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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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책에 대해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밑줄 문장을 옮기고, [콜럼바인]을 찾아 읽기로 한다.

 

그후엔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까?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끈질기게 물었기 때문에 아이를 구할 수 있었다. 직장동료가 우리 이야기를 알았기 때문에 일이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는 용기를 얻었다.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당연히 훨씬 좋으리라고 생각했다. - P25

이 아이는 내 아들이었다.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다해 기르고, 감싸고, 사랑했던 사람. - P95

야구를 하면서 딜런은 스포츠맨십을 배웠다. 딜런이 크면서 우리가 바란대로 강한 승부욕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가 적절히 어울려 노는 법을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뜻하지 않게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P122

다른 분야에서 능력이 탁월한 만큼 부모가 자기들의 끔찍한 고통을 보지 못하게 숨기는 일도 잘했다. - P123

지금 돌아보니 딜런이 완벽주의를 타고난 데다 우리가 딜런이 비현실적인 기대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지 못한 탓에 소외감이 점점 자라났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P143

가장 흔한 까닭으로 드는 게 여자와 남자가 애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아이가 자라서 어떤 존재가 되지 못한 것을 슬퍼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들은 자기가 기억하는 아이를 잃은 것을 슬퍼하곤 한다. - P209

우리는 딜런을 소중하게 여겼지만 딜런 스스로는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딜런에게는 많고도 많은 길이 있었는데, 에릭의 것밖에는 보지 못했다. - P271

프랭크 옥버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일이 있다. "딜런에게는 살인범의 특징이 없지만 살인범과 얽힐 수 있는 취약성이 있었습니다." - P276

특히 돈 문제나 부모의 병 같은 일은 십대의 우울과 자살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다. 두 가지가 합해지면 위험은 확연히 증가한다. - P290

멍한 표정(자살연구가 토머스 조이너는 "1000야드 시선"이라고 부른다)은 자살이 임박했다는 경고 증상인데 놓치기가 아주 쉽다. - P364

다른 유족들과 같이 있으면 딜런은 자살로 죽은 아이일 뿐이었다. 딜런이 한 행동을 용서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나의 슬픔을 경시하거나 잃은 아들을 그리워할 내 권리를 부인하는 사람도 없었다. - P396

자살 유족 모임에서 몇 년을 활동하면서 교육과 예방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모임과 그 후 수십 차례 모임에 참석하면서 위안이 되면서 동시에 두렵기도 한 깨달음을 얻었다. 누구라도 이 자리에 올 수 있다는 것. - P398

애덤 랭크포드 박사는 "명성, 영광 또는 관심에 대한 욕구"가 총기 난사범의 동기라고 한다. //
[난동]의 저자 사회학자 캐서린 뉴먼 박사는 학교 총기 난사범은 "사람들에게 비치는 ‘샌님‘, ‘아웃사이더‘같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더 매력적인 이미지, 위험하고 과격한 반영웅이 될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이미지 변신과 연결시킨다ㅏ. - P424

나는 내가 아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길렀고, 내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기르는 최선의 방식은 알지 못했다. - P424

이 모든 일의 근저에는 그저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 어떻게 딜런이, 우리가 키운 딜런이 그럴 수가 있엇는가? - P428

딜런은 여러 면에서 취약했다. 정서적으로 미숙하고, 우울했고, 더 심각한 기분장애나 인격장애에 시달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톰과 나는 이런 취약점을 알아보고 폭력적 오락, 에릭과 어울리는 것 등 문제를 악화시키는 나쁜 영향을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 - P441

아이들에게 자기 뇌의 건강을 잘 살피라고 가르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기 뇌건강을 건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몰랐다. 내 삶에서 가장 큰 후회는 딜런에게 그걸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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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불행하다고, 다른 사람도 불행해지길 바라는 건 인간으로서 실격이야.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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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말이 사라진 날 -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한 조선어학회의 말모이 투쟁사
정재환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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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손으로 쓰는 리뷰.

 

손으로 쓴 리뷰

밖에서 책을 마무리 지어 리뷰를 노트에 적어보았다. 한글책이니만큼 그래도 글자를 흘겨 쓰지 않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썼는데 딱 노트 한 쪽이 나왔다. 급 마무리 지은 것일 수도 있지만.....

