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 재미만만 우리고전 19
한윤섭 글, 김진화 그림 / 웅진주니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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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전과 비교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이전까지 고전소설 중 [홍길동전]을 좋아하며 찾아 읽었던 터라 아직 읽지 않았던 [전우치전]보다 우위에 놓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며(당연히!) 재미면에서 보자면 [전우치전]이 더 재밌기에 이런 제목을 달아보았다. 부디 홍길동은 서운해 하지 않기를.

 

  내게 전우치는 강동원이다. 더도 덜도 아니다. 사실 전우치가 고전 소설이라는 것도 안 지 얼마 안된다. 강동원 주연의 영화라고만 여겼었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줬는데 아이들은 차태현을 생각하며 들은 것 같았다. 아무튼 오래 전 영화 <전우치>를 인상적으로 보았던 터라 도서실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곤 영화를 떠올리며 웃음이 나기도 했고 이 책 직전에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이 좀 무거웠기에(프랑켄슈타인) 이 책으로 기분 전환을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동화로 만들어졌으니 당연히 축약된 것이겠지만 그런 어색함을 최대한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글이 좋아 읽다가 작가 이름을 보니 한윤섭 작가다! 이 이름을 놓쳤을 리가 없는데 서가에서 이미 전우치의 도술에 당한 모양이다! 한윤섭 작가의 동화는 전적으로 믿는다! 더욱이 그림도 강동원과는 괴리감이 있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전우치의 모습과 행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무엇보다 글쪽에서 보여주는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이 넘친다! 또한 보통의 작품에선 글에 나오는 글을 반복해서 삽화 안에 구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책의 경우는 그림에 나온 글을 읽지 않으면 내용 전개에 걸림이 되니 그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나저나 의도하지 않게 느낌표가 자꾸 나오는 게 아무래도 나 이 책에 좀 반한 듯!

 

 

 백성을 구하고 어리석은 관리들과 임금을 꾸짖는 전우치의 행동은 영웅으로 삼아 대접해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만 그 방도가 도술이라는 것 때문에 그의 행적이 갇히게 된다는 점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초능력을 쓰고도 영웅으로서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데 왜 안 된다는 거지? 우리나라 특유의 지나친 윤리 의식이 문제인 건 아닐까? 도술의 힘으로 얻은 정의와 평화가 시대의 불평등과 악 만큼이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혼란스러웠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혼란한 느낌을 주었다는 것에는 무척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조차도 너무 혼란스러워서 당황했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전우치의 도술이 현대의 과학 기술과도 닮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윤리의식이 희박하면 매우 위험한 그것말이다! 그의 도술이 옳다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사용할 때의 마음가짐은 따져봐야겠다.  그러나 의도라는 것이 가리면 가려지는 것인지라 판정하기가 어렵기에 이 작품의 결과가 그렇게 맺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이해되었다.  


  아니 어쩌면 전우치 활약 당시는 도술이 아니어도 바로잡을 가능성이 있는 때이고, 지금은 닥터스트레인지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와서라도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다는 절망의 시대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렇게 이해하면 전우치의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 뭐지, 이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가는 리뷰는? 원래 리뷰란 그런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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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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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금요일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 이 책을 들고 갔다. 먼 길 가기에 가벼운 책이 아니었지만 이미 연체 상태인지라 주말에는 반납을 하여야했고 꼭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색연필까지 챙겨서 퇴근했다.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부러웠던 것은 아니다. 자기가 품고 있는 생각을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보통은 책을 읽고 인상깊은 구절이나 문단을 글로 옮기는데 이 책은 그림마저도 따라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따라하고 싶다고 다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더구나 글씨 곱다는 소리만큼이나 그림을 발로 그리냐는 말을 들어온 터라 보기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게 그리려고 노력(이라 쓰고 꼼수라 부른다)하였고, 어차피 똑같이 따라할 수도 없으니 저자가 그린 그림과 쓴 글의 배치를 좀 섞는 시도도 해 보았다.

  지난 주에 리뷰 ( https://blog.aladin.co.kr/tiel93/10887290 )를 간단하게 쓰고도 이렇게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이 책 진짜 내 맘에 든 모양이다. 아무튼 지난 금요일 퇴근길에 이 책을 들고 대학로에 있는 책방이음에 가서 좀 따라해 보고 엊그제 여유가 생겨 집에서도 따라해본 결과물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의 그림에는 저 글귀들이 써 있지 않다. 가장 인상깊은 구절과 그것에 어울리는 그림을 책에서 찾아 내 맘대로 조합한 것이고 그마저도 원작과 심히 다르다. 궁금하면 책을 보는 것이 옳다. 글로 옮기는 것도 좋지만 그림이랑 같이 옮기니 좀더 뇌가 활성화된다고 해야할까?(손을 움직이는데 뇌가 움직인다니 참 신선한 경험!) 좋은 기분이었다.  이전의 리뷰에도 말했지만 '의외의사실'님이 후속 리뷰카툰을 출간해주시면 좋겠다. 깊이있고, 차분하게, 자기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되새김질하는 이 책을 통해 내 안의 또다른 욕구(?)를 구체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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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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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어떻게 기획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계문학전집과 카툰의 콜라보레이션이 책장을 넘길수록 경제용어로 말하자면 윈윈전략이요, 관용적으로 말하자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만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만화를 그리는 솜씨 좋은 사람들은 만화로 자신의 독후감을 표현한 예가 몇 있다. 가령, 뚜루의 [카페에서 책 읽기]도 그러하고 요즘 출판사에서 도서 홍보로 카툰을 이용하는 예도 있다. 여하튼 이러한 시도는 내가 전혀 손을 못대는 영역인지라 더더욱 신기하고 놀랍다만 이 책 [퇴근길엔 카프카를]을 읽자니 이건 그냥 그림 솜씨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에 감탄까지 하게 된다.

