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1목

 1. 남편이 전주로 문상을 갔다. 늦는다. 하긴 요샌 늘 늦지만 이번엔 매우 피곤하게 늦는다.

2.발레 안무를 다 잊었다. 두렵다. 피하고 싶다.

3. 흰 머리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났다.

이 삼박자가 나를 단골 중고책방 나들이를 하게 했다. 아쉽게도 이날 수확은 적었고 책에 비해 너무나 큰 코스트코 장바구니를 얻었다. 당연히 운동 대신 미용실을 갔다. 큰 아이에게 [조선사 이야기1]을 건넸고, 둘째에겐 [동물의 대이동]을 주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보며 공연 보러갔던 추억을 꺼내니 큰 아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윔피키드7]은 있는데 왜 샀냐고 물어 니 거 아니라고 했다. 윔피키드 시리즈는 미래엔에서 재출간 중인데 몇 권까지 재출간 되었는지 모르겠다. 작년엔 각자 이 시리즈 중 한 권씩을 온책읽기하는 활동을 했었는데 올해는 내가 읽어줘봐야겠다. 이 시리즈는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을 테니 동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수확이 없는 듯 해도 이렇게 보면 집다 놓고 온 책이 아쉬울 정도로 수확할 책이 없을 수는 없는 곳이 서점이다. 남편은 역시 새벽에야 왔고 나의 이 행동을 추적할 여력이 없다 ㅠㅍㅎㅎㅎ

 

20181102금

 

 

'알쓸신잡3'을 제 시간에 보게 된 것은 치킨의 힘이다. '정글의 법칙'을 고집하는 아들에게 치킨 먹을 동안만 보자고 청하였고 일부러 치킨을 느릿느릿 먹었더니 다 볼 수 있었다^^

진주편에서 논개를 다루며 정사가 아닌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처음 논개의 이야기가 실렸다는 말을 듣고 우리 집에 있는 어린이용 [어우야담]을 떠올렸다. 엮고 편집한 책이리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표지에 '원작 유몽인'정도는 거론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삐죽대어 본다.

'유몽인'에 대해 소개하는 글이 먼저 나온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원작자 표시가 안 된 걸까? 그나저나 대단한 문장가였구나 유몽인, 이름도 예쁘다. 근데 논개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ㅠㅠ 허무했다. 축약본이라 논개 이야기는 언급만 되고 실리지 않았다. 아니, [어우야담]에 처음 실린 이야기라면 축약본에 실릴 가치가 충분한 것 같은데!! 책장을 조용히 덮고 처분할 책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20181103토

  소설책 몇 권이 가까운 도서관에 없어 외곽에 나간 김에 옆 동네 도서관에 가서 빌렸다. 대출 가능 권수가 남아 서가를 보다 이 책을 발견하곤(사실 망설였지만- 너무 비슷한 책들이 많다보니) 빌려왔다. 집에서 몇 이야기를 읽다가 갖고 싶어졌다. 집에 두고 여기에 나온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책에 실린 글을 읽고 싶어졌다. 1981년부터 뉴욕타임스에 연재되고 있다는데 이 책에 실린 건 그 일부 중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두근거리기까지 하다. 아무튼 갖고 싶다. 이래서라도 내가 이 책을 읽어선 안되었어 ㅠㅠ

 

 

 

20111104일

 

 오랜만에 아들과 도서관에 갔다. 어제도 도서관에 갔었지만 나만 책을 빌리러 들어가고 다른 식구들은 차에서 기다렸기에 도서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아들과 있으니 참 따뜻하고 평온해서 좋았다. 아들도 좋았던지 일기를 쓰라고 하니 이 시간을 내용을 담았다. 요즘 부쩍 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며 표현을 늘리는 중인데 도서관 데이트라면 서로에게 너무 좋은 시간이다. 

아들이 공포 문학을 읽을 때 나는 그림책 서가를 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잠이 많은 터라 밤을 모르는 나였지만 아이를 기르며 '혼자'를 누릴 수 있는 '밤'에 대해 고마움과 궁금증이 생겨 밤을 주제로 한 책을 여럿 봤지만 그림책이 가장 밤을 잘 담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렇다. 밤의 일상을 소리로 담되 어슴푸레한 무광의 그림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들의 독서록에 이 책이 다뤄졌던데 오늘의 데이트는 여러모로 성공적!

 

20181105월

 

 글이 어렵진 않은데 눈과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몰라 조금은 버거웠다. 조만간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할 텐데 살짝 두려운 것을 보면 '조금은'이라는 말도 허세인 것 같다. 마지막 연설문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전쟁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에 충격을 먹기도 했다. 전쟁은 그냥 다 나쁜 게 아니었나? 내가 이해를 잘못한 것인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읽기는 해야겠다.