 

방송인 출신답게 유머도 있고 대중적인 한글 전문 서적이다. 주석을 보면 작가가 그간 한글에 관한 소고들을 썼던 것을 알 수 있다. 한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우리 교수님 이름도 찾아볼 수 있었다는 깨알재미.

 

한글날을 맞아 한글 관련 책을 아이들만 읽히지 말고 어른들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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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문을 연 10월 4일부터 도서관 나들이가 다시 시작되었다. 책을 사는 건 사는 것이고, 빌리는 것은 빌리는 것이다. 대체로 빌리는 책을 더 집중해서 빨리 읽는 경향이 있다. 사는 건 언젠가 읽기 위함이니까....그렇게 최근에 읽은 책들이 좋아서 정리해 본다.

 

1. 짧게 잘 쓰는 법

 내게는 생소한 작가이기도 하고, 그간 글쓰기 책에 큰 도움을 못 받았기에 지나치려고 했지만 출판사를 믿고 한 번 읽어보고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그래서 내가 1번 대출자가 된 책이다.

 읽다가 내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 글쓰기버릇의 나쁜 점을 다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가령 이런 문장.

 

하나의 장황한 문장은 자기밖에 관계할 대상이 없습니다. 

문장 내부에서의 무기력한 교감만이 가능할 뿐입니다. 

p46

 

 말이든 글이든 만연체는 딱 질색이라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상하게 문장이 길어지곤 한다. 적확한 어휘를 찾지 못하기도 하고, 머리 속에 드는 것을 그대로 손으로 옮기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을 종이에 적는 동안엔 모든 것이 흐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건 글쓰기가 아니라 메모입니다. 

p96

 

 

촌철살인이다. 가슴을 콕콕 찌른다. 뒤에 연습문제들이 많지만 오래 굳어진 버릇이 쉽게 고쳐질리 없다. 하지만 마음 속에 몇몇 구절들을 가지고 글을 쓸 때마다 되새김질을 해 보자.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데 잘 되지는 않는다. 자신감이 좀 떨어진다는 부작용은 있다. 하지만 부적절한 자신감이 무슨 소용인가?

 

책을 읽다가 너무 좋아서 출판사 SNS에 너무 좋다고 댓글을 달았을 정도로 좋았던 책이다.

 

 

2. 10대의 뇌

 이건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뇌과학도 관심이 있는데 사실 용어나 설명이 어려워서 대중적인 책을 찾아 읽는 중이다. 10대의 뇌만큼 나를 사로잡는 말이 있을까? 집과 직장에서 10대를 내내 만나고 있으니까.

 

 이 책 역시 매우 좋았다. 이미 다른 뇌과학 책이나 육아서적에서 읽었던 내용일지도 모른다. 10대에는 전두엽이(이 책에선 '이마엽'이라는 용어를 쓴다.) 발달하지 못해서 충동적이고 통제가 안된다는 건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다. 하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어른이 메워줘야 한다는 말은 놓쳤던 내용이다. 그 채움이라는 것이 별다른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 불러올 재앙을 미리 자주 말해주라는 것인데 이를테면 밥상머리 교육 같은 거라 할 수 있다.

 

어른들은 이마엽도 발달되었고 다른 기관에서도 균형을 맞춰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뇌 발달 단계상 이마엽은 미숙하고 편도체는 과다하니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일관된 내용이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설명으로 전해져 큰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앞으로 이렇게 잘 가르친 아이들이 뇌 발달을 제대로 한다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테니 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비난과 잔소리만 하는 어른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그런데 어른들 중에도 10대의 뇌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있다는 확신이 든다. 주변에도 이 책에서 말하는 10대의 뇌를 가진 청소년의 행동을 하는 어른이 적지 않다. 그 사람들은 10대일 때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것이니 그것은 또 우리 윗 세대의 잘못이구나! 인류의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서라도 10대의 뇌를 제대로 발전시켜보자, 이런 마음을 먹게 한 책이다.