 

 처음엔 이 책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못했다. 후에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야 '그랬네?' 했다. 그러니 이 책이 어떤 책을 다루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많은 이들이 읽은 책이기에 스포를 좀 해도 무방할 책들이지만 그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그 안에 화자를 배치하여 소설 속의 이야기를 현재의 나와 버무리는 솜씨를 보자면 내가 소설을 읽었건 읽지 않았건 모두 공감하도록 만든다. 너무 창조적이지 않나 이런 작업의 형태가!

 

  여백을 살린 간결하면서도 작가와 작품을 드러내는 그림체도 맘에 들어 하나하나 따라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난 민음사패밀리세일에서 이 책을 보고도 왜 사지를 않았나 자책하며 읽기도 했다. 제본 상태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러한 결점을 알고서라도 곁에 두고 하나하나 옮겨가며 때로는 나만의 그림과 글을 곁들이며 모사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름마저 의외인 '의외의사실'이 그린 두번째 카툰 서평집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세계문학전집은 됐고 현대소설 쪽으로 좀 넘어오시면 더욱 좋을 것 같지만 뭐가 됐든 서둘러 주시라!

 

후속 리뷰 https://blog.aladin.co.kr/tiel93/10892182

 

사람들은 모두 오래 봐도 상대방의 한 가지 면 밖에 못 보는지도 모르고 사람과 사물들은 각자의 속도로 각기 다른 대상을 중심으로 제각기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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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찰살인 - 정조대왕 암살사건 비망록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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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독살설 은 알려진 의문이지만 면죄근거가 되었던 밀찰에 도리어 살인의혹을 품다니! 거기다 정조의 정치가 연산군과는 다른 종류의 폭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문제의식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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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 마음부터 안아주세요
윤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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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문득 내가 자존감이 높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40년 넘게 살면서 자존감 하나는 높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높다고 한 것은 그저 독립심이지 자존감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마흔을 넘어가면서 마음이 더 단단해져야 하는데 쉬이 지치는 것에 고민이 많아 그런 생각마저도 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이 책을 선택하고 읽게 되었다. 

라디오에서도 병원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상담을 하던 분이다보니 작가는 우리가 우리의 마음에 대해 너무나 냉담하게 군다고 챙기라고 말하는 투가 마치 조곤조곤 대화 나누듯이 잘 설명해준다. 소진증후군(번아웃증후군)에 대해서도 최근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공감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일 수도 있다고 하니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저자의 말처럼 '마음아 그동안 고생했어. 내가 이제는 잘해 줄게.'라며 남보다 나를 더 공감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어느 정도는 그런 경지에 이르렀다. 살다보니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단절하고 내게 여유를 먼저 만든 뒤에 남을 살피게 되는 삶이 만든 지혜를 지니게 되는데 이 책에서 그래도 된다고 하니 '내가 너무 모진가?'에 대한 죄책감 마저도 이제는 버려야겠다.

앞서 말한 자존감에 대해서 책에서는 자존감이란 욕심에 반비례하는 것이므로 그런 것으로 치자면 예로부터 욕심이 없어 문제였던 사람인지라 자존감이 높을 것 같은데 자존감이 성공에 비례한다고 하니 성공에 대해선 자신이 없으므로 또 자존감 문제가 불쑥 고개를 든다. 누군가는 소확행이라는 것에 반감을 가진다고 하는데 내 정신 건강에는 멀리 있는 대불확행을 찾는 것보단 소확행을 찾아서 성공의 경험을 많이 느끼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런 점에서 행복한 감정이 아니라 행복한 활동을 찾으라는 조언이 무척 도움이 된다.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자기만의 일, 얼마 전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에서 처방을 받아 열심히 복용 중인 '혼자만의 시간, 책 읽는 시간'이 내겐 그것이리라.

사람은 누구나 힘든 일, 슬픈 일을 겪게 되고 지칠 수 있다. 평소에 나를 단단히 지탱해 줄 충전모드를 열심히 활성화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사람은 힘든 것보다 지치는 것이 더 참기 어려운 것 같다. 내 안에 나를 위한 감성에너지를 수시로 채워 곳간이 비지 않도록 만들자 다짐해 본다. 내가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며 살았는데 지금이야말로 내가 나 자신을 잘 안아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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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05-1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극 공감합니다. 나도 알고보믄 자존감이 높은게 아니었어...

그렇게혜윰 2019-05-17 11:00   좋아요 1 | URL
나이드니 자신에 대하여 좀더 냉정하게 판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 나이든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