 

 

 

20181106화

 

 가가 형사 시리즈 중 두번째로 읽는 책이고 우리나라에 출간된지는 10년이 된, 그래서 플로피디스크라는 도구가 출현하기도 하는 왠지 좀더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지만 앞서 읽은 [신참자]보다 훨씬 더 흡인력이 있었고, 마음을 건드리는 요소가 많았다. 아무 이유없이 누군가를 싫어하고 그 결과과 폭력과 파멸이라 하니 얼마 전 남편에게 했던,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쳤단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어도 되지만 누군가를 싫어한다고 말하려면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을 읽으니 그 말이 옳아 보인다. 이유없이 누군가를 해코지 하는 짓은 사라져야 마땅한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 씁쓸하다. 태도를 가꾸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그나저나 가가 형사 멋있어!

 

20181107수

 

 가가 형사 시리즈를 챙겨 읽는 중이다. 오래 전 선물받은 [신참자]를 시작으로 도서관에서 빌린 [악의] 그리고 동료에게 빌린 [기린의 날개]까지 3권을 읽었다. 다른 형사가 주인공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읽었지만 가가 형사 특유의 따뜻함이 매력적이다. 정의로움과 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정의와 끈기라는 가치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니까.

 

 

 

 

20181108목

 

 몇 년 전 하람이와 가까운 북카페를 찾아다니다 발견한 망우역의 작은 서점이자 북카페 그리고 이제는 2권의 책을 발행한 출판사인 '바람길'을 만나게 되었고 이후로도 하람, 미랑과 간간이 들르는 곳이 되었다.

 얼마 전 2주년을 맞아 블로그에게 삼행시 공모전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 2등에 당선(?)되어 어차피 운동동 안 가려던 참이라 들렀다. 아쉽게도 사장님은 부재중이었지만 그 덕분에 유난히 손님이 없어 전세낸 기분으로 책을 읽다 왓다. 그리고 2등 상품인 바람길의 두번째 책도 받아왔다.

집에 와서 하람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긴 영어글은 못 읽고 그림과 음식 이름을 정말 열심히 읽는다. 식당 간판에 얼토당토않게 영문으로 적힌 음식명을 우리는 한두 번 본 게 아니니 고유명사로 표현된 것을 보니 반갑고 무엇보다 물감으로 공들여 그린 음식 그림이 예뻤다. 밤에 읽어 그런가 배고파지는 건 부작용!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20181109금

 

 요즘, 전에 비해 사자마자 읽는 현상이 생겼다. 전에는 사는 책 따로, 읽는 책 따로였는데 최근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의 비율이 너무 높아 답답함을 느꼈던 것에 대한 스스로의 처방일까? 아무튼 사자마자 읽는 느낌이 좋은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여섯 권 사면 그중 한 권이 이러니 이상적으로 보자면 한 번에 한 권만 사는 게 옳은데 그걸 아는데 도대체가 안 된다.

 최근에 마거릿 애트우드를 읽었고, 또 오디세이아를 읽었으니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중에 신화를 재구성한 이 책이 있을 줄은 몰랐으나 그녀라면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이야기를 페넬로페 중심으로 멋지게 썼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이 정도로 가독성이 좋을 줄은 몰랐다. 소문내고 싶은 책이다. 게다가 출간된 지 오래 되어 가격도 착하니 어여들 샀으면 좋겠다. 야금야금 읽으려 했는데 벌써 반이나 읽었다. 마거릿 애트우드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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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를 들어본 적이 있다. 아닌가? [미스틱 리버]는 소설도 영화도 모두 보았고 한 동안 내가 본 작품 중에 으뜸으로 꼽은 적도 있다. 아닌가? 이 역시 모두 오래 전의 경험이고 조악한 기억이다. 데니스 루헤인의 이름을 처음 듣는다고 느끼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이런 자랑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닌 듯 이름 높은 추리 소설가의 이름도 몰랐다니, 하긴 하드보일드 소설은 좀 어렵긴 하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고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더 드롭]의 경우, 정의에 대하여 고민하게 된다.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힘, 그 정의롭지 못한 힘에 대해서 역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면 그것을 모른 척 하고 사는 것이 가능한가? 사실 나는 모른 척 하고 산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그 세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을 뿌리째 뽑는 일이 가능한가 까지 이르게 되면 정말이지 다시 모른 척 하고 싶어지는 비겁함이 솟구친다. 밥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판단을 하지 못하겠다. 밥이 그러지 않길 바랐지만 어쩌면 밥이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소설을 읽으면서 짐작했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라는 대로 된다면 범죄 소설이 아니지. 바비식 문제 해결법을 보며 왜 마음이 아픈지, 슬픈지, 서글픈지, 우울한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그래, 이 소설은 탐정 소설도 추리 소설도 아닌 범죄 소설이다. 범죄자가 중심이 되는,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짐작하게 하도록 하는. 그래서 읽는 내내 내 마음이 많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불편한 세계에 떨어진 기분이다. 그 불편함을 느끼라고 작가는 이렇게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데니스 루헤인은 좀 특별한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도 영화화 되었다고 하니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데니스 루헤인의 다른 소설들도 그런 구성일까? 범죄자의 시선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미스틱 리버]부터 다시 읽어보고 싶다. 물론 영화도. 지금보다 어릴 때 본 것과 많이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아무튼 [더 드롭]은 내게 다소 낯설었고, 좀 두려운 이야기였지만 특별한 소설이었다. 그게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첫 번째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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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8-11-2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데니스루헤인 1000자리뷰 이벤트로 적립금 5000원 받았다. 5000원으로 이렇게 행복해지는 알라디너ㅋㅋㅋ
 