 

당신이 해야할 일은 자녀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쏟아부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224쪽)

 

 

3. 봉신연의

  올해 나의 독서는 [논어], [춘추전국이야기],[봉신연의]가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앞의 두 작품은 사실 리뷰랄 것을 잘 기록해두지 않았는데 그게 넘 후회되어 [봉신연의]는 각 권을 읽을 때마다 블로그에 정리해두고 있다. 현재 6권까지 정리했다.

https://blog.naver.com/93tiel/222112496618

 긴 호흡의 책은 기록해두지 않으면 좀더 쉽게 잊는 것 같다.

 

드라마, 원작 소설에 이어 지금은 업데이트 중인 <패궁 봉신연의>라는 애니메이션까지 보고 있다. 원래 이런 식으로 독서하는 것이 습관이라 나는 별스럽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은 좀 별스럽게 본다. 심지어 우리 아들도 엄마는 너무 [봉신연의]에 빠진 거 아니냐고 묻는데 난 대체로 가능하면 이렇게 읽는 지라 [봉신연의]에만 빠진 건 아닌데....

 

 각 작품마다 중심인물이 다르다. 강상(강자아, 태공망)은 모두에게 중심이고 드라마에선 양전, 원작 소설에서는 그냥 강자아 중심, 애니메이션은 초반만 봐서 모르겠지만 달기의 비중이 크다. 인물의 성격도 조금씩 다르지만 그래서 원작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아들도 궁금해 하여 한 권짜리로 사줄까 고려중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은 책을 살 때의 마음과는 다르다. 살 때는 효율성을 따지게 된다. 물론 충동성도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여유가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어디 도망가지 않고, 혹시 대출중이더라도 언젠간 내가 읽을 차례가 온다. 하지만 희망도서를 신청해서 내가 첫번째로 읽지 않는 한 전에 읽은 이의 흔적이 발견되게 마련인데 이번 [봉신연의]의 경우 앞 사람이 무척 책을 더럽게 읽는 사람이었나보다. 도대체 뭘 그렇게 잡수면서 읽었나 정말 신고하고 싶었다. 읽기 전에 한 번 훑어보고 빌려오는 게 좋을 것 같다. 미리 봤으면 샀거나 안 읽었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지막 권까진 마무리지어야지!

 

오늘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를 계획이다.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를 수 있다는 게 사치가 되어버린 요즘이다. 머물 수 없어도 들르기만 해도 좋은 도서관이다. 솔직히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이 왜 문을 닫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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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0-10-1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서관 휴관일이었다 ㅠㅠ
 
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안희경 지음, 제러미 리프킨 외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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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코로나 사피엔스]를 읽고도 그 안에 쓰인 의견들이 너무 옳고도 옳아 아껴가며 읽었었다. 그래서 사실 같은 주제로 인터뷰이만 달라진 이 책에 기대를 좀 적게 하기도 했다만 독서 모임 책으로 선정되어 묵묵히 읽었다.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코로나 사피엔스]에도 실린 장하준.

책의 차례로는 세번째 꼭지였지만 [코로나 사피엔스]와 비교해보고 싶어서 가장 먼저 읽었는데 읽자 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중요하구나!"였다. 사실 [코로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가장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인터뷰를 꼽으라면 장하준 편이었다. 뭔가 옳은 말인데 당연한 말 같은 그런 말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번 인터뷰에선 꽤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는다. 내 생각엔 이것이 질문의 힘이 아닌가 한다. 질문이 구체적이니 답이 구체적이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닐까? 사실 [코로나 사피엔스]는 인터뷰어가 누구인지 기억나지도 않고 읽으면서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이번 책의 가장 큰 완성도는 인터뷰어인 안희경이 만든 것이라고 이 책을 덮고난 지금도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제러미 리프킨. 이 사람은 나보다도 한국의 상황을 더 잘 안다. 일개 국민으로서 그저 '왜 그린 뉴딜 정책이 진행이 안되고 있지?'라고 의구심을 가졌을 뿐 그 내용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 분 인터뷰를 읽으며 우리나라의 재생 에너지는 그 양도 충분하고 그것을 발전시킬 경제적 여건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뭔가 눈 앞이 맑아지면서도 씁쓸했다. 그래, 우리 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잖아~ 그러니 태양광이 충분하겠지! 그걸 외쿡 사람한테 들어야 아는 거란 말인가? 외쿡 학자도 아는 것을 우리 나라 학자나 정치인들이 모를 까닭이 없고 다만 그것을 이익에 맞게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고 가슴에서 뭔가가 끓어올랐다. 이분 참 사람을 잘 선동하겠군. 진실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들끓게 한다. 


