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Wild - 송인섭 교수의 AI시대의 감성 창조 교육법
송인섭 지음 / 다산에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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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미래에는 있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엘빈 토플러의 말은 들을 때마다 뒤통수를 얻어 맞는 듯 섬뜩하다.  알파고 이후 우리에겐 더욱 더 가까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눈 가리고 안 본다고 없어지는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확실한 미래로 자리잡았다.

 

책에서는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간의 덕목으로 자생력을 꼽고, 자생력의 가운데에 통찰력을 두고 통찰력있는 융합력, 통찰력있는 창의성, 통찰력있는 리더십을 자생력의 3요소로 꼽았다. 그러면서 각각의 요소에 필요한 덕목을 부연 설명하여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바로 이 자생력이 이 책의 제목인 'WILD'이다.

 

내가 가진 직업이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의 말에 따르면 미래에도 1%미만으로 로봇에게 대체된다고 하니 일단 나는 좀 안전한 걸로 치고, 그럼 내 아이는? 지금 내 아이에게 가장 부족한 게 무엇일까? 내 아이도 쓸데없는 것을 배우느라 십 여 시간을 공부하는 셈인 건가? 그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비효율적, 무의미한 행위인데 그걸 내 아이에게 시킨다는 건 정말 죄짓는 기분이다.

 

이 책에서는 인공 지능에게 없는 인간의 능력 중 하나가 '동기'를 갖는다는 점으로 꼽았다. 그렇다. 로봇은 인간이 프로그래밍하는 대로 할 뿐, '~하고 싶다.'는 없을 테니까. 하다 못해 '공부하기 싫다.'는 생각도 못할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내 아이는? 또 묻는다만 내 아이에게 동기가 확실한지 난 확신하지 못한다. 공부를 왜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건네 보니 다행히 엄마가 시켜서 한다는 말은 안나왔지만 돈을 벌려고 라는 실망스런 답이 나오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아이 괜찮을까요 선생님?

 

송인섭 교수는 여러 사례들을 제시하며 자신이 실해한 자생력 프로그램의 과정을 보여주어 읽으면서 태현이라는 아이의 사례는 내 아이의 모습과도 다소 겹쳐서 더 관심있게 볼 수 있었다. 다른 부모라면 다른 아이의 모습에서 내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다 읽고 나서 아이에게 사례가 나타난 부분만 한 번 읽어보라고 주고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과 자기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이 같은지 다른지 부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홀랜드 직업흥미검사를 한 번 해보고도 싶어졌다. 한의원에서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체크하면서 내가 공통적으로 어디가 나쁜지 알게 된 것처럼 어떤 검사지는 나의 상태를 진단해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아이는 몰입을 잘 하는 편인데 책에서 집중을 잘 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하여 뜨끔했다. 책을 열심히 읽길래 같이 이야기나 나눠보자고 이것저것 물었더니 이상한 소리만 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생력이 몰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하니 좀더 아이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급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살다살다 이렇게 새로울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사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드러나 있어 그저 겁만 먹기 쉬운 인공 지능 미래 시대를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함께 잘 지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가 지금의 코로나와 함께 잘 지낼 수 있을 지도 모를 것처럼.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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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감정을 회복하는 심리학 수업
쉬하오이 지음, 최인애 옮김, 김은지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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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시기이다. 불안의 감정이 온 몸을 휘감아 생각을 조금만 잘못해도 날이 서고 우울해질 수 있다. 자긴의 마음을 다잡는 일, 자신을 위로하는 일은 오직 스스로의 몫이다. 그리고 지금이 특히나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는 때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은, 속상했다는 말로는 모자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상대의 아픈 면을 볼 줄 알아 지금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타인의 마음을 살피는 분야에서도 어쩜 남을 날카롭게 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 있는지 어떤 집단이건 그들의 비율은 고만고만한가 보다. 

 

위로를 전면에 내세운 책답게 글은 어렵지 않고 다양한 심리학적 용어들을 그에 맞는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여 어려운 용어들도 새로이 알게 되고 내가 갖는 감정의 문제를 좀더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진단이 의사의 진단과는 다를 터이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스스로의 진단이니까 영 틀린 진단은 아니리라. 책을 읽으며 마음도 편해졌기에 그걸로도 만족하지만 '감정기생자'라는 표현에 특히 공감이 많이 갔다. 남의 감정을 갉아먹으며 그 희생으로 삶을 버티어내는 사람들, 누구나 주변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지 않을까? 가족일 수도 학창시절 친구일 수도 지금 동료일 수도 있는 감정기생자들을 몰아내는 방법이 어렵지 않을 뿐더러 일단 그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은 몰아낸 것과 같다.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선은 내 삶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책에선 그것에 용기를 강조한다. 이 책에서 나는 용기보다는 위로를 보았다. 내 삶을 내가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것은 내 삶을 마주하려는 용기보다 우선한 것이라는 점에 공감이 갔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도 떠오르는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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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꿈의 뉘앙스 민음의 시 268
박은정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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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집을 샀다. 시를 잊은 내게 간만에 시를 느끼게 해 줄 시집이다. 며칠 전에 샀는데 오늘에야 편의점에 들러 가져왔다. 뭉클했다.

밤에 잠도 잊어 또 책을 샀다. 아들 읽히려고 해리포터 개정판을 야금야금 사 모으는 중이다. 그러면서 같은 시집을 또 샀다. 좋은 시가 많고 일단 시인 자체를 응원하고 좋아한다. 이렇게 책을 살 때마다 하나씩 사서 시를 좋아하는 혹은 좋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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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내가 다른 미로의 포로이기
때문이란다. 네가 부재하는 미로.
네가 빠져 나가야 하는 미로.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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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한 밥상 (리커버)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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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소설집 #대범한밥상 완독.

독서모임책「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은 지 한 달 사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했지만 이 책과 마찬가지로 읽히긴 잘 읽히되 깊은 인상을 받진 못했었다. 그리고 나서 「대범한 밥상」을 -솔직히 말하자면 독서대가 필요해서 독서모임을 핑계로 -더 사서 읽어보았는데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내가 읽은 박완서의 소설책 중 가장 좋았다.

몇달 전 레이먼드카버를 이야기라며 ‘미국의 박완서‘라고 일컬은 적이 있는데 이번엔 읽으면서 카버를 떠올렸다. 일상의 균열을 그대로 드러내며 균열의 양쪽을 모두 가지고 가는 시선과 그 와중에 느껴지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두 작가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단편인 표제작을 읽으며 코로나 시국을 떠올렸다. 만약 내가 시한부 인생인데 현재 자가격리를 해야한다면 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다른 사람들과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산다. 그만큼 같은 일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비판할 수 있겠지만 그 시각에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경실이의 말처럼 자신에겐 자연스러운 일인데 남에겐 엽기적인 일이 되는 일,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의 성남댁처럼 나만 진짜이고 다들 가짜라 내가 진짜인 걸 들킬까봐 같이 가짜인 척하는 사람들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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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2-28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있어요. 정말 최고에요! 처음 읽는 작품도 있는데 이제야 박완서 작가를 제대로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혜윰 2020-02-28 10:00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서야 그래서 박완서 박완서 하는구나 실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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