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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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는 유독 더 따뜻하다. 오늘은 마지막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한때는 너무 착한 추리소설 같아서 별로 안좋아했던 적이 있는데 나이가 드나 철이 드나 많이 읽고 싶어진다.

 

가가 형사의 면모가 드러나는 말들

 

"윗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아랫사람들이 생각할 필요는 없어. 우리가 할 일은 사실을 하나하나 밝히는 거야.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사실만 골라내다 보면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지." (158쪽)

 

"이렇게 어중간한 상태로 사건이 종료되면 누구도 그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어. 어떻게든 밝혀내야 해."(191-192쪽)

 

뭐니 뭐니 해도 그의 가장 큰 무기는 기가 질릴 정도의 끈기다. (298쪽)

 

"...그건 당신이 그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가면 다 해결된다고 말이지. 3년 전 당신은 세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쳤어. ... "(4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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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영혼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올가 토카르추크 글,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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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에 있으며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한다. 초반의 글을 배경 삼아 그림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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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작품 선집 대한민국 스토리DNA 23
백석 지음 / 새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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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윤동주, 기형도 등의 시집이 나쁠 수가 있을까? 굳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자면 원본을 참고했는지 영인본을 참고했는지 정도이고 이북의 사투리를 살려 번역하는 정도로 따질 수 있을텐데 전자의 경우 이 책이 어떤 본을 참고했는지 나와 있지 않아 판단이 불분명하고, 사투리는 살린 곳도 있고 살리지 못한 곳도 있어(예를 들어, <비>라는 시의 '물쿤'을 '물큰'으로 현대어로 실었다.) 신뢰감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기존에 백석 시집으로 인정받은 문학동네판에 실리지 않았던 해방이후의 시들과 번역시 그리고 수필과 서간까지 실린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백석의 시집은 기존의 문학동네 백석시집 뿐이었는데 새움출판사의 이번 시집에는 해방 이전의 작품만 보자면 그 시집에서 몇몇 시들이 빠진 대신 해방 이후와 그 외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비교할 수 있다.  판형이 일반적이라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았고 종이가 얇아 개인적으로는 촉감도 좋았다. 수록작마다 실린 출처를 싣고 있는 점도 꽤나 신경을 쓴 것 같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라는 시를 빼놓은 것은 무척 아쉽다. 왜 뺐을까? 그 시가 있었다면 그 시도 옮겨적었을텐데 이번엔 옮겨적지 않고 두 편의 시만 옮겨적었다. 사실 더 많이 옮겨적으려고 했다. 예전에 백석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을 기억하기에 더 많이 옮겨적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요즘 시가 더 좋은 것 같다.  요즘 시인들의 요즘 시가 더 맘에 와 닿는다. 이제서야 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시대를 반영하는 가장 예민한 문학이라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그래도 백석, 윤동주, 기형도의 시집은 그냥 갖고 있다 한 번씩 펼쳐보고 읽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고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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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11-05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글씨가 이뿌오!
그대가 캘리그라피로 만들어준 책갈피가 생각난다는. ^^

그렇게혜윰 2018-11-05 17:41   좋아요 0 | URL
내가 그랬어요?ㅋ 캘리를 제대로 안배워서 막 쓰는데 이쁘다고 해주니 그저ㅍㅎㅎㅎㅎ