제레미 리프킨이 그린 뉴딜 정책의 쌍두마차로 유럽연합과 중국을 치켜세우는데 이어 등장한 인터뷰이는 중국의 농업전문가 원톄쥔인데 그 역시 제레미리프킨과 마찬가지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주장했다. 지역 중심의 세계화라는 말이 알듯 모를 듯 했지만 코로나19 시국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대도시인으로 사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작은 단위의 공동체 그리고 그 공동체들간의 연대가 중요한 시대가 다가왔다는 것에 괜히 조바심도 났다. 아직 우린 그렇지 못하니까. 지금 어느 나라가 준비가 되었겠느냐만 우리 나라가 K방역 말고 다른 쪽에서의 변화와 개혁은 많이 더딘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우리가 도대체 어디와 어디가 연대가 되어 있을까?


마사 누스바움은 코로나19시대의 혐오에 대하여 말한다. 혐오는 우리를 갈라놓지만 취약함은 우리를 연대하게 하여 오히려 지금 연대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일면 공감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많은 혐오들- 신문 기사마다 달린 혐오의 글을 읽자면 정말 본인 보다 힘들지 않은 모든 대상에게 혐오를 뿜어내는 것 같다-을 보면 지금 우리의 연대는 혐오에 비해 얼마나 느슨한가 싶다. 정말 연대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닐까? 이어지는 케이트 피킷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다시피 우리 사회의 혐오는 불평등이 심해서 나타나는 불안감의 표시 같은데 이를 해소하려면 결국 기본 소득 보장과 같은 복지 시스템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또 조급해진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만큼은 정말 더디고 더디니까...


지금 우리는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데 그 속도가 예전과 같아서는 좀 곤란할 것 같다. 위기에는 위기에 필요한 일의 진행 속도가 있는 것 같다. 예로부터 말도 안되는 강짜를 부리는 목소리가 큰 나라이다보니 그것을 다 대응하는 것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개혁이 될 것 같다. 닉 보스트롬의 말처럼 우리가 시도한 모든 것이 배움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지금 다른 나라로부터 무조건 배워야하고(다른 나라에서 우리를 배우듯이) 공자님 말씀처럼 익혀야 한다. 즉 써먹어야 한다. 지금의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시작되었든, 야생동물을 먹어서 그랬든 그 바탕에는 인간이 지구를 많이 아프게 했다는 죄의식을 느껴야한다. 그러므로 지구의 건강 회복을 위해 개인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처방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멍청한 사람은 GMO콩이 인간 몸에나 나쁜 줄 알았지 그걸 키우려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다 훼손한 줄은 반다나 시바의 인터뷰를 보고서야 생전 처음 아니 개인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지금 다들 코로나19 탓을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코로나19 덕분이라는 생각도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서 볶이느라 분노가 폭발하고 불특정 교사에게 다 퍼붓기도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19 덕에 내 아이의 모습이 어떤지 살펴보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무너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어떤 자영업자들은 그간 억지로 이끌고 온 가게를 이참에 깨끗하게 정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도 한다. 탓만 해서 나아질 건 아무 것도 없다. 제자리 걸음도 힘들 것이다. 어차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이다. 나처럼 어리석고 예쁜 쓰레기 많이 사는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 예쁜 쓰레기를 10%만 줄여도 지구는 덜 아플 거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 만 보를 걷는 중에 목이 너무 말랐는데 편의점에 들르지 않았다. 페트병에 든 물이나 음료가 나를 엄청 유혹했는데 말이다. 그건 텀블러를 가져오지 않은 내 탓이니까 내가 힘들어도 할 말이 없다. 개인의 노력은 이런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공동체는? 개인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혁했으면 좋겠다. 내 생전 개혁이라는 말을 이렇게 기다릴 줄이야. 내가 얼매나 변화를 싫어하는데, 변화를 하지 않으려면 고산에 머물며 나물 뜯고 사람 안 만나고 살면 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건강한 개혁을 매우 간절히 바라고 있다. 건강한 인류는 건강한 지구 안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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