권함.
그래도 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키 씨!
보고 있기에 좋더라~ 글보다 티가 더 눈길이 간. 티셔츠는 죄가 없다.
과학자의 에세이, 그것도 남성 아닌 과학자의 에세이라 더 좋은 지점이 분명 있다.
옳은 말 하는 여성 캐릭터가 정말 많아서 기분 좋아지는 정세랑표 소설들.
#2. 책 산 책
야금야금 아껴 읽는다. [지구에서 한아 뿐]의 경민처럼 우산씨가 좋다.
책이 잘 되면 온라인 서점마다 굿즈 경쟁이 치열하다.
아는 시인 언니가 이 사람에 대해 피드를 올릴 때마다 궁금했지만 이렇게 굿즈 때문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초면에 볼펜을 먼저 봐서 죄송합니다.
집에 중복되는 책이 많아 아주 잠시 고민했지만 그 책들을 정리하는 걸로! 한 세트는 다음을 위해 남겨 둠.
미로 찾기에 심취한 아들을 위해. 스누피 매쉬가방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고는 말 못 함.
종이접기에 심취한 아들을 위해. 네모아저씨의 종이접기 수납함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고는 말 못 함.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림책. 이지은 작가님 책은 첫! 역시 감정카드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고는 말 못 함.
이 외에도 적지 않은 책을 샀지만 펼쳐보지 않은 관계로 생략. 그래도 양심은 있다. 펼쳐보지 않은 책에 대해서 말하는 것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3. 지금 읽는 책들
페이스북에는 사진없이 지금 읽는 책들을 올리고 있다. 형식은 그냥
1. 독서대1 : 날씨와 사랑
2. 독서대2 :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3. 잠자리 책 :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4. 외출용 : 작별 의식
5. 딴짓 하면서 읽는 책 :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오늘 읽은 책 : <이너 시티 이야기>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위에 쓴 것이 오늘 아마 올릴 내용이지 않을까?
어느 덧 옆의 아이는 [미로찾기 :공룡]편을 마무리하고 자꾸 나를 집적거린다. 미로찾기에 심취한 아들을 둔 엄마로 팁을 하나 주자면 '지워지는 볼펜'을 꼭 사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자국은 남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했더 활동도 여러 번 하고 싶어지니 그때마다 투명 종이를 대 주는 것은 지구에게도 미안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큰 아들 공부용으로 두 자루 사 두었었는데 수학 문제를 독심술로 풀려는 귀차니스트에게 이 볼펜은 무용지물이었는데 작은 아들에게 아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신기해하기도 하고. 역시 책은 사둔 책 중에 읽는 것이고 문구도 사둔 것 중에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